스트리트 패션 거장의 회고전,〈니고: 일본에서 사랑을 담아〉

일본 외 지역에서 최초로 열리는 니고의 회고전

일본 스트리트 패션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니고(NIGO)의 첫 해외 회고전 〈니고: 일본에서 사랑을 담아(NIGO: From Japan with Love)〉가 런던 디자인 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다.

스트리트 패션 거장의 회고전,〈니고: 일본에서 사랑을 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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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런던 디자인 뮤지엄 홈페이지

영국 런던에 있는 디자인 뮤지엄(The Design Museum)은 디자인의 흐름과 가능성을 폭넓게 조망할 수 있는 공간이다. 건축·패션·가구·제품·그래픽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며 디자인이 우리의 사회와 일상에 어떤 방식으로 스며들고 영향을 미치는지에 주목한 전시를 꾸준히 선보여 왔다. 이곳에서는 20세기와 21세기를 대표하는 디자인 아이템 약 1,000점을 기반으로 현대 디자인의 흐름을 살펴볼 수 있는 상설 전시를 비롯하여 패션·건축·디지털 디자인 등 동시대 문화를 둘러볼 수 있는 특별전이 수시로 열린다. 덕분에 런던을 대표하는 디자인 명소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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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런던 디자인 뮤지엄 홈페이지

이러한 디자인 뮤지엄에서 올해 5월 1일부터 10월 4일까지 일본 스트리트 패션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니고(NIGO)의 첫 해외 회고전 〈니고: 일본에서 사랑을 담아(NIGO: From Japan with Love)〉가 열려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뮤지션이자 루이비통의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인 퍼렐 윌리엄스(Pharrell Williams)와의 긴밀한 협업과 우정으로도 잘 알려진 니고의 30여 년 활동을 조명한다. 패션과 음악, 그래픽, 수집 문화까지 아우르는 그의 세계관과 창작의 원천을 입체적으로 살펴볼 수 있다는 점에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다.

일본을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 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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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런던 디자인 뮤지엄 홈페이지

1970년 군마현 마에바시시(前橋市)에서 태어난 니고의 본명은 ‘나가오 토모아키(長尾智明)’다. 도쿄의 문화복장학원(文化服装学院, Bunka Fashion College)에 진학한 그는 그곳에서 훗날 패션 브랜드 ‘언더커버(UNDERCOVER)’를 창립하게 되는 디자이너 타카하시 준(高橋盾)을 만나게 된다. 이후 타카하시의 소개를 통해 일본 스트리트 패션의 상징적인 존재인 후지와라 히로시(藤原ヒロシ)와 인연을 맺었고, 후지와라의 조수로 일하며 자신만의 감각을 키워나갔다. 니고라는 이름은 후지와라와 외모와 스타일이 매우 비슷했기에 붙여진 별명 ‘후지와라 히로시 2호(二号, 니고)’에서 비롯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후지와라, 타카하시와 함께 패션지 〈팝아이(Popeye)〉를 비롯한 여러 잡지에서 글을 쓰며 경력을 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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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어 베이싱 에이프 인스타그램

1993년에 니고는 타카하시와 함께 하라주쿠 뒷골목에서 편집숍 ‘노웨어(NOWHERE)’를 공동으로 열었다. 매장에서는 타카하시의 언더커버 디자인과 니고가 엄선한 미국 빈티지 의류와 스니커즈 등이 선보였다. 초기에는 니고가 셀렉한 아이템들의 판매가 기대만큼 좋지 않았다고 한다. 결국 니고는 자신만의 브랜드를 직접 만들기로 결심했고, 그래픽 디자이너 스케이트싱(Sk8thing)과 함께 영화 〈혹성탈출(Planet of the Apes)〉에서 영감을 받아 ‘어 베이싱 에이프(A Bathing Ape, 이하 BAPE)’를 론칭하기에 이른다. 이후 BAPE는 과감한 그래픽과 카무플라주 패턴, 한정판 전략 등을 앞세워 일본 스트리트 패션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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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니고 인스타그램

퍼렐 윌리엄스와의 인연은 퍼렐이 처음 일본을 방문했을 때 니고의 쇼룸을 찾아가면서 시작됐다. 니고가 구현한 독창적인 세계관에 깊은 감명을 받은 퍼렐은 이후 공식 석상에서 BAPE를 자주 착용하며 브랜드를 미국에 알리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리고 두 사람은 2003년에 함께 ‘빌리어네어 보이즈 클럽(Billionaire Boys Club, 이하 BBC)’을 공동 창립하며 우정을 브랜드로 승화시켰다. BBC는 원래 퍼렐이 구상하던 프로젝트였지만, 도쿄에서 니고를 만나며 보다 구체적인 형태를 갖추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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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런던 디자인 뮤지엄 홈페이지

이후 니고는 다양한 활동을 이어나갔다. 2010년대에는 BAPE와는 다른 방향성을 지닌 브랜드 ‘휴먼 메이드(Human Made)’를 론칭하며 보다 성숙한 아메리칸 빈티지 감성을 선보였고, 유니클로 UT 라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도 활동했다. 루이비통과는 버질 아블로(Virgil Abloh)의 재임 시절 캡슐 컬렉션을 선보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2021년에는 겐조(KENZO)의 아트 디렉터로 발탁되며 하이패션 영역에서도 확고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사실 니고에게 겐조는 각별한 브랜드였다. 겐조 다카다가 파리에서 첫 부티크를 열었던 해가 니고가 태어난 1970년이었고, 두 사람 모두 문화복장학원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닌다. 니고가 겐조에서 보여준 행보는 이러한 연결성과 존중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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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니고 인스타그램

패션을 넘어선 그의 행보도 눈길을 끈다. 그는 패밀리마트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서 편의점 문화에 색다른 디자인 감각을 불어넣었고, 낫 어 호텔(NOT A HOTEL)과의 협업을 통해 건축과 라이프스타일 영역으로까지 자신의 세계관을 확장했다. 분야가 바뀌더라도 니고 특유의 감성과 취향은 일관되게 유지된다. 이는 그가 단순히 패션 디자인에만 머무르는 인물이 아니라, 동시대 문화 전반에 폭넓은 영향을 미치는 창작자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의 친구이자 파트너인 퍼렐 윌리엄스처럼 니고 또한 다양한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멀티 크리에이터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일본 외 지역에서 최초로 열리는 니고의 회고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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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런던 디자인 뮤지엄 인스타그램

일본을 대표하는 디자이너의 회고전은 그가 10대 시절에 머물렀던 방을 실물 크기로 재현한 공간에서 시작된다. 당시 실제로 사용했던 가구를 비롯해 레코드와 의류, 각종 소장품들로 채워진 공간은 그의 취향과 감각, 그리고 창작의 영감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축적해온 문화적 취향과 수집의 흔적들은 오늘날 니고의 디자인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단서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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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런던 디자인 뮤지엄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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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런던 디자인 뮤지엄 인스타그램

전시 공간 일부는 간결한 수납함 구조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이는 니고 특유의 아카이브 감각과 컬렉터적인 면모를 효과적으로 드러낸다. 이어지는 공간에는 도쿄 스튜디오 일부를 옮겨놓은 듯한 아카이브 섹션과 더불어, 퍼렐 윌리엄스와 낫 어 호텔과 협업해 완성한 유리 다실 공간도 만나볼 수 있다.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된 이 실물 크기의 다실에는 니고가 직접 손으로 빚은 도자기가 함께 놓여 있어 더욱 눈길을 끈다.

여기에 니고의 현재 관심을 두고 있는 문화와 디자인에 대한 취향을 담아낸 공간들이 유기적으로 이어지며, 디자이너의 일상과 작업 방식, 그리고 30여 년에 걸친 디자인 커리어 전반을 자연스럽게 조망하게 만든다. 전시를 따라가다 보면 그의 작업 세계가 아메리칸 빈티지와 스트리트 패션, 힙합 문화, 일본 전통 공예, 그리고 1980년대 도쿄에서 보낸 어린 시절의 기억 등 다양한 요소로부터 영향을 받아 형성되었음을 자연스럽게 체감하게 된다.

의류와 스니커즈, 바이닐, 토이, 음반, 다양한 미디어 콘텐츠, 그래픽 작업 등 그가 사랑해온 문화적 오브제들이 가득 채워진 전시는 한 개인의 컬렉션이라기보다 하나의 박물관 아카이브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동시대 문화사의 흐름을 압축해놓은 듯한 분위기가 감돈다. 그만큼 오랜 시간 축적해온 그의 수집과 작업의 범위는 방대하다. 패션과 음악, 스트리트 문화가 긴밀하게 교차하는 이 전시는 이미 전 세계 패션·디자인 팬들의 발길을 끌어 모으는 동시에, 니고라는 인물이 왜 시대를 초월하는 크리에이터로 불리는지를 다시 한번 확인하게 만든다.

〈니고: 일본에서 사랑을 담아(NIGO: From Japan with Love)〉
기간 2026년 5월 1일 ~ 10월 4일
장소 런던 디자인 뮤지엄
웹사이트 designmuseum.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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