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물을 건네는 가장 다정한 방식, 가위

마음을 포장하는 브랜드 가위(kawi) 인터뷰

선물이 필요한 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 가위(kawi). 패턴지에서 스테이셔너리, 협업, 쇼룸까지 차근차근 영역을 넓혀온 5년. 가위를 함께 만드는 세 사람을 만났다.

선물을 건네는 가장 다정한 방식, 가위

선물을 고르는 시간은 떠올리는 시간이다. 이 사람은 어떤 색을 좋아했지, 요즘 무엇에 빠져 있지, 이걸 받으면 어떤 표정을 지을까. 선물의 무게는 가격이 아니라 그 시간에서 온다. 여기에 포장이라는 행위가 더해지면 선물은 비로소 완성된다. 뜯는 사람은 모르지만 싸는 사람은 안다. 모서리를 맞추고, 테이프를 감추고, 리본을 묶는 몇 분 사이, 마음이 한 겹 더 입혀진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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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wi

가위(kawi)는 그 시간을 만드는 브랜드다. 패턴 포장지와 바텀백, 메시지 카드, 기프트 택, 그리고 이름 그대로 가위까지. ‘The things that make us happy’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선물을 준비하는 사람의 마음을 조금 더 즐겁고 다정하게 만드는 제품을 선보인다. 브랜드명은 포장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도구인 ‘가위’에서 가져왔다. 흔한 단어지만 오히려 오래 기억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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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 See me © kawi

브랜드의 시작은 영국에서였다. 디자인 에이전시와 물류 회사에서 오랜 시간 디자이너로 일하던 이진현은 새로운 도전을 위해 영국으로 떠났다. 그곳에 머무는 동안 유독 자주 마주한 풍경이 있었다. 서점과 숍마다 엽서와 포장지를 고르는 사람들. 흐린 날씨와 달리 그들의 표정은 유난히 밝았다. 그 장면은 ‘선물이 필요한 날 가장 먼저 떠오르는 브랜드를 만들자’는 생각으로 이어졌고, 가위의 출발점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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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스튜디오에 자리한 긴 테이블. 스탠다드에이에서 제작한 7m 길이로, 포장 워크숍도 이 테이블 위에서 진행한다. © kawi

올해로 5년 차를 맞은 가위는 패턴지에서 시작해 스테이셔너리로 영역을 넓히며 브랜드의 세계를 차근차근 확장하고 있다. 인벤타리오 2회 연속 참가, 클럽창비 굿즈 제작, 일본 페이퍼 엑스포 참가, 성수 쇼룸 오픈까지 활동 반경도 한층 넓어졌다. 그사이 혼자 시작한 브랜드는 세 사람이 함께 만드는 브랜드가 됐다. 이진현 디자이너를 중심으로 이혜리 디자이너와 브랜드 매니저 송서영이 합류해 가위만의 결을 함께 만들어가고 있다. 중랑천이 내려다보이는 스튜디오에서 가위의 지난 5년과 앞으로의 이야기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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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이진현·이혜리 가위(kawi) 디자이너
송서영 가위(kawi) 브랜드 매니저

선물을 위한 패턴을 만든다는 것

가위는 2021년 시작한 브랜드지만, 출발점은 조금 특별하다. IT 회사와 함께 창업했다고 들었는데, 처음 브랜드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이진현 영국에서 돌아온 뒤 전 직장에서 함께 일했던 하재환 전무를 만났다. 현재 가위의 대표인 그 역시 ‘포장’을 오래 고민해온 사람이었다. 업의 특성상 거래처에 선물할 일이 많았는데, 회사 로고만 다른 같은 상자에 같은 선물을 돌리는 게 늘 아쉬웠다고. 그 지점에서 생각이 맞아, IT 회사와 가위를 동시에 창업했다. 처음에는 가위가 잘되지 않으면 다시 IT 회사 디자이너로 돌아가겠다는 생각이었다. 약 3년 동안 두 회사를 함께 운영했고, 가위가 점점 커지면서 지금은 브랜드에 집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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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의 바텀백 © ka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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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포장지부터 메시지 카드, 스테이셔너리까지 제품군이 확장되고 있다. 지금 가위를 어떤 브랜드로 정의하고 있나?

이진현 선물을 중심에 둔 브랜드다. 처음에는 패턴지와 바텀백처럼 선물 포장을 돕는 제품을 만들었다. 최근에는 그 패턴을 활용한 스테이셔너리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인벤타리오에 참가하면서 흥미로운 점도 발견했다. 누군가는 패턴지 브랜드로, 또 다른 사람은 바텀백 브랜드로 기억하고 있었다. 사람마다 가위를 떠올리는 제품은 달랐지만,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여전히 ‘선물’이다. 그 기반을 충분히 쌓은 뒤 새로운 제품군으로 확장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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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의 패턴은 특정 대상을 묘사하기보다 추상적인 형태가 많다. 패턴을 만들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이진현 취향을 타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선물을 받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성별이 드러나는 디자인은 최대한 배제했다.처음에는 연필선 중심의 패턴을 만들었다면, 이후에는 수채화나 다른 질감을 시도하며 폭을 넓혀갔다. 지금까지 단종된 제품을 포함해 약 40개의 패턴을 만들었다. 5년이 지나면서 보는 눈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만족했던 작업이 지금 보면 비슷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반대로 여러 번 재인쇄할 만큼 오래 사랑받는 패턴도 있다.

패턴마다 ‘Go Back’, ‘Georgia’, ‘Blue Light’처럼 고유한 이름이 붙어 있다. 이름에는 어떤 의미를 담았나?

이진현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가수 에밀리 킹(Emily King)의 노래 제목에서 가져왔다. 패턴이 열 개 정도 되었을 때 이름을 고민하다가 듣고 있던 앨범을 보게 됐고, 제목들이 짧으면서도 좋았다. 그렇게 시작했다. 가장 좋아하는 노래가 ‘Georgia’여서 첫 번째 패턴의 이름이 됐다. ‘빈티지 드로잉’처럼 설명적인 이름을 붙였다면 다른 이미지를 떠올리기 어려웠을 거다. 상상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싶었다. 지금도 새로운 패턴이 나올 때마다 그 가수의 곡에서 이름을 찾는다. 은퇴하시면 큰일이다.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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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패턴 하나가 완성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나?

이진현 스타일의 폭을 넓혀가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This Year’ 패턴도 ‘우리가 생각하는 반짝이는 것들’이라는 주제에서 시작했다. 큰 방향을 잡은 뒤 필요한 요소를 더하고, 서로 의견을 주고받으며 발전시킨다.

이혜리 각자가 생각하는 ‘반짝이는 것’을 적고 그림으로 옮기는 과정에만 한 달 정도 걸렸다. 그래서 더 애정이 가는 패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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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턴뿐 아니라 종이의 질감도 가위의 중요한 요소로 보인다. 패턴지에 사용하는 종이는 어떤 기준으로 선택하나?

이진현 패턴마다 사용하는 종이가 다르다. 인쇄 품질도 중요하지만 실제 포장했을 때의 느낌을 가장 중요하게 본다. 너무 빳빳하거나 쉽게 구겨지거나, 안쪽이 비친다면 포장지로서 의미가 없다. 비침 정도까지 테스트하다 보니 사용할 수 있는 종이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 최근에는 일본에서 종이를 직접 수입해 인쇄하기도 했다.

앞으로 새롭게 시도해 보고 싶은 소재가 있다면?

이진현 한지에 관심이 있다. 예전에는 가격 부담 때문에 쉽게 시도하지 못했다. 고급화하면 대중과 멀어질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다. 금박을 입힌 고양이 패턴처럼 가격대가 높은 제품도 꾸준히 사랑받는 모습을 보며, 좋은 소재가 가진 가치를 전달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일본이 자국 종이의 가치를 잘 전달하는 것처럼 우리도 한국의 한지를 가위만의 방식으로 풀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소량이라도 한번 시도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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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이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활용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나? 특히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다면?

이혜리 최근 인벤타리오 때 계산 영수증에 넣어둔 고양이 일러스트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이 많았다. 영수증으로 다이어리를 꾸몄다는 후기도 있었다. 아주 작은 요소까지 즐겨주시는 걸 보며, 디테일 하나하나를 더 신경 써야겠다고 느꼈다.

이진현 그 고양이는 원래 리본을 물고 포장을 돕는 장면에서 시작한 캐릭터다. 로고만으로는 브랜드의 이야기를 모두 담기 어렵다고 생각해, 하나의 이미지로 가위를 기억할 수 있도록 마스코트처럼 활용하고 있다.


가위를 함께 만드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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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터뷰에는 세 분이 함께 자리했다. 각자 어떤 계기로 가위에 합류했고, 지금은 어떤 역할을 맡고 있나?

이혜리 그래픽 디자인 전반, 특히 손그림 기반의 시각 작업을 맡고 있다. 진현 님과는 10년 전 같은 회사에서 동료로 만났다. 그림을 그리고 싶어 퇴사했지만 막상 독립해 보니 쉽지만은 않았다. 가위가 시작된 지 1년 정도 되었을 때 합류 제안을 받았고,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다.

송서영 지난해 12월 파트타이머로 시작해 올해 2월 정식으로 합류했다. 온라인 주문과 배송, 납품 관리, 쇼룸 운영처럼 고객과 가까운 업무를 담당하고 있다. 원래 좋아하던 브랜드라 채용 공고를 보자마자 지원했다. 이력서에도 가위 제품을 실제 사용하는 모습을 담아 보냈다. 함께 일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찾아갔고, 지금은 브랜드 운영 전반을 돕고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며 일하는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웃음)

이진현 파트타이머로 함께하는 분들도 세 분 더 있다. 그중 한 분은 일본에서 취득한 선물 포장 자격증을 가진 전문가다. 그분이 가위의 포장 워크숍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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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에서 진행하는 선물 포장 워크숍 © kawi
가위는 선물 포장 워크숍도 운영하고 있다. 주로 어떤 사람들이 참여하나?

이진현 한 번에 6명 정도 참여하고, 무료로 진행하지만 모집을 시작하면 빠르게 마감된다. 참여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비슷한 고민이 있다. 회사에서 포장을 맡았다가 어려움을 겪었거나, 손재주가 없다고 생각해 시도하지 못했던 분들이다. 선물은 누군가에게 건네는 것이기 때문에 ‘잘해야 한다’는 부담이 큰 것 같다. 그런데 막상 해보면 대부분 잘한다. “생각보다 쉽네요”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뿌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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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 포장이라는 분야에 진심인 사람들이 모인다는 점도 흥미롭다. 함께 일할 사람을 선택할 때 중요하게 보는 기준이 있다면?

이진현 자기 자신도 좋아하고, 일도 좋아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할 수 있는 사람과 함께하고 싶다. 혜리 님과는 이틀 동안 집에 들어가지 못할 정도로 바쁘게 일했던 시절을 함께 보냈다. 이전 회사에서 힘들게 일했던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우리가 만드는 회사만큼은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했다. 물론 팀을 꾸리는 과정이 항상 쉽지만은 않았다. 둘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자고 생각했던 순간도 있었고, 더 성장해야 한다고 마음먹은 순간도 있었다. 지금은 각자의 역할에서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며 브랜드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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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스튜디오 일부를 쇼룸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 시점에 공간을 열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나?

이진현 오프라인 행사에 나갈 때마다 가장 많이 들었던 질문이 “오프라인 매장은 어디에 있나요?”였다. 해외 행사에서는 한국 여행을 앞두고 가위를 찾아갈 수 있는 곳을 묻는 분들도 있었다. 편집숍마다 취급하는 제품이 달라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당장 독립된 매장을 열 준비가 된 것은 아니었지만, 가위의 모든 제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공간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1년 정도 고민한 끝에 지금의 쇼룸을 시작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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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 선반과 계산대는 지난해와 올해 인벤타리오 부스를 위해 만든 구조물을 스튜디오로 옮겨온 것이다. 행사가 끝난 뒤 가져올 것을 염두에 두고 제작했다고. © kawi
앞으로 상시 운영하는 독립된 공간도 계획하고 있나?

이진현 언젠가는 숍을 열고 싶다. 다만 공간 자체보다 그곳에서 어떤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하고 있다. 지금 쇼룸이 가위의 제품을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공간이라면, 앞으로의 숍은 선물과 포장을 더 깊게 경험할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한다. 해외의 다양한 패턴지를 소개하거나, 포장 서비스를 운영하는 등 선물을 준비하는 과정 전체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을 구상하고 있다.

가위가 만들어가는 다음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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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kawi
가위의 패턴은 자체 작업뿐 아니라 다양한 작가와의 협업을 통해 확장되고 있다. 협업할 작가를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기준은 무엇인가?

이진현 특정 작가를 먼저 떠올리기보다, 지금 가위에 어떤 스타일이 필요한지를 먼저 생각한다. 귀여운 분위기가 필요하면 가위와 결이 맞는 작가를 찾고, 인물이 등장하는 패턴이 필요하면 그런 작업을 하는 작가에게 협업을 제안한다.

지금까지 진행한 협업 가운데 특히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가 있다면?

이진현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그림을 보면 ‘이걸 패턴으로 만들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자주 한다. 코로나 시기에 오사카 문구 엑스포에서 인상 깊게 본 작가가 있었는데, 2년 뒤 카미하쿠 행사에서 우연히 만나게 됐다. 바로 옆 부스에 계셔서 협업을 제안했고, ‘여름’을 주제로 작업을 부탁드렸다. 불꽃놀이와 풍경소리, 부채를 든 인물처럼 작가가 떠올린 여름의 장면을 패턴으로 담았다. 원화 작업이라 스캔한 뒤에도 질감이 살아 있고, 색감도 좋아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패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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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럽창비 2와 3기 웰컴키트 © kawi
창비의 독서 멤버십 ‘클럽창비’ 웰컴키트를 2기에 이어 3기까지 제작했다. 출판사와의 협업은 어떤 차이가 있었나?

이진현 브랜드의 정체성에 맞추기보다 우리가 해보지 않았던 표현을 기대해 주셨다. 놀라웠던 건 수정이 거의 없었다. 스케치와 컬러 시안을 모두 좋게 봐주셨고, 작업을 신뢰해 주셨다. 올해는 창비 60주년을 맞아 ‘시간’을 주제로 작업했다. 클럽창비 회원들에게 시간을 선물한다는 마음으로 컵, 노트, 북 커버 등에 이야기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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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설을 앞두고 프리미엄 한우 브랜드 설로인과 협업해 제작한 세뱃돈 봉투 3종. © ka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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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스킨케어 브랜드 연작(YUNJAC)의 2023 홀리데이 시즌 기프트 랩핑 페이퍼. 연작의 상징인 전초(全草)를 마름모 패턴과 리스로 표현했다. © kawi
반면 브랜드 아이덴티티가 분명한 곳과 협업할 때는 어떤 방식으로 접점을 찾아가나?

이진현 연작은 꽃과 뿌리라는 상징이 분명한 브랜드였다. 특히 뿌리까지가 연작의 정체성이어서, 그 요소를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표현하는 과정이 가장 고민됐다. 시안 세 가지 가운데 하나가 선택됐는데, 최종 시안으로 선택되지 않은 작업도 아쉬움이 남았다. 뿌리를 덜어내고 꽃과 잎을 다시 다듬어 가위만의 패턴으로 발전시켰고, 그게 지금의 41번 패턴 ‘See me’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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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 인벤타리오 부스 전경. 패턴지를 반으로 접어 행잉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 © kaw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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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인벤타리오 부스 전경. 패턴 한 면 전체가 보이도록 디스플레이 방식을 구성했다. © kawi
다양한 협업을 통해 가위의 패턴 세계를 넓혀왔다면, 이제는 오프라인에서도 브랜드를 직접 경험할 수 있는 접점을 만들어가고 있다. 국내 문구 페어 ‘인벤타리오’에 두 해 연속 참여했는데, 가위를 하나의 브랜드로 알리는 데 어떤 의미가 있었나?

이진현 짧은 기간 안에 그렇게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는 기회는 흔치 않다. 문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인 만큼 가위를 알리는 데 효과적이었다. 비즈니스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인벤타리오에서 보고 연락드렸다”는 문의가 지난해부터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가위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새로운 기회로 연결되는 공간이라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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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매거진 〈Letters〉에 한국의 종이 브랜드로 소개된 것을 계기로 일본 페이퍼 엑스포에도 참가하게 됐다. 현장에서 느낀 한국과의 차이가 있었나?

이혜리 감정 표현의 방식이 달랐다. 한국에서는 좋아도 조금 조심스럽게 이야기하는 편이라면, 일본에서는 “너무 좋다”는 말을 훨씬 적극적으로 표현해 주셨다.

이진현 노트에 사인을 요청하거나 개인 SNS를 팔로우하고 싶다고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었다. 팬레터와 선물을 받아본 것도 그때가 처음이었다. 무엇보다 만든 사람이 누구인지, 어떤 이야기를 가진 브랜드인지 관심을 가져주는 점이 인상 깊었다. 매일 조례를 하고 목표 관람객을 달성하면 운영 사무국이 다 함께 축하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모두가 다 같이 행사를 만들어간다는 분위기가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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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위 홈페이지 ‘Our Story’에는 브랜드를 만들어온 과정이 기록되어 있다. 지나온 시간을 기록하는 일은 가위에게 어떤 의미인가?

이진현 원래 내 이야기를 드러내는 걸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브랜드를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만드는 과정도 궁금해할 것 같아 기록을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 다시 읽어보면 첫 납품을 기뻐했던 순간이나 당시의 고민이 그대로 남아 있다. 그때의 열정도, 조급했던 마음도 다시 돌아보게 된다.

‘Our Story’에 기록한 10년이라는 목표의 절반에 도달했다. 올해로 5년을 지나는 지금, 처음과 비교해 가장 달라진 점은 무엇인가?

이진현 5년 전에는 10년을 이어온 브랜드가 그저 대단하게만 보였다. 어느새 가위도 그 절반에 와 있다. 올해는 여름 비수기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바빴다. 찾아주는 사람도, 입점처도, 제품 수도 모두 늘었다. 브랜드가 성장한 만큼 나 역시 유연해졌다. 전에는 더 예민하고 시야가 좁았다면, 지금은 다양한 가능성을 여유 있게 받아들이게 됐다. 품질에 대한 기준도 높아졌다. 생산량은 수백 개에서 수천 개 단위로 늘었지만 검수 과정은 오히려 더 꼼꼼해졌다.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면 모두 폐기한다. 또 입점 제안이 와도 가위 제품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자리인지 판단할 수 있는 기준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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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가위가 새롭게 확장해 보고 싶은 영역이 있다면?

이진현 패브릭에 관심이 많다. 보자기처럼 천만이 줄 수 있는 포장 방식이 있고, 포장 외의 활용도 흥미롭게 보고 있다. 도자기에 가위의 패턴을 입히는 작업도 해보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선물 포장을 돕는 브랜드를 넘어, 선물 자체를 고를 수 있는 브랜드로 조금씩 확장해 나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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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가위가 함께한 선물을 통해 가장 전하고 싶은 마음은 무엇인가?

송서영 “나를 위해 정말 정성껏 준비했구나”라는 마음을 가장 먼저 느끼셨으면 좋겠다.​

이진현 포장에도 마음이 담긴다고 생각한다. 같은 선물이라도 어떻게 포장하고 건네느냐에 따라 그 마음은 더 잘 전달될 수 있다. 받는 사람이 그 마음까지 함께 느껴주셨으면 한다.

이혜리 선물을 받으면 “내가 특별한 사람이구나”라는 기분이 든다. 가위는 그 마음을 완성하는 마지막 요소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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