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불사조를 넘어 푸른 불꽃으로, 핫식스 패키지 디자인 리뉴얼 ② 토마스 스튜디오
롯데칠성음료 x 토마스 스튜디오
롯데칠성음료의 에너지 드링크 브랜드 ‘핫식스’가 새 옷을 입었다. 디자인은 토마스 스튜디오가 맡았다. 불사조 대신 네이밍과 플레임 블루를 앞세워 브랜드 전성기의 활력을 되살린 디자인 스토리를 전한다.

국내 최초의 에너지 드링크 핫식스가 새로운 패키지 디자인을 선보였다. 디자인은 패키지 디자인을 전문으로 하는 토마스 스튜디오가 맡았다. 이들은 관성적인 불사조 심볼 대신 소비자의 기억 속에 각인된 네이밍 자체에 주목했다. 윙팁 디테일을 더한 볼드 서체와 가장 뜨거운 불꽃 컬러인 플레임 블루, 실물 캔 인쇄의 디테일까지 브랜드의 전성기를 다시 깨운 디자인 비하인드를 소개한다.
Interview
김민정 토마스 스튜디오 대표
2015년에 설립한 토마스 스튜디오는 차별화된 비주얼 리서치를 통해 새로움과 트렌드를 반영한 결과물을 선보이는 브랜드 패키지 디자인 전문 기업이다. F&B, 뷰티, 헬스케어, 엔터테인먼트 등 소비자와 맞닿는 최적의 접점을 설계해왔으며, 최근 롯데칠성음료의 에너지 드링크 브랜드 ‘핫식스’의 패키지 디자인 리뉴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박지윤 토마스 스튜디오 디자이너
PLUS 1. 16년 자산 속에서 찾은 본질
국내 최초의 에너지 드링크 ‘핫식스’가 새로운 패키지를 선보였습니다. 패키지 디자인 전문인 토마스 스튜디오에서 디자인 리뉴얼을 진행했는데요. 롯데칠성음료와는 첫 작업이라고 들었습니다. 참여하게 된 계기와 배경이 궁금합니다.
김민정 롯데칠성음료와 처음 손을 맞춘 프로젝트였습니다. 브랜드 전문 에이전시가 전략이나 스토리를 세우는 데 강하다면, 패키지 전문 에이전시는 손에 잡히는 피지컬 구현에 강점이 있죠. 이번 작업은 편의점 진열대 위의 실물 캔을 통해 소비자와 직접 소통해야 하는 과제였습니다. 저희는 기획자 없이 전원 디자이너로 구성된 팀을 투입해 디자인 전략과 패키지 구현을 단절 없이 연결하고자 했습니다. 패키지 디자인 스튜디오로서 브랜딩의 뼈대까지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2010년 출시된 핫식스는 국내 에너지 드링크 시장에서 상징성이 큰 브랜드인데요. 핫식스를 어떻게 기억하고 계셨는지도 궁금합니다.
김민정 제게 핫식스는 2010년 처음 출시됐을 때 한국산 에너지 드링크로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었던 브랜드로 기억에 남아있어요. 당시 광고도 크게 주목받으며 젊은 층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처럼 자리 잡았죠. 다만 초기 성장기 이후 시간이 흐르면서, 과거의 활력 넘치던 브랜드 이미지를 현시점의 감각으로 다시 한번 환기할 필요가 있다고 보았습니다.
박지윤 솔직히 저는 이번 프로젝트를 맡기 전까지 핫식스를 알고만 있었지 직접 사서 마셔본 적은 없었어요. 저희 팀 구성원 다수가 2030 여성인데, 자주 마시는 남성 팀원을 제외하면 경험이 많지 않아 프로젝트 초반에 블라인드 테스트를 진행했죠. 직접 마셔보니 커피와는 다르게 짧은 시간에 집중력을 끌어올려 주는 명확한 에너지가 있더라고요.
핫식스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미지가 푸른색 캔과 날개를 펼친 불사조잖아요. 리서치 과정에서 불사조나 기존 시각 자산에 대해 새롭게 발견한 지점이 있었다면요?
김민정 실제로 롯데칠성음료 측에서도 초반에 “토마스 스튜디오가 재해석할 불사조는 어떤 모양일지 궁금하다”며 불사조를 첫 번째 과제로 제시했습니다. 사내 리서치 프로세스인 ‘TGI’를 통해 디자이너 30여 명을 모아놓고 소비자 관점에서 제품의 기억과 인상을 조사해봤 는데요. 불사조라는 단어는 거의 나오지 않았고, 대신 ‘불꽃’이라는 이미지가 반복해서 나왔습니다. 현재 패키지에는 불꽃이 없는데 왜 그렇게 떠올릴까? 살펴보니, 2010년 첫 출시 당시 광고에서 각인되었던 불꽃의 잔상이 이어져 온 것이더라고요. 브랜드는 불사조를 고유 자산이라 여겼지만, 대중은 예상과 다른 이미지로 기억하고 있었던 거죠. 클라이언트가 제시한 불사조라는 전제를 원점에서 다시 점검하고, 소비자의 시선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걸 확인한 계기였습니다.
“롯데칠성음료가 원했던 것은 단순한 그래픽 변경이 아닌,
김민정 토마스 스튜디오 대표
16년간 쌓아온 브랜드의 상징성을 현시점의 감각으로 환기하는 일이었습니다.
소비자의 기억 속 잔상을 덜어내고, ‘핫식스’라는 네이밍 자체를
시각 자산으로 세워 그 해답을 찾았습니다.“
박지윤 디자이너 관점이 아니라 일반 소비자의 시선으로 제품의 잔상을 모아봤을 때, 핫식스라는 이름 자체는 모두가 알지만, BI의 글꼴이나 구체적인 조형을 기억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어요. 블루 컬러나 특유의 뾰족하고 날카로운 느낌 정도만 어렴풋이 공유하고 있었죠. 불사조는 정작 소비자에게 뚜렷한 상징으로 각인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모호한 형상보다 핫식스라는 네이밍 자체가 훨씬 강력하게 남아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면서, 디자인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어야 할지 방향이 명확해졌습니다.
PLUS 2. 불사조를 지우고 ‘이름’을 세우다
소비자의 기억 속에 ‘불사조’ 대신 ‘이름’과 ‘불꽃’이 남아 있었다는 점이 디자인의 방향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겠군요.
김민정/박지윤 핫식스라는 이름 자체는 모르는 사람이 없는데, “어떤 글꼴이나 시각 요소가 떠오르느냐”고 물으면 다들 형태를 떠올리지 못했어요. 16년 된 브랜드인데 레터링의 조형적 특징이 흐릿하다는 점은 중요한 인사이트였죠. 브랜드 내부에서는 불사조 모티프를 소중하게 다뤄왔지만 정작 소비자는 이름만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불사조를 배제하기보다는 네이밍의 볼륨감을 키워 시각적 실체를 명확히 부여하는 것이 이번 작업의 본질적인 과제라고 판단했습니다.
타깃 고객을 정의하는 과정에서도 흥미로운 관점이 오갔다고 들었습니다.
김민정 에너지 드링크 시장은 여성이 진입하기 어려운 특성이 있습니다. TGI에서도 확인했듯이 여성들은 피로 회복을 위해 커피를 주로 찾지, 에너지 음료를 적극적으로 소비하지 않거든요. 편의점 매대를 살펴보니 10대와 20대 학생층은 신규 브랜드나 대용량 제품을 주로 소비하고 있었습니다. 핫식스 오리지널의 타깃을 넓히기보다 과거 학창 시절이나 도서관에서 핫식스를 마셨던 ‘3040 직장인 남성’으로 좁혔습니다. 사회인이 된 그들에게 과거의 기억을 환기하는 동시에 브랜드를 처음 접하는 세대에게는 클래식하면서도 현대적인 인상으로 다가가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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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가 제품을 마주하는 실제 유통 현장도 자세히 관찰하셨다고요.
박지윤 디자인을 모니터 안에서만 바라보면 매대 환경을 놓치기 쉽습니다. 편의점과 마트를 찾아가 진열대 사진을 찍고 점주분들께 어떤 제품이 잘 팔리는지, 왜 이렇게 진열하는지 직접 묻는 조사를 진행했습니다. 편의점은 음료가 빼곡하게 들어차 있고 하단 가격표가 제품 앞을 가리는 사각지대가 생깁니다. 대형마트는 캔을 세우지 않고 눕혀서 진열하기도 하죠. 복잡한 그래픽이 쏟아지는 냉장고 안에서 여러 요소를 설명하기보다, 시선이 머무는 찰나에 단 하나의 메시지로 꽂혀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PLUS 3. 윙팁 레터링부터 플레임 블루까지
새로운 패키지 중심에 자리 잡은 ‘볼드 레터링’과 ‘불사조의 일체화’는 매대에서 브랜드의 존재감과 가시성을 확보하기 위한 현장 분석의 결과물이었군요.
김민정 불사조와 브랜드명을 분리하면 한정된 캔 면적에서 글자가 작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매대 위 시인성을 확보하려면 요소를 하나로 묶어야 했죠. 불사조를 따로 그리는 대신 ‘HOT6’ 영문 레터링의 윙팁(Wing Tip)과 획 끝에 날갯짓과 불꽃의 인상을 녹여냈습니다. 전면을 가로지르는 세로형 레이아웃을 택해 세워진 편의점 매대와 눕혀 진열되는 마트 매대 모두에서 브랜드 돌출성과 가시성을 확보했습니다.
박지윤 기존 핫식스의 골격은 유지하되 가로 폭을 넓혀 꽉 찬 네모꼴 구조로 다듬었습니다. 그래픽을 분리하기보다 서체 자체의 무게감을 키워 멀리서도 핫식스라는 실체가 직관적으로 드러나도록 한 거죠.
메인 BI의 레터링 구조와 디테일도 눈에 띕니다. 기존 폰트를 활용한 건가요?
박지윤 기성 폰트를 사용하지 않고 오리지널 핫식스 서체를 바탕으로 디자이너가 직접 레터링을 진행했습니다. 불사조가 빠진 상태에서 글꼴의 기본 골격까지 바꾸면 소비자가 제품을 인지하기 어렵기 때문이죠. 기존 영문과 숫자의 구조적 비례는 지키되, 불사조 날개 형상을 서체 안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캔 패키지뿐만 아니라 다양한 서브 제품과 매체에서도 쓰여야 해서 가독성이 가장 중요했죠. 기울기가 과하면 숫자 ‘6’이 알파벳 ‘G’로 왜곡될 수 있어, 속도감을 살리면서도 ‘6’으로 읽히는 각도를 단계별로 검증했습니다.
컬러의 변화도 돋보입니다. 기존 핫식스의 블루보다 훨씬 밝고 역동적인 인상을 받았어요.
김민정 소비자 인식 조사에서 핫식스의 고유 색상은 ‘블루’였지만, 기존 패키지는 톤이 다소 어두웠습니다. 차별화된 푸른빛을 정의할 기준이 필요했죠. 불꽃에서 가장 높은 온도로 타오르는 중심부 색상이 파란색이라는 점에 주목했습니다. 차가운 블루 캔과 ‘핫(HOT)’이라는 브랜드명의 역설을 연결해, 가장 뜨거운 불꽃을 상징하는 ‘플레임 블루’를 메인 컬러로 정립했습니다.
“불꽃에서 가장 뜨거운 온도는 빨간색이 아니라 파란색입니다.
김민정 토마스 스튜디오 대표
차가운 블루 캔과 ‘핫(HOT)’이라는 브랜드명의 역설을 ‘플레임 블루’라는 시각 언어로 풀었습니다.”
오리지널뿐만 아니라 제로나 더 킹 같은 서브 라인업의 시각 체계도 함께 고민하셨다고요.
김민정 핫식스는 오리지널을 중심으로 더 킹과 같은 파생 라인을 이끄는 ‘보증 브랜드’ 역할을 해야 했습니다. 서브 제품군에 축소 적용되어도 가독성이 유지되는 최소 스케일과 획 두께를 계산했죠. 특히 ‘핫식스 제로’는 시장 공식으로 자리 잡은 블랙 바디를 유지하되 리뉴얼된 레터링을 얹었습니다. 무리하게 색을 바꾸기보다 익숙한 시각 문법을 따르며 브랜드 존재감을 확보했죠.
평면 디자인을 입체인 캔에 구현할 때 형태 왜곡이나 인쇄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셨나요?
박지윤 평면 도면을 둥근 캔에 감으면 글자가 좌우로 압축되거나 여백이 넓어 보이는 왜곡이 생깁니다. 1:1 출력물로 캔을 감싸보며 자간과 비례를 미세하게 조정했습니다. 카페인, 타우린 등 핵심 성분(USP) 정보는 전면에서 덜어내 후면 상단 아이콘으로 재배치해 시선 분산을 막았습니다. 금속 표면의 특성을 살리는 일도 중요했는데요. 알루미늄 캔은 흰 종이가 아닌 은색 금속 위에 잉크를 얹기 때문에 종이 팬톤칩만으로는 색감을 맞추기 어렵거든요. 시중 메탈 캔 제품을 직접 수집해 인쇄소에 실물 기준으로 제시하며 조색을 맞췄습니다. 또, 가까이서 봤을 때 디자인의 디테일을 살리는 요소로 닷그레인도 적용했습니다.
PLUS 4. 익숙함과 새로움 사이
16년 차 장수 브랜드인 만큼, 리뉴얼로 인한 소비자 혼선이나 이탈 리스크는 어떻게 관리했나요?
박지윤 무엇을 더할지보다 무엇을 지킬지가 중요했습니다. 흩어져 있던 요소를 정돈해 ‘핫식스’라는 네이밍의 무게감을 세우는 것만으로도 충분했죠. 기존 고객에게는 익숙함을, 새로운 세대에게는 정돈된 첫인상을 주는 기준을 잡았습니다.
김민정 리뉴얼의 핵심은 새 소비자를 유입하면서도 기존 고객을 잃지 않는 데 있었습니다. 초기 시안 중에는 과감한 이탤릭 서체나 새 캐릭터를 도입한 안도 있었지만, 이질감이 커 배제했어요. 불사조와 텍스트를 하나로 합치는 구조적 변화를 준 대신, 레터링의 기본 뼈대와 ‘블루’, ‘블랙(제로)’이라는 상징 컬러는 유지해 안정감을 더했습니다.
![[Project+] 불사조를 넘어 푸른 불꽃으로, 핫식스 패키지 디자인 리뉴얼 ② 토마스 스튜디오 2 20260908072927 20260908 072927](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9/08162929/20260908072927-20260908_072927-832x1248.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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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안 외에도 마지막까지 경합한 후보 시안도 궁금합니다.
김민정 클라이언트 측에서 “토마스 스튜디오가 재해석할 불사조가 궁금하다”라는 과제를 주셨기에 불사조를 활용한 시안도 다각도로 검토했습니다. 불사조 몸통과 숫자 ‘6’을 엮거나, 불사조 실루엣 안에 ‘H’와 ‘6’을 모노그램처럼 결합한 심볼 중심 안도 있었죠. 하지만 매대 환경에서는 요소를 나열하기보다 하나의 굵직한 레터링으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편이 효과적이라는 공감대가 모여 지금의 일체형 디자인을 택했습니다.
새로운 패키지가 공개된 이후 접한 피드백 중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요?
박지윤 최근 들어 핫식스를 소비하지 않았던 소비자가 편의점 냉장고 앞에서 다시 제품을 집어 들기 시작했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번 핫식스 패키지 디자인 리뉴얼 프로젝트를 한마디로 정의한다면요?
김민정/박지윤 ‘From Assets to Attitude’. 흩어진 시각 자산을 하나로 정리하는 데서 나아가, 핫식스다운 태도와 방향을 새롭게 구축한 프로젝트입니다.
Information
핫식스 패키지 디자인 리뉴얼
클라이언트 롯데칠성음료 탄산BM팀(이진석 팀장·핫식스BM 김화언 매니저·최정은 프로)
디자인 토마스 스튜디오(대표 김민정)
크리에이티브 디렉션 김민정(토마스 스튜디오)
키 디자이너 박지윤(토마스 스튜디오)
서브 디자이너 정민선, 안현근(토마스 스튜디오)
디자이너 임선영, 김수민, 박소영(토마스 스튜디오)
![[Project+] 불사조를 넘어 푸른 불꽃으로, 핫식스 패키지 디자인 리뉴얼 ② 토마스 스튜디오 6 20260908065703 20260908 065703](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9/08155705/20260908065703-20260908_065703-832x832.jpg)
![[Project+] 불사조를 넘어 푸른 불꽃으로, 핫식스 패키지 디자인 리뉴얼 ② 토마스 스튜디오 7 20260908070147 20260908 070147](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9/08160148/20260908070147-20260908_070147-832x83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