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 알토가 추구한 웰빙의 형태는? 〈Aalto Design – Shapes of Wellbeing〉전

'웰빙'으로 다시 읽는 알토의 건축·디자인

헬싱키 건축·디자인 박물관에서 알토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오는 2027년 1월 3일까지 열리는 전시는 인간 중심의 '웰빙'을 추구한 아이노, 알바, 엘리사 알토의 디자인을 재조명한다. 

알바 알토가 추구한 웰빙의 형태는? 〈Aalto Design – Shapes of Wellbeing〉전

핀란드 헬싱키에 있는 건축·디자인 박물관(Architecture & Design Museum Helsinki)에서 핀란드 디자인의 대명사 알토의 특별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Aalto Design – Shapes of Wellbeing〉은 아이노·알바·엘리사 알토의 건축과 디자인을 ‘웰빙’이라는 키워드로 다시 읽는 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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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lto Design – Shapes of Wellbeing〉 전시 도입부 전경, Architecture & Design Museum Helsinki (2026). 사진 Paavo Lehtonen

국제적으로 ‘알토’라는 이름은 흔히 알바 알토 한 사람만을 떠올리게 하지만, 사실 이 이름을 만든 건 세 사람이다. 아이노 마르시오알토(Aino Marsio-Aalto)는 알바의 첫 부인이자 대등한 디자인 파트너로, 아르텍(Artek) 창립 멤버이자 초대 예술감독을 지내며 유리 작업으로 이름을 알렸다. 엘리사 알토(Elissa Aalto)는 알바의 오랜 협력자였다가 그의 두 번째 부인이 되었고, 알바 사후에는 직접 사무소를 이끌며 미완성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여러 알토 건축물의 복원을 주도했다.

세 사람이 출발점으로 삼은 건 심리적·신체적 욕구를 지닌 ‘인간’이었다. 웰빙은 사람과 자연, 건축 환경 사이의 균형에서 비롯된다고 보았다. 효율성과 합리주의가 지배하던 시대에 이런 발상은 급진적이었다.

알토 가족이 이미 오늘날 우리가 ‘Planetary wellbeing’이라 부를 만한 것을 고려하고 있었다는 점이 놀랍다. 인간은 자연보다 위에 있는 존재가 아니라 자연의 일부이며, 그 관계는 취약하면서도 필수적이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사유를 우리 시대의 질문을 통해 다시 짚어본다.

비 칼하마(Pilvi Kalhama), 헬싱키 건축·디자인 박물관 관장

알토가 꿈꾼 지상 낙원

전시는 알토 가족의 디자인과 웰빙에 대한 사유가 파이미오 결핵요양원(1929–33)에서 시작해 빌라 마이레아(1938–39)를 거쳐 후기 작업의 철학적 핵심으로 발전해가는 과정을 따라간다. 파이미오에서 시작된 풍경과의 관계는 카우투아 테라스 하우스(1937–38)를 거치며 깊어지고, 빌라 마이레아에 이르러 자연과의 연결이 정점에 달한다. 여기에 나무의 따스함과 붉은 벽돌의 감각적 질감을 향한 알토 가족의 오랜 재료 실험이 더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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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노·알바 알토, 빌라 마이레아(Villa Mairea, 1938–39), 노르마르쿠(Noormarkku). 사진 Rauno Träskelin

알토 가족에게 재료와 디테일, 빛, 주변 환경은 서로 떨어진 요소가 아니라 웰빙을 이루는 필수적인 토대였다. 이들은 그것을 스스로 ‘지상의 낙원’이라고 불렀다.

유타 튕퀴넨(Jutta Tynkkynen)·페테리 쿠말라(Petteri Kummala), 큐레이터

박물관 소장품과 더불어 알바 알토 재단, 파이미오 결핵요양원 재단에서 대여한 작품을 합쳐 드로잉, 모형, 가구, 유리작품, 재료 실험, 예술작품이 전시장에서 서로 대화한다. 빌라 마이레아를 하나의 총체적 예술작품으로 구현한 몰입형 설치도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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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미오 요양원 병실을 재현한 전시 설치, 〈Aalto Design – Shapes of Wellbeing〉(2026). 사진 Paavo Lehtonen

직접 체험하는 알토의 유산

파이미오 결핵요양원을 소재로 삼은 일로나 사가르(Ilona Sagar)의 3채널 필름 설치작품 ‘Other Actors'(2025)도 이번 전시를 통해 핀란드에서 첫선을 보인다. 2025년 알바 알토 재단과 협업해 런던 스탠리 피커 갤러리(Stanley Picker Gallery)에서 처음 선보였던 이 작품은 신체와 건축, 건강과 유지·보수의 관계를 파이미오 결핵요양원을 매개로 들여다본다. 화면에 등장하는 세 인물은 각각 프린스턴대학교 건축사학자 베아트리스 콜로미나(Beatriz Colomina), 오울루대학교의 헤이니 하코살로(Heini Hakosalo), 헬싱키대학교 노르딕학 교수 페터 스타디우스(Peter Stadius)다. 이들은 각각 건축과 미디어·기술의 관계, 결핵을 포함한 의학사, 북유럽 지역 정체성의 역사를 연구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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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로나 사가르, 〈Other Actors〉(2025) 스틸컷 — 파이미오 요양원의 일광욕 테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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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로나 사가르, 〈Other Actors〉(2025) 스틸컷. 파이미오 요양원의 계단. 노란 바닥과 청록 난간은 결핵 치료에 중요했던 ‘햇빛’을 실내로 끌어들이려 한 알토의 실제 색채 계획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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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이 〈Other Actors〉을 감상하는 모습, 〈Aalto Design – Shapes of Wellbeing〉 (2026). 사진 Paavo Lehtonen

촬영 당시 파이미오 요양원은 병원에서 새 용도로 전환되는 시기였고 복원 공사도 한창이었다. 사가르는 전·현직 의료·관리 인력, 아르텍(Artek) 직원, 알토 사무소의 생존 건축가들과 협업했고, 알토대학교와 결핵 연구자들의 자문을 더해 결핵이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질병이라는 관점을 담았다. 작품이 묻는 건 결국 돌봄과 유지·보수, 그리고 시간이 흐르며 무엇을 지킬 것인가라는 질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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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람객이 머물며 자료를 열람할 수 있는 ‘Aalto Lounge’ 전경, 〈Aalto Design – Shapes of Wellbeing〉 (2026). 사진 Paavo Lehtonen

전시 공간은 린다 베르그로스(Linda Bergroth)가 디자인했다. 전시는 ‘알토 라운지(Aalto Lounge)’에서 정점을 이루는데, 휴식과 성찰을 위한 차분한 공간으로 관람객이 오리지널 알토 오브제들 사이에 머물며 공간이 몸과 마음에 미치는 영향을 직접 탐색하도록 이끈다. 이 라운지는 대관 가능한 체험형 미팅·행사 공간으로도 쓰인다.

형태는 미적 요소가 아니라 웰빙이다?

전시와 함께 출간된 동명의 도록 『Aalto Design: Shapes of Wellbeing』의 표지에는 알바 알토가 1955년 남긴 문장이 실려 있다.

형태는 명확히 정의할 수 없는 신비이지만,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든다. 단순한 사회복지와는 다른 종류의 웰빙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알바 알토, 1955

알토에게 형태는 단순한 미적 요소가 아니라 웰빙과 뗄 수 없는 것이었다. 카르훌라-이딸라(Karhula-Iittala)가 개최한 디자인 공모전에서 우승하며 탄생한 ‘사보이 화병(Savoy vase)'(1936)이 대표적인 사례다. 자유롭게 굽이치는 비대칭 곡선으로, 당시를 지배하던 엄격한 기하학적 기능주의에 정면으로 맞섰다. 동시에 유리가 가진 투명함과 반사, 유연함이라는 물성을 살려 손끝과 눈이 동시에 즐거워지는 사물을 만들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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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보이 화병을 비롯한 알토 유리 컬렉션, 〈Aalto Design – Shapes of Wellbeing〉 전시 전경 (2026). 사진 Paavo Lehton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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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alto 화병'(1937년 제작), mouthblown glass, 카르훌라-이딸라(Karhula-Iittala) 제작. Foundation for the Finnish Museum of Architecture and Design 소장. 사진 Rauno Träskelin

알토의 건축은 이제 디자인의 영역을 넘어 인류의 유산이라는 관점으로 세계적 관심을 받고 있다. 파이미오 결핵요양원과 빌라 마이레아를 포함해 아이노·알바·엘리사 알토가 설계한 13개 건축물은 ‘알토 웍스(Aalto Works)’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신청한 상태다. 세계유산위원회의 자문기구인 이코모스(ICOMOS)는 이미 등재를 권고했고, 최종 결정은 7월 19일부터 29일까지 부산에서 열리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내려진다. 등재가 확정되면 핀란드의 여덟 번째 세계유산이자, 근대 건축으로는 처음으로 이름을 올리게 된다.

〈Aalto Design – Shapes of Wellbeing〉
주소 헬싱키 건축·디자인 박물관​
기간 2026년 6월 5일 ~ 2027년 1월 3일
기획 필비 칼하마, 페테리 쿠말라·유타 튕퀴넨(큐레이터), 카슨 챈(자문)
협력 알바 알토 재단, 파이미오 결핵요양원 재단, 아르텍
홈페이지 헬싱키 건축·디자인 박물관
인스타그램 @arkkitehtuuri_ja_designmu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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