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그림자의 집, 국제 건축 공모전 대상 받은 한국 건축가

자연광만으로 집을 설계하는 공모전 〈The Home of Shadows #4〉 수상작

건축 공모전 플랫폼 빌드너가 주최한 〈The Home of Shadows〉의 수상 결과가 발표됐다. 자연광만으로 주거 공간을 설계하는 이번 공모전에서 한국 건축가 이택훈의 'Below Shadows'가 대상을 받았다.

빛과 그림자의 집, 국제 건축 공모전 대상 받은 한국 건축가

빛이 아닌 그림자를 설계한다면 집은 어떤 모습일까. 인공조명을 걷어내면 태양의 움직임과 그에 따라 드리워지는 그림자가 동선과 분위기, 프라이버시를 결정한다. 지난 6월 16일 국제 건축 공모전 플랫폼 빌드너(Buildner)가 아이디어 공모전 〈The Home of Shadows #4〉의 결과를 발표했다. 자연광만으로 주거 공간을 설계하는 이번 공모전에서 한국 건축가 이택훈의 ‘Below shadows’가 대상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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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low shadows

〈The Home of Shadows〉는 빛을 건축의 보조 요소가 아닌, 공간을 만드는 핵심 재료로 삼는 공모전이다. 조건은 단 하나. 낮 동안 인공조명 없이 생활할 수 있는 집을 설계하는 것이다. 참가자들은 햇빛의 방향과 강도, 시간에 따른 변화를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고, 중정과 천창, 깊은 처마, 반사면, 좁은 개구부 등 자연광을 조절하는 건축적 장치만으로 공간을 구성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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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VA, What is the shape of light?

네 번째 에디션인 이번 공모전에는 멕시코, 영국, 미국, 호주, 태국, 스페인에서 활동하는 건축가와 조각가, 건축 전문 카피라이터 등 8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다. 모두 40개 팀이 수상 및 선정 명단에 이름을 올렸으며, 이 가운데 한국은 대상을 포함해 9개 팀이 선정됐다. 대상을 포함한 상위 세 작품을 중심으로 자연광을 건축의 재료로 해석한 서로 다른 접근을 살펴본다.


1st Prize Winner

Below shadows
이택훈, 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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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으로 내려앉은 집

‘Below Shadows’는 울창한 숲속 지형에 절반쯤 묻힌 반매립 주거다. 지면 아래 여러 개의 선큰 코트(sunken courtyard)를 두고, 이를 깊은 절개면과 슬릿 형태의 천창으로 연결했다. 빛은 이 집의 주인공이 아니다. 하루 중 정해진 시간, 정해진 곳에만 스며든다. 어둠을 공간의 기본 상태로 두고, 빛은 그 위에 잠시 머무는 요소로 다룬다.

육중한 단일 재질의 벽체와 절제된 기하학적 형태 역시 공간의 분위기를 완성한다. 장식을 덜어낸 대신 빛과 그림자의 경계가 공간을 구획한다. 숲의 녹음과 강렬하게 대비되는 붉은 매스 역시 인상적이다. 빛이 닿는 면과 그림자에 잠긴 면의 대비를 극대화해 단순한 형태에도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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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건축가 페르난다 카날레스(Fernanda Canales)는 숲 아래로 내려앉은 배치가 주변 환경과 깊은 관계를 만들고, 그 안에서 빛을 정밀하게 조율된 귀한 요소로 다뤘다고 평가했다. 수중 조각가 제이슨 디케리스 테일러(Jason deCaires Taylor)는 빛이 덧붙여진 요소가 아니라 건물을 조직하는 원리로 작동한다고 봤다. 심사위원들은 깊게 파인 중정과 제한된 개구부를 통해 압축과 개방, 은폐와 드러남이 교차하는 공간 경험을 구현했으며, 외부를 향해 열리기보다 안으로 침잠하는 주거를 제안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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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스튜디오 바크(Studio Bark)의 건축가 사라 브로드스톡(Sarah Broadstock)은 시적이면서도 절제된 건축적 제안이라며, 특히 단면 계획이 공모전의 요구에 독창적으로 응답했다고 평가했다. 다만 외부의 건축적 표현에 비해 내부 공간의 구성은 상대적으로 아쉽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이택훈은 고려대학교 건축학과를 졸업한 뒤 원오원아키텍츠와 정림건축에서 실무를 거쳤다. 현재는 개인 작업 단위인 MUM architects를 중심으로 실무와 국제공모전을 병행하고 있다.


2nd Prize Winner

LAVA
Marc Izaguerri, 영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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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산 지형을 파고든 집

2등은 영국의 마르크 이사게리 세라노(Marc Izaguerri Serrano)가 출품한 ‘LAVA’다. 화산 지형을 굴착해 만든 주거를 제안했다. 중앙 중정을 중심으로 공간을 배치하고, 천창과 프레임 형태의 개구부를 통해 자연광이 내부 깊숙이 스며들도록 했다. 화산암의 질감과 색조를 반영한 재료를 사용해 건축과 지형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허문 점도 특징이다. 공간마다 천장 높이를 달리해 같은 시간에도 서로 다른 빛이 머물도록 설계했다. 절제된 형태 안에서도 하루 동안 이동하는 햇빛이 공간의 인상을 끊임없이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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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날레스는 내부 깊숙이 스며드는 빛이 시간의 흐름을 환기한다고 평가했다. 스페인 라기요 아키텍츠(Laguillo Architects)의 건축가 이그나시오 라기요(Ignacio Laguillo)는 굴착과 볼륨의 압축, 중정을 중심으로 한 공간 구성이 대지의 환경 조건을 충실히 읽어낸 결과라고 봤다. 테일러는 카나리아 제도에서 생활한 경험을 언급하며 하늘과 빛, 지형의 관계를 예민하게 포착한 제안이라고 평했다.


3rd Prize Winner

What is the shape of light?
David Costantino Cirocchi, 스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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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의 흐름을 따르는 집

3등은 스페인의 다비드 코스탄티노 치로키(David Costantino Cirocchi)가 출품한 ‘What is the shape of light?’다. 완만한 구릉지를 따라 길게 이어지는 선형 주거를 제안했다. 전통적인 방의 구획 대신 빛의 이동과 사람의 동선을 중심으로 공간을 조직한 것이 특징이다.

벽은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좁아졌다가 다시 열린다. 그에 따라 공간은 압축과 확장을 반복하고, 자연광 역시 시간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스며들며 분위기를 바꾼다. 거주자는 집 안을 이동하는 과정에서 빛과 그림자의 변화를 경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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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기요는 이 작품이 주거 공간을 빛과 그림자, 움직임이 이어지는 하나의 연속체로 다시 정의했으며, 전체 출품작 가운데 가장 완결성 있고 일관된 제안이라고 평가했다. 태국 셰르 메이커(Sher Maker)의 건축가 파차라다 인플랑(Patcharada Inplang)은 단순한 동선으로 시선을 이끌면서 빛이 영역마다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한 설계라고 봤다. 관습적인 공간 인식에서 벗어나 복잡하지 않은 건축 요소만으로 빛과 그림자를 조화롭게 드러냈다는 평가다.

반면 같은 사무소의 건축가 통차이 찬사막(Thongchai Chansamak)은 빛과 그림자를 강조하기 위해 건물을 길게 펼친 전략이 의도만큼 충분한 효과를 내지는 못했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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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ildner Student Award 수상작 ‘Light of the Sit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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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ildner Sustainability Award 수상작 ‘Ikara-Flinders House’

전체 수상 결과 및 심사평은 빌드너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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