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후쿠오카에서 봐야 할 새로운 건축과 공간

하카타역과 텐진에서 발견한 도시 공간의 새로운 흐름

하카타역과 텐진을 중심으로 후쿠오카의 도시 풍경이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최근 문을 연 메이지공원과 텐진 비즈니스센터 II는 공원과 오피스라는 서로 다른 기능을 넘어, 건축을 시민에게 열린 공간으로 확장한다. 사람들이 걷고 머물며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는 장소로 변화하고 있는 후쿠오카의 새로운 건축을 살펴봤다.

지금 후쿠오카에서 봐야 할 새로운 건축과 공간

현재 하카타역을 중심으로 후쿠오카의 도시 풍경이 변화하고 있다. 최근 리뉴얼 오픈한 메이지공원부터 텐진 비즈니스센터 II, 니시니혼시티빌딩까지 새로운 공간들이 잇따라 문을 열었다. 이들 프로젝트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순한 재개발이 아닌 건축이 도시와 관계 맺는 방식에 주목한다는 점이다. 지역의 전통과 재료를 현대 감각으로 다시 해석하는가 하면, 공공 공간의 가치를 시민과 공유하는 지속 가능한 방식도 시도한다. 공원과 오피스, 은행, 호텔 등 기능은 서로 다르지만 건축을 닫힌 공간에 머물게 하지 않고 사람들이 만나고 머물며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열린 장소로 확장한다.

공중도로로 확장한 입체적 도시공원, 메이지공원(MEIJI PARK)

건축⋅설계 소우 후지모토 건축설계사무소(Sou Fujimoto Architects)
오픈일 2026년 8월 7일
위치 후쿠오카시 하카타구 하카타에키마에 3초메 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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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Tatemono

지난 8월 7일, JR 하카타역 인근에 메이지 공원이 새로운 모습으로 오픈했다. 3,572㎡ 규모의 도심 공원으로 소우 후지모토(Sou Fujimoto)가 프로젝트 총괄 디자인을 감수했다. 메이지공원을 설명하는 핵심 키워드는 ‘입체형 공원(three-dimensional park)’이다. 소우 후지모토는 ‘비싼 도심의 땅에서 공공 공간을 어떻게 더 넓고 다양하게 사용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프로젝트를 구상했다. 처음 부지의 모습은 주변 건물이 둘러싼 도시 속 안뜰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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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Tatemono

​하지만 그는 평평한 공원으로만 두기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입체적으로 기능을 확장하는 방식을 택했다. 그렇게 설계된 것이 226m 길이의 공중 산책로다. 광장과 녹지, 산책로, 건물의 테라스를 수직으로 연결해 하나의 공간처럼 이어지도록 한 것. 이 산책로는 이동 통로를 넘어 전망대와 휴식 공간, 이벤트가 열릴 때는 관람석으로도 활용된다. 또한 지상에서 상층부까지 완만한 경사로를 이어 휠체어나 유모차 이용자도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는 배리어프리 환경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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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Tatemono

메이지공원의 입체화는 단순히 사람을 위로 끌어올리는 장치가 아니다. 산책로의 높이가 달라지면서 식물과 사람의 관계가 달라지고 공원을 바라보는 시선과 경험 자체도 새롭게 만든다. 소우 후지모토의 여러 작업에서도 강조하는 ‘Between Nature and Architecture’, 즉 자연과 건축 사이의 모호한 영역을 이번에는 도시공원 규모로 확장한 프로젝트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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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kyo Tatemono

​운영 방식도 주목할 만하다. 메이지공원은 민간의 자본과 운영 노하우를 공원 조성과 관리에 활용하는 Park-PFI 1제도를 활용했다. 카페나 레스토랑 등 역시 단순한 임대 상업시설이 아니라 운영 수익과 민간의 노하우를 공원 관리와 활성화에 다시 연결하는 구조다. 이를 통해 도심의 공공 공간을 지속 가능하게 운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뿐만 아니라 후쿠오카시의 ‘도심의 숲 1만 그루 프로젝트’와 연계해 건물 테라스와 옥상까지 녹지를 확장했다. 메이지공원은 이동과 통근이 중심이던 하카타역 앞을 사람들이 천천히 걷고 머무는 도시 공간으로 바꾸었다.

팬데믹 이후 달라진 업무 방식을 담은 오피스, 텐진 비즈니스센터 II(Tenjin Business Center II)

건축⋅설계 시게마쓰 쇼헤이(Shohei Shigematsu) / 오엠에이(OMA)
오픈일 2026년 8월 4일
위치 후쿠오카시 주오구 텐진 1초메 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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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kuoka Jisho

텐진 비즈니스 센터 II는 2026년 8월 문을 연 후쿠오카 텐진의 대형 복합 오피스다. OMA 파트너이자 뉴욕 오피스를 이끄는 시게마쓰 쇼헤이가 건축 디자인을 맡았다. 흥미로운 점은 2021년 완공된 텐진 비즈니스 센터 I과 전혀 다른 모습이라는 것. 두 건물은 당초 하나의 계획으로 함께 구상되었지만, 그사이 팬데믹을 거치며 일하는 방식과 오피스의 역할이 크게 달라졌다. 텐진 비즈니스 센터 II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사람이 굳이 회사에 와야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를 다시 묻는 방향으로 설계를 발전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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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kuoka Jisho

​시게마쓰 쇼헤이는 첫 번째 비즈니스센터에서 부족했던 공공성을 아쉬움으로 꼽았다. 규제 완화를 통해 더 높은 용적과 개발 가치를 확보한 만큼 그 혜택의 일부를 공공 공간이나 시민이 이용할 수 있는 시설로 다시 도시와 나눠야 한다고 본 것이다. 이러한 생각은 II의 설계에 적극적으로 반영됐다. 임대 면적을 극대화하는 대신 저층부와 공용 공간을 크게 확장해 시민과 오피스 이용자가 자연스럽게 섞이는 공간을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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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kuoka Jisho

​이러한 고민은 건물 중앙에 자리한 ‘엑셀러리움(Accelarium)’에서 엿볼 수 있다. 이는 지하 2층부터 지상 5층까지 연결하는 대형 아트리움으로 단순한 개방 공간이 아니라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마주치며 교류하도록 의도했다. 오피스와 열린 공용 공간을 긴밀하게 연결해 새로운 네트워크와 사업 기회가 만들어지도록 했다. 여기에 스파, 피트니스, 라이브러리, 카페, 회의실 등을 갖춘 약 1,300평 규모의 입주사 전용 공용 공간 ‘Reboot!’를 마련해 업무 공간이 아닌 사람들이 찾아오고 머무는 오피스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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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ukuoka Jisho

​외부 동선도 끌어들였다. 지하상가와 거리, 광장, 공원, 건물 내부까지 동선이 이어지며 지하 2층은 이나바초도리 지하 통로와 기존 텐진 비즈니스센터로 직접 통한다. 녹지는 외부 광장에서 실내 공간까지 스며든다. 메이지공원과 마찬가지로 후쿠오카시의 ‘도심의 숲 1만 그루 프로젝트’와 연계해 내부에서도 공원에 머무는 듯한 분위기를 만들었다.

하카타역과 도시를 잇는 새로운 게이트웨이, 니시니혼시티빌딩(Nishi-Nippon City Building)

건축⋅설계 쓰리엑스엔 아키텍츠(3XN Architects)
오픈일 2026년 7월 21일
위치 후쿠오카시 하카타구 하카타에키마에 3초메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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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hi-Nippon City Bank

JR 하카타역 맞은편, 7월 21일에 정식 오픈한 니시니혼시티빌딩은 니시니혼시티은행 본점과 오피스, 상업시설, NCB홀을 갖춘 복합 건물이다. 내외부 건축 디자인은 덴마크의 3XN Architects가 맡았으며 이들의 일본 첫 완공 프로젝트이기도 하다. 프로젝트는 ‘사적인 은행이 어떻게 도시의 공공생활에 기여할 수 있을까’란 질문에서 출발했다. 새로운 본사를 얼마나 상징적으로 만들 것인가보다 역 앞의 거대한 은행 건물이 시민에게 어떤 공간을 내어줄 수 있을지를 먼저 고민했다. 건물 중간인 9층에는 수평으로 깊게 파인 틈을 두어 거대한 매스를 분절했고 저층부의 모서리는 들어 올리듯 비워냈다. 거대한 오피스 건물이 역 앞을 막는 벽처럼 느껴지지 않도록 시선과 보행이 자연스럽게 건물 안으로 스며들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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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hi-Nippon City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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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hi-Nippon City Bank

여기에 지하와 진입부, 지상에 마련한 세 개의 공공 광장을 하나의 동선으로 묶어 커넥티드 코어(Connected Core)를 완성했다. 지상 광장은 이벤트를 위한 열린 공간으로, 지하 광장은 지하철과 건물을 잇는 주요 동선으로 활용된다. 건물에서 메이지공원까지 이어지는 산책로도 조성했으며 저층부에는 시민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F&B를 배치했다. 또한 지하 2층에는 약 400석 규모의 NCB홀을 마련해 건물의 공공성을 한층 확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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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ishi-Nippon City Bank

외부 파사드에서도 이러한 의도를 확인할 수 있다. 가게 입구에 걸어 외부와 내부의 경계를 완전히 막지 않으면서 사람을 안으로 유도하고 빛을 걸러내는 일본 전통의 천 ‘노렌(暖簾)’에서 영감을 받아 디자인했다. 3XN은 노렌의 이미지를 파사드에 적용해 도시를 향한 개방감은 유지하면서 직사광선을 줄였다. 여기에 톱니형 입면과 유리, 불투명 타일의 교차 배치로 빛과 반사를 조절해 에너지 효율까지 고려했다. 메이지공원이 Park-PFI를 통해 공공 공간과 상업의 새로운 관계를 보여줬다면, 니시니혼시티빌딩은 개발 과정에서 얻은 혜택을 시민을 위한 공간으로 다시 돌려주는 방식을 보여준다.

규슈의 장인 기술을 머무는 경험으로 바꾼 호텔, 크래프트 아트 호텔 토우스미(Craft Art Hotel TOUSUMI)

건축⋅설계 에이치에스알 플래닝(H.S.R. Planning)
기획·운영 로컬 디자인(Local Design)
브랜드 디자인 로브(Lohb)
오픈일 2026년 7월 1일
위치 후쿠오카시 하카타구 기온마치 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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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h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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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ocal Design

토우스미(TOUSUMI)는 지난 7월, 후쿠오카 하카타구에 문을 연 크래프트 아트 호텔이다. 건축 설계는 후쿠오카의 에이치에스알 플래닝(H.S.R.Planning), 프로젝트 기획은 로컬 디자인(Local Design)이 맡았다. 로고와 브랜딩, 어메니티 프로듀싱은 후쿠오카 구루메에서 출발한 스킨케어 브랜드 소엘(seol)을 운영하는 로브(Lohb)가 참여했다. 여기에 규슈 각지의 공예 브랜드와 지역 크리에이터가 함께 완성한 공간이다. 호텔 이름은 등불의 심지를 뜻하는 ‘등심(灯心)’의 옛 표현에서 가져왔는데, 과거의 전통에 다시 빛을 밝히고 이를 오늘의 생활과 연결했다는 의미를 담았다. 디자인의 핵심은 ‘슈하리(守破離)’다. 수(守)는 전통을 지키고 파(破)는 그 본질을 탐구하며 리(離)는 이를 현대적인 방식으로 새롭게 풀어내는 과정을 뜻한다.

토우스미는 전통 공예를 전시물처럼 보여주는 대신, 실제 숙박 경험을 통해 전통이 오늘의 생활 속에서 어떻게 이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자 했다. 객실은 규슈산 목재와 오카와 가구, 구루메의 전통 직물, 야메의 등롱 제작 기술, 나가사키의 하사미 도자기, 야메산 차 등 지역의 재료와 공예로 채웠다. 투숙객은 머무는 동안 가구를 쓰고 차를 마시는 일상적인 행위를 통해 규슈의 재료와 장인 기술을 자연스럽게 경험한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에도 수작업의 감각을 담았다. 로고는 미세하게 형태가 다른 8개의 그래픽 요소로 구성했고, 태그는 활판인쇄로 제작해 종이 위에 손의 흔적이 남는 듯한 질감을 살렸다. 운영사 로컬 디자인은 이 경험이 호텔에서 끝나지 않고 오카와, 하시미, 야메 등 실제 공예 산지로 여행을 확장하길 기대한다. 결국 토우스미는 공예를 소비하는 호텔이 아니라 지역의 기술과 이야기를 미리 경험한 뒤 그 산지를 찾아가게 만드는 여행의 출발점인 셈이다.

여백과 간격으로 완성한 일본적 공간 미학, MoMA 디자인 스토어 후쿠오카(MoMA Design Store Fukuoka)

디자인 모먼트(MOMENT)
오픈일 2026년 4월 3일
위치 후쿠오카시 주오구 텐진 1초메 11-1, 원 후쿠오카 빌딩(ONE FUKUOKA BLDG.) 2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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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ariko YASAKA 출처 ⓒMOMENT

지난 4월, 후쿠오카 텐진의 원 후쿠오카 빌딩(ONE FUKUOKA BLDG.) 2층에 MoMA 디자인 스토어 후쿠오카가 오픈했다. 규슈 지역 첫 공식 매장으로 역사상 처음으로 일본 디자인 스튜디오 모먼트(MOMENT)가 단독 매장 설계를 맡아 더욱 주목받았다. 약 33평의 규모의 매장에서 800여 종의 디자인 제품을 선보인 것도 눈에 띄지만 공간 자체에 일본 건축의 미학을 현대적으로 풀어낸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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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ariko YASAKA 출처 ⓒMOMENT

이 공간의 포인트는 일본 건축의 ‘마(間)’다. 빈 공간이 아니라 공간과 사물 사이의 거리, 멈춤과 여백에서 만들어지는 관계를 의미한다. 모먼트는 이를 전통적인 장식이나 문양 대신 동선과 재료, 사물 사이의 여백으로 풀어냈다. 매장은 벽과 진열대를 대각선 방향으로 배치해 시선과 이동이 자연스럽게 안쪽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검은색과 밝은 회색 공간을 나눴고, 진열대의 방향도 조금씩 달리해 작은 매장에서도 이동할 때마다 새로운 제품과 공간이 보이도록 디자인했다. 제품을 빽빽하게 노출하기보다 각각의 디자인 오브제가 돋보일 수 있도록 의도적으로 여백을 둔 것. 지역성을 담은 재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한 것도 특징이다. 벽과 집기는 후쿠오산 삼나무로 마감했고, 공간 한쪽은 일본의 대표적인 타일 산지인 기후현 다지미의 타일을 적용했다.

이처럼 후쿠오카점은 MoMA의 디자인 세계관에 일본의 공간 감각과 지역 재료를 결합해 지역의 디자인 문화를 공간에 담아내는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 특히 일본인 디자이너가 단독으로 매장 설계를 맡은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입점한 원 후쿠오카 빌딩과의 관계도 흥미롭다. 텐진 빅뱅을 대표하는 복합개발 프로젝트로 상업시설과 오피스, 호텔, 공공 공간을 한데 모은 이 건물은 서로 다른 사람과 정보, 가치가 만나는 ‘창조의 교차점’을 지향한다. 이는 디자인을 통해 사람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연결하려는 MoMA의 방향성과도 상통한다. 후쿠오카점 오픈을 통해 MoMA는 텐진이 만들어가는 새로운 문화·디자인 생태계와 접점을 넓혔다.

객원기자 김소현

  1. Park-PFI는 일본의 도시공원에 적용하는 제도. 정식 명칭은 공모설치관리제도(公募設置管理制度)로 민간 사업자가 공원 안에 카페, 레스토랑 같은 수익 시설을 설치·운영하고, 그 사업성을 활용해 공원 시설의 정비와 관리에도 참여하도록 하는 방식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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