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린 밖에서 펼쳐지는 루카 구아다니노의 세계

바이시 구아다니노 포 자라홈

영화 감독 루카 구아다니노, 프로덕션 디자이너이자 건축가 스테파노 바이시가 자라홈(Zara Home)과 첫 라이프스타일 컬렉션 ‘바이시 구아다니노 포 자라홈’을 공개했다. 가구, 조명, 의류 등 총 200여 점으로 구성되었으며, 시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미학을 담았다. 출시 기념 단편영화도 함께 선보인다.

스크린 밖에서 펼쳐지는 루카 구아다니노의 세계

영화 속 인물의 세계를 설계하던 두 창작자가 이번에는 실제 삶으로 무대를 옮겼다. 영화감독 루카 구아다니노(Luca Guadagnino)와 건축가이자 프로덕션 디자이너 스테파노 바이시(Stefano Baisi)가 ‘바이시 구아다니노 포 자라홈(Baisi Guadagnino for Zara Home)’을 선보인 것. 자라홈과 처음으로 손잡은 디자인 컬렉션으로, 소파와 테이블, 조명부터 테이블웨어, 향 제품, 의류까지 총 200여 점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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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Zara Home

두 사람의 협업은 2017년 시작됐다. 구아다니노가 자신의 인테리어 건축 스튜디오를 이끌 인물로 바이시를 영입하면서 주택과 호텔, 패션쇼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함께했다. 영화 〈퀴어(Queer)〉(2024)에서는 1950년대 멕시코시티를 초현실적으로 재구성했고, 〈애프터 더 헌트(After the Hunt)〉(2025)에서는 미국 동부 대학가를 배경으로 지식인들의 생활 방식을 반영한 공간을 연출했다. 10년 가까이 미적 감각을 공유해 온 루카와 바이시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스크린과 건축을 넘어 일상으로 창작의 영토를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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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Zara Home

컬렉션의 출발점은 서로 다른 시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디자인의 역사다. 프랑스 아르데코의 우아한 곡선, 브라질 모더니즘의 따뜻한 감성, 이탈리아 래디컬 디자인의 실험 정신을 자유롭게 결합했다. 특히 두 사람이 주목한 것은 20세기 초 빈 분리파(Vienna Secession)의 기하학적 조형미다. 구아다니노에게 콜로만 모저(Koloman Moser)가 디자인한 은과 산호 소재의 작은 상자는 컬렉션을 발전시키는 데 강렬한 영감을 준 오브제였다. 이처럼 과거의 디자인을 그대로 재현하기보다 각자의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만의 디자인 언어가 탄생했다.

컬렉션의 또 다른 이름은 ‘욕망의 지도(Atlas of Desire)’다. 두 사람은 개별 제품을 디자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가구와 생활용품, 패션을 아우르는 하나의 미적 세계를 구축하고자 했다. “기능을 넘어 수많은 의미를 품은 이 컬렉션은 욕망의 지도이자, 사물과 방, 별들 사이의 거리로 구성된 갈망의 백과사전이다.” 컬렉션의 공식 소개 문구처럼, 물건은 단순히 쓰임을 위한 도구가 아니다. 무엇을 선택하고 곁에 두는지에 따라 개인의 취향과 내면의 욕망을 드러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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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점은 모든 제품에 고유한 이름을 붙였다는 사실이다. 영화 속 등장인물처럼 저마다 뚜렷한 개성과 존재감을 지닌다. 낮고 길게 뻗은 ‘언컬렉티드(Uncollected)’ 소파는 시커모어 목재 베이스와 블랙 벨벳 쿠션을 대비시켜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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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시그니(Cygni)’ 커피 테이블은 휘어진 다리로 초현실적인 유머를 보여준다. ‘브레토니타(Bretonita)’ 소파의 경우, 부채꼴 곡선이 반복되는 등받이에 헌터 그린 플란넬 원단과 버건디색을 더해 고전적인 우아함을 드러냈다. 가늘게 휘어진 스틸 기둥과 삼각형 갓이 특징인 ‘엘스웨어(Elsewhere)’ 테이블 램프에서는 ‘스페이스 에이지(Space Age)’를 연상시키는 미래적인 감각을 발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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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Zara Home

이러한 개성은 작은 생활 소품에서도 드러난다. 팔각형 스테인리스스틸 구조에 반투명 패널을 결합한 ‘머그웜프(Mugwump)’ 캔들 홀더는 소재의 대비가 돋보인다. 아이보리색 포슬린으로 제작한 ‘덴타타(Dentata)’ 테이블웨어는 가장자리를 따라 반복되는 패턴과 매트한 질감이 특징이다. ‘알디콰(Aldiquà)’ 원형 트레이는 아카시아 원목에 광택이 도는 래커로 마감하고, 아티스트 프란체스코 스노테(Francesco Snote)의 플로럴 일러스트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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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Zara Hom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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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이 가구에 담아낸 미학을 영상으로도 만나볼 수 있다. 컬렉션 출시를 기념해 구아다니노와 바이시가 약 20분 분량의 단편영화를 연출한 것. 스콧 Z. 번스(Scott Z. Burns)가 각본을 맡고, 제이미 벨(Jamie Bell), 체이스 수이 원더스(Chase Sui Wonders), 마이클 스털버그(Michael Stuhlbarg), 퍼트리샤 아퀘트(Patricia Arquette)가 출연했다. 바이시는 프로덕션 디자인을 담당했다. ‘바이시 구아다니노 포 자라홈’ 컬렉션과 단편영화는 자라홈 공식 온라인 스토어에서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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