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주년 맞은 레어로우
우정과 연대로 넓혀온 가구 스펙트럼
국내 철제 가구 시장의 포문을 연 개척자, 레어로우가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새롭게 공개한 '10 COLORS'는 이를 기념하는 컬래버레이션 가구 시리즈다.

한국 철제 가구 시장의 개척자
불과 1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의 리빙 시장은 북유럽 스타일로 점철되어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가운데 천편일률적인 인테리어 시장을 뚫고 형형색색 철제 가구를 집 안으로 들여온 주역이 있으니, 바로 레어로우다. 어느덧 창립 10주년을 맞은 레어로우는, 철은 거칠고 투박하다는 편견을 깨고 국내 철제 가구 시장의 포문을 연 개척자로 통한다. 지난 10년간 수많은 제품을 선보이며 잔뼈를 다져왔지만, 사실 이 브랜드를 뿌리부터 단단히 지탱하고 있는 근간은 레어로우의 모태인 ‘심플라인’이다. 1978년에 문을 연 심플라인은 레어로우 양윤선 대표의 부친인 양경철 회장이 30년 넘게 운영한 철제 전문 기업이다. 미국에서 공간 디자인을 공부하고 돌아와 회사에 합류한 양윤선 대표는 입사 두 달 만에 심플라인을 모회사로 하는 레어로우를 론칭했다. 부친이 갈고닦은 기술에 브랜딩을 더해 철제 가구 고유의 디자인 색깔을 찾아 나선 것.

레어로우는 소재에 대한 이해와 활용을 뛰어넘어 금속이라는 물성의 매력에 초점을 맞췄다. 보기 드물고(rare) 날것 그대로(raw)라는 철재의 인상을 그대로 가져와 브랜드 이름으로 삼은 것은, 금속의 고유한 성질을 아이덴티티로 승화시키겠다는 자신감의 방증이기도 했다. 탄탄한 제조 인프라와 자체 생산 시스템에 힘입어 빠르게 성장한 레어로우는 출범 초기부터 유수의 기업을 클라이언트로 두고 비즈니스를 확장해나갔다. 하지만 디자인 신에서 레어로우라는 이름을 확실히 각인시킬 수 있었던 데에는 수많은 디자이너의 도움도 간과할 수 없다. 레어로우는 수많은 국내외 디자인 스튜디오와의 컬래버레이션을 통해 가구 컬렉션의 범주를 넓혀갔다. 양윤선 대표는 꾸준한 협업의 이유를 묻는 질문에 대해 “타협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기존 디자인에 안주하지 않고 시야를 넓히기 위해 안목 있는 디자이너와 건축가의 눈을 빌리는 데 거리낌이 없는 것이다.

동화 같은 레어로우 세계로의 초대
올해 창립 10주년을 기념하는 ‘10 COLORS’ 역시 국내외 디자이너들과 손잡고 선보이는 프로젝트다. 10팀의 디자인 스튜디오에 각자만의 관점으로 금속의 매력을 재해석할 것을 요청했고, 그렇게 탄생한 10점의 가구를 모아 컬래버레이션 가구 시리즈를 완성했다. 모든 가구가 한자리에 모였을 때 빛의 스펙트럼이 완성되는 콘셉트로, 제품마다 고유의 색상을 부여했다. 개막을 앞둔 10주년 기념 전시 〈10 COLORS – WORLD OF RARERAW〉는 이 가구 시리즈의 콘셉트에 스토리텔링을 더해 레어로우를 색다른 방식으로 만나볼 수 있는 자리로 꾸몄다. 한 편의 동화를 연상케 하는 이번 전시는 빛을 잃어버린 무채색 마을에 살고 있던 주인공 ‘레어로우’가 10가지 가구를 찾아 세상에 빛을 되찾아온다는 스토리를 담고 있다. 역경을 물리치며 나아가는 전설 속 주인공처럼 공간 곳곳에서 가구를 마주칠 때마다 미션을 수행하는 게임 형식의 전시를 마련했다. 전시 기간 동안 이번 프로젝트의 주축이 된 10개 스튜디오의 디자이너들이 연사로 참여하는 토크 콘서트도 예정되어 있어 더욱 기대를 모은다.
그동안 외부 스튜디오와의 영리한 협업을 통해 장르의 외연을 확장해온 레어로우는 2021년 대대적인 리브랜딩을 감행하고 이듬해에 성수동 레어로우 하우스를 오픈하며 리빙 브랜드로 한 단계 도약하는 데 성공하기도 했다. 강산이 변하는 세월 동안 쉴 틈 없이 달려왔음에도 계속해서 브랜드의 넓이와 깊이를 더해가는 레어로우의 행보에는 지친 기색이 없다. 벌써부터 10년 뒤를 내다보며 지속 가능한 브랜드의 미래를 고민하고 있는 레어로우는 녹슬지 않는 우정과 연대를 발판 삼아 또 한 번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이들이 그리는 내일의 청사진이 기대되는 이유다.

레어로우 10주년 기념 글로벌 컬래버레이션 가구 시리즈 ‘10 COLORS’
국내외 디자이너가 힘을 보탠 컬래버레이션 가구 시리즈 ’10 COLORS’는 10팀의 디자인 스튜디오가 각기 다른 관점으로 금속의 매력을 재해석한 것이 특징이다. 조화와 개성을 두루 살린 10가지 가구에 스며든 레어로우의 정신은 ‘협업과 연대’다.

닷 행거 Dot Hanger
행거 모듈을 앵커 방식으로 고정했다. 사용자의 수납 스타일이나 공간에 맞춰 구조를 커스터마이징할 수 있는 게 장점. 와이어 행거, 볼 행거 등 다양한 액세서리를 제공해 크고 작은 물건을 걸어놓을 수 있는데, 액세서리 역시 손쉽게 위치를 변경할 수 있도록 해 제품 사용의 자유도를 높였다.
디자인 BKID

슬로프 소파 Slope Sofa
좁은 공간에서도 완전한 휴식을 취할 수 있게 해주는 소파. 경사면이 공중에 떠 있는 듯한 유려한 디자인이 인상적이다. 자연스러운 곡선형 실루엣이 편안한 사용감을 선사하고, 휴대폰 충전용 멀티 박스와 읽던 책을 보관할 수 있는 수납 박스를 내장해 기능성을 더했다.
디자인 빅게임BIG-GAME

드로우 테이블 Draw Table
수납공간을 갖춘 다이닝 테이블. 테이블 상판 아래에 커트러리, 테이블 매트 등 다이닝용품을 수납할 수 있다. 전기 제품의 전선을 정리할 수 있는 홀도 마련해 주방용품도 간편하게 정리할 수 있다. 어디에나 어울리는 범용적이고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다양한 공간에서 사용하기에 편리하며, 공간 분위기에 맞춰 스테인리스 스틸 프레임과 상판 컬러를 조합할 수 있다.
디자인 크뢰어 세터 라센Krøyer Sætter Lassen

모프 쉘프 Morph Shelf
공간 구조에 맞춰 선반 넓이를 확장할 수 있는 스탠딩 선반이다. 단순함의 미를 강조하기 위해 미니멀한 디자인으로 완성했다. 외면에는 알루미늄, 내부 선반에는 텍스처 타입의 블랙 컬러를 적용해 반전된 소재로부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도록 했다.
디자인 비 포머티브

스윙 빈 Swing Bin
일본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모헤임MOHEIM의 스테디셀러 아이템을 철재로 재해석했다. 대각선 개구부를 극적으로 축소해 불필요한 요소를 제거하고 간결한 미감을 강조했다. 알루미늄 특유의 유려한 질감이 돋보이는 스윙 빈은 쓰레기통이자 오브제로도 손색이 없다. 우산꽂이, 스토리지 등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디자인 모헤임

에케 트롤리 Ecke Trolley
‘에케’는 모서리를 뜻하는 독일어다. 인더스트리얼 제조 방식에서 비롯된 빈티지 감성이 눈에 띈다. 이동형 트롤리를 공간 모서리에 두면 코너장으로도 사용할 수 있다. 원하는 방향으로 서랍을 쌓아 트롤리 높이를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다.
디자인 최중호 스튜디오

알터 체어 Alter Chair
간결한 구조에 곡선과 꺾임의 대비로 포인트를 준 의자. 인체 굴곡에 맞게 가공해 착석감이 편안하다. 좌석과 등받이를 분리해 원하는 컬러로 손쉽게 교체할 수 있는 게 장점인데, 조합하기에 따라 총 100가지 컬러 구성이 가능하다. 간결한 실루엣과 도금 프레임, 컬러 벤딩 우드가 어떤 컬러와도 잘 어우러진다.
디자인 SWNA

룬다 테이블 Runda Table
원색의 유광 컬러가 돋보이는 사이드 테이블이다. 동양의 미감을 재해석해 모던하게 풀어냈다. 간단한 모듈형 구조로 이루어져 사용자가 직접 조립할 수 있고, 크기에 따라 커피 테이블, 사이드 보드 등 다용도로 활용할 수 있다. 기하학적인 절곡 면에 비친 빛 반사가 공간을 섬세하게 장식해 오브제 기능도 겸한다.
디자인 폼 어스 위드 러브Form Us with Love

포그 캐비닛 Fog Cabinet
주방용품을 수납할 수 있는 팬트리다. 수납 선반, 행거, 테이블웨어 디바이더 등 다양한 수납 유닛으로 이루어져 주방용품을 손쉽게 정리할 수 있도록 돕는다. 높은 장, 낮은 장, 한쪽 장 등 세 가지 타입으로 이루어져 개개인의 주방 환경에 맞춰 크기를 선택할 수 있다. 미세 타공 도어를 부착해 팬트리 내부가 은은하게 비친다.
디자인 바이빅테이블

파비 벤치 Parvi Bench
레일 구조에서 영감을 받아 제작한 벤치. 레일을 연장하듯이 벤치를 연결해 규모 있게 연출할 수 있다. 사이드 테이블을 추가할 수 있으며, 레일을 따라 자유로운 이동도 가능하다. 나무와 철의 조합이 인더스트리얼 무드를 강조한다.
디자인 팀바이럴스
레어로우 양윤선 대표

레어로우가 어느덧 10주년을 맞이했다. 철이라는 물성을 내세운 가구 브랜드를 설립한 계기가 궁금하다.
철물 사업은 할아버지, 아버지에 이어 3대째 내려오는 가업이다. 공간 디자인을 공부하던 대학 시절 우연히 아버지의 철제 공장에 갔다가 집채만 한 기계와 불꽃 튀는 용접 작업을 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디자인 전공자로서 늘 컴퓨터 도면으로만 접했던 가구가 실제 물성을 지닌 사물로 탄생하는 광경에 매료되었고, 그 일을 계기로 철물 제조업에 관심을 가진 게 철제 가구 브랜드 레어로우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우연한 시작이었지만 일을 하면 할수록 철이라는 소재에 애정을 느낀다. 강하지만 형태 구현이 자유롭고, 마감 방식에 따라 매번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브랜드를 10년째 이어온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치열한 국내 가구 시장에서 레어로우는 어떤 차별점을 도모하나?
국내 리빙과 가구 산업은 어느덧 패션계만큼이나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이에 레어로우는 언제나 한 끗 다른 디자인을 고민하고, 그 변별력을 기능에서 찾는다. 기능이 똑같은 가구를 양산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 가구가 심미적으로 아름다워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그 위에 각 제품마다 특별한 기능을 부여하려고 노력한다. 조명을 겸하는 시스템 가구 ‘시스템000’ 시리즈, 카트에서 책상까지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는 만능 아이템 ‘RRW 트롤리’를 비롯한 레어로우의 수많은 가구가 이와 같은 기능적 변별력을 지니고 있다. 소비자의 선택지가 넓어지면 넓어질수록 브랜드는 나만의 장점을 뾰족하게 가꾸어나가야 한다. 레어로우가 제품 개발에 공을 들이는 이유다.
2021년에는 대대적인 리뉴얼을 거치기도 했다. 이때의 도전이 레어로우에게 어떤 전환점이 되었는지 궁금하다.
리뉴얼 이전에는 B2B 사업의 비중이 큰 편이었다. 매출에 대한 부담 때문에 B2B를 포기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에 2019년에 시작된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며 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들고 일이 줄기 시작했다. 결국 브랜드가 B2B에 의존하지 않고 자생하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제품이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2021년에 리뉴얼을 감행했다. 이후 여러 디자인 스튜디오와 협업하며 제품 품목을 대폭 늘리고 브랜딩을 강화했다. 일련의 시간은 레어로우가 B2C 브랜드로서 입지를 다지는 과정이었던 동시에 소비자에게 한 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주거 문화와 산업 구조가 급변하는 가운데 레어로우가 특히 주목하는 현상이 있나?
한국이 빠르게 초고령 사회로 진입하고 있는 데에 비해 실버 세대를 위한 가구 디자인은 아직 미흡한 실정이다. 어릴 적 바퀴 달린 못생긴 지팡이를 끌고 다니던 할머니의 모습을 기억한다. 지금 세대가 노인이 될 때쯤이면 실버 가구 디자인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삶에 도움이 되면서도 레어로우만의 디자인 감각이 살아 있는 실버 가구를 디자인해보고 싶다.
향후 계획과 비전이 궁금하다.
레어로우가 처음 생겼을 때는 가정용 철제 가구를 만든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게 생각하고 응원해주는 분이 많았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난 10년간 잘 버틸 수 있었다. 앞으로의 10년을 생각한다면 역시 환경 문제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한 실천 프로젝트 ‘무한대R’을 시작한 것도 그 때문이다.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줄이고 자원의 수명과 활용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치열하게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는 지속 가능의 가치를 선도하는 브랜드로 거듭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