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포스터로 예술을 알리다, 그릿시즌
취미로 수집한 포스터를 사업으로 확장시키다
그릿시즌은 아트포스터 전문점이다. 2년 전 그릿시즌이 보유한 포스터의 종류는 30가지였지만, 불과 2년 만에 그 수가 600가지로 늘었다. 가파른 성장 비결을 그릿시즌 이정민 대표에게 물었다.
그릿시즌은 아트포스터를 전문적으로 다루는 포스터 샵이다. 2년 전 그릿시즌이 보유한 아트포스터의 종류는 30가지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무려 600가지가 넘는다. 어떻게 이런 가파른 성장을 이뤄냈을까? 여기에는 대중의 취향을 섬세하게 고려하는 이정민 대표의 넓은 안목과 재고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전략적인 경영 방식이 한몫했다. 남들과는 다른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는 이유로 포스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후 아트포스터 전문샵을 창업한 그릿시즌greet season의 이정민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아트포스터에 눈 뜨다
Interview with 이정민 그릿시즌 대표
그릿시즌을 소개해주세요.
그릿시즌은 아트포스터 전문점입니다. 해외 갤러리에서 발행한 아트포스터를 정식으로 수입해서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릿시즌을 ‘다가올 시즌을 환영하며’라고 소개하세요. 어떤 의미인가요?
변화를 상징하는 단어로 시즌을 사용했어요. 이사, 졸업, 취업 등 각자 삶에서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는 시기요. 이럴 때 포스터로 공간의 분위기를 환기하고 변화를 맞이하자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그림 하나만 교체해도 공간의 전체적인 분위기가 달라지거든요. 사람의 감정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하고요.
아트포스터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대학 시절 인테리어를 꾸미기 위한 소품으로 포스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자취를 하면서 공간을 꾸미는 재미를 알게 됐죠. 지금까지 여러 번 이사를 했는데, 그때마다 동일한 가구와 소품으로 공간을 유지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한번 꾸며 놓은 인테리어를 계속 고수하는 타입은 아니었어요. 다만,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학생 때는 가구 등을 쉽게 바꿀 수가 없었기에 작은 소품부터 시작했죠.
당시 공간을 꾸밀 때 나름 기준이 있었는데, “남들이 다하는 평범한 방식으로 꾸미지 말자”였습니다. 같은 소품이어도 남들에게 없는 특별한 물건을 들이고 싶었죠. 계속 소품을 찾다가 우연히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희소성을 지닌 아트포스터는 차별화된 공간을 꾸밀 수 있는 좋은 아이템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때부터 전시회를 가면 굿즈샵에 들러 포스터를 보곤 했습니다. 계절마다 이불보를 바꾸듯 포스터도 교체하기 시작했고요.
아트포스터 사업을 시작하다
개인적인 흥미로 관심을 가진 포스터를 비즈니스 영역까지 확장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그릿시즌을 열기 전 홍보대행사에서 2년 정도 근무를 했습니다. 이 기간동안 마음 한 구석에서는 항상 나만의 브랜드를 운영하고 싶다는 생각이 있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아트포스터와 관련된 팝업스토어를 방문했는데, 여기서 포스터의 사업성을 엿봤어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포스터에 관심을 가지는 모습을 보고 수요가 기대 이상으로 높다는 것을 깨달았죠. 이후 본격적으로 아트포스터를 찾아보니 시장의 규모도 넓었습니다. 해외에 있는 갤러리에서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어요. 제가 관심 있는 영역이자 대중의 수요, 시장의 공급 모두 적절하다고 판단해서 그릿시즌을 시작했습니다.
브랜드 운영 초기, 상품은 어떻게 선정하셨나요?
브랜드 운영 초기 예술에 대해 자세히 알기 못했기에 아트포스터를 고르기가 쉽지 않았어요. 대중적인 취향부터 파악하고자 피카소, 모네 등 국내에서 인기있는 작가를 공부하기 시작했죠. 이후에는 해외에서 그들의 포스터를 판매하는 갤러리를 찾았습니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예술에 대해 공부하고 작품을 보는 안목을 넓혔습니다. 이제는 멀리서만 봐도 어떤 작가의 무슨 작품인지 알 수 있을 정도죠. 하지만 아직 부족한 게 많아요. 더욱 많은 사람들의 취향을 공략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를 해야 합니다.
아트포스터를 선정하는 기준이 있나요?
누구나 마음 편히 고를 수 있는 제품을 주로 가져와요. 고객이 아트포스터를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유명한 작가여도 작품이 일반 가정집에 어울리기 힘들다면 가져오지 않습니다. 쇼룸을 운영하면서 손님 대부분이 에술 작품을 자신의 공간에 들이는 것에 크게 관심이 없다는 것을 느꼈어요. 포스터를 한 번도 걸어보지 않은 분들이라면 공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체감하기는 사실 어렵죠.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대중적인 취향에 맞고 공간에 쉽게 어울릴 수 있는 제품을 가져옵니다. 궁극적으로 아트포스터를 통해 예술에 대한 장벽을 낮추고 싶어요.
특별히 국내 가정집에 유독 잘 어울리는 포스터가 있나요?
핀율의 의자 시리즈와 오랑주리 미술관의 모네 수련 연작 제품이 어떤 인테리어에도 무난하게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담백한 그림체로 어느 공간, 어느 방에 두어도 조화로워요. 마르셀 뒤샹과 데이비드 호크니의 작품도 인기가 많습니다. 요즘 제일 잘 나가는 포스터 중 하나예요.
포스터를 판매하는 과정이 궁금합니다.
포스터 판매 방식은 크게 두 가지가 있어요. 하나는 라이선스를 받아서 국내에서 출력하는 경우이고, 나머지는 이미 출력한 포스터를 구매해서 다시 판매하는 경우예요. 그릿시즌은 후자인데요. 국내보다는 주로 해외에 있는 갤러리에서 가져오는 편이죠. 동일한 작품이어도 종이의 질감, 색감 등에서 국내와 해외판이 조금씩 다른 점이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해외에서 출력한 포스터를 선호합니다.
현재 판매하는 포스터의 종류는 얼마나 되나요?
약 600가지의 포스터를 판매하고 있어요. 다양한 취향에 맞는 여러 포스터를 취급하고 있습니다. 초기에는 30가지로 그 수가 현저히 적었어요. 대신 포스터를 들여올 때 많은 양을 구매했죠.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인데요. 포스터 종류가 많아지고 재고 관리가 중요하다보니 인기가 많고 판매율이 높은 포스터 위주로 들여오고 있습니다.
아트포스터를 판매하는 다양한 전략
그렇다면 그릿시즌만의 판매 전략이 있나요?
매달 20~30개의 신제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어요. 또, 그릿시즌이 29cm, 콜렉션비, 무신사 등 여러 온라인샵에 입점해 있는데, 여기서 주최하는 인테리어 기획전에 참여해서 상품을 홍보하고 있고요. 신제품을 출시하는 것 외에도 수량 한정(리미티드)과 빈티지 포스터를 판매해요. 포스터도 하나의 상품이다 보니, 생산량에 한계가 있어요. 간혹 해외 갤러리에서 갑자기 판매를 중단하는 경우도 있는데요. 분명 작년까지는 생산되던 포스터가 올해 생산이 안된 적도 있고요. 이럴 때는 해당 포스터를 수량 한정으로 판매해요. 더 이상 새상품을 구할 수 없는 만큼, 상품의 가치가 높아지고 이를 활용해 한정판으로 분류하고 있죠.
빈티지 포스터도 다루고 있습니다. 포스터에서 빈티지라고 하면 다소 낯설 것 같은데, 오래 전에 발행이 중단되고 이후 추가 생산분이 없는 포스터는 빈티지 제품이 돼요. 가령 1980년대 생산된 포스터가 재발행 없이 현재까지 보존이 되어오면 빈티지 상품이 되는 것이죠.
최근에는 새로운 판매 방식도 도입하셨다고요.
프리오더 방식을 도입했어요. 기존에는 재고를 먼저 확보하고 판매를 하는 방식이였습니다. 하지만 들여오는 상품의 수가 늘어나자 기존 방식을 고수하기 힘들어졌어요. 각 갤러리마다 수급 가능한 포스터의 수량도 달랐죠. 그래서 생각한 것이 선주문 방식이에요. 손님이 먼저 주문을 한 뒤 해외 갤러리에서 가져오는 구조죠. 프리오더가 가능한 제품은 별도의 품절 처리가 없고, 언제든지 주문을 할 수 있습니다.
기존의 방식에서는 품절된 상품을 다시 구매하기 위해서는 제가 상품을 들여오기 전까지 계속 기다려야 했는데요. 그동안 재입고 문의를 주시는 분들도 많았고요. 프리오더를 통해 제가 입고를 하지 않아도 상품이 언제 들어오는지 사전에 안내를 드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포스터를 구매할 때 참고할 점이 있나요?
우선 사이즈예요. 현재 그릿시즌은 탁상크기부터 최대 90*130cm까지 다양한 사이즈의 아트포스터를 판매하고 있어요. 이 중 50*70cm가 인기가 많아요. 적당한 크기로 어느 공간에나 무난하게 잘 어울리죠.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사이즈인데, 현재 가장 많이 들여오고 있습니다.
사이즈 못지 않게 액자 프레임도 중요합니다. 어떤 프레임을 선택하지는에 따라 포스터의 분위기가 달라지는데요. 가령 모듈식 가구가 많은 공간이라면, 우드보다는 알루미늄 프레임이 더 조화롭죠. 손님에게 다양한 프레임 옵션을 제공하기 위해 액자 공방과 협력하고 있어요. 약 30가지 종류가 있어서 원하는 색상, 소재에 맞춰 액자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쇼룸에서 맞이하는 아트포스터
오프라인 쇼룸을 동시에 운영하고 계세요. 오픈하신 계기가 있나요?
아트포스터를 직접 보여 드리고자 쇼룸을 열었습니다. PC 화면과 직접 보는 것은 큰 차이가 있더라고요. 스스로 이를 체감하고 오프라인 공간을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그릿시즌이 자리를 잡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고요. 그래서 온라인샵 오픈 2개월 만에 오프라인 쇼룸 오픈을 준비했습니다. 인테리어는 아트포스터를 보러 오신 손님이 자신의 집에 포스터가 걸려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가정집과 유사하게 꾸몄습니다. 쇼룸을 오픈한 이후에는 다행히 많은 분들이 방문해주셨어요. 온라인에서 제품을 보신 뒤 실제로 보러 오신거죠. 대부분 실물이 더 예쁘다는 반응이었는데요. 쇼룸을 운영한 보람이 느껴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앞으로 그릿시즌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현재 쇼룸 이전이라는 큰 변화를 앞두고 있어요. 그동안 머물렀던 삼각지를 떠나 3월 내 마포로 이사를 합니다. 새로운 쇼룸은 기존과 정반대 방식으로 운영할 예정인데요. 현재는 예약 없이 언제든지 방문할 수 있는데, 가끔 손님이 몰릴 때는 응대하기가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새로운 쇼룸은 100% 예약제로 운영할 계획입니다. 이외에도 예술과 아트포스터를 쉽게 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콘텐츠도 준비 중이니, 앞으로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