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터를 내거는 가장 동시대적인 방법, K-포스터 담벼락

〈K-Poster Wall〉은 오큐파이 더 시티에서 발행한 포스터 시리즈 단행본을 한국의 동시대 포스터 환경에 맞게 재설정한 프로젝트다.

포스터를 내거는 가장 동시대적인 방법, K-포스터 담벼락

나는 2020년부터 포스터 시리즈를 공부해 왔다. 큰 틀에서 뮤지엄 전시 포스터와 예술 문화 행사 포스터를 분류하고 이에 대한 리서치를 6년간 진행했다. 그 사이 포스터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각 국가의 도시 환경 속에서 포스터를 뒷받침하는 ‘기반 시설(infrastructure)’에 대한 탐구로 확장되었다. 리서치를 통해 알게 된 것은, 이 기반 시설이 잘 작동할 때 포스터 시리즈가 성립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디자이너 이리 오플라텍(Jiri Oplatek)이 “스위스에서는 도시 어느 곳에 서 있어도 포스터를 볼 수 있다”라고 말했듯이 말이다. 포스터는 문화예술계 종사자들만의 매체가 아니다. 도시 시민 다수가 일상적으로 접하는 시각 언어다. 따라서 반복적으로 포스터를 마주하게 되는 도시에서의 경험은, 디자이너와 잠재적인 협업 가능성을 지닌 모든 주체에게 포스터에 대한 인식을 형성하는 매개로 작동한다. 포스터 시리즈는 이 같은 환경 속에서 기획되고 생산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기반 구조가 사라진 도시는 어떠한가? 한국이 그 경우다.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거리 곳곳에 서 있던 포스터 게시판과 담벼락은 시간이 흐르며 점차 자취를 감췄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2010년대 이후로는 소멸의 흐름이 더욱 가속화되었다. 오늘날 서울에서는 전통적인 포스터 기반 시설을 거의 찾아볼 수 없다. 극히 제한적이거나 상징적인 몇몇 장소를 제외하면, 포스터가 차지하던 자리는 대형 미디어 월이 대체하고 있다. 삼성역 일대의 건물 외벽을 넘어 광화문까지 점령한 이 미디어 월은 서울이라는 거대 도시를 비추는 새로운 시각 기반 시설로 기능하며 포스터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길을 걷는 행인도 스마트폰만 들여다본 지 오래다. 포스터 기반 시설은 더 이상 물리적 거리 위에 존재하지 않는다. 동시대 포스터는 종이와 잉크라는 물성을 가지지 못한 데이터 상태로 스크린 곳곳을 떠다니고 있다.

종이 포스터를 위한 도시 환경이 더 이상 한국(과 서울)에 존재하지 않으니 포스터의 데이터 변환은 앞으로도 가속될 전망이다. 따라서 이 같은 지리적·시대적 환경에 맞춘 포스터 환경을 제안하자는 것이 현재까지의 연구 결론이다. ‘K-포스터 담벼락(K-Poster Wall)’은 그 제안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였다. SNS, 그중에서도 인스타그램 내에서 포스터 기반 시설을 재현하고, 그곳에서 포스터를 담벼락에 붙이듯 배치했다. 인스타그램의 피드 구조는 도시 속 포스터 환경을 디지털 공간으로 옮겨오며 다양한 포스터가 집적되어 만들어내는 풍경을 경험케 했다. 동시에 나의 개인적인 연구 자료를 축적하려는 목적으로 포스터를 만든 디자이너들의 이름, 제작 연도, 행사 및 기관 정보 등의 데이터를 기록으로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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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낭시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 〈K-포스터 담벼락 — K-포스터, 2024-2025〉.

한편 동명의 전시는 이 같은 디지털 시뮬레이션을 전시장이라는 물리적 공간으로 다시금 환원했다. 디지털 이미지로 전환된 도시 풍경 속 인쇄물은 또다시 물성을 회복한 채 공간 속에 배치되었다. 관객으로 하여금 디지털 데이터로 존재하던 포스터가 물리적 매체로 귀환하는 경험을 남겼다. 동시대 한국의 지리적 상황에서 포스터는 어떻게 존재할 수 있을까? K-포스터 담벼락은 그 질문에 대한 하나의 답이다.


〈K-포스터 담벼락 — K-포스터, 2024-2025〉
기간 2026년 5월 28일 ~ 10월 2일
장소 마이 몽키 갤러리(111 뤼 샤를 트로우 54000 낭시 프랑스)
기획 오큐파이 더 시티
참여 디자이너 강문식, 개미그래픽스, 권수진 등 25팀
웹사이트 mymonkey.fr
인스타그램 @k.poster.wa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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