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에스고르 박물관이 고고학과 인류학을 담아내는 방식 ​

사라진 과거를 특별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가?

정보 전달에 집중하는 기존의 박물관과 달리, 모에스고르 박물관은 감각적이고 몰입적인 경험을 통해 관람객이 자신만의 역사적 의미를 사유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갈래를 제시하는 데 주력한다.

모에스고르 박물관이 고고학과 인류학을 담아내는 방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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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esgaard Museum

박물관은 단순한 유물의 전시 공간을 넘어서 역사적 경험을 몸소 체험하는 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를 위해 많은 곳이 선택하는 방법이 트랜스미디어를 통한 접근이다. ‘트랜스미디어(Transmedia)’란 여러 매체와 플랫폼을 통해 이야기를 확장하고 전달하는 방식으로, 각 매체가 독립적으로 완전한 이야기를 제공하며, 전체적으로는 하나의 거대한 이야기 세계를 형성하는 특징을 지닌다. 박물관은 트랜스미디어 전략을 통해 유물을 단순 정보 전달의 수단으로만 활용하는 것이 아닌, 관람객을 과거의 세계로 끌어들여 감각을 자극하며 역사를 새로운 방식으로 살아 숨 쉬게 한다. 덴마크 오르후스에 위치한 모에스고르 박물관(Moesgaard Museum)은 트랜스미디어적 접근을 통해 훌륭한 커뮤니케이션을 이끌어내고 있는 대표적 사례다. 고고학과 민족지학의 전시물들이 단순히 과거의 유물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과거를 이어주는 생동감 넘치는 경험으로 재탄생한다. 이곳이 특별한 이유는 무엇일까? 단순한 역사적 지식 전달을 넘어 감각적이고 몰입적인 경험을 통해 관람객과 대화를 이끌어내는 모에스고르 박물관의 다층적인 매력에 대해 알아보자.

건축, 전시와의 융합된 디자인

​모에스고르 박물관을 특별하게 만드는 요소 중 하나는 건축적 설계다. 설계는 세계적인 건축 스튜디오 헤닝 라르센(Henning Larsen Architects)이 담당했다. 이들은 ‘건축은 사람, 자연, 그리고 문화 간의 조화를 이루는 공간을 창조하는 과정’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공간이 단순히 기능을 넘어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신념 아래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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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esgaard Museum

그렇게 이들은 과거와 현재의 경계를 허물고 역사의 흐름을 물리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박물관을 구상했다. 박물관의 외부와 내부는 마치 역사 속으로 시간 여행을 떠나는 듯한 느낌을 주며, 관람객이 건축적 환경을 통해 과거의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도록 돕는다. 건축의 곡선과 기하학적 형태, 그리고 자연을 아우르는 설계는 고대 문명들이 자연과 어떻게 교류했는지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 과거와 현재를 잇는 이야기의 흐름을 시각적으로도 구현하며 관람객에게 독특한 역사적 경험을 제공한다.

​설계는 시각적 아름다움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흐름을 고려해 이뤄졌다. 공간 구성은 관람객이 유기적으로 전시물을 따라 움직일 수 있도록 설계돼 있으며, 관람객의 감각적 경험을 고려한 공간 배치가 돋보인다. 각 전시 공간은 전시와 건축이 하나로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구현돼 관람객은 전시물을 보는 동시에 자연스럽게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한다.

다매체의 결합을 통한 스토리텔링

​모에스고르 박물관을 이야기할 때 스토리텔링을 빼놓을 수 없다. 박물관은 다양한 미디어 매체를 활용해 문명의 이야기를 멀티미디어적인 방식으로 풀어냈다. 단순히 텍스트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소리, 영상, 상호작용적 요소가 결합된 형태를 다각도로 모색해 도입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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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esgaard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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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esgaard Museum

전시물들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과거의 이야기를 현재로 끌어와 상호작용하게끔 설계됐으며, 관람객은 전시 공간을 자유롭게 탐색하며 거시사부터 미시사까지 폭넓게 상호작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상현실을 활용한 전투 재현이나, 증강현실을 통한 문명의 일상 체험 등은 관람객이 과거의 세계로 깊이 들어갈 수 있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접근법은 과거를 단순히 학문적 사실로 여겨지는 것이 아니라, 감각적이고 감동적인 경험에 핵심이 있다는 박물관의 철학을 내비치는 것이다.

이러한 기술은 관람객이 역사적 유물이나 사건을 직접 체험하는 방식으로 ‘살아있는 역사’를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며, 이를 통해 감각적 경험과 지식의 통합을 이루어내고자 한다는 방향성을 향한다. 전시 매체는 서로 연계돼 하나의 거대한 역사적 이야기로 완성된다. 관람객은 역사의 흐름을 살아 있는 방식으로 체험하고, 그 의미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이해하게 되는 것이다.

허구와 현실의 경계 허물기

​모에스고르 박물관의 또 다른 독특한 특징은 유물과 전시물이 역사적 사건을 생동감 있게 재현하는 방식에 있다. 박물관에서 사용되는 유물과 모형은 단순히 과거의 상징적 재현에 그치지 않는다. 이는 허구와 현실 사이의 경계를 넘나들게 하는 중요한 매개체로 기능한다. 관람객은 전시된 유물과 상호작용하면서 “진짜일까?”라는 질문을 자연스럽게 던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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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esgaard Museum

유물은 단지 과거의 흔적을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재와 연결되는 감각적이고 몰입적인 경험을 창출하는데 일조한다.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인물 모형으로, 과거의 인물이나 사건이 눈앞에 살아 숨 쉬는 것처럼 사실적으로 재현됨으로써 관람객이 실제와 허구 사이를 넘나들며 그 경계를 인식할 수 있도록 만든다.

이러한 전시 방식은 허구의 재현이 진실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라, 되레 관람객에게 과거를 다르게 경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실제와 허구를 구분 짓는 것보다 그 경계를 흐릿하게 만들며, 관람객이 그 경계를 사유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관람객은 허구적인 이야기 속에서 진실과 사실이 무엇인지 고찰하고 그 과정을 거치며, 역사적 사건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얻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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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방식은 역사를 단지 머리로만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감각과 경험을 통해 깊이 있게 체험하는데 의의가 있다는 점을 드러내 보인다. 유물이나 재현된 인물은 단순히 지나간 시간의 조각이 아니라, 그 자체로 현재와의 연결을 만들어내는 존재로 기능하는 것이다. 따라서 모에스고르만의 박물관 언어는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현재와 연결되는지, 그리고 그 사건을 이해하는 데 있어 감각적 접근이 어떻게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도구를 제시하는 주체적인 기능을 수행한다. 이를 통해 관람객으로 하여금 역사적 사건 속으로 몰입하게 하며, 그 의미를 경험함으로써 허구와 사실을 뛰어넘어 자신만의 해석과 이해를 만들어낼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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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esgaard Museu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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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oesgaard Museum

역사란 무엇인가? 그리고 이를 전시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가? 역사는 단순히 과거를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해석하고 재조명하는 과정에서 현재와 긴밀히 연결되는 유동적이고 주관적인 대상이다. 따라서 역사는 일방적으로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이고 사유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모에스고르 박물관은 이를 향해 나 있는 창문이다. 역사란 고정된 사실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에도 새롭게 재해석되는 대상임을 강조한다는 점을 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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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역사를 특별하게 만드는 것은 단순히 유물을 보존하거나 재현하는 데 있지 않다. 그것은 과거와 현재의 대화를 통해 역사를 살아 있는 경험으로 만드는 데 있다. 모에스고르 박물관은 이러한 디자인 철학과 접근법을 통해, 관람객에게 능동적이고 통합적인 역사 체험을 제공하며, 오늘날 역사란 무엇인지 다시금 고민하게 한다. “사라진 과거를 특별하게 만드는 방법은 무엇인가?” 모에스고르 박물관은 이 같은 질문을 던지며 본질적인 사유의 문을 여는 공간이다. 우리는 과거를 연결하는 공간이 어떤 언어를 갖고 있는지 또 방식을 취하고 있는지 더욱더 적극적으로 살펴야할 것이다. 시대를 더 영민하게 살아가기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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