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aysofdesign 2026] 크리에이티브 덴마크가 주목한 덴마크 창의성의 오늘 ①

지금부터 소개하는 브랜드는 덴마크 창의 산업과 국제 이해관계자 간 협력을 장려하는 공공-민간 파트너십 기반의 비영리단체, 크리에이티브 덴마크(Creative Denmark)의 지원을 받고 있다. 이곳의 미션은 명확하다. 자국의 창의성을 전 세계에 공유하는 글로벌 허브 역할을 하는 것이다.

[3daysofdesign 2026] 크리에이티브 덴마크가 주목한 덴마크 창의성의 오늘 ①

대를 잇는 덴마크 디자인의 계보

시간이 증명하는 디자인, 볼라

수전은 욕실과 주방의 작은 부품에 불과하지만 인테리어에서는 꽤 큰 부분을 차지한다. 철저히 기능적 설비에 머물렀던 수전이 취향의 대상으로 여겨지게 된 데에는 볼라(Vola)의 역할이 크다. 브랜드의 역사는 196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덴마크 국립 은행 설계를 맡은 아르네 야콥센 이 새 건물에 어울릴 만한 수전을 디자인했는데, 불필요한 요소는 벽 뒤로 숨기고 손잡이와 출수구만 밖으로 드러냈다. ‘아름다움은 기능에서 나온다’는 모더니스트 아르네 야콥센의 믿음은 오늘날 볼라의 디자인 전반을 관통하는 DNA가 되었다. 반세기 전에 선보인 원통형 디자인을 한결같이 고수하고 제품의 내구성을 위해 재료는 스테인리스 스틸과 황동만 사용한다. 금속 덩어리를 깎아 원하는 형태를 만드는데, 그 과정에서 생기는 잔여물은 다시 녹여서 사용하기에 버리는 자원이 거의 없다. 이렇듯 지속 가능성과 기능성을 핵심 가치로 삼는 볼라의 제품은 50년 전의 것일지라도 여전히 건재하다. 오래가는 제품을 만드는 볼라의 묵묵한 태도는 새로움과 참신함이 결코 대체할 수 없는 본질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운다.

“볼라의 디자인은 언제나 단순함을 추구하지만, 사실 단순함이란 복잡한 것을 정제하고 응축한 결과다.
제한된 디자인 틀 안에서 제품이 어디까지 진화할 수 있는지 탐구하는 게 우리의 역할이다.”

토르벤 마센(Torben Madsen) 디자인 총괄

색에 깃든 헤리티지, 몬타나 퍼니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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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듈 가구의 장점은 취향과 용도에 따라 구조를 바꿀 수 있다는 데 있다. 몇 년 새 시장이 무섭게 성장한 가운데에도 몬타나 퍼니처(Montana Furniture, 이하 몬타나)는 여전히 업계의 선두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36개의 모듈, 네 가지 깊이, 42가지 컬러. 무궁무진한 몬타나의 모듈 세계를 지탱하는 세 축이다. 이 중에서도 다채로운 컬러 팔레트는 브랜드 정체성을 직관적으로 보여 주는 핵심 요소다. 몬타나가 이토록 컬러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설립자 페테르 J. 라센(Peter J. Lassen)과 디자이너 베르너 판톤의 오랜 우정이 있다. 두 사람은 수시로 서로의 집을 오갈 만큼 절친한 이웃이면서 디자인 철학을 공유하는 직업적 동반자였다. 베르너 판톤 탄생 100주년인 올해, 몬타나가 이를 기념하는 아카이브 에디션을 선보인 데는 이 같은 사적인 역사가 숨어 있다. 브랜드의 컬러 아카이브에서 되살린 세 가지 색은 단독으로도 매력적이지만 함께 어우러질 때 더욱 빛을 발하는데, 디자이너로서 보완적 관계를 이루었던 라센과 판톤의 우정을 떠올리게 한다. 한편 지난해 처음 출시한 소파는 몬타나의 디자인 철학이 더 넓은 영역으로 확장할 가능성을 시사한다. 어느덧 창립 50주년을 바라보는 몬타나는 동시대의 생활 방식과 환경을 기민하게 살피며 브랜드의 미래를 그리는 중이다. 헤리티지에 발을 딛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모색하는 몬타나는 덴마크 디자인의 현주소를 보여 준다.

“우리가 제공하는 건 ‘나만의 가구를 만드는 자유’다.
모두가 직접 건축가이자 디자이너가 되어 자신만의 공간을 완성하길 바란다.”

요아킴 라센(Joakim Lassen) 몬타나 퍼니처 CEO

오래도록 곁을 지키는 소파, 아일레르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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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국민 소파’라는 수식이 따라붙는 아일레르센(Eilersen)은 흥미롭게도 마차에서 시작했다. 창립자 닐스 아일레르센(Niels Eilersen)은 세상에서 가장 견고한 마차를 만들겠다는 꿈을 품고 회사를 설립했다. 가볍고 튼튼한 바퀴를 연구하다가 증기로 목재를 휘게 하는 기술을 고안했는데 이것이 오늘날 브랜드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기술이다. 독보적인 목재 성형 기술을 손에 넣은 아일레르센은 1930년대에 본격적으로 가구 산업에 뛰어들었고, 북유럽 디자인이 전 세계로 확산되는 흐름을 타고 덴마크를 대표하는 가구 브랜드로 성장했다. 아일레르센의 대표작은 예나 지금이나 소파다. 과장된 형태나 장식을 배제하고 구조에 집중한 것이 특징. 원목 프레임을 기반으로 단단한 폼과 부드러운 폼을 여러 겹으로 조합해 최적의 착석감을 구현한다. 폼의 장점은 그뿐만이 아니다. 시간이 흐를수록 부피감을 잃는 깃털 충전재와 달리, 폼은 별다른 관리가 없어도 형태를 유지한다. 아일레르센 소파를 대를 이어 사용할 수 있는 건 그 덕분이라고. 기능주의와 장인 정신이 깃든 아일레르센의 가구는 덴마크 디자인이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 준다.


북유럽 리빙 디자인의 현주소

덴마크다움을 내려놓은 가구, 노르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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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가 특별하다고 생각하지 마라.” 덴마크인에게는 삶의 규율과도 같은 말이다. 하지만 노르11(Norr11)은 절제와 겸손의 미덕과는 거리가 멀다. 기능주의와 장인 정신에 뿌리를 둔 여느 덴마크 브랜드와 달리 다양한 시대와 사조에서 영감을 받는다. 북유럽 디자인은 물론이고 아르데코, 브루탈리즘, 자포니즘 등 폭넓은 디자인 언어를 흡수하며 독창적인 조형 세계를 구축해 왔다. 생산 체계도 유연하다. 목재 제품은 덴마크, 패브릭 가구는 이탈리아, 테이블은 주로 중국에서 제작한다. 제품의 소재와 특성을 우선시해 가장 적합한 생산 파트너와 협업하는 것이다. 경계 없는 디자인을 꿈꾸는 노르11의 브랜드 철학은 올해 스리이즈오브디자인에서 공개한 〈Just Because〉전에서 선명하게 드러났다. ‘덴마크다움’을 과감히 내려놓음으로써 오히려 새로운 덴마크 디자인의 가능성을 보여 주는 노르11의 다음 행보를 눈여겨 볼 만하다.

“직관과 감각을 좇다 보니 어느 순간 브랜드가 살아 숨 쉬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떠한 정당화 없이 우리를 있는 그대로 보여 주고 싶다.”

이벤 비스트룹 슈바레르(Iben Wistrup Schwaner) 노르11 공동대표

스칸디나비아 디자인의 새로운 풍경, 뉴 웍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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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 웍스(New Works)는 2015년에 시작한 비교적 젊은 브랜드다. 소규모 팀이 일구어가는 이곳은 스칸디나비아 디자인 철학에 현대적 감수성을 더한 가구와 오브제를 선보인다. 시대와 유행에 구애받지 않는 뉴 웍스의 정직한 가구는 북유럽의 자연을 닮아 있다. 실제로 뉴 웍스는 재료 본연의 특성을 존중하는 것을 중요시 하며, 소재 고유의 물성을 전체 컬렉션의 방향성을 제시하는 기준으로 삼기도 한다. 한편 이름처럼 ‘새로운 작품’을 만들고자 하는 의지는 여러 디자이너와의 협업으로 이어진다. 노르웨이의 디자인 듀오 안데르센 & 볼(Anderssen & Voll)과 작업한 조명 시리즈는 뉴 웍스가 업계에 이름을 알리는 계기가 되었고, 라르스 토르뇌(Lars Tornøe)가 디자인한 ‘키주(Kizu)’ 컬렉션은 독창적인 소재 조합으로 브랜드가 추구하는 실험 정신을 구현했다. 올해 스리데이즈오브디자인에서는 명상을 콘셉트로 한 전시를 선보였는데, 가구를 정적인 오브제가 아니라 관람객의 지각 경험에 의해 새롭게 인식되는 대상으로 바라보며 깊은 여운을 남겼다.

〈스리데이즈오브디자인 2026〉

기간 2026년 6월 10~12일
장소 코펜하겐 전역
웹사이트 3daysofdesign.dk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77호 (2026.07)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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