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지카진 매직월드는 캐릭터를 중심으로 음악, 게임,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다학제적 창작 집단이다. 어떤 계기로 모였나?

무기아 뮤직비디오를 만드는 일을 계기로 모였다. 당시 라이언클래드와 이성문, 나는 음악 작업을 하고 있었는데 뮤직비디오를 만들 영상 작업자를 찾던 중에 송기호를 발견했다. 송기호가 작업한 영상이 무척 마음에 들어 연락하면서 아지카진 매직월드가 시작됐다. 다양한 배경과 관심사를 가진 창작자들이 모인 집단인 만큼 우리 작업에 연속성을 부여하는 요소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공통의 관심사인 캐릭터에서 힌트를 얻었다. 인형과 캐릭터를 좋아하는 라이언클래드는 평소 아이폰 메모장에 캐릭터나 세계관을 낙서처럼 끄적이곤 했는데, 멤버 모두 그 내용에 흥미를 느꼈다. 캐릭터를 기존 작업에 접목하면 흥미로운 결과물이 나오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모든 멤버가 의기투합해 캐릭터를 구체화하는 데 몰두했다. 현재는 이를 기반으로 음악과 게임, 애니메이션을 결합한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렇게 탄생한 캐릭터가 주주비인가?

라이언클래드 맞다. 주주비는 서로 다른 차원의 것들이 하늘에서 쏟아지며 세계를 이루는 ‘쓰레기 산’이라는 세계관에서 탄생한 캐릭터다. 쓰레기 산이 도시로 발전하면서 도레핀 마을이 생겨나는데, 그곳에는 버려진 작은 기차 한 칸을 아지트 삼아 모여드는 캐릭터들이 있다. 바로 ‘트라 키즈’ 친구들이다. 하늘에서 떨어진 주주비를 구해 키워준 가족 같은 존재다. 이러한 스토리텔링을 바탕으로 주주비와 트라 키즈 간의 추억과 연대, 다양한 어드벤처를 작업에 녹여내고 있다.

게임과 애니메이션, 음악을 결합한 독특한 장르를 구축했다. 구체적인 작업 방식이 궁금하다.

송기호 캐릭터를 어떻게 보여줄지 고민하면서 작업이 시작된다. 서사와 캐릭터의 감정선을 표현하는 음악을 만들고, 그 안에서 캐릭터를 시각화하는 뮤직비디오를 제작한다. 게임이라는 형식은 캐릭터에 생동감을 부여하는 장치다. 캐릭터를 중심으로 우리가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을 한다고 보면 된다.
무기아 우리는 이를 ‘겜니메이션game-nimation’이라고 부르는데, 게임의 미학을 영상에 접목하는 데 관심을 두고 있다. 멤버 모두 게임에 지대한 관심을 가진 것이 자연스레 작업으로 이어졌다. 첫 작업인 〈아이볼스Eyeballs〉는 주주비가 우주선을 만드는 과정을 포인트 앤 클릭 게임 형식으로 구현했다. 어릴 때 경험한 비디오 게임의 미학과 그 시절의 노스탤지어를 담아내고자 한 것이다. 실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까지 개발하는 것은 아니고, 영상에 쓸 수 있을 정도의 데모 버전으로 완성한다. 〈아이볼스〉는 게임 개발자에게 기술적 도움을 받았고, 이후에는 송기호가 직접 게임 개발까지 도맡아 하고 있다.

게임에 주목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송기호 사람들이 캐릭터에 이끌리는 이유와 비슷하다. 캐릭터가 현실과 가상의 경계에서 어떤 환상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것처럼 게임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한 번쯤 게임 속 세계에 깊이 빠져든 경험이 있지 않나. 우리는 작업을 통해 그 세계를 조금 더 연장하고자 한다. 게임 자체보다 그 안에 머무르며 느꼈던 감정과 몰입을 보는 이들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연출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라이언클래드 사람을 즐겁게 만드는 궁극의 기술이 모여 있는 게 바로 게임이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기술도 물론 중요하지만, 오직 즐거움을 위해 이토록 정교하게 발전한 세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나. 우리가 추구하는 지점도 바로 거기에 있다.

뒤이어 발표한 〈키퍼스 위시Keeper’s Wish〉 〈호텔 룸Hotel Room〉으로 캐릭터의 서사와 세계관을 확장했다는 인상을 받았다.

무기아 〈호텔룸〉에서는 주주비가 침입자인 파르테노페Parthenope를 무찌르는 서사가 펼쳐진다. ‘다시 돌아올 테지만 일단은 도먕가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데, 가사와 음악의 선율을 통해 평범한 일상이 깨지는 순간에서 오는 어떤 노스탤지어를 표현하고 싶었다. 이를 위해 주주비가 자신의 운명으로 인해 도레핀 마을의 소중한 일상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굳은 의지로 마을을 지켜내는 장면을 구성했다. 매 앨범마다 새로운 서사로 스토리텔링을 탄탄하게 구축하려고 노력하는데, 아무래도 시즌제로 방영하는 장편 애니메이션이나 주간 연재하는 만화들에 비해 연속성이 약하다고 느낀다. 기획부터 제작까지 팀 안에서 해결하는 우리의 작업 방식으로는 빠르게 소화하기 힘든 이야기 전개에 초점을 맞추기보다 기존 세계관을 탄탄히 다지면서 겜니메이션 방식의 캐릭터를 활용해 다양한 콘텐츠로 확대하려고 한다.
라이언클래드 주주비의 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캐릭터를 구상한 것도 그런 맥락에서다. 현재 주주비, 토토, 어캄, 까마자야, 팍, 모아, 기타, 외욍 총 여덟 명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전개하고 있다. 이들 사이의 다양한 관계와 상호작용을 통해 앞으로 더 많은 서사를 쌓아갈 계획이다.

캐릭터 디자인과 서사는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나?

라이언클래드 전반적인 이야기와 구성의 큰 틀은 내가 잡고, 그 안의 요소를 멤버들과 함께 채워나간다. 캐릭터의 관계성과 성격, 생김새 같은 외형적인 디자인을 정한 뒤 서사를 입히는 방식이다.
무기아 전체적인 이야기의 흐름 안에서 음악과 어울리는 서사로 점차 좁혀간다. 그러면서 큰 틀로만 존재하던 캐릭터들이 점점 구체적인 정체성을 갖게 된다.
송기호 이렇게 구체화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애니메이션 작업이 시작되면 다 같이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나간다. 나는 컷의 타이밍이나 효과 같은 연출적인 부분을 주로 고민하고, 이성문은 3D 기술, 캐릭터 모델링, 애니메이션 배경 CG를 담당한다. 뮤직비디오에 들어가는 특수 효과는 무기아가 맡고 있다.

기획부터 영상 연출, 게임 제작, 프로듀싱까지 오롯이 팀에서 전담하는 이유가 있나? 굉장히 품이 많이 드는 일인데.

라이언클래드 우리가 설정한 세계관에 온전히 몰입해야만 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캐릭터와 세계관 설정부터 음악, 게임, 애니메이션 제작까지 긴밀한 협업을 통해 완성하는 작업인 만큼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하다. 아직은 경험을 쌓아가는 단계라 우리 손으로 모든 걸 직접 만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아지카진 매직월드라는 세계가 좀 더 명확해지면 다른 창작자들과 협업할 계획도 있다.

최근 요아소비, 바밍타이거, 실리카겔 등의 뮤지션과 협업하기도 했다.

송기호 나는 아지카진 매직월드의 프로듀서이자 영상 제작자로서 종종 한국 아티스트들의 비디오 작업을 했다. 몇몇 뮤지션이 아지카진 매직월드의 색을 살려 작업해보자고 제안했고, 그렇게 협업이 성사되면서 캐릭터를 콘셉트로 발전시키게 됐다. 실리카겔의 〈LOST!〉 라이브 콘텐츠 작업을 할 때는 천상의 캐릭터들로 둘러싸인 공간에 실리카겔을 데려다 놓는 장면을 떠올렸다. 실제로 하얀 구름으로 무대를 만들고, 곡에 맞춰 지휘하는 모습을 연습한 지휘자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연주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천사 합창단 캐릭터가 구름 사이사이에 숨어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모습을 연출했다. 바밍타이거의 〈Spirit Chaebol〉 뮤직비디오 작업은 어린이 방송 프로그램을 보는 듯한 영상미를 구현하면서 바밍타이거의 시그너처인 호랑이 캐릭터와 어울리는 다양한 캐릭터들을 함께 등장시켰다. 캐릭터 기반의 창작 집단인 우리의 정체성을 새롭게 풀어내는 협업이었다.

아지카진 매직월드에게 캐릭터란 어떤 의미인가?

무기아 팀 이름에는 다소 자조적인 의미도 담겨 있다. ‘아지카진 매직월드’라는 이름은 언제까지 낭만과 재미를 좇을 수 있을지에 대한 막연한 걱정에서 비롯됐다. 그런 점에서 캐릭터는 우리의 환상을 지켜주는 존재다.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하다.

라이언클래드 지금까지 해온 일을 계속 이어가고 싶다. 무엇보다 우리가 좋아하는 세계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다.
송기호 올해 11월을 목표로 새로운 정규 앨범 발매를 준비 중이다. 뮤직비디오를 비롯해 캐릭터 관련 굿즈 등 다양한 콘텐츠를 선보일 예정이니 많은 관심 부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