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오설록 제주 티팩토리·티하우스·티라이브러리, 사이니지 & 브랜드 디자인 ② MYKC

오설록 x MYKC

그래픽 디자인 스튜디오 MYKC가 오설록과 함께 제주 한남 차밭에 자리한 오설록 차 복합문화공간의 그래픽 및 사이니지 디자인을 선보였다. 광활한 대지의 자연과 공간 사이에서, 흙의 색채와 절제된 그리드로 엮어낸 시각 체계와 그 이면에 담긴 그래픽 디자인 여정을 소개한다.

[Project+] 오설록 제주 티팩토리·티하우스·티라이브러리, 사이니지 & 브랜드 디자인 ② MYKC

제주 한남 차밭은 오설록의 차 생산과 브랜드 뿌리를 집약한 공간이다. 매스스터디스가 설계한 ‘티팩토리’, 그 안에 WGNB가 인테리어를 맡아 완성한 ‘티라이브러리’, 삶것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티하우스’까지. 오설록의 총괄 기획 아래 서로 다른 역할을 지닌 세 공간이 안착했다. 디자인 스튜디오 MYKC는 이 세 공간을 하나의 유기적인 브랜드 여정으로 엮어내며, 풍경을 거스르지 않는 절제된 사이니지와 그래픽 체계를 완성했다.

Interview

김기문 MYKC 대표 
김용찬 MYKC 대표

MYKC는 출판과 브랜딩, 공간 그래픽의 경계를 넘나드는 디자인 스튜디오다. 2015년부터 아모레퍼시픽과 협업을 이어왔으며, 오설록 리브랜딩과 티뮤지엄, 주요 티하우스의 시각 경험을 구축해왔다. 최근 제주 한남 차밭 프로젝트에서는 오설록의 기획 아래 티팩토리와 티하우스, 티라이브러리 일대의 공간 사이니지와 통합 그래픽 디자인을 구현했다.

PLUS 1. 차밭의 본질에서 출발한 여정

오설록과는 여러 차례 협업을 이어오셨어요. 이번 프로젝트도 그 연장선에 놓여 있을테고요.

김용찬 2023년 오설록 리브랜딩부터 브랜드 작업을 함께해왔습니다. 영문 워드마크를 포함한 통합 그래픽 시스템을 정립하고, 티뮤지엄과 서울 주요 티하우스의 공간 그래픽 및 사이니지를 맡았죠. 이번 프로젝트는 2년 전 티팩토리 준공 당시 입구 사이니지를 작업하며 시작되었는데요. 당시 현장에서 본 차밭 풍경이 무척 인상 깊었어요. 훗날 방문객 공간이 조성된다면 꼭 참여하고 싶다고 오설록 팀에 먼저 말했죠. 이후 티하우스와 티라이브러리가 더해지며 본격적인 협업으로 이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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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남차밭에 자리한 티팩토리 전경 모습. 자료 제공 오설록
오설록을 이미 잘 알고 있던 만큼 프로젝트 초기 접근 방식도 여느 작업과는 사뭇 달랐겠네요?

김용찬/김기문 수년간 오설록과 호흡을 맞추며 브랜드가 지켜야 할 태도와 기준을 깊이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보통 새 프로젝트를 시작하면 브랜드 개념을 바닥부터 다시 세워야 하지만, 이번에는 그 단계보다 이 장소의 맥락에 맞는 시각 언어를 고민하는 데 곧바로 집중할 수 있었죠. 티뮤지엄이 차 문화의 다양성을 경험하는 공간이라면, 티팩토리는 차의 생산 과정과 브랜드의 본질적인 깊이를 체감하는 장소라는 명확한 전제에서 출발했습니다.

“오설록처럼 디자인에 진심인
클라이언트를 만나기란 결코 쉽지 않습니다.
”

김기문 MYKC 대표

이번 프로젝트에서 MYKC가 맡은 과업의 범위는 구체적으로 어디까지였나요?

김용찬 오설록이 공간 기획과 디자인 전반을 총괄했고요. 저희는 그 기획 위에서 한남 차밭 일대의 시각 경험을 일관된 시스템으로 구체화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도로 입구의 진입 파일론부터 주차장, 티하우스 외부의 종합 안내 인포메이션 보드와 동선 유도 사이니지 시스템을 설계하고 제작했죠. 여기에 새롭게 문을 연 티라이브러리의 브랜드 아이덴티티 수립과 내부 전시 그래픽, 그리고 이곳에서만 선보이는 전용 상품인 ‘호지차(HOJI)’ 패키지 디자인까지 아울렀습니다.

제주 안에서도 한남 차밭은 오설록에게 유독 각별한 곳이라고 하더군요.

김용찬 한남 차밭은 오설록이 오랜 시간 차를 가꿔온 생산 거점입니다. 현장에서 느낀 브랜드의 태도 역시 시각적으로 화려하게 튀는 것보다 차의 깊이를 전달하는 데 훨씬 무게를 두고 있었죠. 저희 역시 사이니지만 도드라지게 드러내기보다, 건축과 차밭의 자연스러운 균형을 해치지 않고 스며들도록 조율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한남 차밭 일대의 공간 구성과 명칭이 다소 복잡하게 느껴지기도 해요. 각 공간의 성격과 역할을 어떻게 정돈했나요?

김용찬 한남 차밭은 원래 녹차를 재배하고 채집하던 농장이었습니다. 그곳에 로스팅부터 패키징, 출고까지 전 과정을 수행하는 공장이자 전체 사이트의 메인이 되는 건축물이 바로 ‘티팩토리’입니다. 그리고 이 티팩토리 건축물 내부에 차에 얽힌 아카이브와 이야기를 깊이 있게 들여다볼 수 있도록 기획된 전시 공간이 ‘티라이브러리’죠. 여기에 차를 마시며 머무는 독립된 건축물인 ‘티하우스’가 진입부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김기문 처음 방문하는 이들에게는 티팩토리 건물 안에 티라이브러리가 있고, 독립된 건물로 티하우스가 놓인 위계가 모호하게 다가올 수 있었습니다. 디자이너 입장에서도 그래픽과 사이니지를 풀기 전, 오설록이 부여한 각 공간의 역할과 여정을 명확히 인지시키는 일이 중요한 선결 과제였죠. 티팩토리와 티라이브러리를 통해 브랜드의 생산과 깊이를 먼저 체감하고, 차밭과 전망대를 거쳐 티하우스에서 차를 즐기며 머무는 전체 여정이 직관적으로 이어지도록 시각 위계를 설계했습니다.

PLUS 2. 서로 다른 공간을 중재하는 사이니지

티팩토리와 티하우스라는 두 건물, 그리고 티팩토리 내부의 티라이브러리까지 각 공간의 언어와 물성이 다릅니다. 이 서로 다른 공간을 그래픽으로 어떻게 조율하고 엮어냈나요?

김용찬 공간마다 구축된 시기와 구조적 성격은 달랐지만, 모든 공간이 오설록의 차밭이라는 광활한 자연 위에 하나의 맥락으로 놓여 있었습니다. 인위적인 디자인 룰로 각 공간을 똑같은 모양으로 묶기보다는, 각 공간이 지닌 고유한 구조와 재료를 고려하며 접근했습니다.

“공간이 저마다의 고유한 성격을 짓는다면,
그래픽은 방문객이 그곳들을 하나의 브랜드 여정으로 읽게 돕는 중재자입니다
.”

김기문 MYKC 대표

건축의 물성을 해치지 않으면서 사이니지를 물리적으로 안착시키는 일도 만만치 않은 과제였을 텐데요. 특히 티하우스의 골강판 벽면은 시공 조건이 까다로웠다면서요.

김용찬 골강판은 표면이 울퉁불퉁해 볼트를 고정할 수 있는 핀 위치가 이미 특정 지점으로 한정되어 있었습니다. 시공의 자유도가 현저히 떨어지는 조건이었죠. 그래서 현장 치수를 사전에 정밀하게 측정해 골강판의 수직 리듬과 그리드에 사이니지 프레임 크기와 간격을 정확히 일치시켰습니다. 또한 골강판 특유의 유광 질감과 대비를 이루도록 측면을 비드 가공해 무광 처리하는 등, 건축 재료와 부딪히지 않고 원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마감과 물성을 조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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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니지 배치도. 자료 제공 MYK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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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YKC와 오설록 팀은 현장을 거듭 방문하며 예상 동선을 고민하고 사이니지 배치를 조율했다. 자료 제공 MYKC
한남 차밭은 부지가 넓어 공간과 공간 사이의 물리적 거리감도 상당합니다. 동선을 유도하며 안내 정보의 노출 밀도를 조율한 과정도 궁금합니다.

김용찬 처음에는 길을 잃지 않도록 사이니지를 촘촘하게 배치하려 했습니다. 티팩토리에서 전망대까지 거리가 150m에 이르고 언덕도 있었으니까요. 하지만 오설록 팀과 현장을 거듭 걸으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이곳은 정보를 쫓는 공간이 아닌, 차밭의 차경(借景)을 마주하는 장소여야 했습니다. 시야가 트인 차밭 특성상 멀리서도 사이니지가 보이는 만큼, 4개 거점에 필요한 정보만 최소화해 배치했습니다. 대신 상부에 티하우스, 티팩토리, 티라이브러리, 전망대 등 각 공간의 건축적 조형을 단순화한 심볼 아이콘을 얹어, 먼 거리에서도 목적지를 직관적으로 인지하며 걸음을 옮기도록 유도했습니다.

PLUS 3. 색채와 서체, 패키지에 스며든 차의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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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설록 제주 한남차밭에 적용된 동선 유도 및 안내 사이니지 디자인. 자료 제공 MYKC
사이니지에 적용한 색상도 궁금합니다. 오설록을 상징하는 녹색과는 또 다른 인상을 주는데요.

김용찬 초기에는 티뮤지엄과의 일관성을 고려해 그레이 톤도 검토했죠. 하지만 논의 끝에 화산송이와 제주의 흙빛을 품은 짙은 브라운으로 최종 낙점했습니다. 야외 사이니지의 메인 폴과 프레임에 이 브라운 톤을 공통 적용해 전체 사이트의 톤을 차분하게 묶어냈죠. 반면 공간명이 표기되는 플레이트는 티팩토리, 티하우스, 티라이브러리 각 건물의 건축 재료와 기능적 성격에 맞춰 컬러를 달리 적용했습니다.

“디자인을 시각적으로 튀게 만드는 건 쉽습니다.
하지만 오설록은 그보다는 깊이가 훨씬 중요한 브랜드입니다.
그래픽이 앞으로 나서기보다 차밭의 풍경과 공간 뒤로 조용히 스며들도록 했습니다.
”

김용찬 MYKC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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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니지 디자인 색채 개발 디자인 과정 모습. 자료 제공 MYKC
서가 구조를 품은 티라이브러리의 타이포그래피는 야외 사이니지의 서체와는 결이 사뭇 다릅니다.

김기문 야외 사이니지가 먼 거리에서의 인지성에 초점을 둔 기능적인 산세리프 중심이라면, 티라이브러리는 방문객이 차에 얽힌 방대한 기록을 가까이서 찬찬히 읽어 내려가는 공간입니다. 이를 위해 수직과 수평의 비례를 단정하게 정돈한 전용 세리프 서체를 개발해 적용했죠. 서가와 전시 매대의 엄격한 수직·수평 그리드에 활자의 기둥 굵기를 맞추고, 획의 끝단에는 고전적인 책의 물성을 연상시키는 섬세한 세리프를 더했습니다. 획의 대비를 과하지 않게 조율해 현대적인 인상을 유지하되, 차의 긴 역사와 아카이브를 응시할 때 활자가 차분한 묵직함으로 공간의 결을 뒷받침하도록 디자인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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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라이브러리 내 도서관 카드는 티하우스와 티팩토리 등 제주 오설록 차밭 여정의 가이드 기능을 하기도 한다. 사진 최용준
티라이브러리 전용 상품인 ‘호지차’ 패키지는 공간의 맥락을 어떻게 이어받았나요?

김기문 호지차 패키지는 티라이브러리라는 공간의 맥락을 잇는 데 집중했습니다. 책의 형태를 은유하는 단정한 지함 구조를 택해 서가에 꽂힌 한 권의 책처럼 느껴지도록 했죠. 여기에 도서관이나 호지차의 이미지가 오래된 유산처럼 비치지 않고 동시대적인 시간성을 담아내도록, 패키지 측면은 산뜻한 네온 그린을 더했습니다.

공간 곳곳과 굿즈에 새겨진 곤충 자수에서는 특유의 유쾌한 위트도 느껴집니다.

김용찬 오설록 팀이 한남 차밭의 건강한 자연 생태계를 위트 있는 그래픽 장치로 풀어보자고 먼저 제안했습니다. 한남 차밭에 실제로 서식하는 청띠제비나비, 무당벌레, 반딧불이 같은 곤충을 일러스트로 담았죠. 자칫 무겁고 진지해질 수 있는 아카이브 공간에 기분 좋은 발견의 재미를 더해주는 장치가 되었습니다.

PLUS 4. 디테일을 넘어 대중의 눈높이로 

한편 이번 프로젝트 전반에 걸쳐 아쉽게 내려놓은 시안이 있다면 무엇인지도 궁금합니다.

김용찬 초기 동선 계획 단계에서 방문객을 배려해 촘촘한 안내판을 세우는 친절한 시안과, 수량을 대폭 줄여 풍경을 열어주는 절제된 시안이 맞섰습니다. 디자이너로서는 더 많은 정보를 친절히 알려주고 싶은 유혹이 컸지만, 현장에서 대지의 풍광을 마주하며 비우는 쪽으로 결단을 내렸죠. 결과적으로 그 여백 덕분에 방문객이 사이니지가 아닌 차밭의 능선과 제주 자연을 더 깊이 감각할 수 있게 되었다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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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남차밭에 놓인 사이니지. 상부에 주전자 모양 심볼과 차밭 풍경을 배경 삼아 인증샷을 찍는 방문객들이 늘어나고 있다. 자료 제공 MYKC
클라이언트나 방문객의 피드백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다면요?

김용찬 사이니지 상부에 얹은 주전자 모양 심볼 아이콘이 있었는데요. 방문객들이 차밭 풍경을 배경 삼아 그 사이니지 상부의 주전자 심볼을 함께 앵글에 담아 사진을 찍고 있더라고요. 디자이너 입장에서는 먼 거리에서 목적지를 인지하도록 만든 기능적인 기호였는데, 대중에게는 드넓은 차밭 풍경과 어우러져 그곳의 방문을 인증하는 프레임이자 포토 스폿이 되어준 셈이죠. 디자이너의 의도를 넘어 사람들이 공간을 스스로 즐기고 기억하는 방식이 인상 깊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MYKC가 새롭게 알게 된 게 있다면요?

김기문 디자이너가 매달리는 미시적 디테일이 늘 정답은 아닐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서체의 자간이나 결합 방식에 몰두하기보다, 공간의 전체 공기와 인상을 받아들이는 대중의 눈높이를 체감했죠. 디자이너의 시야에서 한 걸음 물러나 장소의 전체 맥락을 조망하는 시각의 확장을 얻었습니다.

Information

오설록 제주 티팩토리·티하우스·티라이브러리 그래픽&사이니지 디자인

공간 기획 및 디자인 총괄 오설록
그래픽 및 사이니지 디자인 MYKC(대표 김기문, 김용찬)
건축 및 공간 디자인 매스스터디(대표 조민석), 삶것건축사사무소(대표 양수인), WGNB(대표 백종환)
VMD 아라비 스튜디오
패브릭 및 유니폼 디자인 스튜디오 오유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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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오설록 제주 티팩토리·티하우스·티라이브러리, 사이니지 & 브랜드 디자인 ① 오설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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