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디자인] 디자이너들은 어디서 영감을 얻을까?
디자인이 막힐 때. 다른 크리에이터들은 어디서, 어떻게 영감을 얻는지 알아봐도 좋다.

디자인을 하다 보면 누구나 한 번쯤 막히는 순간이 온다. 혹은 시작조차 하지 못한 채, 아무런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도 있다. 물론 각자만의 루틴이나 리프레시 방법으로 그 시간을 타개하곤 하지만, 다른 디자이너들은 이런 순간을 어떻게 넘기는지 살펴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그들이 영감을 얻는 방식을 자신만의 방법 변형해가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 것 또한 디자이너가 성장하는 한 방법이 된다. 그래서 이번 주 위클리 디자인에서는 미디어 아티스트부터 패션 디자이너, 시각, 브랜드 디자이너까지 서로 다른 분야의 크리에이터들이 어디서, 어떻게 영감을 얻는지 함께 따라가 본다. 그들의 시선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찾아가는 방법을 함께 살펴보자.
산산기어(SAN SAN GEAR) 이상엽 디렉터, 김세훈 팀장, 최민석 팀장
“요즘은 정말 다양한 곳에서 영감을 얻습니다. 영화나 패션잡지와 같은 비교적 정형화된 콘텐츠는 물론, 휴대폰 속 수천 킬로미터 떨어진 누군가의 숏폼 비디오에서 얻기도 하고, 지인들과의 일상 속 대화 속에서 얻기도 합니다. 또 해외에서 보고, 듣고, 먹는 경험들 역시 큰 영감이 됩니다. ‘영감’이라는 단어는 거창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해요. 감각을 곤두세우고 생활하다 보면 주변에는 저희가 다 헤아리지 못한 호기심과 즐거움으로 가득 차 있다고 생각합니다.”
워크룸(Work Room)·카우프만(Kaufman)·파일드(Filed) 디자이너 유현선
“디자인 작업이 끝났다고 해서 프로젝트가 마무리되진 않아요. 완성된 프로젝트를 어떻게 보여줄지까지 생각해야 합니다. 미르코 보르쉐(Mirko Borsche)가 설립한 뮌헨의 스튜디오 뷰로 보르쉐는 SNS와 웹사이트에서 작업을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방법을 많이 고민하는게 느껴져요. 특히 웹사이트 디자인 작업을 SNS에서 좋아보이게 만드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데, 뷰로 보르쉐는 매번 다양한 재미있는 방법으로 아카이빙하고 있습니다.”
스튜디오 터(STUDIO TUH) 김준우, 정다빈 디렉터
김준우 “저는 일상의 경험에서 아이디어를 많이 가져오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친구들과 주말에 어디서 경험했던 일, 예전에 봤던 영화, 인스타그램에서 무의식적으로 봐온 이미지들이요. 그런 것들이 머릿속 어딘가에 쌓여 있다가 인비테이션 작업처럼 구체적인 결과물로 이어지기도 하죠. 그래서 일부러라도 머릿속에 많이 쌓이게끔 다양한 경험을 하려는 편이에요. 영감이란걸 정확히 ‘여기서 얻는다’가 아니라, 일상의 조각들이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나오는 것 같아요.”
정다빈 “저는 채집하는 습관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아이디어가 워낙 휘발성이 강해서 떠오른 생각도 기록하지 않으면 금방 사라지거든요. 다행히 요즘은 모두에게 핸드폰이라는 아주 좋은 채집 도구가 하나씩 있잖아요. 그래서 일상에서 스쳐 지나갈 수 있는 ‘좋은 것들’을 놓치지 않기 위해 늘 의식적으로 기록하려고 해요.”
미디어 아티스트·KAIST 산업디자인과 교수 강이연
강이연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은 <에반게리온>이다. 안노 히데아키 감독의 세계관과 연출 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고 말한다. 작가는 “에반게리온을 보면 지금 봐도 여전히 좋다”고 말하며, 자신이 좋아하는 메카닉, 세계 붕괴의 정서, 상징 구조 등 많은 지점에서 강한 영향을 받았다고. 살면서 꼭 만나보고 싶은 인물 중 한 명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지난 7월에는 <에반게리온 에어 심포니> 공연도 다녀왔다고.
서비스센터(Service Center) 디렉터 전수민
최근 LA 출장 중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걸작으로 꼽히는 홀리호크 하우스(Hollyhock House)를 방문해 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이곳은 로스앤젤레스에 위치한 라이트의 초기 주택 작품으로, 캘리포니아 기후와 풍경을 반영해 설계된 곳이다. 전통적인 주거 공간과는 다른, 중정과 분수, 개방적인 공간 구성으로 유명하며, 20세기 모더니즘 건축의 시작을 알린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전수민 디렉터는 그곳에 발을 들이는 순간, 단순히 ‘좋다’는 감각을 넘어선 전율이 찾아왔다고 전했다. 특히 그 초현실적인 몰입감이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고 덧붙였다. 라이트가 생애를 걸고 쌓아온 디테일과 집착의 산물이 만들어낸 공간은 마치 살아 있는 조각처럼 느껴졌고, 빛과 그림자가 머무는 시간, 바람이 흐르는 방향, 방과 방 사이의 침묵까지 계산된 설계가 특히 돋보였다고 전한다.
Design+의 콘텐츠를 해체하고 조립해 새로운 인사이트를 전달하는 [위클리 디자인]은 매주 월요일 아침 7시에 발행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