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우하우스를 구성한 세 가지 물질은?
바우하우스 데사우 100주년, 재료로 다시 읽는 모더니즘
바우하우스 데사우 이전 100주년 기념 전시 <유리 | 콘크리트 | 금속>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데사우 시기(1925~1932)의 핵심 소재를 통해 디자인의 산업적 기반을 탐구힌다. 상징적 건축물 뒤에 숨겨진 물질적·경제적 조건을 재조명하며, 20세기 초 산업 발전과 맞물린 바우하우스의 기술적 본질을 조명한다.

바우하우스 데사우 재단(Stiftung Bauhaus Dessau)는 바우하우스 데사우 이전 100주년을 기념하는 2025/26 프로그램 ‘본질을 향하여(An die Substanz. Bauhaus Dessau 100)’의 일환으로 두 개의 주요 전시를 선보인다. 그중 하나인 <유리 | 콘크리트 | 금속(Glas | Beton | Metall)>’은 2026년 3월 28일부터 2027년 1월 10일까지 바우하우스 데사우(Bauhaus Dessau) 본관 내 역사적 공방동에서 개최된다. 이번 전시는 바우하우스가 가장 생산적이었던 데사우 시기(1925–1932)에 주목하며, 당시 건축과 디자인을 가능하게 했던 재료적·산업적 기반을 탐구한다. 특히 유리, 콘크리트, 금속과 같은 핵심 소재를 중심으로, 바우하우스 작업이 20세기 초 산업 발전과 어떻게 긴밀하게 맞물려 있었는지를 조명한다. 이를 통해 상징적인 바우하우스 건축과 공방 생산 뒤에 존재했던 물질적·경제적·기술적 조건들을 새롭게 드러낸다.

전시는 세 개의 주제 섹션으로 구성되며, 1920년대 초 재료 혁신이 가져온 충돌과 전환,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의 출현을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단순한 양식적 성과를 넘어, 재료 자체에 대한 실험과 그로 인한 인식의 변화에 주목하는 점이 특징이다. 이는 바우하우스를 형태적 미학이 아닌 ‘물질과 생산의 관점’에서 다시 읽어내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번 기획은 바우하우스의 역사적 성취를 재조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의 자원, 기술, 생산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된다. 에너지 위기와 기후 변화, 자원 고갈과 같은 동시대 이슈 속에서, 재료와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탐구는 여전히 유효한 문제의식으로 작동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유리 | 콘크리트 | 금속(Glas | Beton | Metall)’은 바우하우스 유산을 현재의 디자인·건축 담론과 연결하는 동시에, 미래의 물질적 실천 가능성을 모색하는 전시로 자리한다.
바우하우스 건물은 근대성을 물질적으로 구현한 하나의 선언적 건축으로 읽힌다. 1926년 12월 4일 데사우에서 공방동이 처음 공개되었을 당시, 이 건물은 유리로 이루어진 큐브 형태로 빛나며 새로운 건축(New Building)의 상징으로 등장했다. 1,000명이 넘는 방문객들은 풍차 형태의 독특한 평면뿐 아니라,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가 도입한 새로운 건축 재료와 이를 바탕으로 전개된 조형 실험에 매료되면서도 동시에 낯선 감각에 대한 일종의 긴장감을 느꼈다. 약 100년이 지난 오늘, ‘유리 | 콘크리트 | 금속(Glas | Beton | Metall)’ 전시는 바로 이러한 재료들에 다시 주목한다.

역사적인 공방동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바우하우스 작업이 20세기 초 산업 발전과 맺고 있던 밀접한 관계를 추적하며, 상징적인 건축과 공방 생산의 이면에 존재했던 물질적·경제적·기술적 조건들을 재조명한다. 전시는 세 가지 핵심 재료를 중심으로 구성되며, 사진, 도구, 문서, 장비 등 다양한 아카이브 자료를 통해 그동안 상대적으로 주목받지 못했던 바우하우스의 또 다른 면을 드러낸다. 특히 매끈한 강철 파이프나 유리 파사드와 같은 표면 뒤에 감춰진 생산 과정과 제작 환경, 노동 조건, 원자재 채굴과 유통 구조를 구체적으로 탐색하며, 이러한 물질들이 근대 건축과 디자인의 형성에 어떻게 관여했는지를 다층적으로 조명한다. 나아가 전시는 재료의 이동 경로와 자원 흐름을 따라가며, 그것이 식민주의적·제국주의적 경제 구조와 글로벌 권력관계 속에서 형성되었음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1920년대 초 재료 혁신이 불러온 충돌과 전환,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의 출현을 다루는 동시에, 오늘날의 지속가능성, 자원 정의, 글로벌 생산 체계에 대한 논의로까지 시선을 확장한다.
1. 유리
유리(Glas)는 20세기 초 근대 건축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전환시킨 핵심 재료로 등장한다. 특히 그로피우스가 언급한 ‘유리 건축(Glasarchitektur)’ 개념은 벽이라는 물리적 경계를 해체하고, 내부와 외부 공간을 연속적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공간 인식을 제안했다. 데사우 바우하우스 건물의 공방동에 적용된 유리 커튼 월은 구조체를 내부로 밀어 넣고 외벽 전체를 투명하게 드러내며, 건축의 하중 구조와 외피를 분리하는 혁신적 방식을 구현했다. 이러한 투명성은 단순한 미학을 넘어, ‘열림’과 ‘소통’이라는 근대적 가치와도 연결된다. 동시에 전시는 유리가 광물에서 인공적으로 변형된 물질이라는 점에 주목하며, 기술적 진보가 만들어낸 새로운 감각과 함께, 그 이면에 존재하는 생산 공정과 산업적 조건까지 함께 조명한다.



2. 콘크리트
콘크리트(Beton)는 바우하우스 건축을 가능하게 한 구조적 핵심이자, 근대 건축의 확장을 견인한 재료다. 데사우 바우하우스 건물은 철근콘크리트 골조를 기반으로 설계되었으며, 이를 통해 자유로운 평면 구성과 비대칭적 건물 배치, 기능 중심의 공간 조직이 가능해졌다. 전시는 이러한 구조가 단순한 기술적 성취가 아니라, 당시 산업화와 건설 기술, 자본과 노동이 결합된 복합적 산물임을 드러낸다. 특히 콘크리트 생산 과정에서 요구되는 대규모 원자재 채굴—석회석과 모래, 자갈—이 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까지 함께 조명하며, 근대 건축의 상징적 재료가 지닌 이중성을 강조한다. 이는 당시의 건축적 진보가 오늘날의 기후 위기와 자원 문제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지점이다.

Landesarchiv Sachen-Anhalt I 410 Nachtr. 1, Nr. 663



3. 금속
마지막으로 금속(Metall)은 바우하우스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산업화와 결합된 재료로, 디자인의 방향을 수공예에서 대량생산으로 전환시키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금속 공방에서는 초기에는 금·은·동을 다루는 전통적 공예에서 출발했지만, 점차 강철과 알루미늄 같은 산업 재료로 확장되며 조명, 가구, 생활용품 디자인으로 이어졌다. 특히 튜브형 강철 가구와 조명 디자인은 건축과 일체화된 산업 제품으로 발전하며, 바우하우스의 기능주의 미학을 대표하는 아이콘이 되었다. 또한 데사우의 융커스 공장과 같은 항공 산업 기술과의 교류는 금속을 미래지향적이고 실험적인 재료로 자리 잡게 했다. 그러나 전시는 이러한 혁신 이면에 존재했던 금속 자원의 채굴, 가공, 노동 착취 구조 역시 함께 드러내며, 그동안 미화되어온 바우하우스 산업 서사를 비판적으로 재해석한다.



한편 전시 기간 동안 바우하우스 건물에서는 ‘재료 대화(Materialgespräche)’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생산, 학문, 디자인 분야의 다양한 전문가들이 참여해, 건물을 구성하는 재료들의 기원과 흐름을 따라가며 물질과 디자인의 관계를 입체적으로 탐구하는 자리로 마련된다. 또한 ‘바우하우스를 만지다(100 Jahre Bauhaus Berühren)’라는 제목의 멀티 감각 가이드 프로그램은 2026년 6월 7일(유네스코 세계유산의 날, UNESCO Welterbetag), 9월 13일(오픈 기념물의 날, Tag des offenen Denkmals), 10월 11일(시각의 주간, Woche des Sehens)에 각각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건물을 단순히 시각적으로 감상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재료의 표면, 음향, 공간의 온도와 공기, 그리고 냄새까지 신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또한 보조견 동반이 가능해 접근성을 높였다. 이번 100주년 기념 교육·체험 프로그램은 이러한 다감각적 접근을 통해 역사적 건축 유산을 보다 입체적으로 경험하게 하며, 동시대의 다양한 관람자와 연결되는 새로운 해석의 방식을 제시한다.
<Glas | Beton | Metall>
주소 바우하우스 데사우
기간 2026년 3월 28일-2027년 1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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