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디자인 상하이가 선택한 떠오르는 디자이너 5
상하이가 주목한 신진 디자이너는?
이제 디자인 축제는 결과보다 과정에 가까워 보인다. 올해 디자인 상하이(Design Shanghai)가 ‘어바웃 타임(About Time)’을 주제로 내건 것 역시 디자인이 더 이상 동시대 과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이제 디자인 축제는 결과보다 과정에 가까워 보인다. 올해 디자인 상하이(Design Shanghai)가 ‘어바웃 타임(About Time)’을 주제로 내건 것 역시 디자인이 더 이상 동시대 과제와 무관하지 않다는 인식을 전제로 한다.

지난 3월 19일부터 22일까지 상하이 전시센터에서 열린 2026 디자인 상하이에는 총 20여 개국 500개 이상의 브랜드가 참여했고, 4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았다. 가구와 조명부터 신소재, 라이프스타일까지 동시대 디자인의 폭넓은 스펙트럼을 펼쳐 보였다. 특히 ‘TALENTS’ 섹션은 이러한 흐름을 가장 밀도 있게 보여줬다. 35세 이하의 신진 디자이너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이 프로그램은 이머징 디자이너를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디자인이 어떤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가늠하게 했다.

지금의 상하이의 디자인신은 어떤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을까. TALENTS 어워드 수상자를 중심으로, 눈에 띈 다섯 팀을 살펴보자.
이루 스튜디오(YILU Studio)
이루 스튜디오(YILU Studio)는 디자이너 주리 이루(Zuri Zhu Yilu)가 이끄는 스튜디오다. 2023년 ‘유쾌한 가벼움(Playful Lightness)’이라는 제목의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빛과 공기, 소재 간의 관계를 통해 공간 경험을 재구성하는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절제된 형태와 미래적인 감각을 기반으로, 감각적 경험을 중심에 둔 조명 디자인을 제시한다.

그가 이번 행사에 출품한 ‘낙하산 시리즈(Parachute Series)’는 공기를 머금은 낙하산 구조를 차용한 공기주입식 조명이다. 물리적인 구조를 최소화하면서도 빛의 확산과 부유하는 감각을 동시에 구현하고 있다. 얇은 막과 공기, 빛이 만들어내는 관계에서 조명은 고정된 형태가 아닌, 공간 안에서 변화하는 상태로 작동한다.

이러한 접근 방식은 조명을 하나의 환경적 경험으로 확장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특히 재료가 지닌 물성을 최소한으로 개입해 감각을 끌어내는 방식은 과정과 관계를 중시하는 올해 전시의 흐름 속에서 주목할 만한 작업으로 읽힌다.

량 리빙 스튜디오(Liang Living Studio)

도예가 홍장량(Hong Zhangliang)이 설립한 아트 퍼니처 브랜드인 량 리빙 스튜디오(Liang Living Studio)는 전통 공예를 동시대 재료 실험과 연결하는 작업을 전개하고 있다.

스튜디오는 교태(絞胎, agateware) 기법을 중심으로, 서로 다른 점토를 섞고 배열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물성의 가능성에 집중해왔다. 여기에 광물, 산화물, 소성 환경을 더해 점토와 유약, 유리의 경계를 넘나드는 새로운 재료를 만들어냈다. 이 같은 재료 실험은 공예와 디자인 사이의 관계를 다시 설정하려는 시도로, 기능과 조형을 동시에 갖춘 오브제를 지향하며 일상의 도구이자 감각적으로 경험되는 예술로 확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올해의 TALENTS 어워드에서 홍장량은 ‘Best Artistic Product Design’을 수상하며, 공예 기반 작업이 동시대 디자인 안에서 어떻게 확장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재료의 형성과 변형 과정을 전면에 드러내는 방법론은 시간의 축적과 물질의 변화를 시각화하며 공예의 동시대적 확장을 보여줬다.
트라이그램(Trigram)

디자이너 황이펑(Huang Yifeng, Ivan Wong)이 이끄는 트라이그램(Trigram)은 전통 구조를 기반으로 한 모듈 시스템을 통해 가구의 사용 방식을 재정의한다. 트라이그램의 작업은 전통 짜맞춤 구조를 현대적으로 해석한 연결 시스템에서 출발한다. 모든 연결부는 동일한 구조를 가지며, 각각이 장부와 홈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이를 통해 도구 없이 조립과 해체가 가능하며, 가구는 상황에 따라 자유롭게 재구성된다.


‘트라이그램’이라는 이름은 고대 중국 철학에서 세계를 세 개의 선으로 이뤄진 기본 단위의 조합으로 설명하는 팔괘(Bagua)에서 유래한다. 이 기본 단위는 ‘삼효(三爻)’이며, 세 요소의 결합이 무한한 변화를 만들어낸다는 구조를 반영한다. 이에 시스템은 X, Y, Z 3차원 축을 기반으로 작동하며, 변화 가능한 구조를 전제로 한다.

이들은 TALENTS 어워드에서 ‘Media’s Favourite Award’ 부문에서 영예를 얻으며, 구조적 아이디어를 가장 직관적으로 전달한 작업으로 주목받았다.
프리드리히 게를라흐(Friedrich Gerlach)
독일의 디자이너 프리드리히 게를라흐(Friedrich Gerlach)는 재료와 생산 방식을 중심으로 작업하며 제작 과정 자체를 디자인의 핵심으로 삼는다. 그의 작업은 다양한 공정을 통해 이뤄진다.

가죽 폐기물을 접고 구부리는 방식으로 소재를 구조적으로 전환한 ‘Lecrase Stool’과 박테리아를 활용해 건축 폐기물을 결합하는 생물 기반 제작 방식을 적용한 ‘Biocement Chair’가 대표 작업이다. 작업을 관통하는 핵심적인 실천은 재료가 형성되고 변형되는 방식 자체가 디자인의 일부로 작동한다는 점이며, 생산 과정이 하나의 서사로 확장된다는 특징을 지닌다.


그는 ‘Best Experimental Product Design’을 수상하며, 재료와 제작 방식에 대한 실험적 접근을 선명하게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았다. 생물학적 공정과 폐기물 재활용을 결합한 작업들은 생산 방식 자체를 재고하려는 동시대 디자인의 흐름과 강하게 맞물리며, 과정 중심의 디자인이 어떻게 새로운 미학과 기능을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에어 스케치 스튜디오(Air Sketch Studio)

디자인 상하이 2026에서 디자이너 장저(Zhang Zhe)가 설립한 에어 스케치 스튜디오(Air Sketch Studio)는 공기와 구조를 결합한 실험적인 디자인을 선보였다. 스튜디오는 공기 주입을 통해 형태가 형성되는 ‘자기 생성(self-forming)’ 구조를 기반으로 작업한다. 대표작인 ‘Air Forming Lamp’는 사전에 설계된 텍스처가 팽창하면서 입체를 형성하는 방식으로, 형태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내부 구조에 의해 생성된다.

얇은 필름과 공기가 결합해 만들어지는 이 구조는 가볍고, 접을 수 있으며, 접착이 필요 없다는 점에서 제작 방식 자체의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동시에 제시한다. 공기를 하나의 재료로 다루며, 형태와 생산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한다.

이번 행사에서 에어 스케치 스튜디오는 실험적인 구조를 실제 제품화 가능한 디자인으로 연결했다는 점을 인정받아 ‘Best Commercial Product Design’을 수상했다. 특히 공기를 매개로 2차원 소재가 3차원으로 확장되는 과정은 형태가 ‘생성되는 것’이라는 개념을 설득력 있게 구현했다.



이들의 작업은 공통적으로 결과보다 형성되는 과정에 비중을 둔다. 형태는 고정된 결과가 아닌, 재료와 구조, 사용 방식이 교차하는 조건 속에서 생성된다. 디자인 상하이가 이 다섯 팀을 선택한 것은 단순한 신선함 때문이 아닐 것이다. 오브제보다 방법론을, 완성보다 생성을 중심에 두는 실천들이 동시대 디자인의 감수성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재료는 다뤄지는 것이 아니라 함께 사고하는 것이고, 형태는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조건 속에서 발생하는 것이다. 디자인이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의 무게가 달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