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위크 여행자들을 위한 바 안내서

밀라노·파리·코펜하겐 디자인 위크, 아지트가 되는 유럽의 바3

4월 밀라노 디자인 위크(Salone del Mobile), 1월과 9월 파리 메종&오브제(Maison&Objet), 그리고 6월 코펜하겐 쓰리 데이즈 오브 디자인(3 Days of Design). 전시장과 쇼룸을 누비는 낮이 지나면, 삼삼오오 모여드는 바 세 곳을 소개한다.

디자인 위크 여행자들을 위한 바 안내서

매년 봄과 여름, 전 세계 디자이너와 건축가들이 유럽 세 도시로 향한다. 4월 밀라노 디자인 위크(Salone del Mobile), 1월과 9월 파리 메종&오브제(Maison&Objet), 그리고 6월 코펜하겐 쓰리 데이즈 오브 디자인(3 Days of Design). 세계 디자인 신을 이끄는 이 행사들은 국내에서도 직접 찾아가는 디자이너들이 있을 만큼 업계에서 각별한 의미를 지닌다. 전시장과 쇼룸을 누비는 낮이 지나면, 이들이 삼삼오오 모여드는 곳이 있다. 화려한 호텔 바도, 새로 문을 연 트렌디한 공간도 아닌, 각 도시의 크리에이티브 신이 오랫동안 입소문으로 공유해온 바들이다. 마침 올해 6월 10일부터 코펜하겐 쓰리 데이즈 오브 디자인이 시작된다. 세 도시의 디자이너들이 애정하는 바 세 곳을 소개한다.

바 루체(Bar Luce)

이탈리아 밀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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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ttilio Maranzano, Fondazione Prada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 퐁다시옹 프라다(Fondazione Prada)를 찾는 이들이 빠짐없이 들르는 곳이 있다. 미우치아 프라다(Miuccia Prada)의 의뢰로 영화감독 웨스 앤더슨(Wes Anderson)이 설계한 바 루체다. 앤더슨이 어린 시절 보았던 1950~60년대 이탈리아 네오리얼리즘 영화의 분위기를 공간으로 옮겨놓은 듯한 이곳은 2015년 퐁다시옹 프라다 단지 내에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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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ttilio Maranzano, Fondazione Pr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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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ttilio Maranzano, Fondazione Prada

민트·핑크·노랑 등 파스텔컬러의 포르미카(Formica) 가구, 줄무늬 천장, 체스판 바닥, 핀볼 머신과 주크박스가 공간을 가득 채운다. 앤더슨은 영화 세트가 아니라 영화를 쓰기에 더 좋은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에는 전시를 마친 디자이너·큐레이터·아티스트들이 저녁 식사 전 즐기는 이탈리아식 식전 주를 뜻하는 아페리티보(aperitivo)를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하는 공간으로 통한다. 공간 자체가 하나의 디자인 오브제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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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ttilio Maranzano, Fondazione Prada

르 생디카(Le Syndicat)

프랑스 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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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vid Foessel

파리 10구 포부르 생드니(Faubourg Saint-Denis) 거리, 온통 포스터와 그래피티로 뒤덮인 파사드 뒤에 르 생디카가 숨어 있다. 2014년 설리번 도(Sullivan Doh)와 로맹 르 무엘릭(Romain Le Mouellic)이 연 이 바는 스스로를 ‘프랑스 전통 증류주를 지키겠다’는 뜻의 프랑스 스피릿 수호 조합 (Organisation de Défense des Spiritueux Français)라 부른다. 코냑·아르마냑·칼바도스·샤르트뢰즈 등 프랑스에서 생산된 증류주만을 재료로 쓴다는 원칙 아래, 잊혀가는 프랑스 전통 술을 현대적인 칵테일로 되살리는 것이 이 바의 철학이다. 설리번 도는 이곳을 ‘먼지 쌓인 전통 증류주가 갱스터가 되는 곳’이라 표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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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vid Foessel

인테리어는 파리 건축 스튜디오 CUT 아키텍처(CUT Architectures)가 설계했다. 1960년대 원본 모자이크 바닥을 그대로 살리고, 코르크 타일 천장과 꾸레주(Courrège)를 연상시키는 황금빛 메탈릭 커튼, 날것 그대로의 벽면을 더해 거리의 에너지를 실내로 끌어들였다. 힙합 음악이 흐르는 이 공간은(World’s 50 Best Bars)에 여러 차례 이름을 올렸으며, 메종&오브제 기간 파리를 찾는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숨겨진 아지트”로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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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vid Foessel

아폴로 바(Apollo Bar & Kantine)

덴마크 코펜하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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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kkel Adsbøl, Apollo Bar & Kantine

코펜하겐 뉘하운(Nyhavn) 운하 옆, 17세기 바로크 양식 건물 쿤스트할 샤를로텐보르(Kunsthal Charlottenborg) 안뜰에 아폴로 바가 자리한다. 2017년 덴마크 셰프 프레데릭 빌레 브라헤(Frederik Bille Brahe)가 쿤스트할 샤를로텐보르의 의뢰로 문을 연 곳으로, 인테리어는 디자이너 루네 브룬 요한센(Rune Bruun Johansen)이 맡았다. 공간을 채운 가구와 조명은 그 자체로 덴마크 디자인의 역사를 담고 있다. 왕립 덴마크 예술 학교 학생들이 20세기에 실제로 사용하던 뵈르에 모엔센(Børge Mogensen) J39 의자, 1979년 제작된 폴 헤닝센(Poul Henningsen)의 샤를로텐보르 조명이 공간 곳곳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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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kkel Adsbøl, Apollo Bar & Kantine

빌레 브라헤는 빈 공간이었던 이곳을 덴마크 미드 센추리 가구와 학교 도서관 색채 팔레트에서 영감을 받아 완성했다. 왕립 덴마크 예술 학교 학생들의 캔틴이자 코펜하겐 재즈 페스티벌·아트 페어의 문화 거점으로, 코펜하겐 크리에이티브 신이 자연스럽게 모여드는 공간이다. 6월 10일 시작되는 쓰리 데이즈 오브 디자인(3 Days of Design) 기간, 전시를 마친 디자이너들이 찾는 곳으로도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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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ikkel Adsbøl, Apollo Bar & Kantine

세 곳은 도시도, 분위기도, 철학도 다르다.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 건축가·크리에이터·셰프가 공간 설계에 직접 개입했고, 그 결과 단순한 바를 넘어 각 도시 크리에이티브 신의 문화적 거점이 됐다는 것. 디자인 행사 기간, 전시장 밖에서 그 도시의 진짜 크리에이티브 에너지를 느끼고 싶다면 이 세 곳에 방문해 보면 어떨까.

최새미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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