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것을 새롭게, 유럽 공공 수영장의 변신

로컬 건축 스튜디오가 새롭게 풀어낸 공공 수영장

오스트리아 빈의 그로스펠트지들룽 공공 수영장과 체코 리베레츠의 포레스트 풀은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공간이다. 두 곳 모두 로컬 건축 스튜디오가 지역 커뮤니티와 자연을 중심에 두고 공간을 새롭게 해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오래된 것을 새롭게, 유럽 공공 수영장의 변신

오스트리아 빈의 그로스펠트지들룽 공공 수영장(Großfeldsiedlung Public Swimming Pool)과 체코 리베레츠(Liberec)의 포레스트 풀(Forest Pool)은 서로 다른 사연을 가진 공간이다. 하나는 낡은 공공 수영 시설을 현대화한 프로젝트고, 다른 하나는 화재로 소실된 수영장을 시민들이 힘을 모아 되살린 프로젝트다. 두 곳 모두 로컬 건축 스튜디오가 지역 커뮤니티와 자연을 중심에 두고 공간을 새롭게 해석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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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rtha Hurnaus

그로스펠트지들룽 공공 수영장, 빈

목조와 유리, 녹음으로 새로워진 수영장

빈 로컬 스튜디오 일리츠 아르키텍투어(Illiz Architektur)는 빈 북부 플로리츠도르프(Floridsdorf) 지구에 자리한 그로스펠트지들룽 공공 수영장 증축 프로젝트를 맡았다. 자브리나 메란(Sabrina Mehlan), 슈테파니 뵈그라트(Stefanie Wögrath), 페트라 멩(Petra Meng)이 2008년 설립한 이 스튜디오는 빈과 취리히를 거점으로 활동하며 건축·공학·환경을 아우르는 다분야 협업 프로젝트에 강점을 보여왔다.

빈 시의 공공 수영장 정비 전략 베더슈트라테기에 2030(Bäderstrategie 2030)의 일환으로, 1980년대 초 건립된 기존 수영장 단지에 새 수영장을 증축하는 것이 이번 프로젝트의 핵심이었다. 기존 주차 공간을 활용해 세운 3층 규모 신축 건물은 두 개의 공중 통로로 옆 건물과 연결됐다. 두 통로 사이로는 녹지 공간이 펼쳐지며 실내외 수영장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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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rtha Hurnaus

신축 건물 외벽에는 유리와 목재가 수평으로 교차하며 이어져 있고, 그 앞으로는 식물이 감긴 철골 구조물이 건물 전체를 감싸고 있다. 건물 안으로는 나선형 계단이 눈에 들어오고, 1층의 두 통로는 새 건물의 로비와 기존 건물 매표소 구역을 연결해 방문객 동선을 자연스럽게 분리한다. 약 6m 높이의 수영 홀 내부는 목재 기둥과 보, 목재 패널 지붕으로 이루어진 구조가 전면 유리와 맞닿아 있어 유리 너머로 나무들이 시야에 가득 들어찬다. 수영장 옆 통로 끝에는 가느다란 목재 기둥이 받치고 있는 타일 마감의 낮은 단이 자리한다. 흰색과 연회색 타일 패턴과 자연 목재 표면이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만든다. 기존 수영홀은 지붕 높이를 올려 측면 채광 창을 추가했고, 눈부심 없는 은은한 채광이 공간 전체에 고르게 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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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스포츠 클럽을 위한 25m 실내 수영장을 갖춘 이곳은 지역 주민들이 일상적으로 찾는 공공체육시설이 됐다. 유럽 건축상 EU 미스 반 데어 로에 어워드(EU Mies van der Rohe Award) 2026 노미네이트, 오스트리아 기후 인증 클리마악티브 골드(klimaaktiv Gold), 빈우드25(Wienwood25) 목조건축상이 그 건축적 완성도를 증명한다.

포레스트 풀, 리베레츠

시민이 되살린 숲속 수영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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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코 리베레츠의 리도베 사디(Lidové sady) 빌라 지구 인근, 두 개의 숲 속 개울이 만나는 지점에 포레스트 풀이 자리한다. 이 천연 수영장은 1930년대부터 물놀이 문화가 이어져 온 곳으로, 2차대전 당시에는 군사 훈련장으로 쓰이기도 했다. 2010년 화재로 시설이 소실된 뒤 기존 콘크리트 바닥만 남은 채 방치되다 2016년 복원 작업이 시작됐다. 뮐크 아르키텍티(Mjölk Architekti)는 리베레츠 시 건축사무소의 마리에 본드라코바(Marie Vondráková)와 협업해 2020년 직접 이 공간의 임대를 맡았다. 처음에는 자금이 전혀 없었다. 시민 자원봉사로 보수를 시작했고, 시 참여 예산과 민간 후원을 차례로 확보해가며 단계적으로 공간을 되살렸다. 시로부터 일회성 지원금을 받은 뒤 2022년 본격 공사에 돌입, 2025년 봄 새 시설동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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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디오는 남아있던 콘크리트 기초의 두 단 높이를 그대로 살려 백색 목재 패널과 목재 골조로 구성된 건물을 올렸다. 탈의실·화장실·사우나·비스트로가 들어선 이 건물 옆으로는 터콰이즈 색 철골 구조물이 물결 형태의 금속 지붕을 받치고 있으며, 넓은 야외 좌석 공간과 양쪽 베란다를 햇빛과 비로부터 가린다. 수영장은 지형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현지 석재와 콘크리트를 혼합해 마감했다. 막대한 예산이나 대규모 공사 없이 시민의 자발적인 참여와 최소한의 비용으로 만들어진 공간이라는 점이 이 프로젝트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단순히 손을 보탠 것이 아니었다. 설계와 건축 허가, 자금 조달, 시공 감독까지 공간을 만드는 데 필요한 모든 과정을 스튜디오가 직접 이끌었다. 수영장 가장자리에 서서 숲 끝을 따라 늘어선 하얀 건물을 바라보며, 이 모든 것이 가치 있었다고 생각했다”라고 뮐크 아르키텍티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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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수영장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가능성을 보여준다. 오래된 공공 수영 시설도 건축적 상상력과 커뮤니티의 힘으로 새로운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 여름이 시작되는 지금, 이 두 곳이 특히 더 빛난다.

최새미 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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