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인스파이어드 100+α ②] 영감을 쌓아온 브랜드들

월간 〈디자인〉 Vol.578 | Special Feature

영감은 한 번의 아이디어로 완성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쌓아온 철학과 태도는 브랜드의 정체성이 되고, 그 정체성은 다시 누군가의 영감이 된다. 시대를 거쳐 자신만의 철학을 쌓아온 브랜드, 그리고 그 철학을 오늘까지 이어가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더 인스파이어드 100+α ②] 영감을 쌓아온 브랜드들

아르페르(Arper)

아르페르는 가구를 사람과 공간, 공간과 공간 사이의 관계를 부드럽게 조율하는 디자인 언어로 발전시킨 이탈리아 브랜드다. 절제된 형태와 유연한 컬러, 섬세한 소재 감각으로 완성한 가구는 주거와 오피스, 공공 공간의 경계를 자연스럽게 넘나든다. 과시보다 균형을, 장식보다 사용의 편안함을 앞세우는 아르페르의 디자인은 현대 공간에 필요한 감성적 지능과 따뜻한 미니멀리즘의 기준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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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페르 카티파 (RE) 46. 소비 후 폐기물과 산업 공정 폐기물을 혼합한 100% 재활용 폴리프로필렌 셸을 이용해 카티파 46의 유려한 실루엣을 새롭게 구현했다. 사진 slowphoto.studio
당신이 일하고 생각하는 데에서 영감은 어떤 가능성을 열어주나?

내가 이끄는 아르페르 제품·디자인 팀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회사의 전략과 비전, 그리고 브랜드의 창의적 정체성을 함께 만들어가는 외부 디자이너를 잇는 다리가 되는 것이다. 이 역할은 두 가지 목표 사이에서 늘 균형을 잡아야 한다. 하나는 제품으로 드러나는 아르페르만의 정체성을 지키는 일이고, 다른 하나는 세상의 변화를 이해하고 가능하다면 한발 앞서 새로운 요구를 예측하는 일이다. 내게 영감이란 세상과 그 변화를 향해 감각을 열어두고, 그 안에서 얻은 통찰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일관된 방향으로 진화해 가는 일이다.

누군가 당신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할 때, 그 영감은 어디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나?

창의성과 기업의 목표, 전문성, 책임감이 만나는 지점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프로젝트에 아르페르의 전략과 축적해 온 제조 기술, 다양한 요구 조건을 함께 담아낸다. 이런 요소는 제약이 아니라 더 창의적인 해결책을 만드는 자극이 된다. 중요한 것은 충분히 탐색한 뒤 그것을 하나로 정리하는 과정이다. 함께하는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준다는 것은 프로젝트의 요구 조건을 완성도 높은 해결책으로 바꾸는 일이다.

작업하는 동안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기준이나 감각이 있다면?

우리가 하는 일의 의미를 끝까지 잃지 않는 것이다. 우리의 디자인은 이미 존재하는 필요뿐 아니라 아직 드러나지 않은 요구에도 응답해야 한다. 스타일만을 위한 작업이 아니라 실제 문제에 답해야 한다.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기준은 본질이다. 사람들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만 남기고 불필요한 것은 덜어내는 능력이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사람 중심의 사고다. 우리는 공간을 지배하기보다 자연스럽게 스며들어 오래 사용할 수 있는 해결책으로 사람들의 삶을 조용히 풍요롭게 만들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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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려한 곡선과 자연스러운 컬러를 결합해 부드러운 미니멀리즘을 구현한 아르페르 실라. 리보레 알테르가 디자인했다.
시간이 흘러도 당신의 작업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나는 디자인을 전공하지 않았다. 경제학과 경영, 전략적 혁신을 공부한 뒤 아르페에서 제품·디자인 총괄을 맡게 됐다. 지금도 내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역할은 창의적인 과정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분석적 엄밀함과 합리적 사고를 뒷받침하는 것이다.

감각이나 판단이 흐려졌다고 생각될 때, 되돌리게 하는 영감의 원천이나 기준이 있나?

처음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아이디어와 콘셉트를 발전시키는 과정은 길고 복잡하다. 그래서 혼란스러울 때마다 프로젝트가 걸어온 과정을 되짚으며 처음의 목적이 지금도 유효한지 묻는다. 필요하다면 이미 내린 결정을 다시 뒤집을 용기도 가져야 한다. 방향을 바꾸는 데 드는 노력보다 중요한 것은 변화한 상황에 맞는 올바른 선택을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당신의 감각과 영감을 흐리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무엇이 중요한지 분명하게 구분하지 못하는 것이 가장 위험하다. 지나친 욕심이나 선의 때문에 한 제품에 너무 많은 기능과 역할을 담으려 하다 보면, 프로젝트는 존재 이유를 잃고 정체성마저 흐려질 수 있다. 그럴 때는 과감하게 멈추고, 필요하다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본질로 돌아가는 것이다.


스노우피크(Snow Peak)

스노우피크는 아웃도어 장비를 단순한 캠핑 도구가 아니라, 자연 속 생활을 정돈하는 하나의 태도로 만들어온 브랜드다. 티타늄 컵과 버너, 테이블 텐트 등 스노우피크 제품은 과장된 형태보다 정확한 기능, 오래 견디는 물성, 손에 익을수록 깊어지는 사용감으로 오랜 신뢰를 쌓아왔다. 자연 안에서 더 단순하고 본질적으로 살아가는 방식을 제안하는 스노우피크의 디자인은, 좋은 도구가 어떻게 삶의 리듬과 기준이 될 수 있는지 보여 준다.

당신이 일하고 생각하는 데에서 영감은 어떤 가능성을 열어주나?

물건을 만들 때 무엇보다 ‘유일무이함’과 ‘절대적인 품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그런 가치는 회의실에서의 토론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자연과 마주하고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며, 인간에게 진정 편안한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과정이 내게 가장 큰 영감의 원천이다. 자연은 결코 유행을 좇지 않는다. 언제나 아름답고 합리적이다. 나는 그런 자연에서 계속 디자인의 본질을 배운다.

누군가 당신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할 때, 그 영감은 어디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나?

나는 언제나 디자이너이기 이전에 한 명의 사용자이고자 한다. 이 제품과 서비스는 정말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가. 자연 속에서 진정 편안한가. 그리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아름다운 존재가 될 수 있는가. 그 질문을 끝없이 되풀이하는 태도에서 비롯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작업하는 동안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기준이나 감각이 있다면?

앞서 말했듯 스노우피크의 제품과 서비스는 유일무이하고 절대적인 품질을 갖춰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들의 삶, 그리고 자연 속에서 보내는 시간을 진정으로 풍요롭게 만드는가 하는 점이다. 언제나 그 기준을 바탕으로 모든 판단을 내린다.

시간이 흘러도 당신의 작업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것은 자연에 대한 경외심이다. 자연은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자연 앞에서 언제나 겸손할 수밖에 없다. 나는 무엇보다 먼저 자연과 함께 살아가는 풍요로움을 직접 경험하고, 그 가치를 디자인과 브랜드로 사회에 전하고 싶다.

감각이나 판단이 흐려졌다고 생각될 때, 되돌리게 하는 영감의 원천이나 기준이 있나?

캠핑과 플라이 피싱을 하며 자연과 하나 되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고, 식사를 하고, 텐트에서 잠들고, 아침 햇살 아래서 눈을 뜬다. 그런 시간을 보내다 보면 인간 본연의 리듬과 감각이 조금씩 되돌아온다. 내게 자연은 영감을 얻는 곳인 동시에, 판단의 기준을 다시 바로세우는 곳이기도 하다.

반대로, 당신의 감각과 영감을 흐리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자연에서 멀어진 채 도시의 정보와 효율만 좇다 보면 인간 본연의 감각이 무뎌진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감각이 아닌 타인의 평가와 시장의 반응으로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AI를 비롯한 기술은 분명 큰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인간의 감성과 가치관이 사라진다면, 진정 풍요로운 디자인은 결코 탄생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야마이 도오루 Inspired by
어린 시절 니가타의 계곡 상류에서 보낸 경험이다. 압도적으로 맑고 고요한 물줄기에 몸을 맡긴 순간, 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숭고함을 온몸으로 느꼈다. 그리고 그 자연 속에서 인간을 초월한 어떤 존재를 느끼며, ‘이곳에는 신이 있다’고 직감했던 기억이 지금도 선명하게 남아 있다. 그 경험이 자연에 대한 경외심을 품게 된 출발점이었다. 내 디자인은 자연을 정복하거나 인간의 편의에 맞게 바꾸기 위한 것이 아니다. 자연과 사람이 더 나은 관계를 맺도록 이어주는 매개체가 되고자 한다. 그 생각은 지금도 내 가치관의 가장 단단한 바탕이 되고 있다.


발쿠치네(Valcucine)

발쿠치네는 ‘자연에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는 신념 아래, 1980년대 가구업계 최초로 100% 재활용 가능한 알루미늄 구조와 초경량 유리 도어를 개발해 수명이 다한 제품을 자연으로 돌아가게 하는 ‘에코 미니멀리즘’을 실천해 왔다. 주방을 단순한 가구가 아니라 인간의 신체와 감각이 상호작용하는 공간으로 바라보며, 인체 공학을 절제된 형태 안에 구현한다. 환경을 향한 책임감과 치밀한 설계가 맞물린 발쿠치네의 미학은, 하이엔드 키친이 과시의 대상이 아니라 지적인 질서와 지속 가능성의 언어가 될 수 있음을 보여 준다.

당신이 일하고 생각하는 데에서 영감은 어떤 가능성을 열어주나?

나에게 영감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이다. 어린 시절부터 많은 책을 읽었고, 자연 속에서 자유롭게 성장했다. 덕분에 다양한 경험을 하고 세상을 관찰하며 창의성을 키울 수 있었다. 문화와 직접적인 경험, 관찰은 내게 가장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었다. 그것들은 이미 존재하는 것과 사람들이 말하는 필요를 넘어, 삶을 더 나아지게 하고 미처 의식하지 못한 필요까지 헤아릴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하게 했다. 영감은 기능적인 사물을 자유와 편안함, 조화를 선사하는 경험으로 바꾼다. 또한 제품 자체를 넘어 사람과 공간, 삶의 관계까지 설계하게 만드는 힘이기도 하다.

누군가 당신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할 때, 그 영감은 어디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나?

아마도 언제나 사람을 중심에 두고 디자인했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디자인을 형태나 스타일을 위한 작업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사람들이 더 자유롭게 살아가고, 감각을 일깨우며, 주변 환경과 더 조화로운 관계를 맺게 하는 해결책을 만들고자 했다. 사람들이 내 작업에서 느끼는 것은 사물 자체를 넘어선 의미를 향한 꾸준한 탐구일지도 모른다.

작업하는 동안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기준이나 감각이 있다면?

언제나 자유를 지키고자 한다. 움직임의 자유, 시선의 자유, 사고의 자유 말이다. 내게 디자인은 사람을 가로막는 장애물을 없애고 더 나은 삶을 위한 조건을 만드는 일이다. 또한 유행에 좌우되지 않는 아름다움을 지키고자 했다. 여기서 아름다움은 깊고 원초적이며, 시간을 뛰어넘어 공간을 자연스럽고 조화롭게 만들고, 깊은 자유를 느끼게 하는 요소들로 이루어진다. 나는 이런 감각이 시대를 초월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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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쿠치네 뉴 로지카. 상하로 움직이는 도어 안에 조리 도구 수납과 작업 공간을 설치해, 필요할 때만 주방 기능을 드러낸다.
시간이 흘러도 당신의 작업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지구를 존중하면서 사람들의 삶의 질을 높이려는 목표. 이를 위해서는 세 가지가 중요하다. 첫째는 혁신이다. 내게 혁신이란 제품에 적용된 지성이다. 모든 해결책에는 하나의 생각이 담겨 있어야 한다. 둘째는 사람과 환경에 대한 책임이다. 셋째는 사람과 자연, 재료가 조화를 이루는 아름다움이다. 디자인은 시각뿐 아니라 촉각과 기억, 감정까지 움직여야 한다고 믿는다. 화학을 공부한 경험과 장인들과의 협업은 이러한 감각을 키우는 밑바탕이 됐다.

감각이나 판단이 흐려졌다고 생각될 때, 되돌리게 하는 영감의 원천이나 기준이 있나?

자연으로 돌아간다. 자연은 가장 위대한 디자이너라고 생각한다. 자연에는 불필요한 것이 하나도 없다. 모든 것은 더 큰 균형을 이루기 위해 존재한다. 나뭇잎 하나를 바라보고, 나비 날개의 구조를 살펴보고, 하루 동안 빛이 변하는 모습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다시 단순함과 진정성을 되찾게 된다.

반대로, 당신의 감각과 영감을 흐리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가장 경계하는 것은 의미를 고민하지 않은 채 유행만 좇는 일이다. 디자인이 단지 새로운 것을 찾는 행위가 되면 사람들의 진정한 필요와 멀어질 위험이 있다. 이미지와 정보가 넘쳐나는 환경도 감각을 흐리게 만든다. 그래서 나는 시장조사를 디자인의 출발점으로 삼지 않는다. 시장조사는 이미 존재하는 것을 설명할 뿐, 미래보다 과거를 더 많이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디자이너는 아직 드러나지 않은 필요를 직감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상상해야 한다. 그래서 더욱 본질로, 오래도록 변하지 않는 가치로 돌아가는 일이 중요하다고 믿는다.

가브리엘레 첸타초 Inspired by
자연과 자유 그리고 독서. 1000권이 넘는 책을 읽었는데, 유하니 팔라스마의 〈번개의 사유〉는 디자인을 모든 감각을 아우르는 경험으로 바라보게 했다. 가스통 바슐라르의 〈공간의 시학〉과 〈몽상의 시학〉은 아름다움을 인식하는 데 무의식과 원형적 사고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해주었다. 프랑수아 쳉의 〈아름다움에 관한 다섯 번의 성찰〉은 아름다움 자체를 깊이 사유하도록 이끌었고, 지그문트 바우만의 저작은 오늘날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이해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


가게나우(Gaggenau)

가게나우는 3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타협 없는 장인 정신과 기능주의를 바탕으로 하이엔드 키친의 기준을 만들어온 브랜드다. 묵직한 스테인리스 스틸과 건축적인 선으로 완성한 디자인은 기술을 과시하기보다 주방이라는 공간에 조용히 스며들며 질서를 만든다. 무엇보다 눈여겨볼 것은 그 오래된 유산이 오늘날에도 통용된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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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나우 미니멀리스틱 시리즈 오븐으로, 스털링 마감했다. 손잡이를 없애고 디스플레이를 유리 뒤에 숨겼으며, 두 줄의 환기 프로파일과 컨트롤 링만 드러냈다.
당신이 일하고 생각하는 데에서 영감은 어떤 가능성을 열어주나?

나는 오래전부터 영감이 우리가 가능하다고 믿는 것의 범위를 넓혀 준다고 생각했다. 오랫동안 마음에 남은 문장 가운데 하나는 “불가능은 하나의 의견일 뿐”이라는 파울로 코엘료의 말이다. 내게 영감은 고정관념에 끊임없이 의문을 던지는 힘이다. 최근에는 영감을 하나의 순환이라고도 생각했다. 창의적인 팀에서는 하나의 아이디어가 또 다른 아이디어를 낳고, 그 에너지는 자연스럽게 주변으로 퍼져나간다.

누군가 당신의 작업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할 때, 그 영감은 어디서 비롯됐다고 생각하나?

명확함 때문일 것이다. 나는 언제나 제품의 본질, 즉 정말 필요하고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 찾고, 그것을 가능한 한 명확한 형태로 표현하려 한다. 나는 누구나 한눈에 알아볼 수 있고, 상징적이며, 시대를 초월하는 사물에 끌린다. 하지만 형태와 기능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우리의 작업은 사람들의 삶이 어떤 모습이 될 수 있고, 또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를 상상하게 만들어야 한다. 마야 안젤루의 말을 자주 떠올린다. “사람들은 당신이 한 말도, 당신이 한 행동도 잊는다. 하지만 당신이 어떤 감정을 느끼게 했는지는 결코 잊지 않는다.” 좋은 디자인은 사람과 감정적으로 연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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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나우 미니멀리스틱 시리즈 오븐으로, 스털링 마감했다. 손잡이를 없애고 디스플레이를 유리 뒤에 숨겼으며, 두 줄의 환기 프로파일과 컨트롤 링만 드러냈다.
작업하는 동안 끝까지 지키고자 하는 기준이나 감각이 있다면?

독일어 ‘할퉁Haltung’이라는 단어가 중요하다. 일을 대하는 태도와 신념, 진정성이 담긴 말이다. 어떤 프로젝트를 하든 끝까지 본질을 찾으려 노력하고, 제품이 본질에 가까워질 때까지 덜어내지만 그 과정에서 시적인 감각만큼은 잃고 싶지 않다. 제품은 기능뿐 아니라 사람에게 감정과 의미도 전해야 하니까. 그래서 지금도 실제 모형과 목업 작업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제품을 직접 손에 쥐고 비례와 소재, 존재감을 경험해 보면 화면만으로는 알 수 없는 것들이 드러난다.

시간이 흘러도 당신의 작업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고대 로마의 건축가 비트루비우스가 제시한 세 가지 원칙. 내구성과 품질을 뜻하는 피르미타스firmitas, 쓰임과 기능을 뜻하는 우틸리타스utilitas, 아름다움과 즐거움을 뜻하는 베누스타스venustas는 지금도 좋은 제품 디자인을 정의하는 기준이다. 제품은 오래 사용할 수 있어야 하고, 제 역할을 탁월하게 수행하며, 감정적으로도 삶을 풍요롭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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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게나우 냉장 시스템. 식재료에 맞춘 전용 프로그램과 습도·온도 제어로 신선함을 오래 유지한다.
감각이나 판단이 흐려졌다고 생각될 때, 되돌리게 하는 영감의 원천이나 기준이 있나?

관점을 바꾼다. 바닥에 앉아 사물을 올려다보면 전혀 다른 것이 보이기도 한다. 대화의 힘도 믿는다. 다양한 사람과 아이디어를 나누다 보면 같은 문제도 새로운 시각에서 바라보게 된다. 잠시 일을 내려놓는 것도 좋다. 무엇보다 확신이 흔들리면 하나의 질문으로 돌아간다. ‘우리는 무엇을 이루고자 하는가?’ 명확함은 언제나 처음의 의도를 떠올리는 데서 시작된다.

반대로, 당신의 감각과 영감을 흐리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명확함과 신뢰, 존중이 사라질 때 디자인이 어려워진다. 다른 목소리가 지나치게 많아지거나 목표가 흐려지면 아이디어의 본질도 흐려진다. 디자인은 같은 목표를 공유하고 서로의 전문성을 신뢰할 때 가장 큰 힘을 발휘한다. 내게 영감은 집중에서 비롯된다. 집중력을 잃으면 명확함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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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은 어디에나 있다. 다만 그것을 알아볼 만큼 호기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 여행은 중요한 영감의 원천이다. 다양한 문화와 건축, 삶의 방식을 경험하면 시야가 넓어진다. 다른 사람의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내가 좋아하는 말이 있는데, 〈테드 래소〉의 “판단하기보다 호기심을 가져라”라는 대사다. 확신은 종종 문을 닫지만, 호기심은 새로운 가능성의 문을 연다. 오래된 자동차와 오토바이를 복원하는 일도 많은 것을 가르쳐주었다. 직접 분해하고 조립하는 과정에서 장인 정신과 엔지니어링을 깊이 이해하게 된다. 함께 일하는 팀도 중요하다. 나는 매일 동료 디자이너에게 도전받고 새로운 영감을 얻는다. 창의성은 결코 혼자 이뤄내는 성취가 아니다.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78호(2026.08)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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