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3대 가전박람회 IFA 2026이 주목한 테크&디자인 경향은?
피지컬 AI와 공간 지능이 바꾼 일상
독일 베를린에서 세계 3대 가전·IT 박람회 중 하나인 'IFA 2026'이 지난 9월 8일 막을 내렸다. 이번 행사는 기존 알고리즘 중심의 인공지능에서 나아가 하드웨어와 융합된 기술 트렌드를 집중적으로 조명했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CES,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MWC와 함께 세계 3대 가전·IT 박람회로 꼽히는 IFA 2026이 지난 9월 4일부터 8일까지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다. 매년 20만 명 이상이 찾는 이번 전시는 알고리즘에 머물던 인공지능이 물리적 하드웨어와 결합하는 흐름을 전면에 내세웠다.

올해 전시의 중심축 중 하나는 단연 전시장 내 특설 경기장에서 열린 ‘로보컵(RoboCup)’ 축구 시연이었다. 로봇들이 외부 제어 없이 공을 추적하고 패스와 슈팅을 이어가는 현장은, AI 비전과 위치 제어 기술이 결합한 피지컬 AI(Physical AI)의 현주소를 가감 없이 증명했다.


이와 함께 가전 분야에서는 사용자 맥락을 파악해 환경을 조율하는 공간 지능 기술과 에너지 효율 솔루션이 대거 등장했다. 로봇 하드웨어부터 스마트홈까지, 올해 IFA 현장에서 주목받은 주요 제품들을 정리했다.
전시장 밖으로 나간 공간 혁신, 삼성전자 ‘AI 리빙’
올해 삼성전자는 전시장 운영 방식에서 가장 과감한 공간 실험을 단행했다. 기술 스펙을 나열하던 기존 대규모 부스 대신, 비즈니스와 대중 체험 공간을 완전히 분리하는 이원화 전략을 택했다. 우선 베를린 도심 중심가의 컨벤션 센터 ‘훔볼트 카레(Humboldt Carré)’에 단독 전시관을 별도로 조성해, ‘당신의 AI 일상 동반자(Your companion to AI Living)’를 주제로 B2B 파트너 및 미디어 중심의 심층 세션을 운영했다. 반면 메세 베를린의 ‘IFA 팔레’ 전시 공간에는 글로벌 크리에이터와 Z세대를 겨냥한 전용 공간 ‘삼성 크리에이터 허브(Samsung Creator Hub)’를 구축했다. ‘나를 알아주는 집(The House That Knows You)’을 테마로 꾸며진 이곳은 한국의 길거리 포장마차와 분식집 콘셉트의 네온사인 인테리어, 프라이빗 라운지, 스트리밍 스튜디오를 결합해 현장의 화제를 모았다.


한편 훔볼트 카레에서 전면에 내세운 주역은 유럽 시장을 정조준한 ‘비스포크 AI 세탁기’ 2종이다. 유럽 A등급 기준보다 전력 소비를 최대 70% 낮춘 10kg ‘A-70%’ 모델은 모터 효율과 열 관리를 개선해 대용량과 초절전을 동시에 달성했다. 함께 선보인 13kg 모델은 유럽 표준 깊이인 600mm를 유지한 채 드럼 용적을 넓힌 ‘스페이스맥스(SpaceMax™)’ 기술을 적용해 빌트인 가구와의 일체감을 살렸다. 두 모델 모두 세탁 후 습기를 배출하는 ‘오토 오픈 도어’와 군더더기 없는 모노바디 디자인으로 공간 효율과 사용 편의를 극대화한 점도 특징이다.


주방 가전에서는 ‘비스포크 AI 패밀리허브’ 냉장고가 주목받았다. 내장 카메라와 AI 비전 센서로 식자재가 들어가고 나가는 순간을 스스로 인식해 보관 목록을 자동 업데이트하며, 유통기한 임박 알림과 맞춤형 레시피를 제안한다. 삼성전자는 현장에서 이 비전 기술을 활용해 보관된 식자재 수량을 맞추는 ‘비트 더 보트(Beat the Bot)’ 게릴라 게임을 열어 관람객들이 AI 식생활 관리 기능을 직관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했다.
공감지능 AI 홈을 선보이다, LG전자
삼성전자가 전시장 밖에서 프라이빗 세션을 운영한 것과 달리, LG전자는 메세 베를린 18번 홀에 대규모 부스를 꾸리고 “당신과 조화를 이루는 혁신(Innovation in tune with you)”을 테마로 유럽 맞춤형 AI홈 생태계를 총망라했다. 부스 입구에서는 16×4m 크기의 대형 키네틱 LED 설치물 ‘LG AI 오케스트라’가 관람객을 맞았다. 홈 로봇 ‘LG 클로이드(LG CLOiD™)’가 지휘자로 나서 가전, 공조, 로봇, TV가 하나의 악단처럼 조화를 이루며 가사 노동을 줄여주는 ‘제로 레이버 홈(Zero Labor Home)’의 미래상을 연출했다.

이번 전시의 두뇌는 생성형 AI 기반의 스마트홈 허브 ‘LG 씽큐 온(ThinQ ON)’이다. 특히 이번 IFA에서 처음 공개된 텍스트 채팅 기반 AI 에이전트 ‘씽큐 클로(ThinQ Claw)’는 자연스러운 대화 맥락과 가구원의 라이프스타일을 분석해 상황에 맞는 행동을 능동적으로 제안했다. 여기에 2024년 인수한 스마트홈 플랫폼 ‘호미(Homey)’를 결합한 가정용 에너지 관리 시스템(HEMS)을 시연해 에너지 생산부터 소비까지 자율적으로 조율하는 지능형 관리망을 증명했다.


제품 라인업에서는 유럽 주거 공간에 최적화된 ‘핏앤맥스(Fit & Max)’ 솔루션이 중심에 섰다. 가구장과 빈틈없이 밀착되는 빌트인 핏을 유지하면서 내부 용량을 극대화한 이 설계는 냉장고를 넘어 건조기, 1시간 만에 세척과 건조를 끝내는 식기세척기까지 확장됐다. 특히 유럽 최고 에너지 등급(A등급) 기준보다 전력 소비를 최대 70% 낮춘 ‘A-70%’ 세탁기를 선보이며 현지 시장의 고효율 니즈를 정조준했다.
전기차와 휴머노이드로 완성한 ‘휴먼×카×홈’, 샤오미
IFA 무대에 처음 데뷔한 샤오미는 해외 단독 전시 기준 역대 최대인 3,300㎡ 규모의 초대형 부스를 꾸리며 강력한 존재감을 과시했다. 모바일과 가전을 넘어 모빌리티 영역까지 아우르는 ‘휴먼×카×홈(Human×Car×Home)’ 스마트 생태계를 전면에 내세웠다. 부스 전면에는 전설적인 레이싱 게임 프랜차이즈와 협업해 테크 기업 최초로 선보인 콘셉트 하이퍼카 ‘샤오미 비전 그란 투리스모(Vision Gran Turismo)’를 필두로, 뉘르부르크링 서킷 기록을 보유한 고성능 플래그십 ‘SU7 울트라(Ultra)’와 차세대 ‘SU7’ 실차 3종을 배치해 관람객의 시선을 압도했다.



한편, 휴머노이드 로봇 ‘사이버원(CyberOne)’도 현장에 함께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손가락 하트와 엄지척 같은 실시간 제스처로 관람객과 교감한 사이버원은 단순한 전시용 쇼에 머물지 않고 실제 샤오미 자동차 공장(Xiaomi Auto Factory)에 투입되어 너트 조임 작업 성공률을 90%에서 98%까지 끌어올린 실전형 로봇이다. 생태계의 또 다른 중심축인 ‘홈’ 영역에서는 스마트홈 브랜드 ‘미지아(Mijia)’의 유럽 대규모 확장을 선언하며 조리, 공기 관리, 클리닝 등 7대 분야에 걸쳐 380종이 넘는 방대한 제품군을 선보여 눈길을 끌었다.
런웨이를 장악한 실전형 모빌리티, 유니트리
올해 IFA 2026에서 이색적인 장면을 꼽자면 로봇들이 패션쇼 캣워크를 누빈 ‘로봇 온 더 런웨이(Robots on the Runway)’였다. 크리에이터 스테이지에서 열린 이 무대에는 11개 브랜드가 참가해 태극권과 백덤블링, 인명 구조 기동을 펼치며 현장의 환호를 이끌었다.


그 중에서도 중국 휴머노이드 로봇의 대표적인 선두 주자인 유니트리는 양산형 소형 휴머노이드 ‘G1’을 앞세워 역동적인 기동력과 안정적인 균형 복원 기술을 선보였다. 빠른 템포의 음악에 맞춘 정밀한 군무는 물론, 불규칙한 외력 충격에도 즉각 자세를 바로잡는 관절 제어 성능을 과시했다. 여기에 험지 돌파 능력을 입증한 4족 보행 로봇 시연까지 더해지며 상용 로보틱스의 높은 완성도를 각인시켰다.
‘가사 해방’을 정의하는 127년의 전문성, 밀레
독일 프리미엄 가전의 상징 밀레는 ‘가사 해방의 끝이 보인다(The end of housework is in sight)’를 슬로건으로 내세웠다. 127년간 쌓아온 기술적 신뢰를 바탕으로 복잡한 설정 고민을 없애는 직관적인 AI 솔루션을 전면에 배치했다.


하이라이트는 세계 최초로 공개된 차세대 식기세척기 ‘G8 다이아몬드(G8 Diamond)’다. 내부 카메라가 식기 종류와 적재량을 감지해 최적의 세척 코스를 설정하고 세제를 자동 투입하며, 플라스틱 식기까지 완벽히 건조하는 열풍 건조 시스템을 탑재했다. 주방에서는 레시피와 기기 제어를 결합한 앱 내 AI 조리 어시스턴트 ‘컬리너리코치(CulinaryCoach)’를 선보여 오븐 설정의 번거로움을 덜었다.

세탁 영역에서는 프리미엄 라인업 ‘W2/T2’ 세대를 완성하는 동시에 미래 콘셉트 스터디 ‘캐리(Cary)’를 공개했다. 센서와 AI가 직물 종류와 색상을 스스로 판별해 코스를 맞추는 기술로, ‘세탁물을 넣고 버튼 하나만 누르면 끝나는’ 궁극의 단순함을 제시하며 가전 본연의 완성도를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