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된 디자인 뮤지엄이 로봇을 수집하는 이유
디 노이에 잠룽 창립 100주년 기념전 〈로보틱 월드〉
독일 뮌헨의 피나코테크 데어 모데르네 내 디자인 뮤지엄 디 노이에 잠룽이 창립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상설 전시 공간 〈로보틱 월드〉를 2027년 11월 28일까지 선보인다.

독일 뮌헨의 피나코테크 데어 모데르네(Pinakothek der Moderne) 내 디자인 뮤지엄 디 노이에 잠룽(Die Neue Sammlung)이 창립 100주년을 맞아 새로운 상설 전시 공간 〈로보틱 월드(Robotic Worlds)〉를 선보인다. 디 노이에 잠룽은 독일 최초의 국립 디자인 뮤지엄으로, 100년 넘게 산업 디자인의 역사를 수집해 왔다. 이번 전시는 그 소장품 가운데 로봇과 로봇 완구를 한자리에 모아, “로봇의 시대”라 불릴 만한 지금 이 순간을 되짚어 본다.

100년 전 인류가 기계에 미래를 투영하기 시작했을 때부터, 로봇이 일상의 일부가 된 오늘에 이르기까지, 로봇을 향한 상상과 실제 기술이 어떻게 나란히 발전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자리다. 〈로보틱 월드〉는 디 노이에 잠룽 100주년을 맞아 상설 전시 동선 전체를 새롭게 손보는 프로젝트의 일부로, 앞으로도 새로운 주제를 담은 전시 공간들이 차례로 공개될 예정이다. 전시는 2027년 11월 28일까지 2년간 이어진다.
상상 속 로봇과 현실의 로봇, 나란히 놓다

전시는 1960년대부터 현재까지 제작된 로봇과 로봇 완구를 함께 다룬다. 완구로서의 로봇은 대개 인간이나 동물과는 거리가 먼 모습으로, 초인적인 힘을 지닌 강력한 자동인형으로 그려져 왔다. 반면 실제로 개발된 로봇의 모습은 그보다 훨씬 다양하고, 쓰임새에 따라 형태가 크게 달라진다.
1990년대 말에서 2000년대 초 가정용 로봇이나 장난감 로봇은 사람들에게 익숙한 반려동물이나 가축의 형태를 빌려 동물 모양으로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이후 일부 서비스 로봇은 특정 형상을 연상시키지 않는 중립적인 디자인으로 방향을 틀었고, 최근 10여 년 사이 등장한 휴머노이드 로봇들은 점점 더 인간을 닮아가는 동시에 대화, 집안일, 나아가 간병과 의료 보조 같은 인간의 역할까지 넘겨받고 있다.

전시를 함께 기획한 분더캄AA(WunderkammAA)는 로봇 디자인에 늘 기능과 형태라는 두 개의 축이 공존해 왔다고 짚는다. 기술적 과제인 동시에 고전적인 조형의 문제라는 것이다. 실제로 전시장에는 웃음을 자아내는 장난감부터 사람이나 동물과 놀랄 만큼 닮은 로봇, 공상과학 영화에서 막 튀어나온 듯한 모델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이 펼쳐진다. 관람객은 로봇이 인간의 협력자인지, 혹은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인지, 희망인지 두려움인지를 스스로 질문하게 된다.
뮌헨 공대와 손잡고 실물 휴머노이드까지

전시에는 디 노이에 잠룽이 자체적으로 소장해 온 로봇 발전사의 이정표적 작품들과 더불어, 뮌헨공과대학교(TU München) 인지시스템연구소(Institute of Cognitive Systems)에서 대여한 실물 크기 휴머노이드 로봇들이 함께 놓인다. 고든 챙(Gordon Cheng) 교수가 이끄는 이 연구소와의 협업을 통해, 가정과 산업, 구조 활동, 커뮤니케이션과 돌봄, 연구와 교육에 이르기까지 로봇공학이 적용되는 다양한 영역을 두루 조망할 수 있게 됐다. 또한 전시 공간의 건축적 개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뮌헨의 디자인 스튜디오 오하(OHA, Office Heinzelmann Ayadi)가 설계를 맡아, 공장의 생산 라인을 연상시키는 동선으로 전시장을 구성했다.

현지 학생 관람 후기에 따르면 전시장에서는 인지시스템연구소가 대여한 소프트뱅크 로보틱스의 대화형 로봇 ‘페퍼(Pepper, 2014년)’와 알데바란 로보틱스의 이족보행 연구용 로봇 ‘나오(NAO, 2008년)’가 눈에 띄는 실물 전시로 꼽힌다. 나오는 축구를 하도록 설계돼 반복 훈련을 통해 다른 로봇보다 안정적으로 걷고 뛸 수 있으며, 페퍼는 대부분의 로봇이 세 손가락이나 집게 형태의 손을 가진 것과 달리 다섯 손가락을 갖춘 몇 안 되는 로봇 중 하나다.

이 밖에 마크 틸든(Mark Tilden)이 디자인한 완구 로봇 ‘로보쿼드(Roboquad, 2007년, 워위 그룹)’와 ‘마이 키폰(My Keepon)’ 등 장난감 로봇들도 함께 전시돼, 실제 로봇공학과 대중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로봇 이미지를 나란히 비교해 볼 수 있다.
다채로운 전시 연계 프로그램

〈로보틱 월드〉는 상설 전시로 그치지 않고, 다양한 연계 프로그램으로 관람객과 만난다. 문화 커뮤니티 ‘테아(Thea)’는 예술가 아스타 폰 웅어(Asta von Unger)와 큐레이터 아니카 쇠만(Annika Schoemann)으로 이뤄진 원더캄AA와 함께 정기적으로 도슨트 투어를 진행하며, 투어가 끝난 뒤에는 박물관 카페 ‘푹(Puck)’에서 참가자들과 음료를 나누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자리를 마련한다. 뮌헨 지역 학교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도 함께 운영돼, 학생들은 전시장에서 직접 나오(NAO)의 보행 원리나 페퍼(Pepper)의 손 구조 같은 세부 사항을 설명 듣는 가이드 투어에 참여할 수 있다.

음악 프로그램도 전시와 접점을 이룬다. 모던 스트링 콰르텟(Modern String Quartet)은 음악과 기술, 신화가 교차하는 콘서트 프로젝트 ‘KI — 운명의 그물 속에서(KI – im Netz des Schicksals)’를 선보인다. 북유럽 신화 속 운명의 실을 잣는 여신 노른(Nornen)과, 오늘날 패턴과 의미를 만들어내는 인공신경망을 나란히 놓고 과거·현재·미래 3막으로 구성한 무대로, 로봇과 인공지능이라는 전시의 주제를 음악이라는 또 다른 언어로 확장해 보여준다.
현지 디자인 매체의 시선 — 찬사와 아쉬움
독일디자인협회(German Design Council)가 발행하는 매체 ‘디자인 퍼스펙티브스(Design Perspectives)’는 전시 개막 직후 실린 리뷰에서, 공동 큐레이터 고든 챙 교수가 자신의 팀이 개발한 촉각 센서 시스템 ‘e-스킨(e-Skin)’을 휴머노이드 개발의 해법으로 꼽고, 일본 만화가 이즈부치 유타카(Yutaka Izubuchi)가 디자인한 연구용 로봇 ‘HRP-2’를 개인 인맥으로 프랑스에서 어렵게 대여해 왔다고 밝힌 대목을 전했다.


공간 연출에는 엇갈린 평가가 나왔다. 놀러트 관장은 연대기적 서술에서 벗어나 주제 간 교차 연결을 앞세운 새로운 기획 방식이라고 설명했지만, 리뷰는 컨베이어 벨트와 철제 케이지 위에 전시물을 배치한 오하(OHA)의 산업 현장풍 연출이 로봇공학을 산업 자동화의 산물로만 보는 낡은 인식을 다시 불러올 수 있다고 짚었다. 2017년 〈헬로, 로봇(Hello, Robot)〉(MAK 빈·비트라 디자인 뮤지엄)과 견주면 전시물 수가 적고, 정통 산업용 로봇이 빠져 있으며, 전시물 대부분이 아크릴 케이스 안에 고정돼 움직임을 체험할 수 없다는 점도 한계로 꼽혔다. 다만 2022년 사들인 1960~80년대 장난감 로봇·포스터 컬렉션에는 후한 점수를 줬다.


〈로보틱 월드〉는 100주년을 기념하는 더 큰 흐름 속 첫 장(章)이기도 하다. 디 노이에 잠룽은 이와 별도로 소장품 100점을 선별해 보여주는 특별전 〈100년 — 100점의 오브제(100 Jahre – 100 Objekte)〉도 함께 진행 중이며, 두 전시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지난 한 세기 동안 축적된 컬렉션의 폭과 깊이를 드러낸다. 로봇이라는 비교적 젊은 주제와, 100년치 디자인사가 응축된 오브제들이 한 지붕 아래서 서로를 비추는 셈이다.
〈Robotic Worlds〉
주소 독일, Pinakothek der Moderne – Die Neue Sammlung
기간 2025년 11월 28일 – 2027년 11월 28일
큐레이터 Prof. Dr. Angelika Nollert, Dr. Caroline Fuchs, Prof. Dr. Gordon Cheng
홈페이지 Pinakothek der Moder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