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현대미술의 현재를 만나는 아트페어
10주년을 맞이한 시드니 컨템포러리
오는 9월 3일부터 6일까지 옛 철도 공장인 캐리지웍스에서 시드니 컨템포러리가 10회를 맞이한다. 9개국 100여 개 갤러리와 500명 이상의 작가가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아시아·태평양 현대미술의 현재를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호주의 봄이 시작되는 9월, 시드니의 오래된 철도 공장이 거대한 현대미술 플랫폼으로 변신한다. 9월 3일부터 6일까지 캐리지웍스(Carriageworks)에서 열리는 ‘시드니 컨템포러리(Sydney Contemporary)가 올해 10회를 맞이한다. 2013년 시작한 시드니 컨템포러리는 지난 10년 동안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주요 현대미술 아트페어로 성장했다. 올해는 9개국에서 100개 이상의 갤러리와 500명 이상의 작가가 참여하는 역대 최대 규모로 열린다.

아트페어가 열리는 캐리지웍스는 19세기 철도 공장의 일부로 건설되어 기관차와 객차를 제작하고 수리하던 산업 시설이었으나 2007년 문화예술 공간으로 재생된 이후 연극, 음악, 무용, 현대미술 등 다양한 장르가 만나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거대한 철골 구조와 높은 천장, 산업 시설의 흔적이 남은 공간 속에서 만나는 현대미술은 화이트큐브 갤러리에서 보는 작품과는 또 다른 경험을 만든다. 올해 시드니 컨템포러리는 이러한 장소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대형 설치와 퍼포먼스를 선보이고, 처음으로 캐리지웍스 외의 공공장소까지 작품의 무대를 확장한다.
미술시장의 현재와 다음 세대를 한자리에서 만나다
시드니 컨템포러리의 10주년은 그동안 호주 현대미술 생태계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지표다. 올해 페어에는 호주와 뉴질랜드는 물론 아시아와 세계 각국의 갤러리가 참여한다. 특히 올해는 하나의 거대한 전시장 안에서도 서로 다른 방식으로 동시대 미술을 살펴볼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세분화했다. 핵심인 ‘Galleries’ 섹터에서는 주요 갤러리들이 회화, 조각, 사진, 세라믹 등 다양한 매체의 작품을 선보인다. 여기에 신진 갤러리와 작가를 위한 ‘Futures’, 2025년 처음 시작해 사진의 동시대적 가능성을 집중적으로 보여주는 ‘Photo Sydney’, 드로잉·판화·콜라주 등 종이 기반 작업을 다루는 ‘Works on Paper’가 더해진다.

회화에서 텍스타일까지, 동시대 미술과 디자인의 풍경
올해 시드니 컨템포러리의 흥미로운 지점은 재료와 매체의 경계가 흐려지고 있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아트페어의 중심에 있던 회화와 조각뿐 아니라 사진, 세라믹, 판화, 텍스타일, 공예 기법을 활용한 작업이 동시대 미술의 언어로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페어의 토크 프로그램에서도 뚜렷하게 드러난다.

‘Surface Tension: The New Age of Painting’을 통해 디지털 시대에 회화가 다시 주목받는 이유를 살펴보고, ‘New Platforms, New Possibilities: Art in the Digital Age’에서는 기술과 소셜미디어, AI가 예술의 창작과 작가성에 어떤 변화를 불러오는지 논의한다. ‘The (Contemporary) Art of Antiques’에서는 골동품과 빈티지 디자인, 현대미술이 하나의 인테리어 안에서 어떻게 공존하는지를 이야기하면서 현대의 컬렉터가 반드시 하나의 시대나 스타일만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역사적 오브제와 현대미술을 겹쳐 놓으며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가는 현상을 다룬다.

‘The Material Turn’에서는 텍스타일, 세라믹, 수공예적 재료가 다시 동시대 예술의 중요한 언어로 부상하는 현상을 다룬다. 이는 미술과 디자인을 구분하던 기존의 경계가 느슨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재료의 물성과 제작 과정 자체가 작품의 개념이 되고, 손으로 만든 흔적과 전통적인 제작 방식이 오히려 동시대성을 획득하는 것이다. ‘Photo Sydney’는 다큐멘터리와 초상, 개념적 사진부터 대형 실험적 이미지 작업까지 사진이라는 매체의 폭넓은 가능성을 보여주는 ‘페어 안의 페어’다. 이는 스마트폰과 AI로 이미지가 폭발적으로 생산되는 시대에 사진이 예술 작품으로서 어떤 가치를 가질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선택하고 소장하는 법’을 배우는 아트페어
아트페어의 또 다른 특징은 작품을 감상하는 것과 동시에 컬렉팅이라는 행위가 공개적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시드니 컨템포러리에서는 소규모 에디션부터 대형 조각까지 다양한 가격대의 작품이 소개된다. 처음 작품을 구매하는 사람부터 이미 컬렉션을 구축한 컬렉터까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아트페어를 경험할 수 있다. 올해 프로그램에는 작품을 감상하는 것에서 더 나아가 컬렉팅과 공간의 관계를 살펴보는 토크도 마련된다.

‘Small Space, Big Collection’을 통해 작은 집에서도 작품을 효과적으로 수집하고 전시하며 생활할 방법을 이야기한다. 작품을 소유하는 것이 반드시 큰 집이나 별도의 전시 공간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관점이다. 이런 점에서 시드니 컨템포러리는 미술시장과 디자인 문화가 만나는 장소이기도 하다. 작품을 선택한다는 것은 결국 내가 어떤 이미지와 재료, 이야기를 일상의 공간에 들여놓을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미술품 컬렉팅이 인테리어와 라이프스타일의 일부로 확장되는 오늘날, 아트페어는 작품을 고르는 안목뿐 아니라 작품과 공간이 관계 맺는 방식을 경험하는 장소가 된다.

캐리지웍스 역시 그런 의미에서 전시장 이상의 역할을 한다. 19세기 철도 노동의 흔적이 남은 산업 시설과 오늘날의 현대미술이 만나면서 과거의 생산 공간은 새로운 창작과 교류의 공간으로 전환된다. 산업 유산의 재생이라는 건축적 이야기와 동시대 예술의 실험이 한 장소에서 겹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시드니 컨템포러리는 지난 10년을 돌아보는 전시라기보다 앞으로의 10년을 미리 들여다보는 자리에 가깝다. 어떤 작가가 다음 세대를 대표하게 될지, 어떤 재료와 매체가 새로운 예술의 언어가 될지, 그리고 예술이 우리의 집과 도시를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한자리에서 살펴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올해 시드니 컨템포러리를 찾는다면 작품의 가격이나 작가의 이름만 살펴보기보다 갤러리 부스의 구성 방식, 작품에 사용된 재료, 전시장 안에서 작품과 공간이 맺는 관계에 주목해 보자. 회화와 디자인, 공예와 건축, 예술과 라이프스타일의 경계가 어디에서 만나고 또 어디에서 사라지는지 발견하는 것. 10주년을 맞은 시드니 컨템포러리를 가장 흥미롭게 즐기는 방법이 아닐까.
Sydney Contemporary 2026
장소 Carriageworks, Sydney
기간 2026년 9월 3일 ~ 9월 6일
홈페이지 Sydney Contempora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