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헤리티지의 실험가들 ④] 자연을 깎지 않는 디자이너, 이시산
월간 〈디자인〉 Vol.579 | Special Feature
이시산은 한국성을 목표로 디자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발견을 거듭하다 보니 어느새 그의 작업은 한국성에 가닿아 있었다.

![[K-헤리티지의 실험가들 ④] 자연을 깎지 않는 디자이너, 이시산 1 20260820130751 20260820 130751](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8/20220753/20260820130751-20260820_130751-832x1040.jpg)
경북 의성에서 자라며 어릴 적엔 할머니의 과수원에서 뛰놀았다. 대학은 충북 충주, 산으로 둘러싸인 학교였다. 오가는 길에 친구들과 남한강에서 낚시를 하고 물수제비를 떴다. 그렇게 보낸 시간이 땅과 나무, 강과 돌을 친구처럼 대하게 했다. 한국의 자연은 곧 이야깃거리였다. “산에서 온 돌은 울퉁불퉁하고, 강에서 온 돌은 물살에 깎여 맨질맨질하다. 그 고유한 느낌에 끌린 게 시작이었다. 세상에 똑같이 생긴 돌은 없었다.”
![[K-헤리티지의 실험가들 ④] 자연을 깎지 않는 디자이너, 이시산 2 20260820130914 proportions of stone object 3](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8/20220918/20260820130914-proportions-of-stone-object-3-832x1248.jpeg)
![[K-헤리티지의 실험가들 ④] 자연을 깎지 않는 디자이너, 이시산 3 20260820130914 proportions of stone shelf 1](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8/20220918/20260820130914-proportions-of-stone-shelf-1-832x1248.jpeg)
그래서인지 그의 작업은 창조가 아니라 발견과 주목에 방점을 둔다. 공장 한편에 쌓인 폐철판, 잘려나간 나뭇가지가 고스란히 재료가 되는 이유다. 창작자로서 도가 사상의 핵심 개념인 무위無爲를 중심 어휘로 삼은 것도 마찬가지다. 계기는 우연한 실패였다. 주운 돌로 화병과 인센스 홀더를 만들 때 바닥의 수평이 맞지 않아 그라인더로 밑면을 깎았는데, 잘린 단면이 영 어색했다. 자연에 인위적으로 개입하는 게 불편한 일임을 그때 자각했다. 2019년부터 이어온 ‘무위’ 시리즈는 돌을 원형 그대로 쓴다.
![[K-헤리티지의 실험가들 ④] 자연을 깎지 않는 디자이너, 이시산 4 20260820131303 Neo Primitive collection](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8/20221306/20260820131303-Neo-Primitive_collection-832x555.jpeg)
![[K-헤리티지의 실험가들 ④] 자연을 깎지 않는 디자이너, 이시산 5 20260820131335 Neo Primitive Low Table 9](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8/20221339/20260820131335-Neo-Primitive_Low-Table-9-832x555.jpeg)
![[K-헤리티지의 실험가들 ④] 자연을 깎지 않는 디자이너, 이시산 6 20260820131335 neo primitive object01 1](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8/20221337/20260820131335-neo-primitive_object01-1-832x1248.jpeg)
반면 산업이 규격에 맞춰 제작한 스테인리스스틸은 수치화해 다룬다. “돌이 빠지면 금속은 홀로 설 수 없고, 금속이 빠지면 돌은 그냥 돌이 된다.” 어느 쪽도 상대를 침범하지 않은 채 서로에게 기대는 관계에 놓인다. 한편 ‘Neo Primitive’ 시리즈에서는 주운 고재와 나뭇가지를 알루미늄 주물로 떠냈다. 시간이 쌓인 자연물을 금속으로 치환하면 어떤 얼굴이 될지 궁금했다.
![[K-헤리티지의 실험가들 ④] 자연을 깎지 않는 디자이너, 이시산 7 20260820131548 Earth Pieces Low Table](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8/20221551/20260820131548-Earth-Pieces_Low-Table-832x555.jpeg)
‘Earth Pieces’ 시리즈는 대리석 공장에서 나온 폐석이 주재료다. 가공 중에 깨져 상품이 되지 못한 조각들을 얻어 와서 대리석 사이의 빈 곳에 알루미늄을 부어 굳혔다. 어느 작업이든 이시산은 재료 자체를 세세히 다듬기보다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덜어낼지를 고르는 데 무게를 둔다. “2025년 밀라노 디자인 위크 기간에 열린 대나무를 소재로 한 그룹전 〈Gucci: Bamboo Encounters〉에 참여했을 때도 대나무를 꼭 쓰지 않으면서도 나만의 방식으로 풀어내고 싶었다. 그래서 음각과 양각으로만 대나무를 남기고, 실제 대나무는 드러내지 않았다.” 무엇을 드러내느냐도 마찬가지다. 2024년 론칭한 실용 기물 브랜드 XCIX는 산업 공정의 흔적을 앞세운 기물을 선보인다. 산업용 드릴로 알루미늄 덩어리를 뚫어 그 구멍을 펜꽂이로 삼고, 볼트와 너트로 조여 명함 한 장이 꼭 들어가는 홀더를 만든다.
![[K-헤리티지의 실험가들 ④] 자연을 깎지 않는 디자이너, 이시산 8 20260820131626 483A2586](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8/20221628/20260820131626-483A2586-832x1109.jpeg)
![[K-헤리티지의 실험가들 ④] 자연을 깎지 않는 디자이너, 이시산 9 20260820131626 483A2619](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8/20221628/20260820131626-483A2619-832x1109.jpeg)
안서후와 함께 꾸리는 프랙티스는 전시와 브랜드, 공간 디자인을 오가며 기획 의도에 맞는 작가와 팀을 이뤄 일한다. 여러 손이 모이는 프로젝트에 참여 작가로 합류하기도 한다. 2024년 공예트렌드페어 남원 부스에서 선보인 의자가 그렇게 탄생했다. 남원의 옻칠 장인들과 협업한 것으로, 왕실에서 상징적으로 쓰였다는 주칠과 흑칠을 적극 활용했다.
이시산은 한국성을 의식하거나 목표로 삼은 적이 없다고 거듭 말했다. 다만 해외에서 전시를 하며 돌아보니 자연물을 재료로 쓰는 작가가 드물다는 점, 그리고 가장 도시적이라는 서울조차 산과 강을 곁에 둔 곳이라는 사실이 새삼 눈에 들어왔다. 발견을 거듭하다 보니 어느새 한국성에 가닿아 있었다는 그의 말이 인상적이다.
![[K-헤리티지의 실험가들 ④] 자연을 깎지 않는 디자이너, 이시산 10 20260820131042 profile4](https://design-plus.storage.googleapis.com/wp-content/uploads/2026/08/20221046/20260820131042-profile4-832x1248.jpeg)
글 윤솔희 객원 기자
인물 사진 박순애(스튜디오 수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