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이 묻는 지구의 안부

〈디 오버뷰 이펙트(The Overview Effect)〉전

베를린 빌헬름 할렌 더 파운드리에서 2026년 9월 4일부터 13일까지 그룹전 〈디 오버뷰 이펙트〉가 열리고 있다. 우주에서 본 지구의 연약함과 연결성을 모티브로, 글로벌 작가 19팀이 공예·디자인을 통해 생태적 공존을 조명한다.

디자인이 묻는 지구의 안부

베를린 빌헬름 할렌(Wilhelm Hallen) 내 전시 공간 더 파운드리(The Foundry)에서 2026년 9월 4일부터 13일까지 그룹전 〈디 오버뷰 이펙트(The Overview Effect)〉가 열린다. 캐나다 조명 디자인 브랜드 보치(Bocci)와 빌헬름 할렌이 공동 주최하고, 큐레이터 애나 카닉(Anna Carnick)이 기획을 맡았다. 올해로 두 번째를 맞는 보치의 대규모 디자인 전시로, 베를린 아트 위크 2026과 대규모 그룹 전시 〈할렌 07(Hallen 07)〉의 일환으로 함께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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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파운드리 주최 Clemens 오프닝 현장

전시명은 우주비행사들이 우주에서 지구를 내려다볼 때 겪는다고 알려진 인식의 전환, 이른바 ‘오버뷰 이펙트’에서 따왔다. 이 용어는 작가 프랭크 화이트(Frank White)가 1987년 저서 『디 오버뷰 이펙트: 스페이스 익스플로레이션 앤드 휴먼 에볼루션(The Overview Effect: Space Exploration and Human Evolution)』에서 우주비행사들과의 인터뷰를 바탕으로 처음 제시한 개념이다. 지구를 우주에서 내려다볼 때 국경과 같은 인위적 경계가 사라지고, 행성의 아름다움과 취약함이 동시에 감각된다는 이 경험은 이번 전시의 출발점이 된다.

카닉은 전시 서문에서 “지구를 떠나야만 우리의 운명이 얼마나 긴밀하게 얽혀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던지며, 굳이 우주로 나가지 않더라도 디자인과 공예, 예술을 통해 세계를 다시 바라보는 방식을 제안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는 2023년 디자인 마이애미(Design Miami/)의 큐레토리얼 디렉터를 지냈고, 베를린을 기반으로 활동하며 지난해에도 같은 장소에서 열린 〈크래프팅 커뮤니티(Crafting Community)〉전을 기획한 바 있다.

미시적 관찰에서 우주적 상상까지

전시에는 파키스탄, 프랑스, 벨기에, 폴란드, 독일, 과테말라, 칠레, 남아프리카공화국, 네덜란드, 베냉, 멕시코, 한국, 영국, 레바논, 미국, 일본, 스웨덴 등 세계 각지에서 활동하는 19개 팀이 참여한다. 네덜란드 작가 마욜레인 헤셀스(Marjolein Hessels)는 암스테르담 공사장에서 발견해 구조한 우단담배풀을 몇 해에 걸쳐 관찰한 뒤, 식물에서 추출한 염료로 실크에 자수를 놓은 실물 크기 초상 작업 ‘베르바스쿰 탑수스, 그레이트 멀레인(Verbascum Thapsus, Great Mullein)'(2026)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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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jolein Hessels

일본 스튜디오 위플러스(we+)는 미세조류 분말과 천연 수지로 만든 의자 ‘소컬러드 체어(SO-Colored Chair)'(2026)를 통해 27억 년 전부터 지구 대기를 형성해 온 미세조류의 색채 스펙트럼을 가구로 옮겼다. 멕시코 디자이너 페르난도 라포세(Fernando Laposse)는 재래종 옥수수 껍질을 마르케트리 기법으로 가공한 소재 ‘토토목슬레(Totomoxtle)’를 활용한 테이블과 벽 패널, 벤치 등을 선보이는데, 이는 멕시코 오악사카·푸에블라의 믹스텍 농민 공동체와의 협업을 바탕으로 종자 다양성 보존과 지역 경제 재건을 함께 도모하는 프로젝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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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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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rnando Laposse

프랑스·베냉 출신 도예가 킹 하운데크핀쿠(King Houndekpinkou)는 베냉과 일본 등지에서 채집한 흙을 섞어 빚은 청유(靑釉) 도자기 연작을 내놓으며, “흙은 우리 모두가 같은 행성에서 왔으며, 이 경이로운 푸른 점 위에서 늘 함께 돌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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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ng Houndekpinkou

레바논·폴란드 출신 디자이너 타라 사키(Tara Sakhi)는 베네치아 유리 장인들과 협업해 제작한 행성 모양의 유리 오브제 세 점과, 베네치아 시장에서 수집한 확대경들을 결합한 인터랙티브 설치 ‘웨이즈 오브 시잉(Ways of Seeing)'(2026)을 선보인다. 관람객이 직접 확대경을 들어 유리 표면을 들여다보게 함으로써, 대기권처럼 얇고 연약한 막이 지구를 감싸고 있다는 사실과 더불어 그 안에 깃든 미시적 아름다움을 동시에 체감하게 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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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ristine Jacobs

남아공 출신 크리스틴 제이콥스(Christine Jacobs)는 6대째 이어온 가족 농장의 메리노 양털을 손으로 펠팅해 만든 조각 ‘스케이프 IV·V(Scape IV & V)'(2023)를 통해 땅과 그 위에 사는 존재들의 얽힘을 부드러운 형태로 번역한다. 과테말라 출신 클라라 데 테사노스(Clara de Tezanos)는 현지에서 채굴한 옥과 변성암을 최소한으로 가공해 마야 우주관과 지역의 고고학적 유산을 담은 시계 연작 ‘타임키퍼스(Timekeepers)'(2026)를 안티과의 시발바 워크숍(Xibalba Workshop)과 함께 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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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mara.rosinke

폴란드·독일 협업 스튜디오 크마라.로진케(chmara.rosinke)는 효모와 유산균, 초산균의 발효 공생 구조에서 형태를 빌린 라운지체어 ‘마크로바이옴(Macrobiome)'(2026)을 선보이는데, 관람객이 다가가면 센서가 이를 감지해 미생물 활동을 소리로 변환한 사운드가 흘러나온다. 인체보다 미생물 세포 수가 더 많다는 사실에서 출발해, 인간을 미생물의 숙주가 아니라 더 큰 생물학적 전체 속 하나의 유기체로 재정의하려는 시도다.

한 뜸씩 엮이는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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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ukas Wegwerth

한국계 작가 이상혁은 방문객이 선반 위에 물건을 올려놓을 때마다 형태가 미세하게 변화하는 작업 ‘더 포즈 비트윈(ㅊ)'(2026)을 통해 의도와 행동, 그리고 작은 몸짓이 세계에 미치는 영향을 되짚는다. 독일 작가 루카스 베그베르트(Lukas Wegwerth)는 깨진 도자기 파편을 염분 용액에 담가 표면에 결정을 자라나게 하는 연작 ‘크리스탈리제이션(Crystallization)’을 통해 일본의 킨츠기 전통을 변주하며, 손상된 사물이 오히려 시간과 변화의 서사를 얻는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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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udio Furthermore

이 밖에도 캘리포니아 산불의 재를 3D 프린팅해 만든 버지니아 산프라텔로(Virginia San Fratello)의 ‘피닉스 라이징(Phoenix Rising)'(2026), 달의 크레이터를 연상시키는 재활용 알루미늄 조각으로 지구와 달의 물질적 연속성을 은유한 스튜디오 퍼더모어(Studio Furthermore)의 작업 등이 미시적 관찰과 우주적 상상을 오가며 전시 전반을 관통한다. 파키스탄 출신 메헤루니사 아사드(Meherunnisa Asad)는 어머니 파르하나 아사드가 설립한 페샤와르의 스튜디오 렐(Studio Lél)에서 현지 파키스탄인과 아프가니스탄 난민 장인들의 손을 거쳐 완성한 거울 상감 패널 ‘비니스 더 세임 스카이(Beneath the Same Sky)'(2026)를 선보인다. 표범과 새, 물고기가 한 하늘 아래 공존하는 도상 위로 관람객의 모습이 함께 비치도록 설계돼, 보는 이 자신도 생명의 연결망 일부임을 자각하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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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t2P

벨기에 디자이너 리오넬 자도(Lionel Jadot)와 프랑스 텍스타일 작가 올리비아 바벨(Olivia Babel)은 협업작 ‘아르테팩트 00(Artefact 00)'(2026)에서 운석의 여정을 산업 폐자재와 직조 텍스타일로 은유하며, 미래에 남겨질 인류의 흔적이 무엇일지 질문한다. 칠레 스튜디오 gt2P는 칠레 해안의 삿갓조개 군집에서 형태를 빌린 알루미늄 설치 ‘슈 더 호프 키퍼(Shhh the Hope Keeper)'(2016)를 통해 관람객이 직접 지구의 미래를 향한 소망을 적어 넣는 참여형 아카이브를 완성해간다.

게더링 스페이스와 보치의 커미션

전시장 한쪽에는 휴식과 대화를 위한 게더링 스페이스가 마련돼 주말 동안 카닉이 기획한 토크 프로그램의 무대가 된다. 이 공간의 바닥재는 스웨덴 소재 기업 볼론(Bolon)이 재활용 소재 68%로 구성된 기후중립 컬렉션 ‘BKB’에서 제공했으며, 전시 종료 후 회수해 재사용 또는 재활용될 예정이다. 볼론은 베를린 디자인 듀오 마이어스+퓌그만(Meyers + Fügmann)에 별도로 커미션을 의뢰해, 볼론의 원단과 자투리 소재를 엮어 만든 설치 작업 ‘더 글로벌 멜랑주: 인터워븐 래티튜드(The Global Melánge: Interwoven Latitudes)’도 함께 선보인다. 개별 실 가닥이 전체와의 관계 속에서 의미를 얻는다는 직조의 원리를 통해, 전시 전반이 말하는 상호연결성의 주제를 공간 차원으로 확장한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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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yers + Fügmann

전시는 더 파운드리가 위치한 빌헬름 할렌 단지 전역에서 열리는 대규모 그룹전 〈할렌 07〉과 나란히 진행된다. 9,000㎡ 규모의 옛 주물 공장 부지에 베를리니셰 갤러리, 텔레콤 아트 컬렉션, 메르세데스-벤츠 아트 컬렉션, 슈테델 미술관 산하 시른 쿤스트할레 프랑크푸르트 등 50여 개 기관과 갤러리가 참여하며, 마지막 날인 9월 13일에는 도이치 심포니 오케스트라 소속 실내악 앙상블의 공연도 예정돼 있다. 우주에서 바라본 지구의 시선을 손끝의 재료로 옮겨온 이번 전시는, 거창한 담론 대신 ‘자세히 다시 보기’라는 태도를 통해 우리가 이 행성에서 함께 보내는 짧은 시간을 어떻게 쓸 것인지 조용히 되묻는다.

The Overview Effect (디 오버뷰 이펙트)

주소
Wilhelm Studios, K60 GmbH, Kopenhagener Str. 60-68, 13407 Berlin
기간 2026년 9월 5~6일, 9~13일
기획 애나 카닉(Anna Carnick)
전시 디자인 크리스 리우(Chris Leeuw)
주최 보치(Bocci), 빌헬름 할렌(Wilhelm Hallen) — The Foundry
홈페이지 The Foundry
인스타그램 @thefoundry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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