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도호와 래코드가 옷으로 옮긴 공간과 기억
RE;CODE X DO HO SUH ‘The Moving Studio’ 캡슐 컬렉션
도호의 공간과 기억에 대한 이야기가 이번에는 옷으로 이어졌다. 컨셔스 패션 브랜드 래코드와 함께 완성한 캡슐 컬렉션 ‘The Moving Studio’를 통해서다. ‘옷은 하나의 이동하는 건축과 같다’는 생각에서 출발한 워크웨어부터 스페셜 에디션까지 살펴보았다.

올해 서울 아트위크를 비롯해 최근 한국의 아트씬 이야기를 할 때 빼놓기 어려운 이름이 있다. 바로 서도호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에서 대규모 개인전이 열리고 있는 지금, 그의 작업 세계를 미술관 밖에서 만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도 있는 것을 알고 있는가.

바로 쓰임을 다한 옷과 소재를 해체하고 재조합해 새로운 가치를 더해온 컨셔스 패션 브랜드 래코드(RE;CODE)와 함께한 협업 컬렉션 ‘The Moving Studio’를 통해서다. 이번 협업은 “옷은 하나의 이동하는 건축과 같다는 서도호의 생각에서 출발했다. 몸과 함께 움직이는 옷을 하나의 작은 공간으로 바라보고, 창작자가 자신의 도구와 기억을 품고 이동할 수 있는 워크웨어로 완성했다. 현재 래코드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컬렉션을 직접 만나볼 수 있는 팝업도 진행 중이다.
‘The Moving Studio’ 캡슐 컬렉션
서도호의 작업에서 ‘공간’은 오랫동안 중요한 화두였다. 자신이 살았던 집과 건축물을 반투명한 천으로 재현하고, 복도와 계단처럼 일상적으로 지나치는 장소를 정교하게 기록하며 공간에 남겨진 개인의 기억과 이동의 관계를 탐구해왔다. 이번에는 그 생각의 크기를 옷으로 줄였다. 집보다 훨씬 작지만 옷 역시 몸을 감싸고 몸과 함께 움직이는 하나의 공간이다. 여기에 작업 도구를 담는 포켓과 수납 기능을 더하면 어디든 가지고 다닐 수 있는 작은 작업실이 된다. ‘The Moving Studio’라는 이름도 여기에서 나왔다.



이번 만남이 흥미로운 이유는 서도호의 작업을 그래픽이나 패턴으로 옮기는 익숙한 방식의 아티스트 협업과는 조금 다르다는 데 있다. 대신 래코드는 작가가 오랫동안 다뤄온 ‘기억’과 ‘이동’이라는 개념을 옷을 만드는 방식 안으로 가져왔다. 그 연결고리가 된 것이 래코드의 ‘MOL(Memory of Love)’ 프로젝트다. 누군가 입었던 옷에 남은 기억을 새로운 옷으로 이어가는 프로젝트로, 이번에는 서도호 가족이 실제로 입었던 옷이 재료가 됐다. 이를 재킷 내부와 포켓 등에 활용하면서 가족의 시간을 새로운 옷 안에 남겼다.


결과물은 여러 크기와 형태의 포켓과 수납 구조를 갖춘 워크웨어다. 작업하는 사람의 움직임을 고려해 필요한 도구를 넣고 꺼낼 수 있도록 했으며, 이때 포켓은 단순한 기능적 장치를 넘어 개인의 기억까지 보관하는 작은 공간이 된다. 컬렉션의 구체적인 디테일에서도 서도호의 작업을 발견할 수 있다. ‘메모리 포켓 워크 재킷’의 안감에는 서도호의 작품 〈Myselves〉 드로잉을 자수로 새겼으며, 내부 포켓에는 실제 작품 제작에 사용된 원단과 래코드의 재고 원단을 활용했다. ‘멀티 포켓 리미티드 티셔츠’에는 대표작 〈Nest/s〉에 사용된 원단을 재고 원단과 조합해 포켓으로 만들었다. 작품의 이미지를 그대로 옮기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작업에 사용된 재료를 옷의 일부로 가져온 점이 눈에 띈다.





이와 함께 보다 실험적인 디자인의 스페셜 에디션 재킷도 선보였다. 오렌지, 그린, 블루, 라임, 핑크 등 선명한 색상의 반투명 소재를 사용해 옷의 안과 밖, 봉제선과 포켓의 구조가 그대로 비쳐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여러 겹의 소재와 크고 작은 포켓이 중첩되며 하나의 구조체처럼 보이는 모습은 서도호가 오랫동안 선보여온 반투명 패브릭 건축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한다.
18명의 창작자와 함께한 ‘Moving Studio’ 컬렉션
이번 캡슐 컬렉션은 다양한 아티스트들과도 함께 했다. 래코드는 문승지, 연진영, 유이화, 김하늘 등 동시대 문화예술계에서 활동하는 18명의 아티스트를 찾아가 릴레이 캠페인을 진행했다. 각자의 작업실에서 ‘The Moving Studio’를 입은 모습을 기록하고, “지금 당신의 작업실을 통째로 움직일 수 있다면, 이 옷을 입고 어디로 가시겠습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창작자의 시간과 도구, 고민이 쌓이는 가장 사적인 장소인 작업실과 이를 몸에 지닌 채 이동한다는 컬렉션의 개념을 연결한 것이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들의 공간을 차례로 보여주면서 ‘Moving Studio’가 단순한 이름이 아니라 실제 창작자의 삶 속에서 어떻게 작동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팝업에서도 만나볼 수 있는 캡슐 컬렉션


공간으로도 이 컬렉션과 정신이 이어진다. 9월 3일부터 래코드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서도호 개인전과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문을 연 협업 팝업이 진행 중이다. 이번 팝업은 컬렉션의 콘셉트에 맞춰 매장을 하나의 ‘움직이는 스튜디오’로 재구성했다. 별도로 기획된 공간 곳곳에 컬렉션의 디테일과 공간적 요소를 배치해, 옷을 공간과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




서울 아트위크는 막을 내렸지만, 서도호와 래코드의 협업 캡슐 컬렉션을 만날 기회는 아직 남아 있다. 미술관을 벗어나 옷이라는 새로운 형태로 이어진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오는 9월 13일까지 이어지는 래코드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의 ‘The Moving Studio’를 직접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RE;CODE X DO HO SUH ‘The Moving Studio’
주소 서울강남구 도산대로75길 11, 래코드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
기간 2026년 9월 3일 – 9월 13일
홈페이지 re-code.co.kr
인스타그램 @recode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