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 디자인 도시’ 선정 20년, 도시 전체를 통해 보는 디자인 생태계
베를린의 새 디자인 플랫폼 DesignDays.Berlin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 ‘디자인 도시’ 선정 20주년을 맞은 베를린에서 새로운 디자인 플랫폼 ‘DesignDays.Berlin’이 9월 24일부터 26일까지 열린다.

베를린이 올해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의 ‘디자인 도시’로 선정된 지 20년을 맞는다. 2006년 네트워크에 합류한 이후 베를린은 디자인을 특정 산업이나 제품군에 한정하지 않고 건축과 패션, 그래픽, 디지털 기술, 지속가능성 등 다양한 창작 분야와 연결하며 독자적인 디자인 생태계를 구축해왔다. 2026년 현재 베를린의 문화·창조산업에는 3만 개 이상의 기업이 활동하고 있으며, 디자인은 도시의 문화적 정체성을 넘어 국제적인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중요한 창조산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디자인 도시’라는 이름이 만들어낸 20년

베를린의 유네스코 디자인 도시 20주년은 단순한 기념일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유네스코 창의도시 네트워크는 디자인을 도시의 문화적 자산이자 창의산업의 중요한 기반으로 바라보며, 각 도시가 가진 창의적 역량을 국제적인 네트워크 안에서 공유하고 교류하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둔다. 베를린 역시 이 네트워크에 참여한 이후 디자인을 예술이나 제품의 영역에만 두지 않고 도시의 문화와 산업, 기술과 사회를 연결하는 요소로 확장해왔다.

베를린 디자인의 특징은 처음부터 하나의 양식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는 데 있다. 대형 브랜드와 국제적인 디자인 스튜디오가 활동하는 한편 독립 디자이너와 젊은 건축가, 소규모 스튜디오와 장인, 스타트업이 공존한다. 제품과 가구를 만드는 디자이너가 건축과 예술, 기술 분야의 창작자와 협업하고, 새로운 소재와 지속가능한 생산 방식, 디지털 기술을 실험하는 프로젝트도 이어진다.

이처럼 서로 다른 분야가 교차하는 환경은 베를린의 디자인을 하나의 완성된 스타일보다 ‘과정’으로 바라보게 한다. 디자인이 새로운 제품을 만드는 일에 그치지 않고 도시와 생활방식을 어떻게 바꿀 수 있는지를 탐색하는 수단이 되는 것이다. 20년 동안 베를린이 쌓아온 디자인 도시로서의 정체성 역시 이러한 개방성과 실험성 위에서 형성됐다.

2026년 베를린은 이 20주년을 맞아 도시 전반에서 디자인을 조명하는 프로그램을 이어가고 있다. Berlin Design Week를 비롯해 국제적인 창작자와 전문가가 만나는 행사와 스튜디오, 쇼룸 프로그램 등이 연중 진행되며, 9월에는 FORM/FUTURE와 Currents Berlin 등 디자인과 창조산업을 둘러싼 다양한 프로그램이 예정돼 있다. 베를린 시는 유네스코 디자인 도시 20주년을 단일 행사로 끝내기보다 도시의 창조적 역량을 국제적으로 알리는 계기로 활용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DesignDays.Berlin의 출범은 의미가 더욱 선명해진다. 지난 20년 동안 각각의 장소에서 활동해온 브랜드와 디자이너, 스튜디오를 하나의 도시형 플랫폼으로 연결하기 때문이다.
박람회장을 벗어나 도시 전체로
DesignDays.Berlin은 전통적인 디자인 페어의 형식에서 한발 물러난다. 방문객은 하나의 전시장에 모인 제품을 순서대로 관람하는 대신 베를린의 여러 지역을 이동하며 각 브랜드와 쇼룸, 파트너 공간에서 열리는 프로그램을 만난다. 도시의 공간 자체가 전시장이자 행사장이 되는 셈이다.
이 방식은 베를린이라는 도시의 특성과도 잘 맞는다. 베를린의 디자인 신은 특정 산업단지나 하나의 디자인 지구에 집중돼 있기보다 도시 곳곳에 분산돼 있다. 오래된 건물과 산업 공간, 갤러리와 쇼룸, 독립 스튜디오가 서로 다른 지역에 자리하고 있으며 각각의 공간이 디자이너와 브랜드의 작업을 보여주는 배경이 된다.


이번 행사에는 뱅앤올룹슨(Bang & Olufsen), 라우펜(Laufen), 오키오(Occhio), 로쉐보보아(Roche Bobois), 롤프벤츠(Rolf Benz) 등을 비롯한 60개 이상의 브랜드가 참여한다. 제품과 컬렉션을 선보이는 전시뿐 아니라 디자이너와 건축가가 참여하는 토크, 라운드테이블, 워크숍 등을 통해 디자인을 둘러싼 다양한 이야기도 함께 다룬다.
세바스티안 헤르크너(Sebastian Herkner), 파비안 프라이타크(Fabian Freytag), 위르겐 마이어 H.(Jürgen Mayer H.), 그래프트 아키텍츠(GRAFT Architects) 등이 참여하는 프로그램에서는 지속가능성, 공예, 문화와 혁신, 건축 환경의 변화 등을 주제로 논의가 이어진다. Senso와 JAB ANSTOETZ가 함께하는 워크숍과 카우프하우스 데스 베스텐스(KaDeWe)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처럼 방문객이 직접 참여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된다.

결국 DesignDays.Berlin이 보여주려는 것은 특정 브랜드의 신제품 목록만은 아니다. 제품이 어떤 공간에서 사용되고 어떤 소재와 기술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디자이너가 어떤 질문에서 작업을 시작했는지까지 함께 보여주면서 베를린 디자인을 둘러싼 사람과 아이디어의 관계를 드러내려는 것이다.
20년 이후, 베를린 디자인의 다음 장

현재 3만 개 이상의 문화·창조산업 기업이 활동하는 베를린은 규모 면에서도 하나의 디자인 행사가 도시 전체의 창작 환경을 담아내기 어려울 만큼 복합적인 생태계를 갖추고 있다. 따라서 DesignDays.Berlin이 택한 ‘도시 전체를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식’은 단순히 색다른 행사 형식을 선택한 것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베를린 디자인의 분산된 풍경 자체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보여주는 시도이기 때문이다.


20년 전 유네스코가 베를린을 디자인 도시로 지정했다면, 이제 베를린은 그 이름이 실제 도시 안에서 어떤 모습으로 축적됐는지를 보여주는 단계에 들어섰다. 디자인은 더 이상 제품을 만드는 특정 분야에 국한되지 않고 도시의 문화와 산업, 기술과 생활을 연결하는 언어가 되고 있다.
오는 9월 처음 열리는 DesignDays.Berlin은 그 변화의 한가운데서 출발한다. 베를린 곳곳의 브랜드와 디자이너, 건축가와 창작자, 쇼룸과 스튜디오를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묶어 도시를 걸으며 디자인을 경험하도록 하는 행사다. 유네스코 디자인 도시로 선정된 지 20년, 베를린이 축적해온 창조적 다양성과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동시에 살펴볼 수 있는 자리라는 점에서 올해 첫선을 보이는 DesignDays.Berlin에 관심이 모인다.
‘Design Days.Berlin’
장소 독일 베를린 전역
기간 2026년 9월 24일 – 9월 26일
홈페이지 Design Days.Berlin
인스타그램 @designdays.berl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