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태평양 디자인위크,〈디자인 문서:그래픽, 편집, 즉흥적 실천〉전
지난 9월 아시아태평양 디자인위크에서 선보인〈디자인 문서:그래픽, 편집, 즉흥적 실천〉전은 국내 그래픽 디자인의 역동성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지난 9월 3일부터 10월 28일까지 상하이 푸싱 아트 센터 일대에서 아시아태평양 디자인 위크(Asia-Pacific Design Week, 이하 ADW)가 열렸다. 일찍이 토머스 헤더윅과 포스터+파트너스의 공동 설계, 움직이는 파사드 등으로 화제를 모은 A동 1층에선 일본 ‘뉴 디자인 어워드’의 역대 수상자 6팀의 작품 세계를 충돌과 질서의 관점에서 살핀 〈카오스 & 코스모스〉전을 선보였고, 같은 건물 3층에선 M/M(Paris)의 특별 전시를 진행했다.


하지만 그 이상으로 화제를 모은 것은 B동에서 열린 전시 〈디자인 문서: 그래픽, 편집, 즉흥적 실천〉(이하 〈디자인 문서〉)다. 아시아태평양 디자인 위크 디렉터인 쿵치춘(Kung Chichun)과 서울대학교 크리스 하마모토(Chris Hamamoto) 교수가 큐레이터를 맡은 이 전시는 한국의 그래픽 디자이너 16팀의 활동상을 모은 자리였다.

전시장에선 슬기와 민, 워크룸, 홍은주·김형재, 스튜디오fnt의 이재민, 채병록, 신신, 오디너리피플, 오혜진, 최건혁 등 역동적인 한국 그래픽 신을 구축해 온 이들의 작품이 한눈에 펼쳐졌다. 전시가 주목한 것은 한국 그래픽 디자인 신 특유의 속도와 역동성이다. 서울에선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브랜드와 음반, 전시, 상점, 팝업 공간이 등장한다. 끊임없이 갱신되는 도시의 시각적 풍경은 스펙터클 그 자체다. 혹자는 지속 가능성이 결여됐다며 이러한 현상에 비판적 시선을 보내기도 한다. 하지만 전시 기획자들은 오히려 이러한 일시성과 불안정성을 한국 그래픽 디자인의 경쟁력으로 바라봤다. 새로운 시각적 실험에 대한 높은 수용성과 빠른 실행력이 디자이너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국 그래픽 디자인은 인쇄 매체를 넘어 영상과 제품, 설치 작업, 공간 경험 등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미술관과 음악 산업, 상업 공간을 넘나들며 동시대 대중문화의 시각적 풍경을 형성하는 주체로 자리매김한 것이다. 기획자들이 주목한 또 한 가지는 상업 프로젝트와 자발적 창작 활동의 공존이다. 전시에 참여한 디자이너들은 브랜드와 문화 기관의 의뢰를 수행하는 동시에 독립 출판, 전시 기획, 연구, 제품 제작 등 스스로 발의한 프로젝트를 꾸준히 이어왔다. 이 두 영역은 서로 대립하기보다 영향을 주고받으며 디자이너의 역할과 가능성을 확장해 왔다.



작업 방식 역시 다양하다. 클라이언트와의 오랜 협업으로 독자적인 시각 언어를 구축한 이들이 있는가 하면, 타이포그래피와 프로그래밍, 편집과 연구를 중심으로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한 이들도 있다.




결국 〈디자인 문서〉전은 한국 그래픽 디자인을 하나의 양식이나 유행으로 규정하기보다 서로 다른 세대와 태도가 공존하는 생태계로 바라보는 자리였다. 변화의 속도가 빠른 환경에서도 고유한 목소리를 잃지 않고 작업을 지속해 온 디자이너들의 면면이 이를 증명한다. 한국 그래픽 디자인의 현재를 해외에 소개하는 동시에 그 역동성을 가능하게 한 창작의 토양을 되짚어 보는 전시였다.

주최 ADW®, 한국타이포그라피학회, 상하이 푸싱 아트 센터
큐레이터 크리스 하마모토, 쿵치춘
전시팀 루비콴(Ruby Quan), 리하오양(Lee Haoyang), 임수현
영상팀 대니얼 송
인터랙티브 설치 윤수현
공간 디자인 팡융파(Fang Yongfa)
참여 디자이너 개미그래픽스, 민구홍, 워크스 등 16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