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or+] IAB STUDIO: 개성을 무기로 성장하는 크루가 되는 법

김한준ˑ신동민ˑ임성빈 IAB STUDIO 공동 대표

뮤지션 빈지노가 김한준, 신동민 두 명의 고등학교 친구와 함께 만든 IAB STUDIO. 미술 전공이라는 공통점 아래 아트 크루로 활동하기 시작한 이들은 독창적인 디자인과 자유로운 감각으로 주목받으며 브랜드로 성장했다. 최근에는 2024 KBO 리그 통합 우승을 거머쥔 KIA 타이거즈의 공식 킷 스폰서로도 활동 중이다. 이들은 크루원 개개인의 취향과 관심을 있는 그대로 존중하고 받아들일 때, 예상치 못한 가능성을 찾을 수 있다고 말한다. 틀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로 새로움에 도전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만나보자.

[Creator+] IAB STUDIO: 개성을 무기로 성장하는 크루가 되는 법

editor’s note

I’ve Always Been. 뮤지션 빈지노가 속한 크루로 알려진 IAB STUDIO. 2013년, 빈지노를 포함한 고등학교 친구 세 명이 아트 크루로 활동을 시작했는데요. 초창기에는 아트웍 제작과 앨범 커버 디자인에 집중하며 존재감을 알렸습니다. 이후 미술 전공자인 이들이 작업할 때 편하게 입을 작업복을 만들기 시작하면서, IAB STUDIO는 자연스럽게 패션 브랜드로 자리 잡게 되었죠. 특히 칼하트, 헬리녹스, 오뚜기, JTBC, 요넥스, 아식스, 포켓몬, 아케인 등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 컬렉션을 선보이며 업계에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단연 눈길을 끄는 행보는 한국 프로야구 KIA 타이거즈와의 공식 스폰서십일 텐데요. 2023년부터 오는 2027년까지 킷 스폰서로 활동하며, KIA 타이거즈의 공식 유니폼과 용품을 디자인하고, 제작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오는 3월 22일 개막하는 2025 한국프로야구 시즌에서도 IAB STUDIO가 디자인한 유니폼을 만날 수 있고요. 아트 크루에서 시작해 브랜드 간 협업 비즈니스로 확장한 IAB STUDIO, 그들의 성장 동력과 비결은 무엇이었을까요? 지난 2017년 디자인프레스 <오! 크리에이터> 시리즈의 첫 번째 인터뷰이였던 김한준, 신동민, 임성빈 IAB STUDIO 공동 대표를 8년 만에 다시 만났습니다.

PLUS 1. 무등산 호랑이를 업은 브랜드, IAB STUDIO

이번 주 토요일(03.22)에는 2025 한국프로야구(KBO)가 개막하는데요. IAB 스튜디오에게도 중요한 날이지 않을까 싶어요. 지난해 정규 시즌과 한국시리즈 통합 우승을 거머쥔 KIA 타이거즈의 킷 스폰서잖아요. 듣기로는 구단에서 먼저 IAB STUDIO에게 연락을 건넸다고요.

임성빈. 처음 연락받았을 때가 프로 스포츠팀과 의류 브랜드의 협업 붐이 막 일어나던 시기였어요. KIA 타이거즈에서 제안이 왔지만 단순 협업에서 그치는 것이었다면 사실 크게 흥미를 느끼지 못했을 것 같아요. 시류를 탄다? 그 정도로 그쳤겠죠. 하지만 협업이 아닌 스폰서십은 또 다른 개념이거든요. 일회성으로 만났다가 헤어지는 게 아니라 한 배를 탄 사이가 되는 일이잖아요. 패밀리십이 생길 수밖에 없죠. 그런 점에서 한번 해보면 어떨까? 하고 ‘설득’된 거죠.

김한준. KIA 타이거즈와의 스폰서십 프로젝트를 동민 대표가 주도했거든요. 제안을 받고서 그가 저희를 설득하고, 고민하는 과정이 꽤 길었어요. 당시 야구 영화 한 편을 꽤 집요하게 보여줬던 게 기억나요.

신동민. 해태 타이거즈의 선동열 투수와 롯데 자이언츠의 최동원 투수의 대결을 다룬 영화 <퍼펙트 게임>(2011)을 보여줬어요. 우리가 왜 프로야구팀, 그리고 그중에서도 KIA타이거즈와 스폰서십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설명했죠. 아마 스포츠 팬이라면 공감할 수 있을 텐데요. 모든 프로팀이 우승했던 해의 사진을 남기고, 구단이 없어지지 않는 한 우승 기록은 늘 회자되잖아요. IAB STUDIO의 유니폼이 구단 역사에 남을 수 있다는 사실이 브랜드 차원에서도 분명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당시 살던 집이 고척스카이돔과 멀지 않았거든요. 부모님 모시고 야구 경기를 왕왕 보러 다니기도 했고요. 야구장을 갈 때마다 남녀노소 하나같이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옷을 입고 있는 모습이 늘 인상적이었고요. 만약, IAB STUDIO의 로고가 박힌 유니폼을 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입고 있다면 어떨까? 라는 생각이 든 거죠. 브랜드로서 쉽게 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라는 생각에 성빈과 한준 대표를 시작으로 크루 멤버들 한 명 한 명을 설득했습니다. 그렇게 장고 끝에 진행할 수 있었어요.

KIA 타이거즈와의 스폰서십 이후로는 야구를 바라보는 시각도 꽤 달라졌겠어요. 게다가 작년에는 통합우승까지 했잖아요.

김한준. 그렇죠. 전에는 야구 경기를 그저 보고 즐기는 게 전부였어요. 하지만 스폰서십을 맺고서부터는 하나의 무대 뒤에서 ‘KIA 타이거즈’라는 브랜드의 콘텐츠를 같이 만들고, 제공하는 입장에서 볼 수밖에 없잖아요. 144번의 정규 경기 외에도 앞으로는 스프링 캠프, 뒤로는 포스트 시즌까지 쉬지 않고 백업하면서 이전까지는 몰랐던 야구의 세계를 알게 됐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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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한국프로야구 정규 리그와 한국시리즈를 우승한 KIA타이거즈 출처. KIA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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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IA 타이거즈

신동민. 저는 시즌을 보내면서 야구를 보는 포즈가 달라졌어요. 여름 전까지는 앉아서 보다가, 여름이 지나면 일어서서 보게 되는 거죠. 매 경기 승리하면 안도감이 들다가도, 패배 소식을 접하면 괜히 동작이 빨라지고 분주해져요. (웃음) KIA 타이거즈와 한배를 탄 입장에서 작년에 통합 우승을 한 만큼 팬들의 기대감도 높아져서 되려 준비해야 할 일들도 더 많아졌어요. 더욱이 최근에는 프로야구에 젊은 팬의 유입이 많이 증가했잖아요. 특히 2030 여성 팬들의 유입이 눈에 띌 정도로 늘었는데, 이들이 야구 외적으로도 KIA 타이거즈 팬으로서 즐길 수 있는 부분들은 무엇이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늘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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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IA 타이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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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KIA 타이거즈

한편, 킷 스폰서인만큼 KIA 타이거즈 유니폼은 가장 대표적인 스폰서십의 결과물이기도 하잖아요. KIA 타이거즈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IAB STUDIO만의 터치를 반영하는 게 쉽진 않았겠어요.

김한준. 정규 시즌 유니폼의 경우 어느 곳이든 마찬가지겠지만, 구단만의 가이드라인이 마련되어 있어요. 따라서 백지상태에서 저희가 디자인을 새롭게 하는 건 아니고, 나름의 틀 안에서 서로가 다양한 시도를 선보이기 위해 조율을 거듭하며 나아갔었죠.

신동민. 정규 유니폼이 정해진 가이드라인 안에서 미세하게 컬러를 조정하거나, 폰트 디자인을 살짝 터치하는 정도였다면, 이벤트 유니폼은 디자인 자유도가 높은 편이었죠. 구단에서 저희에게 디자인을 전적으로 맡기셔서 IAB STUDIO의 컬러를 충분히 녹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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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B STUDIO 로고와 서체는 디자이너와 함께 개발했다. 로고는 이덕형 그래픽 디자이너가, 서체는 디자이너 듀오 신신이 맡았다.

사실 ‘IAB STUDIO’ 로고만 봐도 유니폼에서 스튜디오의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데요. 로고의 폰트를 직접 제작하셨다고요.

신동민. 맞아요. ‘IAB STUDIO 서체’를 직접 개발했어요. 디자이너 듀오 신신이 저희만의 서체를 디자인해 줬죠. 

김한준. 그리고 서체 개발에 앞서 만든 IAB STUDIO 로고는 이덕형 그래픽 디자이너와 함께 의논하면서 만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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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제공. IAB STUDIO

최근에는 2027년까지 스폰서십 계약을 연장했어요. 스폰서십을 통해 서로가 주고받은 영향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임성빈. 국내 프로 스포츠 구단들의 스폰서십을 보면 충분히 이해되고, 지극히 말이 되는 브랜드와 일하거든요. 선수들에게도 그만큼 익숙한 브랜드일 테고요. 그런데 KIA 타이거즈라는 명문 구단에 IAB STUDIO가 얹어지면서 기존의 틀을 깨고, 분위기 전환을 시도했다고 봐요. 그런 점에서 선수들의 마인드셋과 팀에 임하는 자세, 경기장에서의 퍼포먼스까지 영향을 나름대로 주지 않았을까 생각되죠. 특히 스포츠는 그날그날의 멘탈 컨디션으로부터도 영향을 받으니까요.

김한준. 반대로 KIA 타이거즈와 스폰서십을 통해 저희를 몰랐던 야구팬들이 IAB STUDIO를 알게 된 계기가 됐을 테고요. KIA 타이거즈와 IAB STUDIO 각각의 팬 입장에서 여전히 아쉬운 점들이 있겠지만, 서로가 넘지 못한 허들이 있다면 앞으로 조율해서 충분히 넘을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PLUS 2. 12년 업력을 가진 크루가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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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B STUDIO 공동 창립자이자 뮤지션 빈지노로 활동 중인 임성빈 대표

2017년 디자인프레스의 <오! 크리에이터>의 첫 번째 인터뷰로 참여하셨더라고요. 당시 IAB STUDIO를 ‘아트 크루’라고 소개했는데요. 약 8년이 지난 지금은 어떻게 정의하고 있을지도 궁금했습니다.

김한준. 사실 저희도 스스로를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고민이 많았는데요. 초창기에는 미술을 전공한 세 명이 모여서 재밌는 걸 해보자고 했기에 ‘아트 크루’라는 말이 어울렸다면, 최근에는 ‘크루(Crew)’라는 단어 그 자체가 더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요.

임성빈. 보통 ‘크루’라고 하면 하나의 목적을 가지고, 같은 곳을 바라보고, 동일한 방식으로 달려가는 느낌이 많아요. 제가 활동하는 힙합 안에서도 보면 크루라고 했을 때 주로 비슷한 친구들끼리 모여 있거든요. 하지만 IAB STUDIO가 정의하는 크루와 크루십은 조금 달라요. 저희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각자의 개인성이거든요.

“크루라고 해서 반드시 관심사나 지향점이 같아야 할 필요는 없어요. 그보다는 각자가 가진 개인성이 다양한 편이 훨씬 좋아요.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새로운 걸 알려주고 배우다 보면 할 수 있는 일의 범위가 점차 커지는 거죠.”

앞서 동민 대표가 야구 영화를 보여주면서 저희를 설득하고 이해시키기 위해 노력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에요. 각자 다른 시각과 관심사를 가지고 있으니까요. 내가 생각하지 못하는 지점을 볼 수 있는 다른 시각들이 있다는 게, 현 점에서는 굉장히 중요하다고 봐요. 예를 들어, 내가 포켓몬을 몰라도 잘 아는 크루 멤버가 알려주면 재밌잖아요? 저는 그런 게 좋더라고요. 게다가 관심 없어서 넘어갈 수도 있었던 일이 프로젝트로 성사될 수도 있고요.

크루 안에서 다양성 또는 다른 시각이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요?

임성빈. ‘크루’라고 할 때 보이지 않는 압력이 작용한다고 생각해요. 다른 이들이 아는 걸 나도 다 알아야만 하는 압박감이랄까요? 그런 느낌을 받는다면 크루 활동을 이어가는 게 쉽진 않다고 생각하죠.

신동민. 물론 결이 같고 비슷한 사람끼리 모여서 형성되는 크루도 있죠. 그런 성격의 크루가 있는가 하면, 서로의 관심사가 겹치지 않는 사람끼리 모이는 크루도 있을 수 있고요. IAB STUDIO는 후자에 가까운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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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B STUDIO의 운영 전반을 디렉팅하는 김한준 공동 대표

그래서인지 크루원들이 가진 직업도 다양하다면서요?

김한준. 맞아요. IAB STUDIO에서 일하는 것 말고도 각자의 직업을 갖고 있는 멤버가 많아요. 미술 대학교 출강을 나가는 친구도 있고, 커피를 좋아해서 카페 장사를 하는 이도 있고, 음악 활동을 하기도 하고요. 관심 있는 분야와 장르가 달라서 그만큼 모여서 목소리를 낼 때가 재밌게 느껴지는 것도 있지 않나 싶어요.

그런 점에서 IAB STUDIO는 ‘크루십(crewship)’을 어떻게 정의하는지도 궁금하네요.

김한준. 정서적인 구심점이 되는 것 같아요.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이 있고, 관심사도 따로 있다고 하더라도, 둥지처럼 언제든지 이곳에 올 수 있는 거죠. 저희가 IAB STUDIO 로고를 고집스럽게 지키려고 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라고 봐요.

PLUS 3. 크루가 협업 비즈니스를 하는 법

IAB STUDIO와 Netflix의 협업. 이외에도 IAB STUDIO는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 프로젝트를 꾸준히 진행 중이다.

KIA 타이거즈와의 스폰서십 이외에도 국내외 다양한 브랜드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해 왔잖아요.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일련의 과정도 궁금했어요. 개인성이 돋보이는 크루라고 정의하지만 밖에서 볼 때는 하나의 조직으로 비치니까요.

김한준. 솔직히 말하면 비효율적인 면도 많아요. 각자 확고한 개성이 있고, 주관이 확실하니까요. IAB STUDIO의 한 가지 보이스로 정리하기 위해서 우선 이야기를 정말 많이 나누죠. 쉽게 말하면 수다를 떠는 거죠.(웃음)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어? 이거 좀 재밌겠는데?’라고 모이는 지점이 생기거든요. 그렇게 일이 시작되죠.

임성빈. 수다를 떠는 건 나름 IAB STUDIO만의 조직 문화라고 할 수도 있는데요. 최근에는 금요일을 이야기하는 날로 정했거든요. 원래 회의 중에 이야기를 나누던 건데 회의가 너무 길어져서 이럴 거면 차라리 이야기만 하는 날을 정하자!’ 이렇게 된 거죠. (웃음) 저는 잡다한 이야기가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여기서 창작의 동력을 얻기도 하고, 새로운 지식을 배우기도 하거든요.

의견이 일치가 안 될 때는 어떻게 조율해요?

신동민. 의견이 정말 모이지 않는다고 하면 투표를 하죠. 투표 이전에 보통 어떤 제안을 가져오는 멤버가 있다면 구성원을 설득하기 위해 정식으로 그리고 정중하게 PT를 하는데요. 저 또한 KIA 타이거즈와의 스폰서십을 진행할 때 그렇게 준비했어요. 외부 파트너를 설득하는 것보다 오히려 내부에서 설득을 얻어내는 게 더 어려워요. 자료도 훨씬 더 많이 준비하는 것 같고, 긴장도 많이 되고요.

저는 저희가 하는 일이 목적이 같고 똑같은 템포로 가야 하는 조정 경기를 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요. 한 명이라도 설득이 안 되면 원하는 방향으로 속도를 낼 수 없잖아요. 그러니까 제가 프로젝트를 통해 기대하는 부분이나 계획들을 최대한 납득할 수 있게 설득하는 게 그만큼 중요하다고 봐요.

그렇게 성사된 다양한 프로젝트 중에서도 재밌었던 협업으로 기억에 남는 케이스가 있다면 무엇인지도 궁금해요.

신동민. 저는 2016년 빼빼로와의 협업, 그리고 지난 2024년에 선보인 포켓몬과의 협업이 기억에 남아요. 빼빼로는 IAB STUDIO의 초기 작업인데 너무 영예롭게도 브랜드에서 판매 매대에 저희가 디자인한 패키징이 잘 보이도록 올려놓아 주셨거든요. IAB STUDIO만의 디자인을 대중 소비자에게 보여줄 좋은 기회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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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B STUDIO x 포켓몬 협업 컬렉션

포켓몬은 개인적으로 정말 오랜 팬인데요. 우스갯소리로 ‘포켓몬을 좋아하는 중년 남성 중에서 이룰 수 있는 걸 모두 이뤘다’라고 할 정도로 성공한 덕후로서 잊을 수 없는 협업이었습니다.

임성빈. 아식스(Asics)와의 협업도 너무 좋았죠. 막 제대할 때여서 참여도가 높진 않았지만, 저희 멤버들이 아식스 본사에 가서, 관계자들과 직접 커뮤니케이션하면서 진행한 프로젝트라 엄청 멋있어 보이더라고요. 특히 IAB STUDIO와 협업해 제작한 아식스 신발이 세계 최초로 로고 위치를 신발 앞 등에 적용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굉장히 놀랐던 기억도 있어요.

그리고 칼하트(Carhartt)와의 협업도 개인적으로 의미가 남달랐어요. 뮤지션으로 커리어를 처음 시작할 때 처음으로 스폰서로 함께 한 브랜드라 IAB STUDIO와 협업 프로젝트를 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기분이 남달랐죠.

김한준. JTBC 마라톤 유니폼을 꼽고 싶어요. 야외에서 러닝하실 때나 헬스장에 가보면 아직도 입고 다니시는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당시 참가자 약 2만 명에게 기능성 의류를 제공했었는데, 그렇게 많은 분이 저희 옷을 입고 마라톤을 하는 모습이 신기했었죠. 일본의 스포츠용품 제작사인 요넥스(YONEX)와의 협업도 기억에 남아요. 배드민턴 컬렉션, 테니스 컬렉션 두 번 협업을 선보였는데요. 한지원 감독님과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제작했어요. 특히 배드민턴 컬렉션을 선보일 때는 지금과 달리 배드민턴이 유행하지 않았거든요. 가장 캐주얼하고 남녀노소 누구나 할 수 있는 종목이 무엇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떠올린 게 바로 배드민턴이었어요. 가상의 인물과 나름의 세계관을 구축해서 선보인 작업인데 저희에게도 새롭기도 했고, 고객들에게도 어필이 잘 되었다는 평가를 받았던 프로젝트죠.

최근에는 일본 시장을 두드리는 모습도 보이더라고요. 2023년에 도쿄에서 세 차례 팝업을, 2024년에는 오사카에서 첫 번째 팝업 행사도 진행했어요. 특히 오사카에서는 헨리스 피자(Henry’s Pizza)와 함께 행사를 열었잖아요. IAB STUDIO가 해외 진출을 한다면 그 무대가 일본이 될 가능성이 높은 거겠죠?

임성빈. 아무래도 가까운 나라이기도 하고, 어릴 적부터 애니메이션, 음악, 스트릿 패션 등 문화적인 요소에 영향을 받아왔다 보니, 저희가 그 시장에 가서 IAB STUDIO를 선보이는 게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느껴지더라고요.

신동민. 특히 오사카 헨리스 피자는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인 베르디(VERDY)와 그 크루 친구들에게 아지트와 같은 곳이거든요. 자연스럽게 연이 닿아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저희와 공통점도 많더라고요. 협업으로 서로가 시너지를 얻을 수 있을 것 같다고 판단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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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B STUDIO는 오사카 헨리스 피자에서 팝업 행사를 통해 협업 제품을 선보였다.

김한준. KIA 타이거즈와의 스폰서십을 진행하면서 얻은 값진 깨달음이 있다면 바로 ‘관계의 중요성’인데요. 어느 나라 혹은 새로운 분야로 진출하려면, 먼저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 말로는 라포를 쌓는다고 하죠. 그런 관점에서 팝업 행사를 통해서 IAB STUDIO를 일본 시장에 조금씩 알리고, 또 그곳의 사람들과 점차 관계를 쌓아두고 신뢰감을 형성하는 게 장기적으로는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PLUS 4. IAB STUDIO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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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AB STUDIO가 처음 결성된 이후 지금까지 크루 형태로 유지될 수 있는 비결은 무엇이라고 보세요?

김한준. 미련이 없어야 하는 것 같아요. ‘I’ve Always Been(난 언제나 그랬듯)’이라는 저희 스튜디오 이름처럼 늘 해왔듯이 꾸준히 모이고, 이야기하고, 재밌는 일을 만들어가는 거죠. 

“목표치에 달성하지 못하면 미련 갖지 말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다시 나아가야죠. 그러다가 욕심을 부릴만한 일이 생기면, 다시 욕심을 내서 적극적으로 임하기도 하고요. 덕분에 IAB STUDIO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임성빈. 저희가 유지될 수 있었던 큰 이유 중 하나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비유하자면 IAB STUDIO라는 거실이 있고, 크루 멤버들이 이 공간을 공유하는 셈인데요. 내가 좋아하는 물건이 있다고 해서 그것만으로 거실을 다 채울 수 없잖아요. 각자가 좋아하는 각기 다른 물건이 하나씩 쌓이면서 다양해진 덕분에 지금도 모일 수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IAB STUDIO가 아닌 개개인이 한 명의 창작자로서 최근 고민하는 지점들도 있을까요? 

임성빈. 저는 일단 육아 휴직 중이다 보니까 어떻게 창작의 영역에 다시 돌아올까에 대해서 고민하고 있죠. 어느 타이밍에, 어떤 길을 통해서 다시 돌아와야 하는지를 생각하고 있어요. 음악 활동도 마찬가지죠. 어떻게 하면 음악 근육을 다시 키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고요. 가끔 지금 너무 멀리 와버린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는데, 생각해 보면 그런 고민이 자연스럽게 드는 기간인 것 같기도 해요. 그런 점에서 앞서 한준 대표가 이야기한 ‘정서적 구심점’이라는 말에 크게 공감이 돼요. 지금 저에게 IAB STUDIO는 가족과 함께 삶의 또 다른 구심점이거든요.

신동민. 저는 큰 고민을 하는 스타일은 아닌데요. 대신 올해 이루려고 하는 목표는 확실히 있어요. 바로 ‘끼를 부리자’인데요. 스튜디오 차원에서도 멤버들 개개인의 성향이 조금 더 돋보이는 모습을 올해는 보여주려고 노력 중이에요.

김한준. 저도 비슷한 생각이에요. 그간 IAB STUDIO라는 하나의 목소리로 외부에 이야기하다 보니 의도치 않게 각자의 개성을 보여주지 못한 부분도 있거든요. 내부에서도 이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있는데 크루 멤버들의 개성을 재밌게 보여줄 수 있는 장을 올해는 마련해 보려고 합니다.

PLUS LIST

김한준, 신동민, 임성빈 공동 대표에게 영감을 주는 인물 3

  • 포레스트 검프
  • 인디아나 존스
  • IAB STUDIO 공동 대표

“이전에 인터뷰할 때도 비슷한 질문을 받은 적이 있는데 그때 했던 대답은 지금도 유효해요. 저는 가장 가까운 사람들한테 영향을 받거든요. 성빈과 동민 대표는 서로가 가진 에너지가 굉장히 달라요. 성빈 대표는 처음부터 저와는 다른 길을 이미 걷고 있었고, 최근에는 결혼과 출산이라는 큰 일을 경험하고 있잖아요. 묵묵히 자신만의 삶을 가꿔가는 걸 보면서 영감도 받고 자극도 받죠. 동민 대표도 마찬가지예요. 아는 것도 많고, 사람들을 주목하게 만드는 힘도 있죠. 그런 모습을 보면 절로 에너지가 샘솟죠.” (김한준)

“저는 특정 인물보다는 영화나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에게 영감을 받아요. 당장에 제가 입는 옷도 좋아하는 영화 캐릭터에게 영향을 받는데요. ‘인디아나 존스’와 ‘포레스트 검프’ 두 영화 캐릭터를 좋아해요. 서로가 상반되는 매력이 있죠. 본업이 고고학자인 인디아나 존스는 그 누구보다 싸움을 잘하고 강한 사람이지만, 반면 포레스트 검프는 근성과 노력이 전부인 인물이에요. 이 둘의 캐릭터를 본받고 싶죠.” (신동민)

“과거에는 영감을 받기 위해서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나름의 강박이 있었던 것 같은데… 지금은 그런 것에 목말라 있지는 않아요. 대신 주변 사람들이 입던 옷, 듣던 음악, 했던 이야기로부터 영향을 받죠. 인위적으로 탐구하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흘러가다가 발견하는 것들로부터 영향을 받고 있어요.” (임성빈)

TIPPING POINT

직업도, 성격도, 취향도 각기 다른 크루가 13년간 꾸준히 성장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의외로 뻔하고 단순하다. 서로가 다름을 인정하고 강요하지 않는 것이다. 이들은 “우리가 크루이기 때문에 같은 관심사나 지향점을 동일한 방식으로 취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다른 관점이 많을수록 설득의 과정은 길어진다. 하지만 그에 비례해 재미의 영역은 넓어진다. IAB STUDIO가 명확하게 정의되지 않는 형태를 가졌음에도 성장할 수 있는 비결이다. 또한, 각자의 영역에서, 고유의 생활 방식을 추구하는 크루 멤버들이 빚어낼 다음 활동지는 무엇일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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