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념품이 된 믹스커피, 북촌에 도착한 뉴믹스커피의 두 번째 이야기
김규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인터뷰
뉴믹스커피가 성수에 이어 북촌에 두 번째 매장을 열었다. 작지만 밀도 있게, 브랜드가 추구해 온 감각과 철학을 담았다.



믹스커피가 다시 멋져 보일 수 있을까? 뉴믹스커피는 그 질문에 분명한 답을 내놓고 있는 브랜드다. 맛은 물론, 패키지와 공간 경험까지, 브랜드가 제안하는 모든 것이 ‘뉴 코리안’이라는 하나의 콘셉트 아래 정교하게 설계돼 있다. 2024년 3월, 성수동에 첫 매장을 연 뉴믹스커피는 믹스커피를 한국의 기념품으로 재해석하며 ‘디저트 커피’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개척해 왔다. 그리고 1년 뒤인 지난 3월 24일, 두 번째 매장은 전통과 일상이 교차하는 북촌에 자리 잡았다. 낮은 건물들로 이어진 계동길, 미디어 아트와 거울로 둘러싸인 내부, 기념품처럼 진열된 믹스커피들. ‘볶은쌀맛’, ‘군밤맛’, ‘시나몬약과맛’ 같은 이름 아래 놓인 건, 유쾌하게 변주된 ‘요즘의 한국’이다.
Interview
김규림 뉴믹스커피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뉴믹스커피가 북촌에 자리 잡은 이유

두 번째 매장을 북촌에 연 이유가 궁금해요.
‘믹스커피’라는 아이템을 처음 기획할 때부터 외국인들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한국의 기념품으로 소개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었어요. 그래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실제로 많이 방문하는 지역을 알아보려고 외국인 친구들의 구글 맵을 살펴봤는데, 성수와 북촌에 가장 많은 핀이 찍혀 있더라고요. 처음부터 이 두 곳을 염두에 뒀고, 성수는 믹스커피라는 전통 음료를 의외의 맥락에서 보여줄 수 있는 장소라고 판단해 첫 매장을 열었어요. 북촌은 고즈넉한 분위기와 한옥이 주는 전통적인 이미지가 있어 서로 다른 분위기에서 뉴믹스커피를 보여줄 수 있겠다고 생각했죠.
북촌점 오픈이 계획보다 늦어진 거라고 들었어요.
사실 이 자리는 성수점과 거의 동시에 계약했어요. 성수점을 작지만 단단하게 잘 포지셔닝 하면, 북촌점에서도 ‘한국의 기념품숍’이라는 인식이 자연스럽게 이어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여러 실험을 하고 기반을 다지는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린 것 같아요.



기념품숍이요? 성수점 운영에서 얻은 인사이트가 북촌점에 어떻게 반영됐나요?
지난 1년 동안 정말 많은 실험을 했어요. 결정적으로는 외국 분들이 사 갈 수 있는 좋은 기념품을 만들자는 기획으로 시작했는데, 예상보다 한국 내에서 큰 반응이 있었어요. 그 덕에 브랜드 포지셔닝에 대한 고민도 생겼죠. ‘우리는 카페일까, 기념품 가게일까?’ 북촌점도 초반에는 카페 운영을 고려했지만, 성수점을 테이크아웃 카페로 운영하면서 매장이 카페로 인식될 경우 오히려 ‘커피포’를 구매할 이유가 줄어든다는 걸 알게 됐어요. 결국 지난해 11월, 성수점에서 카페 메뉴를 전면 중단하고 제품 판매에 집중하기로 했죠. 그때를 기점으로 고객들의 인식도 명확하게 바뀌었어요. 그렇게 방향을 전환하며 기념품숍으로 자리 잡아가는 흐름이 생겼어요.
‘요즘 한국’을 담은 공간 디자인

인테리어의 공간지훈, 정윤수 작가의 미디어 아트 등 성수점에서 호흡을 맞췄던 팀과 또 한 번 함께했어요. 그래서인지 성수점처럼 미니멀하면서 역동적인 분위기가 느껴지는데요. 북촌점은 어떤 공간으로 구상했나요?
첫 매장인 성수점은 저희에게 정말 중요한 프로젝트였어요. 믹스커피가 가진 레트로한 이미지를 벗어나 신선한 인상을 주고 싶었죠. ‘K-스타일’이 무엇일지 고민하면서 외국인 친구들이 좋아하는 한국 브랜드나 K-팝 이미지를 참고했어요. 외국인들이 느끼는 지금의 한국은 세련되고 정제된 이미지에 가까운 것 같아요. 오랜 시간 그런 고민을 하며 성수점을 만들었기 때문에, 북촌점도 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 운영적인 편의성을 보완하는 방향으로 설계를 부탁했어요.
거울을 활용한 공간의 디테일도 흥미롭더라고요.
북촌점과 성수점 모두 작고 한정된 공간이어서 거울을 적극 활용했어요. 성수점은 양옆 벽면, 북촌점은 전면을 거울로 마감해 공간감을 더했죠. 진열된 제품도 마치 10개쯤 있는 듯한 착시 효과를 주고요. 또 거울은 사진 찍기에도 좋잖아요. 천장엔 블랙 미러 소재를 사용해 사방이 유리로 둘러싸인 듯한 느낌을 주고 있어요.


그럼에도 전면 파사드의 모델 화보는 성수점과 다른 강렬한 인상을 줬어요. 멀리서도 눈에 확 들어오는데, 마치 뷰티 브랜드의 플래그십 스토어 같기도 했고요.
건물 전체를 사용하게 되면서 브랜드 메시지를 담는 광고판처럼 외관을 활용하고자 했어요. 앞으로 30~40가지 맛을 출시하는 것이 목표이기 때문에 다양한 맛을 효과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외부 디스플레이가 필요했죠. 매장에서 카페 메뉴를 없앤 뒤 남은 건 제품인데, 단순한 제품 컷만으로는 임팩트가 부족하다고 느꼈고, 제품을 더 매력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처음으로 화보 촬영을 시도했어요. 모델 섭외부터 촬영까지 직접 준비해 오픈 3주 전에 진행했죠. (웃음) 저희가 커피 브랜드이긴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기념품으로서의 아이템에 가깝다고 생각해요. 커피를 강조하면 카페로 오인할 수 있어서 일반적인 F&B 브랜드와는 다르게 조금 더 스타일리시하게 전개해 보려고 해요.
뉴믹스커피 북촌점의 맛과 멋

북촌점 오픈과 함께 여기서만 구매할 수 있는 ‘시나몬약과맛’을 출시했어요.
계속해서 한국적인 메뉴를 개발하고 있어요. 계피는 동양적인 무드도 있고, 시나몬 라테는 이미 친숙한 메뉴잖아요. 여기에 최근 외국인들이 많이 구매하는 약과를 조합했죠. 저희는 이름 자체도 이야깃거리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매장에서는 ‘자판기우유’를 보고 “자판기가 뭐예요?”라고 물어보거나 ‘팥빙수맛’을 보고 반가워하는 분들도 계시거든요. ‘시나몬약과맛’은 시나몬 라테에 밀가루의 느낌이 더해져서 직접 드셔 보시면 츄로스나 쿠키도우 같은 맛이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어요. 그리고 패키지는 약과판 무늬에서 착안해 디자인했어요. 지금까지는 제품 디자인에 한국적인 이미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하지 않았는데, 북촌점에서는 전형적인 한국의 요소들을 뉴믹스커피 스타일로 새롭게 풀어보려 해요.


두 잔의 믹스커피와 스낵을 맛볼 수 있는 시음 플레이트도 이번에 처음 선보이신 거죠?
팔레트처럼 여러 잔을 들고 마실 수 있도록 만든 플레이트예요. 카페 메뉴를 제외하면서 시음을 무제한으로 제공하고 있는데, 믹스커피 자체가 조금은 생소하고, 모두 궁금해서 찾아오신 분들이기 때문에 여러 맛을 시음해보세요. 마셔보고 구매하는 분들이 정말 많고, 성수점에서는 7가지 맛을 다 시음하는 분들도 많았죠. 앞으로 맛이 더 늘어나면 어떤 맛부터 고를지 고민될 것 같았어요. 그래서 처음엔 추천 메뉴를 플레이트에 담아드리고, 이후에 원하는 맛을 리필하는 방식으로 운영해보려고 해요. 관광객이 많은 만큼 실용성과 ‘뉴믹스다움’을 고려해 만들었는데, 불편하다는 의견이 많으면 유연하게 조정할 생각도 있어요. (웃음)
실험과 전환이 정말 빠르네요.
맞아요. 이틀간 가오픈으로 운영한 것도, 실제 운영하면서 부족한 점을 바로 수정하기 위해서예요. 처음에는 제품을 매력적으로 보이게 진열했다가도 고객이 헷갈려하면 바로 바꾸고 설명을 덧붙이는 식이죠. 최종적으로 고객에게 가장 편안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룩앤필은 다소 쿨하고 차가워 보일 수 있지만, 고객 커뮤니케이션은 친절하고 재밌게 풀고 싶어요. 반면 제품 개발은 훨씬 신중하게 접근해요. ‘정말 뉴믹스다운가?’라는 질문을 출시 직전까지 계속 던지며 기준을 높게 잡고 있어요.


이 외에 북촌점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게 또 있다면요?
북촌점 한정 토트백을 제작했어요. 저희는 종종 길거리에서 사람들이 어떤 걸 들고 다니는지, 무엇을 사는지 관찰하곤 하는데요. 그걸 보면서 뉴욕 스트랜드 북스토어나 파리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처럼 특정 장소를 기념할 수 있는 굿즈를 만들고 싶었어요. 그래서 ‘뉴믹스 북촌’이 적힌 토트백을 제작해 일정 금액 이상 구매한 분들께 증정하거나 별도로 판매하고 있어요. 반응이 좋아 성수점 에디션도 따로 제작했고요. 커피 외에도 지점마다 다른 굿즈를 개발하려고 해요.
유일무이한 코리안 디저트 커피


앞서 30~40가지 맛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하셨어요. 왜 그렇게 다양한 맛을 추구하나요?
다양한 맛이 선택의 재미를 주고, 이야깃거리가 되기도 하니까요. 팀원들과 ‘우리가 어떤 브랜드가 되고 싶은가’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나눠요. 그중 하나가 커피계의 허니버터아몬드나 하리보 같은 존재예요. (웃음) “이런 맛도 있어?” 하면서 고르는 재미가 있잖아요. 한국 여행 전체를 하나의 놀이공원이라고 보고 그 안에서 뉴믹스커피가 수비니어숍이 되려면, 그 자체로 즐거운 경험을 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믹스커피를 다루는 브랜드인 만큼 다양한 조합을 시도하고 계속 실험해 나가는 것이 저희의 역할인 것 같아요.
최근에는 ‘코리안 스타일 커피’가 아닌 ‘코리안 디저트 커피’로 불리는 것 같아요.
한 달 전부터 브랜드 포지셔닝을 조금씩 조정하고 있어요. ‘후식 커피’를 ‘디저트 커피’로 표현한 건데, 전 세계적으로 달콤한 후식 개념의 커피는 드물고, 이 영역은 아직 뚜렷하게 자리 잡지 않았어요. 그래서 이 카테고리에서 1등을 해보자고 생각한 거죠. 요즘엔 달콤함이 단점으로 여겨질 수도 있지만, 디저트는 원래 달콤한 것이고, 그 기대에 자연스럽게 부응할 수 있는 것이 믹스커피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혈당을 걱정하시는 분들을 위해 저당 버전도 마련해두었고요.

외국인 고객이 많겠지만, 북촌에 자리 잡으면서 동네 주민이나 한국인 방문객과의 교감을 위해 특별히 신경 쓰는 부분이 있을까요?
사실 동네 주민분들이 저희 오픈을 정말 오래 기다리셨대요. 1년 가까이 공사 가림막이 설치돼 있었거든요. 저희는 시음 문화를 기본으로 가져가고 있잖아요. 밥 먹고 후식처럼 믹스커피 한 잔 마시는 건, 우리에게 너무 익숙하고요. 주변에 현대건설 사옥도 있고, 밥집도 많아서 직장인분들도 점심 드신 뒤 편하게 들르실 수 있도록 안내하고 있어요. 그렇게 자연스럽게 접하다 보면, 나중에 좋은 선물이 필요할 때 저희를 떠올려 주실 수도 있고요. 그리고 북촌은 나들이 오는 분들도 많은데요. 성수점에서도 “다음엔 어디 가야 해요?”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어요. 그래서 이번엔 북촌점 근처 맛집과 쇼핑 스팟을 큐레이션해 QR 코드로 만들었어요. 매장에서 받아 가실 수 있으니 꼭 챙겨서 북촌을 더 풍성하게 즐기셨으면 좋겠어요.


뉴믹스커피가 생긴 지 어느덧 1년이 되었어요. 앞으로 뉴믹스커피가 만들어가고 싶은 모습은 어떤가요?
맞아요. 딱 1년이 되었어요. 지난 1년은 생존과 검증의 시간이었던 것 같아요. 우리가 만든 제품이 시장에서 정말 통할까? 사람들이 필요로 할까? 끊임없이 묻고 실험하며 확인하는 과정이었죠. 한국인에게도 외국인에게도 뉴믹스커피가 필요한 순간이 분명히 존재한다는 걸 확실히 알았으니, 이제는 정말 뉴믹스커피가 한국을 대표하는 기념품으로 자리 잡는 것이 목표예요. 한국에 오면 마지막으로 꼭 들러야 하는 곳. 지금도 캐리어를 끌고 매장에 오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뿌듯함이 큰데요. 그런 장소와 브랜드가 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