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시작된 국제 포스터 대회(International Poster Competition)은 현재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 있고 영향력 있는 포스터 공모전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해마다 평균 5만 건 이상의 작품이 접수되고 있으며, 다양한 국가와 디자인 신(Scene)의 흐름을 한 자리에서 확인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기능한다. 올해는 86개국에서 총 2,232점의 포스터가 출품되었다. 출품 조건은 최근 2년 안에 제작된 포스터여야 하며, 디지털 포스터와 애니메이션 포스터도 제출 가능하다. 타입 기반 디자인, 사진, 일러스트레이션, 3D, 콜라주, 디지털 렌더링 등 표현 방식 역시 제한 없이 허용된다.

2025년 심사는 매년 새롭게 구성되는 국제 심사위원단이 맡았다. 올해의 심사위원은 스위스 기반 그래픽 스튜디오 Maximage, 서울의 디자인 스튜디오 Shin Shin, 스코틀랜드의 Warriors Studio, 그리고 개별 디자이너로 활동하는 포르투갈, 미국에서 활동하는 Bráulio Amado, 체코의 Kristýna Kulíková로 구성됐다. 심사기준은 포스터의 내용(content), 개념(concept), 전달 방식(delivery)을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단순한 시각적 완성도뿐 아니라,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거나 사고를 전환시키는 디자인, 그리고 시각 언어를 흥미롭게 풀어낸 작업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최종 결과로 총 4개의 포스터(또는 시리즈)가 수상작으로 선정되었으며, 이 외에 55점의 작품이 심사위원 특별 언급(Jury Commendations)을 받았다. 특별 언급은 특정 심사위원이 개인적으로 우수성을 강조하고 싶은 작업에 부여되었다.

1위는 몬트리올 시 낭독 행사 Nouveau Poem을 위해 제작된 포스터가 선정됐다. 텍스트와 문자의 물성을 시각적 조형 요소로 확장한 방식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서체의 교체, 수사적 표현, 레이어 구조 등 ‘글쓰기 방식’을 디자인 방법론으로 전환한 접근이 돋보이며, 심사위원들은 ‘볼수록 새로운 디테일이 드러나는 열린 구조의 작업’이라고 평가했다.

2위에는 SYSTM이 주최한 앰비언트 나이트 이벤트 포스터가 선정됐다. 밈(meme) 문화와 인터넷 시각 언어를 차용해 물리적 포스터로 전환한 점이 주목을 받았다. 리소그래프 질감, 유머, 디지털 하위문화의 미학이 결합된 형태로, 심사위원들은 ‘지금의 온라인 감수성을 물리적 포맷에 영리하게 번역한 작업’이라고 평가했다고.

공동 3위는 루잔 언더그라운드 영화, 음악 페스티벌(LUFF)을 위한 포스터 시리즈가 선정됐다. 영상에서 추출된 200개의 프레임을 각기 다른 포스터로 제작한 방식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반복·변형·시간성에 기반한 구조가 포스터 매체의 확장을 보여줬다.

또 다른 공동 3위는 스위스 그래픽 스튜디오 Neo Neo가 제네바 La Scène Ella Fitzgerald 야외 공연 시리즈를 위해 제작한 포스터가 선정됐다. 이 포스터는 제네바 호숫가에서 바라본 석양의 순간을 연속된 이미지로 구성한 시리즈로, 시간의 흐름과 공연의 분위기를 하나의 시각적 리듬으로 풀어낸 점이 주목받았다. 단일 이미지가 아닌 연속성, 변화, 감각의 기록이라는 접근이 높게 평가받았다.

선정된 포스터들은 2025년 11월 7일부터 21일까지 스코틀랜드 앤더스턴의 The Pyramid에서 열리는 International Poster Exhibition을 통해 공개되었다. 같은 작품들은 Olympia Gallery, Poster World 앱에서도 디지털 경험 형태로 볼 수 있다. 모든 수상작 및 언급작, 심사평, 그리고 디자이너 인터뷰는 매년 발행되는 International Poster Book에 수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