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공예·디자인 175점을 망라한 비주얼 북, 〈정〉

생전 처음 본 이들을 환대해준 공예품의 주인들, 작품과 일상품의 경계가 흐릿한 손때 묻은 공예품, 어딘가에서 여전히 묵묵히 공예품을 만들고 있을 제작자를 만나고 책을 쓰며 저자의 마음에 떠오른 단 하나의 제목은 ‘정’이었다.

한국 공예·디자인 175점을 망라한 비주얼 북, 〈정〉

예술 전문 출판사 파이돈이 최근 한국 공예와 디자인을 다룬 책 〈정: 한국 공예와 디자인의 정신(Jeong: The Spirit of Korean Craft and Design)〉(이하〈정〉)을 출간했다. 저자 이효정은 열 살 때 네덜란드로 이민 간 뒤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하고 글로벌 에이전시에서 경력을 쌓은 그래픽 디자이너다. 집에서는 한국어를 사용하고 한국 문화를 배우며 사회에서는 그 반대로 살아온 그의 정체성을 기반으로 이 책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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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2020년에 론칭한 한국 공예 디자인 플랫폼(koreancraft-design.com)이었다. 6명의 한국 장인 및 작가와 6명의 해외 작가 및 디자이너를 짝지어 전통과 공예 및 디자인 기법에 대해 대화를 나누게 하고, 이를 기록으로 남기는 동시에 한국 전통 공예의 주요 분야와 기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색인을 구축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 공예와 디자인을 영어로 다룬 책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적극적으로 힘을 보탠 이는 에디터인 남편이었다. 그의 소개로 〈정〉의 편집자인 조 피커드Joe Pickard와 인연이 닿았다. “최근 몇 년간 유럽의 공예 페어나 디자인 위크를 방문하면서 한국 공예 작품이나 작가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음을 체감했다. 지식이 전무한 상태에서 시작했지만 3년간 책을 편집하면서 한국 공예와 디자인에는 계절을 나는 지혜가 반영되어 있고 기능성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런 특징은 책 전체를 관통하는 주제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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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침안정법과 호접장 등 한국 전통 제본 방식을 그대로 적용한 책의 물성은 읽기 전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5개의 챕터로 구성한 이 책에는 제작자가 불분명한 민속 공예품부터 아트 퍼니처로 분류되는 현대 공예 작가의 작품까지 총 175점의 오브제가 실렸다. 그중 일부는 포토그래퍼 민현우와 저자가 한국 지방 도시의 농가를 돌며 채집하기도 했다. 생전 처음 본 이들을 환대해준 공예품의 주인들, 작품과 일상품의 경계가 흐릿한 손때 묻은 공예품, 어딘가에서 여전히 묵묵히 공예품을 만들고 있을 제작자를 만나고 책을 쓰며 저자의 마음에 떠오른 단 하나의 제목은 ‘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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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그래픽 디자이너 & 〈정〉 저자

“뮤지엄이나 갤러리, 아트 북에서 볼 수 있는 이름난 고가의 공예품 이전에 한국인의 삶과 문화, 과거와 현대에 걸쳐 접할 수 있는 한국 고유의 공예 디자인이 있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 해외에 살며 일하는 한국인 디자이너 입장에서 그 특징은 무엇인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를 오래 고민했고 플랫폼과 책은 그 과정에서 배운 것을 공유하는 방법이었다. 필요에 의해 탄생했을지언정 재료의 물성을 최대한 거스르지 않은 그만의 아름다움과 창의성이 깃든 아이코닉한 오브제를 추렸다. 지금처럼 앞으로도 한국 공예 디자인의 진가를 보여줄 방법을 계속 모색해나갈 예정이다.”

〈정〉
이효정
디자인 줄리아 해스팅Julia Hasting
편집 조 피커드
사진 민현우
아트 워크 캔티나Cantina
발행 파이돈
판형 270×205mm

*이 콘텐츠는 월간 〈디자인〉 574호(2026.04)에 발행한 기사입니다. E-매거진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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