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를 밝힌 한지의 빛
‘biiit’은 우리말 ‘빛’에서 이름을 가져온 램프 컬렉션이다. 이름 속 세 개의 ‘i’는 한지(hanji), 스티치(stitch), 빛(light)을 의미한다. 닥나무 껍질에서 얻은 천연 섬유로 만든 한지를 주재료로 사용해, 빛이 통과할 때 드러나는 섬세한 음영과 질감을 조명 안에 담아냈다.

2026 밀라노 디자인 위크(Milan Design Week 2026)에서 한국의 조명 컬렉션 biiit이 알코바 밀라노(Alcova Milano)와 이솔라 디자인 갤러리(Isola Design Gallery)에서 관람객들을 만났다. 각각 4점과 3점의 작품을 선보이며 한지와 빛, 그리고 수공예적 감성을 결합한 독창적인 조명 세계를 소개했다.

‘biiit’은 우리말 ‘빛’에서 이름을 가져온 램프 컬렉션이다. 이름 속 세 개의 ‘i’는 한지(hanji), 스티치(stitch), 빛(light)을 의미한다. 닥나무 껍질에서 얻은 천연 섬유로 만든 한지를 주재료로 사용해, 빛이 통과할 때 드러나는 섬세한 음영과 질감을 조명 안에 담아냈다. 종이를 접고 꿰매는 과정을 통해 완성된 표면은 산업적으로 생산된 조명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따뜻한 물성을 만들어낸다. 한지를 통과한 부드러운 빛은 공간 속 사물들의 경계를 은은하게 흐리며 차분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완벽하게 동일한 형태를 반복 생산하는 대신 수공예 과정에서 발생하는 미세한 차이를 적극적으로 드러낸다. 손으로 접고 스티치를 더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작은 흔적과 불균형은 결함까지가 작품의 일부다. 이는 획일성과 균일함을 추구하는 현대 생산 방식에서 벗어나, 인간의 손길과 시간의 흔적이 지닌 가치를 조명한다.컬렉션은 한국 전통 미학에서 출발한 두 개의 시리즈로 구성된다. biiit 001~003, 008은 전통 색동의 선형적 리듬과 섬세한 스티치에서 영감을 받았다. 이 시리즈는 한국 미학의 핵심 개념인 ‘여백의 미’를 탐구한다. 여기서 여백은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주변과 관계를 맺으며 새로운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작품은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평소 보지 못했던 틈과 여백에 주목하게 한다.



반면 biiit 005~007은 조각보의 비대칭적 구성에서 출발한다. 삼각형 구조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시리즈는 생성과 확장의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규칙적으로 맞물리지 않는 형태와 일부러 남겨둔 어긋남은 완벽한 균형 대신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조화를 보여준다. 조각보가 서로 다른 조각들을 이어 새로운 전체를 만드는 것처럼, 작품 역시 불완전함 속에서 발견되는 아름다움을 드러낸다.

전통 한지의 물성과 한국적 미학, 그리고 수공예의 흔적을 현대적인 조명 디자인으로 풀어낸 biiit은 이번 밀라노 디자인 위크를 통해 빛이 단순히 공간을 밝히는 기능을 넘어 감각과 정서를 전달하는 매개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디자이너 마노 디자인 스튜디오(김보아)
기술 디자인 준라이팅(김봉준)
사진 Lucas Clemens, Mano design studio
웹사이트 manodesignstudi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