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까지 사로잡은 국립중앙박물관의 뮷즈
뮷즈의 세계진출기
워싱턴에서 진행된 전시에서 뮷즈가 개막 일주일 만에 완판되었다.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전통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뮷즈가 전시 연계 상품을 넘어서 한국 문화를 경험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K-팝과 K-뷰티, K-푸드에 대한 인기가 전 세계적으로 폭발적으로 확산되면서, 한국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 역시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특히 한국 전통문화가 국내를 넘어 해외에서도 인기를 얻고 있어 화제가 되고 있다. 외국인이 판소리를 배우고, 한복과 백자를 일상 속 미감으로 소비하는 모습은 한국 문화가 세계인의 취향 속으로 자연스럽게 스며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한국의 문화유산을 품은 박물관에 대한 관심도 자연스럽게 높아지고 있으며, 국립중앙박물관을 찾는 해외 관광객 수가 눈에 띄게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영국 미술 전문 매체 아트 뉴스페이퍼(The Art Newspaper)가 발표한 ‘2025년 세계 박물관 관람객 조사’에 따르면, 국립중앙박물관의 연간 관람객 수는 650만 7,483명으로 루브르 박물관과 바티칸 박물관에 이어 세계 3위를 기록했다. 이는 영국박물관,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오르세 미술관 등을 넘어선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할 만하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문화상품, ‘뮷즈’

이처럼 국립중앙박물관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박물관이 선보이는 문화상품 ‘뮷즈(MU:DS)’ 역시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뮷즈는 ‘박물관(Museum)’과 ‘굿즈(Goods)’를 결합한 용어로, 문화유산의 아름다움을 일상 속에서도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든 상품들을 아우르는 브랜드다. 반가사유상과 백제 금동대향로, 달항아리 등을 모티프로 한 미니어처는 이미 뮷즈의 대표적인 인기 상품이다. 최근에는 현대 작가 및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독창적인 제품들도 선보여 화제를 모으고 있다.

무엇보다 전통문화를 현대적인 감각으로 재해석했다는 점에서 젊은 세대의 반응이 뜨겁다. 과거에는 박물관이 만든 상품이라고 하면 문화유산의 사진을 인쇄하거나 박물관 이름을 새긴 기념품 수준에 머물렀다. 뮷즈는 여기서 더 나아가, 하나의 취향이자 라이프스타일 아이템으로 소비될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사람들이 일상에서 사용하는 물건 안에 한국 전통문화의 미감과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담아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또한 매년 진행되는 공모전을 통해 참신한 아이디어를 적극적으로 발굴하고 있다는 점도 뮷즈 인기의 중요한 이유 중 하나다. 개인 창작자들의 개성과 창작 열정을 담아낸 공모전에서는 예상치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끊임없이 등장한다. 덕분에 뮷즈 제품들은 다른 기념품에서는 쉽게 찾아볼 수 없는 독특한 감성과 개성을 가지고 있다. 석굴암을 모티브로 한 무드등, 곤룡포 문양을 활용한 비치타월, 컵을 뒤집어 갓의 형태를 표현한 ‘갓잔’, 그리고 대표 상품으로 자리 잡은 ‘취객선비 변색 잔’ 등은 모두 공모전을 통해 탄생한 아이디어들이다. 단순히 발상이 신선한 데 그치지 않고 완성도와 실용성까지 갖추고 있다는 점 역시 뮷즈의 강점이다.


여기에 국내 제조 원칙을 기반으로 상당수 제품이 국내 창작자들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는 점 역시 뮷즈의 매력을 더욱 특별하게 만든다. 국내 소비자들에게는 자국 창작자들을 응원하고 한국 문화의 가치를 소비하는 경험으로 이어지고, 해외 소비자들에게는 한국에서 직접 기획·디자인·생산된 제품을 만날 수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 있다. 이러한 강점 덕분에 뮷즈의 인기는 해마다 높아지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처음으로 연간 매출 400억 원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뮷즈의 성장을 이끈 배경에는 이처럼 신선한 아이디어와 높은 완성도, 실용성이 있었다. 여기에 세계적으로 확대된 K-컬처의 영향력 역시 크게 작용하고 있다. 최근 전 세계적인 인기를 얻은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호랑이와 까치 캐릭터가 주목받으면서, 이를 연상시키는 전통문화 기반 뮷즈 제품들 역시 함께 관심을 끌었다. 이처럼 전통문화의 요소를 현대적 감성과 자연스럽게 연결해 새로운 방식으로 재탄생시키는 노력 덕분에 뮷즈는 꾸준히 새로운 소비층을 넓혀가고 있다.
해외로 뻗어나가는 뮷즈의 활약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뮷즈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글로벌 시장으로 그 영역을 확장해가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미국 최대 아시아 전문 미술관인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국립아시아미술관(NMAA)에서 故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 특별전이 첫 해외 순회전을 시작했다. 개막 한 달 만에 1만 5천여 명의 관람객을 맞이하며 큰 호응을 얻은 가운데, 전시와 함께 공개된 뮷즈 역시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전시와 더불어 인왕제색도, 고려청자, 달항아리 등 이건희 컬렉션의 주요 작품을 모티브로 제작한 뮷즈 38종이 선보였으며, 전시 개막 일주일 만에 완판되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반가사유상 미니어처였다. 이 작품은 이건희 컬렉션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미술관 측의 요청으로 함께 전시 및 판매가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한국적인 아름다움과 전통문화에 대한 세계적 관심이 얼마나 높아졌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를 통해 뮷즈가 전시 연계 상품을 넘어서 한국 문화를 경험하는 하나의 방식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러한 흐름은 미국 서부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LA 한국문화원에서는 5월 7일부터 7월 7일까지 뮷즈 특별전을 진행하며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한국문화원 1층 한옥 공간을 활용해 꾸며진 이번 전시에서는 백자, 달항아리, 곤룡포, 일월오봉도, 반가사유상 등을 모티브로 한 다양한 상품들이 소개되었다. 이 가운데 국립중앙박물관의 대표 전시 공간인 ‘사유의 방’에서 영감을 얻어 ‘사유’와 ‘고유’의 의미를 LA 특유의 밝고 자유로운 감성으로 재해석한 공간 연출이 특히 인상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한국 전통문화유산이 현대의 감각과 만나 새로운 문화 콘텐츠로 진화할 수 있는 가능성을 드러낸다.

지난 2월에는 도쿄국립박물관에서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한 특별전과 함께 뮷즈가 소개되며 화제를 모았다. 도쿄국립박물관 뮤지엄 숍에서 판매된 특별전 연계 상품은 뮷즈가 일본 시장에서 공식 판매되는 첫 사례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었다. 여기에 전시의 감동을 상품 구매로 이어지게 하는 기획은 양국 국민이 서로의 문화를 친근하게 향유할 수 있게 하며 문화 교류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 또한 일본 관람객들의 취향을 반영하여 청자와 백자를 중심으로 한 굿즈를 선보였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이러한 세심한 현지화 전략은 뮷즈가 세계 시장과 소통하는 문화 콘텐츠로 성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세계인의 일상으로 스며드는 뮷즈
무엇보다 해외에서 선보인 뮷즈 상품들은 국내에서 출시된 굿즈와는 또 다른 방향성을 보여준다. 한국에서의 굿즈가 친숙함과 소장 가치를 중심으로 구성되었다면, 해외 컬렉션은 한국의 문화적 가치와 전통미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낼 수 있는 제품들에 초점을 맞췄다. 여기에 실용성까지 세심하게 고려하여 기념품의 역할을 넘어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는 물건들로 구성한 점이 눈길을 끈다. 이는 해외 관람객들이 한국 전통문화에 익숙하지 않다는 점을 반영한 선택이기도 하다. 낯설지만 아름다운 것, 이국적이면서도 깊은 감동을 전할 수 있는 요소들을 중심으로 구성해 한국 문화 특유의 미감을 더욱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있다.

한국 전통문화가 담긴 작품의 감동을 일상으로 이어주는 뮷즈 컬렉션은 워싱턴과 도쿄를 시작으로 시카고, 런던까지 확대될 예정이다. 박물관과의 협업을 넘어서 한국문화원을 기반으로 한 특별전과 쇼룸 운영, 국가 간 수교를 기념하는 상품 기획 등 다양한 프로젝트가 활발히 추진되고 있다. 여기에 해외에서 온라인 구매가 가능하도록 접근성을 넓히며, 세계 곳곳의 사람들이 한국의 아름다움을 보다 가까이에서 경험할 수 있게 했다. 이처럼 뮷즈는 단순히 상품 판매에만 그치지 않고 한국 문화의 아름다움과 정서를 친근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 경험의 장으로 확장하려 노력하고 있다.

문화의 힘은 일상 속 작은 경험에서 더 오래 기억된다. 뮷즈는 바로 그 지점을 파고든다. 한국의 전통과 미감을 사람들의 삶 가까이로 끌어오며, 세계인이 한국 문화를 ‘보는 것’을 넘어 직접 사용하고 향유하는 경험으로 전환시킨다. 전통문화가 현재의 감각과 만나 새로운 취향으로 확장되는 지금, 뮷즈의 다음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글 박민정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