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클리 디자인] 버려진 소재의 순환, 리사이클링 디자인

새로운 삶을 살게된 소재들의 이야기.

[위클리 디자인] 버려진 소재의 순환, 리사이클링 디자인

버려지거나 더 이상 쓰임을 다한 재료는 보통 기능을 잃은 채 폐기된다. 이 과정에서 재료가 지니고 있던 물성이나 가능성까지 함께 사라진다. 하지만 일부 재료는 리사이클링을 통해 다시 쓰이며 새로운 역할을 갖게 된다. 전혀 다른 물성을 띄게 되거나, 새로운 형태로 가공되어 또 다른 쓰임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이번 주 위클리 디자인에서는 이렇게 쓰임을 다한 재료가 어떻게 순환하는지, 그리고 다시 쓰이게 된 소재가 디자인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함께 알아보자.

분해를 거부하는 리사이클, ‘Dip Ser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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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사이클은 사물을 해체하고, 재료 단위로 분해한 뒤 과거의 흔적을 지운 채 다시 조립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하지만 ‘Dip Series’는 전혀 다른 방향을 택한다. 사물을 분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안에 축적된 시간과 사용의 흔적, 즉 ‘기억’을 그대로 보존한다. ‘Casting Memory’라는 개념을 통해 레진을 사물 위에 응고시키고, 그 위에 새로운 기능을 부여한다. 기억을 삭제하는 대신 보존한 채 재구성하는 새로운 방식의 재활용이다. 특히 ‘Dip Series – My Studio’는 이러한 접근이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는 시리즈다. 디자이너의 실제 작업실에서 사용되던 물건들이 레진과 결합하며 새로운 오브제로 전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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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체와 재사용을 전제로 한 집, ‘Villa Resi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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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테르담에 지어진 빌라 레지두(Villa Residu)는 재사용 자재를 중심으로 설계된 주택 프로젝트다. 강철 구조, 목재 바닥, 외장 패널, 창호 등 대부분의 자재를 이전 건물에서 회수된 재료로 구성했다. 주목할 만한 점은 건물 자체가 미래의 재사용을 고려해 설계됐다는 것이다. 건축가는 자재 확보 상황에 맞춰 설계를 유연하게 수정했으며, 건물을 향후 해체가 가능하도록 계획했다. 이는 건축이 재료의 순환을 전제로 하는 시스템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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랜드마크로 변한 플라스틱 폐기물, ‘Restless: Liffey Lo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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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린 출신 아티스트 로나 번(Rhona Byrne)의 ‘레스트리스: 리피 러브(Restless: Liffey Love)’는 2024년에 선보인 공공예술 프로젝트로, 더블린의 리피 강에서 수거한 폐플라스틱을 활용해 제작되었다. 이 작품을 위해 작가는 더블린 항구와 도크랜드 지역의 해양 유산 보존 및 해양 산업에서의 고용 창출 및 지원을 목표로 하고 있는 단체인 ‘아이리쉬 노티컬 트러스트(Irish Nautical Trust)’와 협력하여 리피 강에서 플라스틱 폐기물을 수거했다.이후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업과 함께 시트 형태의 재료로 가공하는 과정을 거쳤다. 이어서 ‘빌링스 잭슨 디자인 (Billings Jackson Design)’과 ‘스틸 스미스(Steel Smith)’와 협업하여 벤치 형태의 조형물로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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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활용 플라스틱 소재로 완성한 오피스 건물 ‘MK 6 MONAC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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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 6 MONACO의 설계를 맡은 MVRDV는 ‘일과 놀이’라는 두 가지 콘셉트로 지속 가능한 설계 철학을 반영하여 해당 건물을 설계하며 각각의 공간에 재활용된 소재를 적극 활용했다. 업무 공간은 6층 높이의 사무용 블록으로, 이 구역의 외관은 현지에서 철거된 클링커 벽돌로 마감되어 기존 공장의 외벽 패치워크를 연상시키며, 소재의 기원을 그대로 보여준다. ​놀이 공간은 건물의 메인 블록을 감싸며, 외부로 테라스가 확장된 구조로 구성되어 직원들이 업무 중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한다. 이 구역은 녹색과 보라색의 생동감 있는 재활용 플라스틱 타일로 덮여 있는데, 이 타일은 친환경적이고 독창적인 외장 타일을 생산하는 네덜란드 회사인 프리티 플라스틱(Pretty Plastic)이 폐기된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제작한 제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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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기억을 압축한 알루미늄 큐브, ‘청계유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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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무교동 모전교 하부의 공공미술 작품인 ‘청계유석’은 설치부터 철거, 그리고 재활용에 이르기까지 전 생애주기를 고려한 프로젝트다. 작품은 재생 알루미늄 스크랩을 고압으로 압축해 만든 36개의 큐브로 구성했다. 인공적인 구조와 원초적인 덩어리감이 공존하는 이 배열은 청계천이라는 도시적 자연 위에 낯설지만 절제된 풍경을 만든다. 큐브 표면에 남은 긁힘과 구김, 눌린 결은 재료가 거쳐온 시간의 압력을 드러내며 청계천의 물결과 햇빛을 받아 시시각각 다른 반사와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고정된 조형물이지만 빛과 물, 관찰자의 위치에 따라 끊임없이 변하는 인상을 남긴다. 압축된 알루미늄 스크랩은 자원순환 과정에서 잠시 ‘예술’이라는 상태로 꺼내어졌다가, 전시가 끝난 뒤 다시 자원으로 환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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