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메르가 제안하는 새로운 형태의 프래그런스, 오브제 상퇴르
르메르의 첫 프래그런스 컬렉션 오브제 상퇴르(Objets Senteur)
오브제 상퇴르에서 공예와 향, 주거 공간 사이의 연결을 다섯 가지 오브제로 구체화했다. 뽐므(Pomme), 앙부아타주(Emboîtage), 트레스(Tresse), 우드 링크(Wood Link), 라벤더 쿠션(Lavender Cushion)으로 구성된 컬렉션은 의류를 보관하는 일상의 장면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옷은 입는 순간보다 보관되는 시간이 더 길다. 옷장과 서랍 안에서 옷은 그 공간의 공기와 환경을 자연스럽게 머금는다. 이때 향은 공간의 상태를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요소로 작동한다. 나아가 섬유에 스며든 향은 다시 몸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처럼 옷에 스며든 향이 공간의 인상을 드러낸다는 점을 르메르(LEMAIRE)는 주목했다. 향과 오브제를 통해 의류를 보관하는 공간을 중심으로, 옷과 일상이 교차하는 지점을 풀어낸 첫 프래그런스 오브제 컬렉션 ‘오브제 상퇴르(Objets Senteur)’를 선보였다. 다른 브랜드들도 앞다투어 프래그런스 컬렉션을 선보이고 있지만, 르메르는 꾸준히 이어온 공예적 접근을 바탕으로 향을 오브제와 함께 풀어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특히 공간 안에 자연스럽게 놓이고 스며드는 방식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스미는 르메르의 옷과 닮아 있다.

르메르는 그동안 다양한 공예 기반 협업을 이어오며, 재료와 제작 방식에 대한 탐구를 컬렉션 전반에 반영해왔다. 장인이나 아티스트의 작업 방식과 물성을 존중하며 이를 의류와 오브제로 확장한다. 이러한 접근은 결과물보다 과정, 재료에 대한 이해를 중시하는 브랜드의 철학을 보여주는 포인트다. 첫 프래그런스 컬렉션인 오브제 상퇴르 역시 향을 하나의 물질로 다루고, 점토와 나무, 섬유 같은 재료와 결합하는 방식은 공예적 접근을 일상의 영역으로 확장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오브제 상퇴르에서 공예와 향, 주거 공간 사이의 연결을 다섯 가지 오브제로 구체화했다. 뽐므(Pomme), 앙부아타주(Emboîtage), 트레스(Tresse), 우드 링크(Wood Link), 라벤더 쿠션(Lavender Cushion)으로 구성된 컬렉션은 의류를 보관하는 일상의 장면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향은 이 안에서 하나의 물질로 다뤄지며, 점토, 나무, 리넨, 면 등 서로 다른 재료와 결합해 공간 안에서 기능하는 요소로 작동한다.


컬렉션의 중심을 이루는 것은 장인적 공정과 조형에 대한 접근이다. 세라믹 오브제인 뽐므(Pomme)와 앙부아타주(Emboîtage)는 프랑스 도예가 *아니 푸르마누아(Annie Fourmanoir) 재단과의 협업으로 제작되었다. 그의 작업에서 드러나는 형태와 질감, 유약의 균형에 대한 탐구를 바탕으로 재해석된 뽐므(Pomme)는 둥근 형태로 빚어졌으며, 샤모트 점토 특유의 따뜻한 촉감을 지닌다. 여기에 스파이시한 카르다몸과 우디 노트가 어우러진 ‘카르다몸 테르(Cardamome Terre)’ 향이 더해진다. 세 개의 세라믹 조각이 맞물린 앙부아타주(Emboîtage)는 균형과 질감에 대한 탐구를 보다 직접적으로 드러낸다. 스모키하면서도 명상적인 ‘부아 동브르(Bois d’Ombre)’ 향과 결합해, 조형과 향이 함께 만드는 밀도 있는 분위기를 형성한다.
*아니 푸르마누아(1931~2024)는 약 50년에 걸쳐 활동을 이어온 프랑스의 도예가이자 조각가다. 언어학과 인류학을 공부한 뒤, 폴 쇼메유(Paul Chaumeil)에게서 도예를 배우며 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기와 조각을 오가며 형태, 질감, 유약 사이의 균형을 탐구해왔고, 이러한 조형 언어를 바탕으로 독자적인 작업 세계를 구축했다. 현재 그의 작품은 유럽을 넘어 여러 주요 미술관에 전시·소장되고 있으며, 교육과 집필 활동을 병행하며 도자 매체에 대한 이해를 확장해왔다.


세 가지 색상으로 선보이는 트레스(Tresse)는 리넨을 엮어 만든 브레이드 형태의 오브제로, 옷장에 걸어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건초와 앰버 향을 은은하게 퍼뜨리며 공간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섬유 소재 특유의 부드러운 질감은 옷과 함께 놓였을 때 이질감 없이 어우러진다. 삼나무로 제작된 우드 링크(Wood Link)는 맞물린 구조를 통해 우디 노트를 발산하고, 소재 자체의 방충 효과로 기능까지 챙겼다. 서랍이나 옷장 안에 두어 사용하는 방식으로, 형태와 기능이 동시에 작동하도록 구성되었다. 라벤더 쿠션(Lavender Cushion)은 전나무 칩을 채운 코튼 크레이프 소재로 제작되어, 섬유에 산뜻한 더해준다. 의류뿐 아니라 수하물이나 신발 안에도 사용할 수 있어 활용 범위를 넓혔다.


집은 기억과 감정이 자연스럽게 쌓이는 장소다. 오브제와 향은 그 안에서 일상과 함께 놓이며 공간의 분위기를 만든다. 오브제 상퇴르는 이런 관계를 눈에 보이는 형태로 풀어낸 프래그런스 컬렉션으로, 오브제와 향이 집, 그리고 더 넓은 세계와 맺는 관계를 조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