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머셜 사진가의 다정한 반전, 안상미가 포착한 ‘예쁜 마음’

사진가 안상미가 바라본 예쁜 마음은?

사진가 안상미의 사진전〈SEEN & LEFT 예쁜 마음〉이 5월 15일부터 24일까지 캔 파운데이션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일상의 소소한 순간을 포착해 스튜디오 ‘더 프레이즈’와 출간한 두 권의 사진집을 기념하는 자리다. 작가의 고유하고 특별한 시선을 만날 수 있다.

커머셜 사진가의 다정한 반전, 안상미가 포착한 ‘예쁜 마음’

안상미는 오래전부터 커머셜한 패션 사진을 촬영해 온 사진가이지만, 촬영과 일상 사이의 지나칠 법한 소소한 순간들을 아름답게 포착할 줄 아는 사람이기도 하다. 안상미가 오랫동안 차곡차곡 수집해 온 귀엽고도 매력적인 사진들은 패션 스타일링과 비주얼 작업, 출판, 콘텐츠 기획을 아우르는 스튜디오, ‘더 프레이즈’를 만나 두 권의 사진집이 되었다. 두 권의 책은 주제, 구성, 형식, 컬러 면에서 모두 다르지만 안상미의 고유한 시선이 빚어낸 이미지들은 각각이 모두 특별하다. 사진집 발간을 기념한 그녀의 사진전은 5월 15일부터 24일까지, 너른 정원이 있는 전시장, 캔 파운데이션에서 열리고 있다. 안상미는 이 사진전에 ‘예쁜 마음’이라는 부제를 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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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기 다른 주제와 디자인으로 구성되었지만 같은 결을 가진 안상미의 사진집.
(위) 「Souvenirs」 (아래) 「A kind garden」

Interview

안상미 사진가 & 더 프레이즈

사진집을 준비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안상미(이하 안). 모든 동기는 더 프레이즈로부터 시작됐다. 내가 한 요리를 소소하게 올리는 SNS 계정이 있는데, 그걸 보고 책으로 만들어보자고 제안해 주었다. 처음에는 사진가의 결과물을 담은 사진집도 없는데 취미처럼 해오던 요리로 먼저 책을 만들어도 될지 고민했다. 하지만 용기를 내어 시작한 일이 결국 잘한 선택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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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사진집 「Souvenirs」에 담긴 유쾌한 정물 사진들.

더 프레이즈(이하 프). 사진가 안상미와는 주로 패션 매거진 화보나 패션, 뷰티 광고 비주얼을 함께 만들어온 동료 사이였다. 오래전부터 안상미의 사진이 가진 특유의 위트, 맑고 밝은 색감, 선명한 감각을 좋아했다. 특히 2022년 패션 매거진 ‘마리끌레르’에서 주관한 전시에서 선보였던 정물 사진이 인상 깊었다. 고추와 버섯이 아슬아슬하게 쌓여 있는 모습이었고, 작품에는 ‘조화, Harmony, Balance’라는 제목이 붙어 있었다. 오래도록 잔상이 남을 만큼 사진과 제목이 유독 기억에 선명했고, 언젠가 안상미가 찍은 정물 사진을 엮어 책으로 만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로부터 1년쯤 지나, 안상미가 취미로 운영하던 요리 계정을 보게 됐다. 처음에는 재료들을 모아 정물 사진을 찍고 요리에 관한 글을 엮어 책으로 만들어보면 어떨까 생각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는 과정에서 아직 사진가로서 자신의 이름으로 낸 사진집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첫 책은 요리책이 아니라 안상미의 개인 작업에 집중한 사진집으로 만들기로 방향을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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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미의 사진집 「Souvenirs」에 담긴 유쾌한 정물 사진들.

이후 그녀의 첫 사진집인 만큼 서두르기보다 충분한 호흡과 여유를 가지고 작업의 방향을 구체화했다. 안상미가 자신의 속도대로 사진을 찍고 모아가는 동안, 더 프레이즈는 그 사진들이 어떤 커버와 편집, 어떤 책의 구조 안에 담겨야 할지를 오래 고민했다. 이번 사진집과 전시는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사진집이 안상미가 보고, 담고, 남겨온 장면들을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는 작업이라면, 전시는 그 이미지들을 실제 공간 안에서 다시 마주하게 되는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이전에는 자신의 사진집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었나?

안. 사진가라면 누구나 자신의 이름을 건 사진집을 한 번쯤 꿈꾼다. 하지만 동시에 그 이름이 온전히 남는 작업이기 때문에 더 많이 고민하게 되고 더 어렵게 느껴지기도 한다. 사진집은 단순히 사진을 모아 나열하는 결과물이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딘가 거창하고 특별한 무언가를 만들어야 한다는 부담감이 늘 있었다. 그런데 더 프레이즈를 만나면서 조금 다른 방향으로 생각할 수 있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더 ‘나 다운’ 사진집을 만들게 된 것 같다.

이번 사진집은 정원(A Kind Garden )과 기념품(Souvenirs)을 주제로 한 두 권의 책으로 발간됐다. 두 권으로 나누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안. 좋아하는 것을 곁에 두고, 싫어하는 것을 멀리하다 보니 내가 보고 담고 남긴 것들은 신기하게도 모두 같은 방향이었다. 예쁜 마음들에 대한 이야기. 그들을 만들어내는 것과 찾아내는 것, 두 가지로 나눠보자고 접근하게 됐다. 「Souvenirs」는 내가 예뻐하는 마음으로 만든 것들, 「A kind garden」은 누군가의 배려로 예쁜 마음을 느꼈던 순간이다.

평소에 과일이나 채소 구경하는 것을 좋아한다. 각기 다른 색깔과 농도, 일반적인 형태를 벗어난 모양들을 찬찬히 들여다볼 때 그 모습이 귀여워서 웃음이 나곤 한다. 예쁘려고 애쓰지 않은 모습들에 큰 호감을 느낀다. 특히 여행지에서 이국적인 과일이나 채소를 봤을 때는 더욱 그렇다. 마트나 시장에서 그날 가장 눈길이 갔던 것들을 사서 호텔에 들어오면 그 순간부터 식재료가 아니라 오브제 같다는 생각이 든다. 버섯을 분해해서 나열하기도 하고 토마토를 높이 쌓기도 하는 게 어느새 나만의 즉흥적인 놀이가 됐다. 그 순간들이 「Souvenirs」에 담겨 있다.

「A kind garden」에는 크고 작은 저마다의 정원을 담았다. 공사장 외벽을 초록의 숲으로 덮어놓은 모습을 보고 ‘이건 참 예쁜 마음이다’ 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 아스팔트 틈에서 자란 꽃 한 송이가 몇 주가 지나도 그 자리에 있는 걸 보면 왠지 모를 든든함이 있었다.

이 사진집은 한 마디로, ‘배려에 의한 다정한 초록에 대한 이야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가 정원을 가꾸는 건 어렵지만 조금 다른 관점으로 본다면 모두가 정원을 가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틈새의 초록도 좋은 정원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두 권의 사진집의 형식과 디자인을 다르게 부여한 이유는 무엇인가?

프. 사진집을 기획하는 초기에는 「Souvenirs」와 「A kind garden」을 하나의 책 안에서 교차 편집하는 방식도 고민했다. 그러나 두 연작의 성격이 뚜렷하게 달랐기 때문에, 각각 독립된 사진집으로 출판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Souvenirs」는 기존의 더 프레이즈가 출판했던 사진집들이 가진 방향성의 연장선에서 책 자체가 하나의 프레임처럼 느껴지도록 디자인했다. 다만 기존의 양장 제본이 줄 수 있는 무겁고 진지한 분위기에 약간의 위트를 더하고 싶어서 컬러풀하고 광택감이 있는 소재의 커버로 변화를 주었다. 다양한 사물에서 색과 형태의 예쁨을 발견하는 안상미의 시선과도 연결된다고 생각했다.

「A kind garden」은 거리에서 순간을 포착한 작업의 즉흥성을 살리기 위해 제본 없이 낱장을 빨간색 밴드로 엮는 방식을 택했고, 「Souvenirs」와 동일한 높이와 유광 PVC 커버를 사용해 서로 다른 두 책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도록 디자인했다.

사진집에 수록된 사진 중 더 마음이 가거나 촬영하는 도중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는 사진은 무엇인가?

안. 「Souvenirs」에서는 사진집의 커버가 된 사진이 떠오른다. 아직도 사진을 볼 때면, 처음 본 형태의 호박을 사서 가방에 넣고 하루 종일 여행하며 빨리 사진을 찍고 싶어서 설레었던 기분이 생생히 느껴진다. 「A kind garden」에서는 어느 도로에서 발견한 초록빛 사각형을 담은 사진이다. 틈새의 초록도 정원이 될 수 있다는 마음이 들었던 순간이었다.

사진집 발간을 기념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전시 명이 〈SEEN & LEFT 예쁜 마음〉이다.

안. ‘SEEN & LEFT’는 더 프레이즈가, 그리고 ‘예쁜 마음’은 내가 지었다. 보고 담고 남긴 것들. 예쁜 마음으로 만들어낸 것들, 흩어진 예쁜 마음들을 찾아낸 것들. 이런 의미를 담았다. 전시장 공간은 남편인 공간 디자이너 조현석이 맡아주었다. 「Souvenirs」는 작은 액자가 흰 벽을 따라 길게 줄지어 전시되었으면 하는 것, 「A kind garden」은 독립적으로 보이길 바란다는 것. 두 가지 의견만 그에게 전달했다. 그는 전시장 한가운데에 초록색 가벽을 세워 가든을 꾸며줬고, 누구든 편히 앉아서 즐길 수 있도록 벤치를 만들어 예쁜 마음을 보여줬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기에 세심히 신경 써준 덕에 전시장이 나를 닮아 있다는 말을 많이 들었다.

프. ‘SEEN & LEFT’는 안상미가 보고, 담고, 남긴 장면들을 함축하는 문장으로 지었다. 여기서 ‘남긴 것’은 기념품처럼 챙겨 온 물건이기보다, 어떤 순간을 보고 떠나는 시선의 흔적에 가깝다. 「Souvenirs」가 방 안에서 사물들을 배열하며 하나의 작은 세계를 만드는 작업이라면, 「A kind garden」은 거리에서 누군가가 남긴 배려와 온기의 흔적을 발견하는 작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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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디자이너 조현석이 디자인한 전시장 내부. 안상미가 좋아하는 컬러를 곳곳에 포인트로 활용했다.

두 연작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시작되지만, 결국 작가가 어떤 장면을 보고 그 안에서 무엇을 남기고 싶어 하는지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해석하기에 ‘예쁜 마음’은 사진 속 대상 자체보다, 그것을 바라보고 발견하는 작가의 태도를 가리키는 말에 가깝다고 느꼈다. 그래서 이번 전시 제목은 두 연작을 하나로 묶는 동시에, 안상미의 사진을 대하는 가장 중요한 감각을 드러내는 문장이라고 생각한다.

전시장에서 사진집 속 이미지가 담긴 굿즈도 선보이고 있다.

프. 좋은 전시를 보고 나면, 그 순간을 기억할 수 있는 작은 굿즈를 사는 것을 좋아한다. 이번 사진전에서도 사진집 외에, 관람객들이 전시의 여운을 마음속에 품고 갈 수 있는 작은 기념품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퍼즐은 누구나 작품을 조금 더 가깝게 소장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시작됐다. 150개의 작은 조각을 하나씩 맞추다 보면 관객들도 집에서 이번 전시와 사진을 다시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단순히 이미지를 보는 것을 넘어, 손으로 직접 맞추고 완성하는 시간을 통해 작품을 조금 다른 방식으로 기억하게 되는 기념품이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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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에서 만날 수 있는 굿즈. 안상미의 사진을 쿠션과 퍼즐 속에 담았다.

쿠션은 안상미가 베개 위에 과일과 채소를 놓고 찍은 사진을 보며 떠올린 아이디어다. 평면 사진 속 베개가 실제 입체물로 구현되면 어떨까 하는 귀여운 생각에서 출발했다. 실제 베개보다 작은 사이즈로 제작했고, 사진 속 장면이 전시장 밖, 개인적인 공간에서도 작은 오브제처럼 남을 수 있기를 바랐다. 다행히 관람객들도 같은 마음으로 재미있어하고 귀여워해 주셔서 뿌듯하게 생각하고 있다.

평소에 개인적으로 일상 사진을 찍을 때는 어떤 풍경이나 순간에 마음을 빼앗기나?

안. 오래전부터 늘 가장 큰 관심은 사람이었다. 사람을 관찰하고 그들이 의식하지 않는 순간을 찍는 것을 즐겼는데, 요즘은 사람이 아닌 것에 집중하고 있다. 마주하지 않으면 그냥 쉽게 지나쳐버릴 것들을 바라봐 주는 게 재미있다. 그런 게 예고 없이 만나는 예쁜 마음들이라고 생각한다.

자신을 사진집을 통해 사람들이 어떤 마음을 가졌으면 하고 바라는지 궁금하다.

안. 사람들이 내 사진을 보고 세상에 흩어진 아름다움을 모으는 일, 맑고 다정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 여행을 계획하고 익숙하지 않은 공간과 시간을 내게 선물하는 일을 시작했으면 한다. 나 역시도 계속해서 그렇게 살고 싶다.

이번 사진집의 주제 외에 또 다르게 포착해보고 싶은 존재가 있나?

안. 아직은 ‘Souvenirs’를 찍는 순간보다 즐거운 건 없어서 당분간 같은 주제로 계속해서 사진을 찍을 생각이다.

사진가 안상미 개인전 〈SEEN & LEFT 예쁜 마음〉

주소 캔 파운데이션 (서울 용산구 한남동 733-70)
기간 2025년 5월 15일 – 5월 24일(휴관일 없음)
운영 시간 오전 11시 – 오후 6시
주최 더 프레이즈
웹사이트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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