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디오 니콜슨이 새롭게 정의내리는 여성복, 〈WOMAN〉

스튜디오 니콜슨과 갤러리 모순이 함께 풀어낸 전시

5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촌 유스퀘이크(Youthquake)에서 열린 〈WOMAN〉 전시는 스튜디오 니콜슨이 전개하는 글로벌 캠페인 ‘WOMAN’을 공간으로 확장한 프로젝트였다. 여성복을 하나의 스타일이나 형태로 정의하기보다, 실제 여성들의 삶과 감각을 통해 그 의미를 다시 바라보는 프로젝트다.

스튜디오 니콜슨이 새롭게 정의내리는 여성복, 〈WOMAN〉

스튜디오 니콜슨(Studio Nicholson)의 옷에서는 소재가 가진 힘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건축에서 영감을 받은 단단한 구조 위에 부드럽고 자연스럽게 흐르는 실루엣을 더해, 절제되어 있으면서도 강한 인상을 남긴다. 스튜디오 니콜슨의 창립자이자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닉 웨이크만(Nick Wakeman)은 좋은 소재와 원단이 만들어내는 형태를 가장 중요하게 여긴다. 여러 차례의 피팅을 통해 실루엣과 균형을 세밀하게 다듬고, 오래 입을 수 있는 형태와 일상 속 편안한 착용감까지 함께 고려하며 브랜드 고유의 아름다움을 만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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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가 열린 서촌 유스퀘이크(Youthquake) 전경. 사진 스튜디오 니콜슨

5월 1일부터 3일까지 서촌 유스퀘이크(Youthquake)에서 열린 〈WOMAN〉 전시는 스튜디오 니콜슨이 전개하는 글로벌 캠페인 ‘WOMAN’을 공간으로 확장한 프로젝트였다. 여성복을 하나의 스타일이나 형태로 정의하기보다, 실제 여성들의 삶과 감각을 통해 그 의미를 다시 바라보는 프로젝트다. 무엇을 입는가를 넘어, 어떻게 느끼고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하며 패션과 이미지, 그리고 서로 다른 물질을 다루는 작업들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교차하도록 구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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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나 허와 함께 한 캠페인 에디토리얼 이미지. 사진 스튜디오 니콜슨

전시는 크게 두 개 층으로 구성됐다. 1층에서는 서울 기반 갤러리 모순의 큐레이팅 아래 유리 작가 정수경의 작업이 전시됐다. 정수경 작가의 작품은 빛과 거리, 관람자의 위치에 따라 전혀 다른 표정을 만들어내며 전시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유리 특유의 투명함과 반사되는 빛은 공간의 분위기를 끊임없이 변화시키고, 여성성을 하나의 고정된 이미지가 아닌 계속 변화하고 흐르는 상태로 바라보는 이번 전시의 방향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2층에서는 스튜디오 니콜슨의 확장된 에디토리얼 캠페인 이미지 속에서 ‘WOMAN’ 시리즈를 선보였다. 뉴욕 기반 아티스트 유나 허(Yoona Hur)와 함께 진행한 캠페인 작업을 중심으로 다양한 에디토리얼 이미지와 AU26 여성복 컬렉션 프리뷰를 함께 만나볼 수 있었다. 달항아리와 한지, 점토 같은 한국적 재료를 바탕으로 작업해온 그녀는, 건축가에서 예술가로 방향을 전환한 이후 형태와 재료, 비워진 공간에 대한 관심을 이어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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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전시 전경 사진 스튜디오 니콜슨

그녀의 작업과 스튜디오 니콜슨의 옷은 많이 닮아 있다. 유나 허는 재료가 지닌 질감과 무게감, 그리고 사람을 감싸 안는 듯한 부드러운 성질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한다. 이는 몸을 강하게 드러내기보다, 편안한 움직임과 균형 잡힌 형태를 중요하게 여기는 스튜디오 니콜슨의 여성복과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또한 형태 안에 머무르지 않고 그 바깥으로 감각을 확장시키고자 하는 작업 방식은, 옷을 몸과 생활 안에서 완성되는 경험처럼 여기는 스튜디오 니콜슨의 시선과도 닮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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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퍼퓨머 에이치(Perfumer H)를 창립한 조향사 린 헤리스(Lyn Harris), 도쿄 페로탕(Perrotin) 갤러리 디렉터 안젤라 레이놀즈(Angela Reynolds) 등 스튜디오 니콜슨이 존경하는 다양한 여성들과 함께한 캠페인 에디토리얼도 만나볼 수 있었다. 서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통해 여성복의 의미를 다시 바라보는 ‘WOMAN’ 캠페인의 방향을 보다 선명하게 보여주는 구성이다.

서로 다른 전시 구성을 통해 이번 전시에서 스튜디오 니콜슨은 각기 다른 방식으로 옷을 선택하고 입는 ‘진짜 여성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했다. 유리와 공예, 이미지와 의복처럼 서로 다른 재료와 매체를 사용하고 있지만 형태와 움직임, 그리고 몸에 대한 관심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지는 자연스러운 구성이었다.

이런 새로운 형식의 전시 기획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자세하기 들어보기 위해 1층 전시 큐레이터 갤러리 모순의 김예빈 대표와 짧은 문답을 나눴다.

Interview

김예빈 갤러리 모순 대표

— 이번 스튜디오 니콜슨의 <WOMAN> 전시에서 1층 전시 큐레이팅을 맡았다고 들었다. 협업은 어떤 방식으로 진행됐나.

이번 협업은 각자 다른 감각 언어를 사용하는 브랜드와 갤러리가 각자의 작업 방식을 하나의 공간 안에 함께 풀어내는 과정에 가까웠다. 스튜디오 니콜슨이 옷을 통해 여성의 삶과 감각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면, 모순은 공예를 통해 그 질문을 확장하고자 했다.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기보다, 각자의 결을 유지한 채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방식을 지향했다.

— 어떤 기획 의도를 가지고 진행했나.

이번 큐레이팅은 ‘여성을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보다, ‘여성이라는 존재가 공간 안에서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가’에 대한 질문에서 출발했다. 눈에 보이는 형태나 이미지보다는 공기, 밀도, 빛의 흐름 같은 비가시적인 요소들이 만들어내는 분위기를 통해 하나의 존재감을 전달하고자 했다. 설명하기보다, 머무르며 느껴지기를 바라는 방향으로 기획을 진행했다.

— 그렇다면 갤러리 모순이 생각하는 여성복의 의미가 궁금하다.

여성복은 성별을 구분하는 카테고리가 아닌, 몸을 통해 세계와 관계 맺는 하나의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스튜디오 니콜슨의 옷은 몸을 강조하기보다 오히려 여백을 두고, 그 안에서 각자의 존재가 드러나도록 만든다는 점에서 인상적이었다. 이런 점이 공예가 지닌 물성과도 닮아 있다고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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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모순이 큐레이팅한 1층 전시 전경 사진 갤러리 모순

— 여성복 전시에 유리 공예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유리는 가장 차갑고 단단한 물질 중 하나이면서도, 동시에 가장 연약하고 쉽게 깨질 수 있는 성질을 지닌다. 그 이중적인 성질이 이번 전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점과 맞닿아 있다고 봤다. 명확하게 규정되지 않는 상태, 단단함과 취약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지점이 오히려 더 동시대적이라고 느꼈다.

— 정수경 작가의 작품을 선택한 이유가 궁금하다.

정수경 작가의 작업은 유리라는 물성의 한계를 뛰어넘어, 마치 한 폭의 회화처럼 공간에 깊이를 만들어낸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빛을 받아들이고 반사하는 방식은 공간의 온도와 밀도를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 점이 이번 전시의 메시지와도 자연스럽게 이어져서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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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모순이 큐레이팅한 1층 전시 전경 사진 갤러리 모순

— 정수경 작가의 많은 작품 중 어떤 작업들을 중심으로 선별했나.

이번에는 형태적으로 강한 서사를 가진 작업보다는, 공간 안에서 조용히 스며들 수 있는 작업들을 중심으로 선별했다. 관객이 작품을 ‘읽기’보다 공간 안에서 ‘감각하게’ 되는 경험을 더 중요하게 봤기 때문이다. 그래서 빛과 거리, 시선에 따라 미묘하게 달라지는 작품들을 통해 관객이 자신만의 속도로 전시를 바라볼 수 있도록 했다. 전체적으로 이번 작업은 무엇을 보여주기보다, 어떤 상태를 만들어내는 것에 가까웠던 것 같다. 그 안에서 관객이 각자의 감각으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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