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미슐랭 레스토랑에 스며든 단청

착착 건축사사무소가 설계한 세븐스 도어 항저우

서울 미슐랭 레스토랑 세븐스 도어가 중국 항저우에 새롭게 문을 열었다. 착착 건축사사무소는 단청의 색채 언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한국의 미감과 동아시아적 보편성이 공존하는 공간을 완성했다.

항저우 미슐랭 레스토랑에 스며든 단청

중국 저장성의 성도 항저우는 오랜 역사와 현대 산업이 공존하는 도시다. 중심에 자리한 서호(西湖)는 천 년 넘게 문인과 예술가들의 영감의 원천이 되어왔다. 오늘날에는 알리바바와 딥시크 같은 글로벌 기업이 자리하며 혁신 도시로서의 위상도 갖추고 있다. 항저우 중심부, 서호 인근의 근대 등록문화재 ‘매화당’에 한국의 미슐랭 레스토랑 ‘세븐스 도어(7th Door)’가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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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HAKCHAK STUDIO

세븐스 도어는 발효와 숙성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계절 코스 요리를 선보이는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이다. 2021년부터 2026년까지 6년 연속 미슐랭 가이드에 이름을 올렸다. 대표 김대천 셰프는 사찰음식 레스토랑 ‘비움 서울’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두 레스토랑은 2026 아시아 50 베스트 레스토랑에 동시에 선정되며 한국 최초의 기록을 세웠다. 세븐드 도어 항저우가 위치한 매화당은 현지 개발사가 해외 유명 레스토랑을 단계적으로 유치하고 있는 복합 프로젝트의 거점이다. 세븐스 도어는 이곳에 들어선 세 번째 레스토랑이다. 공간 설계는 ‘비움 서울’ 프로젝트로 인연을 맺은 착착 건축사사무소가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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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레스토랑을 위한 공간을 만드는 일이었지만, 건물 일부는 중국의 등록문화재였다. 한국적 정체성을 드러내면서도 기존 건축과 충돌하지 않아야 했다. 동시에 현지 맥락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어야 했다. 한국과 중국이 공유할 수 있는 아름다움의 교집합은 무엇인가. 김대균 소장은 설계에 앞서 고민했다. 그 답은 ‘단청’이었다.

단청은 목조건축의 기둥과 천장, 벽에 색과 문양을 입히는 동아시아의 건축 채화 미술이다. 종이나 기와처럼 물성이 강한 건축 요소는 각 나라의 지역성을 강하게 드러내지만, 단청은 보다 보편적인 언어로 활용될 수 있다. 음양오행에 기반한 색채 체계와 상징성은 동아시아 문화권이 오랫동안 공유해 온 세계관과 맞닿아 있다. 안료와 기법 또한 한중 양국이 유사한 뿌리를 갖는다. 한국적이면서도 중국의 역사적 건축 안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는 매개로 단청이 적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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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 경회루 출처 국가유산포털

김대균 소장의 개인적인 기억도 영향을 미쳤다. 오래 전 경복궁 경회루를 방문했을 때 마주한 단청의 인상이 깊게 남아 있었다. 경회루의 1층 필로티 공간 천장에서는 동일한 패턴이 반복되며 무한한 공간감을 자아낸다. 2층 중앙 방 천장은 청색과 붉은색 바탕 위에 보라색이 더해져 있다. 특히 이 자주색이 만들어내는 깊이감을 오래도록 기억했다. 그 기억은 이번 프로젝트의 바탕이 됐다. 다만 단청의 문양을 그대로 재현하지는 않았다. 참조점은 종묘였다. 조선 왕실 제례 공간인 종묘의 단청은 화려한 채색 대신 가장 소박한 형태의 가칠단청으로 마감돼 있다. 단순함이 오히려 강한 절제미를 만들어낸다. 세븐스 도어 항저우 공간 역시 자주색과 청록색, 두 색을 통한 절제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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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스토랑 1층에는 세븐스 도어 서울 공간의 ‘ㄷ’자 형태 바 테이블을 배치했다. 기존 건물 구조상 철거할 수 없는 기둥은 오히려 공간의 중심이 됐다. 이 기둥 상부를 한옥의 공포(栱包)에서 착안한 구조로 재해석하고 단청 색을 입혀 공간의 상징적 요소로 만들었다. 2층에는 세 개의 룸을 계획했다. 천장은 나무 널판으로 구성하고 넓은 면을 청색으로 칠했다. 판과 판이 만나는 1cm 폭의 틈에는 3mm 깊이를 주고 붉은색을 입혔다. 반대로 복도는 붉은색을 주조색으로 사용하고 틈 사이를 청색으로 채웠다. 룸과 복도 사이에서 청과 적이 서로 자리를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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벽면은 장식을 덜어냈다. 1층 리셉션과 2층 룸은 한국에서 공수한 한지 창을 적용하고 따뜻한 회색으로 마감했다. 강렬한 단청과 고요한 벽, 바닥의 대비 역시 음양의 개념을 공간적으로 풀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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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외부 중정에는 원래 학과 매화를 형상화한 분수 계획이 있었다. 김대균 소장은 장식적인 분수가 등록문화재 건물 전체의 분위기를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신 질감이 느껴지는 돌로 바닥을 단순하게 마감하고, 밤이 되면 바닥에서 빛이 은은하게 올라오는 방식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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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븐스 도어 항저우는 한국 전통 건축을 재현한 공간이 아니다. 기와를 올리거나 전통 문양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는다. 대신 단청이라는 색채 언어를 통해 한국성과 동아시아적 보편성을 함께 담았다. 고유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도 현지의 문화적 맥락을 존중하는 방식. 등록문화재라는 역사적 건축 안에서 단청은 장식적 요소가 아닌, 두 문화를 잇는 매개로 작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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