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한 아름다움을 향한 건축, 김대균 착착건축사사무소 소장
무언가를 ‘막’ 만든다는 말은 썩 좋은 의미로 들리지 않는다. 그러나 김대균 착착건축사사무소 소장은 그 안에서 시간성과 생명력, 재료를 알뜰하게 쓰려는 제작자의 마음을 읽어낸다. 그리고 이런 태도를 건축에 담아왔다. 건축가 김대균을 만나 ‘막’이라는 단어가 품은 더 넓은 세계를 들여다봤다.


지난해 착착건축사사무소 10주년을 맞아 그간의 작업을 정리한 〈당연한 아름다움〉을 출간했다. 책 제목이 김대균의 건축 철학을 잘 설명하는 것 같다.
당연하고 보편적인 것이 무엇인지 늘 고민한다. 예전에 함께 일한 하라 겐야가 “선진국은 보통의 기준이 높다”라고 했던 말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결국 보편과 당연함의 기준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달라진다고 생각한다. 그렇기 때문에 건축가가 해야 할 일은 소수만을 위한 특별한 아름다움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그 시대와 문화가 공유할 수 있는 보편적 아름다움의 기준을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본다. 우리도 그런 기준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그 철학이 실제 건축에 어떻게 담겨 있는지 궁금하다.
최근 작업한 청담동의 사찰 음식점 비움 레스토랑을 예로 들 수 있다. 클라이언트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두세 시간 동안 이어지는 음식과 서비스, 공간이 하나의 총체적 경험으로 전달되기를 원했다. 나는 그 안에 내가 생각하는 보편적 아름다움을 담고자 했다. 특별한 재료나 새로운 디테일을 만들기보다 한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육송을 사용하고, 대목수들과 함께 한지를 바르고 흙을 다지는 등 오랫동안 이어져 온 구법을 활용했다. 내가 새로 만든 디테일은 거의 없다. 다만 그 안에 담긴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조합했을 뿐이다. 퍼퓨머 H 서울 역시 비슷했다. 영국에서 전달받은 기본 디자인을 바탕으로 재료와 디테일을 한국의 환경에 맞게 조율하고 건축과 인테리어, 프로그램 간의 관계를 함께 고려했다. 건축가는 하나의 형태를 만드는 사람이기보다 다양한 조건과 관계를 이해하고, 그 사이에서 하나의 시공간을 만들어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프로젝트의 스펙트럼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서로 다른 작업을 관통하는 기준이 있다면?
예나 지금이나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결국 가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사무실이 크지 않기 때문에 많은 프로젝트를 할 수는 없다. 그래서 새로운 제안이 들어오면 직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이 프로젝트가 재미있을지, 의미가 있을지, 우리가 가치를 더할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하고 그렇게 프로젝트를 결정한다. 규모나 조건보다 가치가 더 중요하다. 이런 방식으로 프로젝트를 선택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매 순간이 터닝 포인트다. 풍년빌라, 하우스비전, 퍼퓨머 H 서울, 비움 레스토랑 등 각각의 프로젝트를 통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다음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에너지를 얻었기 때문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도약 그 자체보다 지속할 수 있는 힘이다. 지속 가능성 역시 환경적인 의미를 넘어 가치 있게 생존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진천의 만나 CEA나 최근 진행한 중국 항저우 레스토랑 프로젝트가 떠오른다. 건축을 넘어 새로운 관계와 가치를 만들어내려는 시도가 인상적이었다.
만나 CEA는 ‘농촌의 문화를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라는 고민에서 출발한 프로젝트였다. 문화(culture)의 어원이 농업(cultivation)인 것처럼, 도시에는 문화가 많고 농촌은 자연이 많다는 고정된 관념을 조금 바꿔보고 싶었다. 자연이 풍부한 농촌에 새로운 문화적 경험을 더하면 서로의 로망이 교차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그래서 작은 건물들이 모인 하나의 마을 같은 풍경을 만들고자 했다. 아쉬운 점도 있지만, 한국의 농업과 관련된 공간이 나아갈 수 있는 하나의 밑바탕이자 레퍼런스가 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최근 진행한 세븐스 도어 항저우도 비슷하다. 중국과 한국의 교집합이 무엇일지 고민했다. 서로 다르다고 선을 긋기보다 친구처럼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는 관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친구라고 해서 똑같을 필요는 없지 않나. 다르기 때문에 오히려 함께할 수 있다고 본다. 그런 관계와 가치가 공간을 만드는 방식과 프로세스 속에서도 유지될 때, 프로젝트들은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하나의 연장선상에 놓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비로소 착착건축사사무소가 지향하는 ‘공간을 바탕으로 다양한 콘텐츠와 협업하여 보편타당한 인문학적 가치를 실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말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보통 건축이 주어진 프로그램을 공간으로 풀어내는 일이라면, 우리는 그 안에 담길 행위와 가치가 무엇인지를 함께 고민한다. 그래서 건물 자체보다 그 안에서 어떤 경험이 이루어질지, 어떤 시간이 쌓일지, 그것이 어떤 콘텐츠와 관계 맺을지를 더 많이 이야기한다. 한식 연구소를 만든다면 음식뿐 아니라 그릇과 테이블, 공간 등 어디까지를 한식으로 볼 것인지부터 함께 논의하는 식이다. 건물로 드러나지 않는 부분들을 디자인한다고 할까. 결국 중요한 것은 콘텐츠가 얼마나 많이 쌓이느냐보다 그 안에서 어떤 가치가 만들어지느냐다.
그런 관점에서 디자인하우스 창립 50주년의 키워드인 ‘막’은 어떤 가치를 갖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내가 생각하는 ‘막’의 가치는 시간성과 생명력, 그리고 재료를 알뜰하게 쓰려는 제작자의 마음에 있다. 막걸리나 막국수처럼 지역의 재료가 지닌 본연의 맛과 질감을 살리고, 살아 있는 시간성을 담아낸다는 점에서 그렇다. 그런 의미에서 ‘막’은 표준화된 대중성과는 다른, 개별성을 품은 대중성을 지닌다. 그런데 사실 나는 ‘막’을 한국만의 고유한 문화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와비사비나 원시 공예처럼 세계 곳곳에 비슷한 문화가 존재한다. 다만 한국의 재료와 식생, 삶의 방식이 더해지면서 한국적인 ‘막’이 만들어졌다고 본다. 중요한 것은 우리의 것이기 때문에 특별한 것이 아니라, 서로 이해할 수 있는 교집합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 의미에서 ‘막’은 한국의 것이면서 동시에 세계의 것이기도 하다.


김대균에게 ‘막’이란 결국 건축을 하는 태도에 가까운 것 같다.
최근에는 ‘막’과 함께 ‘대강’이라는 단어에 대해서도 자주 생각한다. 둘 다 흔히 부정적인 의미로 쓰이지만, 나는 오히려 그 안에서 중요한 가치를 발견한다. 대강은 대충과 다르다. 대강은 큰 질서를 이해하고 중요한 것을 붙잡되, 모든 것을 하나부터 열까지 통제하려 하지 않는 태도에 가깝다. 반면 막은 좀 더 살아 있는 시간성과 생명력을 품고 있다. 지금 막 시작한 것처럼 현재성이 있고, 재료를 알뜰하게 쓰며, 살아 있는 것을 귀하게 여기는 태도라고 할 수 있다. 결국 대강이 큰 질서를 세운다면, 막은 그 안에서 생명력을 불어넣는다. 건축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통제하려 하기보다 큰 방향을 세우고, 그 안에서 사람과 시간, 재료와 장소가 스스로 살아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것. 어떨 때는 막 하기도 하고, 어떨 때는 대강 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그 둘이 만나 지속될 수 있는 가치를 만드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