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7곳의 공항
베르사유 건축상②_공항 부문
올해 베르사유 건축상 공항 부문은 이동과 운영의 효율성을 갖추면서도 여행객에게 풍부한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지에 주목했다. 또한 지역의 문화와 역사, 자연환경을 건축적으로 해석해 고유한 정체성을 담아냈는지,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설계를 구현했는지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작용했다.

사람을 만날 때 첫인상이 중요하듯, 여행의 첫인상 역시 공항에서 시작된다. 새로운 나라에 도착해 가장 먼저 발을 디디는 공간이자, 그 나라의 문화와 분위기를 처음 마주하는 장소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항은 한 나라의 얼굴로 불리기도 한다. 과거에는 이동과 환승을 위한 기능적 공간에 머물렀다면, 오늘날의 공항은 지역의 역사와 문화, 자연환경을 담아내는 하나의 건축 작품으로 진화하고 있다.

6월 15일에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항(World’s Most Beautiful Airports)’ 7곳이 공개됐다. 베르사유 건축상(Prix Versailles)은 매년 분야별로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을 선정하며, 연말에는 ‘월드 타이틀(World Title)’을 통해 최종 수상작을 발표한다. 이번 공항 부문에서는 이동과 운영의 효율성을 갖추면서도 여행객에게 풍부한 공간 경험을 제공하는지에 주목했다. 또한 지역의 문화와 역사, 자연환경을 건축적으로 해석해 고유한 정체성을 담아냈는지, 그리고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설계를 구현했는지도 중요한 평가 기준으로 작용했다.

출처 베르사유 건축상 홈페이지, 인스타그램 © Jason O’Rear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Zaha Hadid Architects),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 겐슬러(Gensler), 아르텔리아(Artelia) 등 세계적인 건축 스튜디오와 기업은 물론, 크리스토프 매클러(Christoph Mäckler), 누루 카림(Nuru Karim) 등 건축가들이 참여한 이번 선정작들. 지금 가장 아름다운 7개의 공항을 함께 살펴보자.
광저우 바이윈 국제공항 터미널 3(Guangzhou Baiyun International Airport Terminal 3)
광저우, 중국 (Guangzhou, China)
건축 : 아르텔리아(Artelia), 광둥 건축설계연구원(GDAD)

‘꽃의 도시’로 불리는 광저우에 새로운 공항이 들어섰다. 광저우 바이윈 국제공항 터미널 3는 중국 남부 링난(Lingnan)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현대적인 공항 건축으로 재해석한 프로젝트다. 급격하게 성장하는 광둥, 홍콩, 마카오 그레이터 베이 지역의 국제 허브 역할을 수행하며, 도시의 정체성을 경험하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프랑스 엔지니어링·건축 그룹 아르텔리아(Artelia)와 광둥 건축설계연구원이 협업한 이번 프로젝트는 구름과 물, 꽃의 순환에서 영감을 얻었다. 건물 전체에는 부드러운 곡선과 유기적인 형태가 적용됐으며, 자연광이 깊숙이 스며드는 개방적인 공간 구성을 통해 넓은 규모에도 직관적인 동선을 구현했다.


터미널 내부는 테라스와 아트리움, 정원이 연속적으로 이어지며 하나의 풍경처럼 펼쳐진다. 특히 중국 공항 가운데 가장 높은 야외 공공 전망대를 갖춰 여행객들이 활주로와 도시 풍경을 함께 조망할 수 있도록 했다. 자연 요소를 적극적으로 끌어들인 공간 구성은 공항에서의 체류 시간을 보다 쾌적한 경험으로 바꿔준다.

전체 공간은 광저우가 과거 해상 실크로드의 중심지였던 역사를 현대적으로 해석한다. 이동과 교류, 개방성이라는 공항의 역할을 건축적으로 풀어내며, 오랜 역사와 미래지향적 비전을 동시에 품은 새로운 도시의 랜드마크로 자리매김한다.
프랑크푸르트 공항 터미널 3 (Frankfurt Airport Terminal 3)
프랑크푸르트 암 마인, 독일 (Frankfurt am Main, Germany)
건축 : 크리스토프 매클러(Christoph Mäckler)

유럽의 중심부에 위치한 프랑크푸르트 공항 터미널 3는 유럽 최대 규모 인프라 프로젝트 중 하나로 꼽힌다. 약 130만㎡ 규모의 부지 위에 조성된 이 터미널은 프랑크푸르트 도심과 맞먹는 크기를 자랑하며, 대규모 공항 시설의 효율성과 도시의 활기를 동시에 담아내는 것을 목표로 했다.

건축가 크리스토프 매클러(Christoph Mäckler)는 이 터미널을 하나의 작은 도시처럼 설계했다. 탑승동과 게이트, 라운지는 도시의 거리와 광장을 모티프로 구성됐다. 거대한 공항 시설 안에서도 여행객들이 보다 익숙하고 편안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공간 내부에는 유라 석회암(Jura limestone)과 트래버틴(travertine) 등 따뜻한 색감의 천연 소재가 사용됐다. 대형 유리창을 통해 풍부한 자연광이 실내 깊숙이 스며들며, 넓은 공간에도 차분하고 안정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이를 통해 인공조명 사용을 줄이는 동시에 쾌적한 환경을 조성했다.

그리고 기술적 효율성과 공공성을 균형 있게 결합한 점도 눈에 띈다. 터미널 내부에는 회전하는 컬러 알루미늄 디스크로 이루어진 세 개의 대형 링 형태 조형물이 설치됐다. 끊임없이 움직이는 조형물은 시각적 변화를 만들어내며 공간에 생동감을 더해준다. 또한 터미널 곳곳에는 향후 운영 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모듈형 시스템이 적용됐다. 변화하는 수요에 맞춰 유연하게 진화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지속가능성과 확장 가능성을 함께 고려한 미래형 공항의 모습을 보여준다.
로카프리야 고피나스 보르돌로이 국제공항 터미널 2 (Lokapriya Gopinath Bardoloi International Airport Terminal 2)
구와하티, 인도 (Guwahati, India)
건축 : 누루 카림(Nuru Karim)

인도 북동부 아삼주에 위치한 로카프리야 고피나스 보르돌로이 국제공항 터미널 2는 지역의 자연과 문화를 건축적으로 풀어낸 프로젝트다.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연결하는 관문으로서 기능하는 동시에, 인도 북동부의 정체성을 경험할 수 있는 공간으로 설계됐다.

건축가 누 카림(Nuru Karim)은 이 지역의 생물다양성을 상징하는 대나무 난초(Bamboo Orchid)에서 영감을 얻었다. 터미널을 감싸는 유기적인 곡선 형태의 아치형 천장은 아삼 지역의 자연 풍경과 토착 건축 전통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결과물이다. 넓게 펼쳐진 공간은 개방감을 강조하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천장에는 아삼지역을 관통하는 브라마푸트라강 브라마푸트라강과 지류의 흐름을 모티프로 한 패턴이 적용됐다. 물길을 따라 이어지는 듯한 선형 구조는 자연스럽게 동선을 유도하며, 복잡한 공항 공간을 보다 직관적으로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다.

공간 곳곳에는 토착 예술과 부족 공동체의 이야기, 지역 장인들의 공예가 녹아 있다. 대기 공간과 이동 구간은 단순한 통과 공간을 넘어 지역 문화를 마주하는 전시 공간처럼 구성됐다. 문화적 요소를 장식으로 소비하기보다 공간 경험의 일부로 통합한 점이 특징이다. 또한 대나무 소재를 적극 활용하고 자연채광과 식재를 도입해 지속가능성을 높였다. 지역의 자연환경과 문화적 유산, 그리고 국제공항으로서의 기능을 균형 있게 담아냈다.
나비 뭄바이 국제공항 터미널 1 (Navi Mumbai International Airport Terminal 1)
나비 뭄바이, 인도 (Navi Mumbai, India)
건축 :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Zaha Hadid Architects)
2025년 문을 연 나비 뭄바이 국제공항은 인도의 새로운 관문이자 대규모 개발 프로젝트의 결과물이다. 강과 산, 습지 등 복잡한 자연환경을 정비하고 기존 고압 전력선을 이전하는 과정을 거쳐 완성됐으며, 미래지향적인 건축과 공항 운영의 효율성을 함께 담아냈다.

프로젝트의 중심에는 인도를 상징하는 연꽃이 있다. 자하 하디드 아키텍츠는 연꽃의 형태를 건축 언어로 발전시켜 터미널 전반에 적용했다. 지붕에서 길게 뻗어 나오는 캐노피와 유려한 곡선은 꽃잎이 펼쳐지는 순간을 연상시키며, 공항의 상징적인 이미지를 만들어낸다.

공항에 들어서는 순간 마주하는 기하학적 구조 역시 인상적이다. 반복되는 아치형 프레임은 실내 천장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연꽃에서 영감을 받은 기둥과 함께 공간의 방향성을 형성한다. 이러한 구조는 이용객들이 복잡한 공항 안에서도 직관적으로 동선을 인식하고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다.

터미널 곳곳에는 디지털 아트 프로그램도 마련됐다. 주요 대기 공간에 설치된 인터랙티브 작품들은 공간에 생동감을 더하는 동시에 공항의 미래지향적인 성격을 강조한다. 첨단 기술과 문화적 상징을 결합한 이 공간은 빠르게 성장하는 현대 인도의 모습과 오랜 문화적 유산을 함께 보여주며 새로운 공항의 모습을 보여준다.
테코 국제공항 (Techo International Airport)
프놈펜, 캄보디아 (Phnom Penh, Cambodia)
건축 :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

프놈펜 남쪽 약 20km 지점에 자리한 테코 국제공항은 캄보디아의 새로운 관문으로 계획됐다. 공항 이름인 ‘테코(Techo)’는 과거 왕이 영웅들에게 내리던 칭호에서 유래했으며, 크메르 민족의 강인함과 자부심을 상징한다.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는 이번 프로젝트에서 첨단 기술과 지역 문화유산을 결합해 지속가능성을 고려한 공항을 구현했으며, 이를 통해 테코 국제공항을 현대적인 교통 인프라이자 캄보디아의 새로운 문화적 상징으로 완성했다.



건축의 중심에는 거대한 하나의 지붕이 있다. 터미널 전체를 덮는 이 구조는 하차 구역부터 탑승 구역까지의 이동 거리를 최소화하고, 복잡한 공항에서도 직관적으로 방향을 인식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물결치듯 이어지는 지붕은 중앙부에서 가장 높아지며 캄보디아 전통 궁전과 사원의 실루엣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실내 공간 역시 지역의 전통 공예에서 출발했다. 천장에는 바구니를 엮는 기술에서 착안한 패턴이 적용됐으며, 대나무와 등나무를 짜 넣은 듯한 질감을 구현했다. 이러한 구조는 자연 환기와 자연채광을 적극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터미널 내부에는 여행객의 동선을 따라 녹지가 이어지며, 중앙 아트리움에는 캄보디아의 상징인 럼두올 나무가 있어 공간에 생명력을 더한다.
피츠버그 국제공항 (Pittsburgh International Airport)
피츠버그, 미국 (Pittsburgh, United States)
건축 : 겐슬러(Gensler), HDR, 루이스 비달 아키텍츠(luis vidal + architects)
피츠버그 국제공항은 도시를 둘러싼 앨러게니 산맥의 풍경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물결치듯 이어지는 거대한 지붕은 산맥의 능선을 연상시키며, 혁신과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도시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한다.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 그랜드 하얏트 인천, 코엑스 등의 설계에 참여한 세계적인 건축·디자인 회사 겐슬러(Gensler)와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HDR, 루이스 비달 아키텍츠가 공동 설계했다. 터미널 전반에는 자연과 건축의 경계를 허무는 설계가 적용됐다. 풍부한 자연광과 개방적인 공간 구성은 실내와 실외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며, 공항 전체에 밝고 쾌적한 분위기를 만든다.


특히 나무를 형상화한 38개의 강철 기둥은 지역의 숲을 연상시키는 공간 경험을 만든다. 유리 파사드로 둘러싸인 터미널은 밝고 개방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며, 향후 조성될 4개의 야외 테라스는 여행객들에게 공항 안에서도 자연을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지역성과 공공성 역시 이 프로젝트의 중요한 요소다. 공항 곳곳에는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이 설치됐으며, 공항 곳곳에는 지역 예술가들의 작품과 피츠버그 도심으로 진입할 때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상징적인 관문인 포트 피트 터널(Fort Pitt Tunnel)에서 영감을 받은 ‘페탈 터널(Petal Tunnel)’이 자리한다. 에너지 효율을 높인 설계와 이동 거리를 최소화한 동선, 다양한 이용자를 배려한 환경까지 갖추며 공항을 이동의 거점이자 사람들이 머무르고 휴식할 수 있는 공공 공간으로 확장했다.
샌디에고 국제공항 터미널 1 (San Diego International Airport Terminal 1)
샌디에고, 미국 (San Diego, United States)
건축 : 겐슬러(Gensler)

단일 활주로 공항인 샌디에고 국제공항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항공편이 운항하는 곳이다. 하지만 기존 터미널 1은 수십 년 전 지어진 시설로 늘어나는 이용객을 수용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었다. 따라서 공항은 터미널과 도로망, 주차장, 교통 체계를 전면 재정비하는 대규모 리뉴얼을 추진했다.

피츠버그 국제공항에 이어 이번 프로젝트에도 참여한 겐슬러는 공항 이용 과정 전반을 하나의 연속된 경험으로 풀어냈다. 하차 구역부터 보안 검색대, 탑승 게이트까지 이어지는 동선을 직관적으로 구성해 보다 편안한 이동 환경을 제공한다.

가장 눈에 띄는 요소는 예술가이자 건축가인 제임스 카펜터(James Carpenter)와 협업해 완성한 길이 244m의 곡선형 유리 파사드다. 이 유리 외벽은 밝은 실내 환경을 유지하면서도 과도한 열기와 눈부심을 제어할 수 있도록 설계됐다. 덕분에 터미널 내부는 밝고 쾌적한 분위기를 유지하며, 샌디에고의 해안 산책로와 정원을 떠올리게 하는 개방적인 공간을 만들었다.

공항에서 가장 먼저 마주하게 되는 체크인 로비에는 적은 구조재로도 넓은 공간을 구현할 수 있는 좌굴방지가새(BRB) 공법을 도입했다. 덕분에 100개 이상의 내부 기둥을 줄일 수 있었고, 넓고 개방적인 공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강철 사용량을 절감해 건물의 탄소배출량도 약 30% 낮췄다. 터미널 곳곳에는 만을 조망할 수 있는 야외 테라스와 다양한 라운지, 지역 브랜드가 입점한 상업 공간을 배치해 이동과 휴식, 소비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