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은 어떻게 음악을 경험하게 만드는가, 쿠퍼 휴이트 기획전 〈Art of Noise〉
쿠퍼 휴이트 뮤지엄이 100년간 음악 경험을 변화시킨 디자인의 진화를 조명하는 대규모 기획전 〈Art of Noise〉를 선보이고 있다. 그래픽, 제품, 사운드 시스템 등 300점 이상의 작품을 통해 음악과 디자인의 역사를 살핀다.

뉴욕의 스미스소니언 디자인 뮤지엄인 쿠퍼 휴이트(Cooper Hewitt)는 2026년 2월 13일부터 오는 8월 16일까지 대규모 기획전 〈Art of Noise〉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지난 100여 년 동안 디자인이 음악 경험을 어떻게 변화시켜 왔는지를 조명하는 프로젝트로,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FMOMA)이 기획한 동명의 전시를 바탕으로 뉴욕 음악 문화의 역사를 반영해 새롭게 구성됐다. 전시에는 300점이 넘는 작품과 오디오 설치 작업이 소개되며, 그래픽 디자인부터 제품 디자인, 사운드 시스템, 디지털 기술에 이르기까지 음악을 둘러싼 다양한 디자인의 진화를 살펴본다.


오늘날 음악은 단순히 듣는 행위를 넘어 시각적·공간적 경험과 결합된 문화 현상으로 자리 잡았다. 음반 커버와 콘서트 포스터, 레코드플레이어와 라디오, 워크맨과 아이팟, 그리고 최신 오디오 시스템에 이르기까지 디자인은 음악이 소비되고 기억되는 방식을 끊임없이 재정의해 왔다. 〈Art of Noise〉는 이러한 변화의 과정을 한자리에서 보여주는 전시다.
포스터와 음반 커버가 만든 음악의 시각 언어
전시는 먼저 그래픽 디자인이 음악 문화에 미친 영향을 집중적으로 다룬다. 화려한 콘서트 포스터와 음반 커버, 플라이어는 단순한 홍보 수단을 넘어 특정 시대와 장르를 상징하는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 잡았다.


전시장에는 밀턴 글레이저(Milton Glaser), 빅터 모스코소(Victor Moscoso), 보니 맥클린(Bonnie MacLean), 이가라시 다케노부(Takenobu Igarashi)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의 포스터 작업이 소개된다. 또한 1950년대 모더니즘 디자인부터 1980년대 포스트모더니즘에 이르는 다양한 음반 커버 디자인도 함께 전시된다. 특히 1960~70년대 사이키델릭 록 포스터들은 샌프란시스코 카운터컬처를 상징하는 시각 언어로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뉴욕 버전의 〈Art of Noise〉는 여기에 도시 특유의 음악 문화를 추가했다. 포크, 록, 디스코, 살사, 펑크, 뉴웨이브, 힙합에 이르는 뉴욕 음악 장면을 대표하는 포스터와 그래픽 자료들이 포함된다. 또한 블루노트 레코드의 전설적인 아트 디렉터 리드 마일스(Reid Miles), 살사 음악의 시각적 정체성을 구축한 이지 사나브리아(Izzy Sanabria), 그리고 토킹 헤즈(Talking Heads)와 데이비드 번(David Byrne)의 음반 디자인을 맡았던 M&Co.의 티보어 칼만(Tibor Kalman)과 마이라 칼만(Maira Kalman)의 작업도 조명한다.
축음기에서 아이팟까지, 음악 기술의 진화
전시의 또 다른 축은 음악 재생 장치의 역사다. 전시에는 1900년대 초반 축음기부터 최신 디지털 오디오 장치까지 다양한 제품 디자인이 소개된다. 관람객은 초기 포노그래프와 트랜지스터 라디오에서 시작해 디터 람스(Dieter Rams)가 디자인한 브라운(Braun) 오디오 시스템, 아킬레 카스틸리오니(Achille Castiglioni)의 하이파이 시스템 등을 통해 음악 감상의 변화 과정을 따라가게 된다.



특히 소니 워크맨과 애플 아이팟은 음악 소비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디자인 혁신 사례로 제시된다. 워크맨은 음악을 개인적 경험으로 전환시켰고, 아이팟은 디지털 시대의 휴대용 음악 문화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 밖에도 소리를 촉각으로 변환하는 ‘뮤직: 낫 임파서블(Music: Not Impossible)’ 햅틱 수트, 론 아라드(Ron Arad)의 실험적 스테레오 시스템, 마티외 르아뇌르(Mathieu Lehanneur)의 조각적 음악 재생 장치 등도 소개된다.


특히 소니 워크맨과 애플 아이팟은 음악 소비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꾼 디자인 혁신 사례로 제시된다. 워크맨은 음악을 개인적 경험으로 전환시켰고, 아이팟은 디지털 시대의 휴대용 음악 문화를 대표하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 밖에도 소리를 촉각으로 변환하는 ‘뮤직: 낫 임파서블(Music: Not Impossible)’ 햅틱 수트, 론 아라드(Ron Arad)의 실험적 스테레오 시스템, 마티외 르아뇌르(Mathieu Lehanneur)의 조각적 음악 재생 장치 등도 소개된다.

이러한 전시는 단순히 기술 발전사를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각 시대의 제품 디자인이 당시의 생활 방식과 사회적 가치관을 어떻게 반영했는지 함께 살펴보게 한다. 음악 재생 장치는 기술과 미학, 소비문화가 교차하는 지점에서 탄생한 디자인 오브제로 읽힌다.
듣는 공간을 디자인하다
이번 전시의 핵심 설치물 중 하나는 오디오 아티스트 데본 턴불(Devon Turnbull)의 몰입형 청취 공간이다. OJAS라는 이름으로도 잘 알려진 그는 수작업으로 제작한 하이파이 오디오 시스템을 통해 전 세계 오디오 애호가들 사이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왔다.

전시장에 설치된 ‘HiFi Pursuit Listening Room Dream No. 3’는 관람객이 단순히 음악을 듣는 것이 아니라 소리 속에 둘러싸이는 경험을 제공한다. 전시 기간 동안 음악 수집가, 아카이브 전문가, 뮤지션 등이 참여하는 특별 청취 프로그램도 운영될 예정이다. 이는 스트리밍 시대에 잊혀 가고 있는 ‘집중해서 듣기’의 문화를 되살리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또 다른 주목할 만한 요소는 스웨덴 디자인 스튜디오 틴에이지 엔지니어링(teenage engineering)의 참여다. 신시사이저와 스피커 디자인으로 유명한 이들은 전시 공간 자체를 설계하고, 관람객이 새로운 음악을 탐색할 수 있는 인터랙티브 청취 환경을 구현했다. 뉴욕의 다양한 음악 장르를 기반으로 구성된 플레이리스트를 통해 관람객은 도시의 사운드 스케이프를 경험하게 된다.
음악과 디자인의 관계를 다시 묻는 전시
〈Art of Noise〉는 단순한 음악 전시도, 디자인 전시도 아니다. 오히려 두 영역이 서로를 어떻게 형성해 왔는지를 보여주는 문화사적 프로젝트에 가깝다. 디자인 전문 매체들은 이미 이 전시를 2026년 가장 주목해야 할 국제 디자인 전시 가운데 하나로 선정하며, 음악과 디자인의 관계를 가장 포괄적으로 다루는 사례라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로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에서 먼저 공개된 전시는 오디오 애호가와 디자인 전문가들 사이에서 큰 화제를 모았으며, 관람객들은 희귀한 음향 장비와 그래픽 디자인 컬렉션, 몰입형 청취 공간을 특히 인상적인 요소로 꼽았다. 음악은 들리는 예술이지만, 우리가 음악을 기억하는 방식은 종종 눈에 보이는 형태와 연결된다. 〈Art of Noise〉는 음반 커버와 포스터, 스피커와 헤드폰, 그리고 청취 공간에 이르기까지 디자인이 음악 경험을 어떻게 만들어 왔는지를 보여주며, 소리의 역사 뒤에 존재했던 또 다른 창조자들인 디자이너들의 역할을 새롭게 조명한다.
〈Art of Noise〉
주소 쿠퍼 휴이트, 스미스소니언 디자인 뮤지엄
기간 2026년 2월 13일 ~ 2026년 8월 16일
주최 및 기획 샌프란시스코 현대미술관(San Francisco Museum of Modern Art)
총괄 큐레이터 조지프 베커(Joseph Becker, SFMOMA 건축·디자인 큐레이터
홈페이지 쿠퍼 휴이트
인스타그램 @cooperhewit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