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고와 공원에서 탄생한 독일, 오스트리아의 문화공간
독일 ZK/U 센터와 오스트리아 킨더쿤스트라보어에 대하여
누군가에게는 그저 방치된 공간이었을 곳에 문화의 거점이 들어섰다. 독일의 ZK/U 센터(ZK/U, Zentrum für Kunst und Urbanistik)는 예술·도시 담론의 허브로, 오스트리아의 킨더쿤스트라보어(KinderKunstLabor)는 세계 유일의 어린이 현대미술 실험실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두 공간 모두 로컬 건축 스튜디오와 커뮤니티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베를린 모아비트(Moabit)의 옛 화물역 창고와 오스트리아 장크트 푈텐(St. Pölten)의 공원 한켠. 누군가에게는 그저 방치된 공간이었을 곳에 문화의 거점이 들어섰다. 독일의 ZK/U 센터(ZK/U, Zentrum für Kunst und Urbanistik)는 예술·도시 담론의 허브로, 오스트리아의 킨더쿤스트라보어(KinderKunstLabor)는 세계 유일의 어린이 현대미술 실험실로 새롭게 문을 열었다. 두 공간 모두 로컬 건축 스튜디오와 커뮤니티의 협업으로 탄생했다.

ZK/U 센터, 베를린
옛 화물역 창고에서 예술·도시 담론의 허브로
베를린 모아비트의 옛 화물역에 자리한 ZK/U 센터는 비영리 단체 쿤스트레퍼블릭(KUNSTrePUBLIK e.V.)이 2012년부터 예술·도시 담론의 공간으로 운영해온 곳이다. 오랫동안 임시 시설로 운영되다 2019년 유럽 공모전을 통해 피터 그룬트만 아르키텍텐(Peter Grundmann Architekten)이 증축 설계를 맡았다. 제한된 예산과 높은 수작업 비율로 완성한 이 프로젝트가 2026년 독일 최고 권위 건축상 DAM 프라이스(DAM Preis)를 수상했다. 심사위원단은 화물역 창고를 매력적인 만남의 장소로 바꾼 접근 방식, 특히 피터 그룬트만이 건물 외벽의 복잡한 연결 부위를 직접 시공한 점을 높이 평가했다.

스튜디오는 기존 단층 창고를 유리와 최소한의 철골로 이루어진 가벼운 구조물로 감싸고 그 위로 새 2층을 올렸다. 공원 안에 위치한 건물인 만큼 공원 녹지를 해치지 않고 기존 구조물을 활용했다. 입구 쪽에는 유리 구조물이 로비와 바람막이 공간을 만들고, 정원 쪽에는 바가 자리한 넓은 공간이 이어진다. 새로 올린 2층과 건물을 가로지르는 넓은 복도는 모든 방을 자연스럽게 이어준다. 건물 외부에 달린 철골 계단이 1층과 2층을 연결하며 대형 옥상 테라스로 이어진다. 지하에는 아치형 천장의 전시 공간과 바가 있다. 기존 창고, 새 2층, 지하 전시 공간, 옥상 테라스까지 모든 층이 유연하게 쓰일 수 있는 구조다.

현재 ZK/U에는 국제 아티스트와 도시 관련 연구자들이 상주하며 작업하고 있다. 격월로 열리는 귀터마르크트(Gütermarkt) 시장과 전시·워크숍 등 지역 주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이어지며, 베를린 모아비트의 예술과 일상이 만나는 공간으로 운영되고 있다.
킨더쿤스트라보어, 장크트 푈텐
어린이의 눈높이에서 지은 건물

오스트리아 장크트 푈텐 알토나 파크(Altoonapark) 한켠에 삼각형 형태의 건물이 들어섰다. 빈 기반 스튜디오 쉔커 살비 베버 아르키텍텐(Schenker Salvi Weber Architekten)이 설계한 킨더쿤스트라보어는 뮤지엄도 실내 놀이터도 아닌, 전 세계에 유례없는 건물 유형이다.

12세 이하 어린이가 비디오 아트·사진·설치·퍼포먼스 등 현대미술을 직접 체험하고 실험하는 공간으로, 연간 3회 전시를 개최한다. 설계 초기부터 유치원·학교 그룹으로 구성된 어린이 자문위원회가 참여해 전시 공간과 공원 설계에 아이디어를 반영했다. “어린이를 가르치는 방식이 아닌, 함께 놀고 탐험하는 방식으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귀엽고 알록달록한 건물을 만드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라고 미하엘 살비(Michael Salvi)는 말한다.

건물 중앙에는 여러 층을 관통하는 대형 홀이 자리하고, 이 홀에서 별 모양으로 뻗은 6개의 보가 하중을 분산하는 구조다. 건물 외벽을 감싼 세로 목재 판 사이로 내부가 살짝 비쳐 보이며, 공간의 열린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장크트 푈텐 바로크 구시가지에서 문화 지구로 이어지는 길목에 위치해 도시의 랜드마크 역할도 한다. 건물 안으로 들어서면 대형 실내 놀이터와 나선형 계단이 눈에 들어오며, 공원 곳곳에는 예술가들의 조각 작품과 놀이 시설이 어우러져 있다. 이 공간은 2024년 오스트리아 바우헤어:인넨프라이스(Bauherr:innenpreis)를 수상한 바 있다.

비어있던 창고와 공원 한 귀퉁이에서 시작된 두 공간은 각자의 방식으로 도시 안 문화의 새로운 거점이 됐다. 거창한 기획도, 스타 건축가도 아닌 로컬 스튜디오와 커뮤니티가 오랜 시간 함께 쌓아온 결과물이다.
글 최새미 객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