접고 펼치며 이동하는 가구, 리플랫팩 소파
한 번 펼친 소파를 다시 납작하게 접을 수 있다면 어떨까? ‘리-플랫팩 소파(Re-Flat Pack Sofa)’는 폼 대신 형상기억합금 니티놀을 활용해 반복해서 접고 펼칠 수 있도록 설계한 가구다. 우산처럼 간단하게 형태를 바꾸며 이동과 보관의 부담을 줄이고, 변화하는 도시 생활에 유연하게 대응한다.

이사를 할 때 가장 옮기기 어려운 가구 중 하나는 단연 소파다. 부피가 큰 데다 형태가 고정되어 있어 운송과 보관에 많은 공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조립식 가구 역시 처음에는 납작한 상태로 배송할 수 있지만, 한 번 조립하고 나면 다시 처음의 부피로 되돌리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리-플랫팩 소파(Re-Flat Pack Sofa)’는 이러한 가구의 한계에서 출발한 프로젝트다.

프로젝트가 주목한 것은 소파의 부피를 결정하는 핵심 소재인 폼(Foam)이다. 일반적인 소파에서 폼은 편안한 사용감을 만드는 데 필수적이지만, 압축할 수 있는 정도에는 물리적인 한계가 있다. 이에 ‘리-플랫팩 소파’는 폼을 더 효과적으로 압축하는 대신, 아예 폼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을 택했다.



그 자리를 대신한 소재는 형상기억합금 ‘니티놀(Nitinol)’이다. 니켈과 티타늄으로 이루어진 니티놀은 변형된 뒤에도 미리 설정된 형태로 되돌아가는 성질이 있어, 의료용 스텐트나 항공우주 분야 등에 활용돼 왔다. 제작 과정에서는 유리섬유와 강철 와이어, 나일론 로프 등 여러 소재를 실험했으며, 그중 하중을 견디는 힘과 탄성, 가벼운 무게를 동시에 만족하는 니티놀을 최종적으로 선택했다. 특히 하나의 소재가 구조를 지탱하는 프레임이자 몸을 받쳐주는 쿠션의 역할까지 함께 수행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작동 방식은 우산에서 착안했다. 중앙의 가이드 코드를 따라 누르면 지름 250mm의 슬림한 기둥이 700mm 크기의 시트로 펼쳐지며, 무게는 약 7kg에 불과하다. 패브릭으로 감싼 니티놀 와이어를 3D 프린팅 조인트에 손으로 엮어 접착제 없이 완성한 것도 특징이다.

약 1.7년간의 연구와 프로토타이핑을 거친 이 소파는 반복해서 접고 펼칠 수 있는 구조로 이동과 보관의 부담을 줄였다. 특히 이사와 이동이 잦은 도시 생활에 맞춰, 고정된 형태에 머물렀던 가구가 필요에 따라 자유롭게 형태를 바꿀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획, 디자인 윤지수
사진 윤지수
웹사이트 jisuyoon.co.kr
인스타그램 @jisuyoon.desig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