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철 주목할 유럽 남부의 디자인 레스토랑 두 곳

그리스와 포르투갈, 지역의 역사와 소재가 공간이 된 두 레스토랑

유럽 남부의 여름, 공간 자체가 목적지가 되는 레스토랑 두 곳이 있다.

여름철 주목할 유럽 남부의 디자인 레스토랑 두 곳

유럽 남부의 여름, 공간 자체가 목적지가 되는 레스토랑 두 곳이 있다. 아테네 국립 정원 안 120년 된 카페가 새 옷을 입었고, 포르투갈 알가르베에서는 땅속 2억 3천만 년 된 암염이 레스토랑 소파가 됐다. 두 공간 모두 지역의 역사와 소재를 공간 그 자체로 만들어냈다.

120년 된 카페의 귀환

아이글리 자페이우, 아테네

아테네 국립정원 안 신고전주의 양식의 자피온(Zappeion) 홀 옆, 아이글리 자페이우(Aigli Zappeiou)가 자리한다. 1904년 처음 문을 연 이후 120년 넘게 아테네 시민들의 만남의 장소로 이어져온 공간이다. 2025년 완공된 이번 리노베이션 프로젝트는 런던·아테네를 기반으로 한 네이하이저 아르기로스(Neiheiser Argyros)와 에세 스튜디오(Esé Studio)가 공동 설계를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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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renzo Zandri

두 스튜디오는 자신들의 접근 방식을 “장식적 미니멀리즘(ornamental minimalism)”이라 부른다. 고전적 요소를 살리되 덜어내고 절제해, 공간보다 사람·음식·예술이 주인공이 되도록 하는 방식이다. 고전 기둥, 패턴 대리석, 목공예를 살리면서도 군더더기를 걷어내 건물을 정원 쪽으로 개방하고 테라스와 넓은 조망을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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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renzo Zandri

3,200㎡ 규모의 복합 공간은 카페, 레스토랑, 시네마, 이벤트 홀로 구성됐다. 카페는 19세기 그랜드 카페의 전통을 잇는 공간으로, 실내외 320석을 갖췄다. 카페 중앙에는 20m 대리석 바를 설치했고, 하부 벽에는 그리스 티노스(Tinos) 섬에서 가져온 녹색 대리석을 거칠게 다듬어 붙였다. 모닝커피부터 저녁 모임까지, 아테네의 하루를 이 카페에서 시작하고 끝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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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orenzo Zandri

레스토랑은 더 조용하고 섬세한 분위기로, 150명 규모의 파인 다이닝 공간이다. 복원된 레드와 화이트 삼각형 패턴 대리석 바닥의 무늬는 나무를 끼워 넣어 만든 천장 무늬로 이어지고, 벽면을 따라 늘어선 노란 소파 좌석과 공간 중앙에 자리한 바가 공간에 온기를 더한다. 창 너머로는 아크로폴리스와 국립 정원이 펼쳐진다.


알가르베 땅이 만든 공간

아우스타, 알만실

포르투갈 알가르베 알만실(Almancil)의 아우스타(Austa)는 로컬 스튜디오 가메이루(Studio Gameiro)의 주앙 가메이루(João Gameiro)가 설계한 레스토랑이다. 공간의 출발점은 알가르베 땅 그 자체였다. “이 지역에는 도자기·직물·철·구리, 심지어 소금 채굴까지 놀라운 장인 전통이 있었다. 그것이 결국 프로젝트의 핵심이 됐다”라고 가메이루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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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niel Schäfer

설계 과정에서 가메이루는 알만실 인근 루레(Loulé) 광산의 존재를 알게 됐다. 지하 230m에서 2억 3천만 년 된 암염을 캐는 곳이었다. 이 지역에서만 나오는 특별한 소재를 공간 안에 담는 것, 그것이 가메이루가 이 프로젝트에서 가장 주목한 부분이었다. 광산 측을 설득해 자투리 암염 조각을 테라코타 타일 치수로 잘라 230개 블록을 쌓아 4m 길이 소파를 완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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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niel Schäfer

중앙 바는 이 지역 광산에서 가져온 몰레아노스(Moleanos) 석재를 조각해 만들었고, 벽은 따뜻한 베이지와 브라운 톤의 석회 스투코로 마감했다. 가구는 모두 맞춤 제작이다. 포르투갈 카페 의자에서 영감받은 나무 스툴, 현지 장인과 함께 만든 알루미늄 의자, 로마·아랍 시대 구리 세공 전통을 잇는 9개 구리 펜던트 조명이 공간 전체에 배치됐다.

음식도 같은 철학을 따른다. 헤드 셰프 다비드 바라타(David Barata)는 반경 50km 이내 로컬 식재료만 쓴다. 메뉴는 매주 바뀐다. 어부가 그날 잡아온 생선, 정원에서 직접 딴 채소가 그날의 메뉴를 결정한다. 리아 포르모자(Ria Formosa)의 굴, 알가르베산 카라비네이루(carabineiro) 새우가 대표 메뉴다. 남은 빵 껍질로 만든 마마이트 버터처럼 제로 웨이스트 원칙도 철저히 지킨다. 공간과 음식 모두, 이 땅에서 시작하고 이 땅으로 돌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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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aniel Schäfer

두 공간은 각자의 방식으로 장소가 지닌 역사와 소재를 공간으로 풀어냈다. 아이글리 자페이우가 120년의 시간과 아테네의 기억을 담았다면, 아우스타는 2억 3천만 년 된 땅속 소재를 테이블 옆으로 끌어올렸다. 아테네 국립 정원 테라스에서 고대 아크로폴리스를 마주하고, 포르투갈 남부의 따뜻한 햇살 아래 야외 테라스에서 제철 식재료로 만든 요리를 즐기는 것. 두 공간을 여름에 찾아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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