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목적이 되어줄, 건축가들이 만든 숙소 ② 해외편
발리, 일본, 중국, 덴마크,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찾은 건축가의 손길이 닿은 숙소 5
낯선 도시와 문화만큼이나, 그곳만의 건축과 공간을 경험하는 것도 해외여행의 또 다른 묘미다. 가까운 중국과 일본부터 서퍼들에게 사랑받는 발리, 디자인 도시로 손꼽히는 덴마크, 그리고 미래적인 건축으로 주목받는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어디로 떠날지 고민하고 있다면, 이번에는 도시보다 숙소를 먼저 정해보는 건 어떨까?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됐다. 국내 여행을 계획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해외를 목적지로 두고 여름휴가를 준비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낯선 도시와 문화만큼이나, 그곳만의 건축과 공간을 경험하는 것도 해외여행의 또 다른 묘미다. 지난 ‘여행의 목적이 되어줄, 건축가들이 만든 숙소 ① 국내편‘에 이어 이번에는 해외로 눈길을 돌려보았다. 가까운 중국과 일본부터 서퍼들에게 사랑받는 발리, 디자인 도시로 손꼽히는 덴마크, 그리고 미래적인 건축으로 주목받는 사우디아라비아까지. 어디로 떠날지 고민하고 있다면, 이번에는 도시보다 숙소를 먼저 정해보는 건 어떨까?
포테이토 헤드 스위트 & 스튜디오(Potato Head Suites & Studios)
인도네시아, 발리(Bali, Indonesia)
건축 OMA(Studios), Andra Matin(Suites)

발리 스미냑 해변에 자리한 ‘포테이토 헤드 스위트 & 스튜디오’는 비치클럽과 두 개의 호텔, 레스토랑, 전시 공간 등이 모인 복합 공간 ‘데사 포테이토 헤드(Desa Potato Head)’의 일부다. ‘데사(Desa)’는 인도네시아어로 ‘마을’을 뜻한다. 이름처럼 다양한 시설과 프로그램이 유기적으로 연결돼 하나의 마을 같은 경험을 만든다. 이곳은 인도네시아 건축가 안드라 마틴(Andra Matin)이 설계한 포테이토 헤드 스위트(Potato Head Suites)와 OMA가 설계한 포테이토 헤드 스튜디오(Potato Head Studios)로 구성된다. 같은 단지 안에 있지만 두 호텔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발리를 해석한다.


안드라 마틴이 설계한 스위트는 발리와 인도네시아의 재료, 장인정신을 경험하는 부티크 호텔이다. 발리 사원에 사용하는 벽돌과 티크 목재, 자바 지역의 수제 타일, 현장에서 제작한 테라조 등 인도네시아의 재료를 적극적으로 사용했으며, 객실 곳곳에는 장인들이 만든 가구와 직물, 공예품을 배치했다. 일부 가구와 오브제는 오너가 직접 수집한 개인 컬렉션으로 채워져 공간마다의 개성있는 분위기를 만든다. 모든 객실에는 발코니나 전용 정원, 개별 수영장 등 외부 공간을 마련해 발리의 자연을 가까이 누릴 수 있도록 했다.


반면 OMA가 설계한 포테이토 헤드 스튜디오는 기존 리조트의 폐쇄적인 구조를 뒤집는다. 객실을 기둥 위로 띄운 링 형태의 건물 안에 배치하고, 지상층을 비워 누구나 해변까지 걸어갈 수 있는 열린 공간을 만들었다. 이곳에서는 문화 행사와 전시, 공연, 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열리며, 옥상에는 조각공원과 레스토랑, 수영장, 스파를 연결하는 산책 동선을 계획해 건물 전체를 하나의 열린 문화 플랫폼으로 완성했다.

스튜디오의 지하에도 주목할 만한 공간이 있다. DJ 하비(DJ Harvey)와 협업해 만든 클럽 ‘클라이맥스(Klymax)’다. 이곳은 음향을 중심으로 설계한 공간으로, 벽과 천장은 최적의 사운드를 구현하기 위한 흡음 구조를 그대로 드러낸다. 충격을 흡수하는 스프링 플로어와 독립된 DJ 부스까지 적용해 음악을 가장 이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구현했다. 지상의 나무 뿌리가 유리 너머 지하 공간까지 이어지며 자연과 건축을 연결하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쇼나이 호텔 스이덴 테라스(Shonai Hotel Suiden Terrasse)
일본, 야마가타현 스루오카시(Tsuruoka, Yamagata, Japan)
건축 반 시게루(Shigeru Ban)

일본 야마가타현 쇼나이 평야에 자리한 ‘쇼나이 호텔 스이덴 테라스’는 물 위에 건물이 떠 있는 듯한 상상 속 풍경을 현실에서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스이덴(Suiden)’은 일본어로 논을 뜻한다. 산악지대에서 녹아 흘러내린 눈은 비옥한 쇼나이 평야를 만들었고, 이 지역을 상징하는 논은 호텔의 이름이자 설계의 출발점이 됐다. 2014년 프리츠커상을 수상한 건축가 반 시게루는 드넓은 논의 풍경을 해치지 않도록 건물을 낮고 가볍게 배치해, 자연 속에 조용히 스며드는 호텔을 완성했다.


원래 매립이 예정돼 있던 논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해, 건물은 하나의 큰 매스 대신 여러 동으로 나누어 배치했다. 세 개의 객실동은 모두 2층 규모로 계획해 드넓은 자연 풍경을 해치지 않도록 했으며, 중앙에는 공용 공간을 담은 커뮤니티동을 배치했다. 외부에서는 논의 풍경을 해치지 않는 낮은 목조건물이 수면 위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주고, 내부에서는 자연광과 넓은 창을 통해 어디서나 쇼나이 평야를 바라볼 수 있도록 계획했다.


객실은 하구로산, 갓산, 유도노산 등 지역을 대표하는 산의 이름을 붙였으며, 따뜻한 목재와 풍부한 자연광으로 차분한 분위기를 완성했다. 레스토랑은 ‘팜 투 테이블(Farm to Table)’을 콘셉트로 쇼나이 평야의 농산물과 제철 해산물을 활용한 요리를 선보인다.


2021년에는 호텔 단지에 두 개의 원형 스파 건물이 새롭게 들어섰다. 두 개의 원형 건물은 호텔의 직선적인 건축과 대비를 이룬다. 수면과 거의 같은 높이에서 자연을 바라보는 노천탕과 핀란드식 사우나를 갖췄으며, 계절마다 달라지는 논과 하늘을 가장 가까이에서 경험하도록 설계했다. 이 밖에도 호텔 곳곳에는 약 2,000권의 책을 비치한 라이브러리와 공용 공간을 마련해 머무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일상과 휴식으로 이어지도록 했다.
무슈 주징 호텔(Muh Shoou Zhujing Hotel)
중국, 상하이 진산구 주징(Zhujing, Jinshan District, Shanghai, China)
건축 GOA(Group of Architects), Nature Times Art Design, Z+T Studio

상하이 진산구 주징(Zhujing)에 자리한 ‘무슈 주징 호텔’은 논과 수로, 메타세쿼이아 숲으로 둘러싸인 자연 속에 들어선 호텔이다. 2026년 문을 연 이곳은 상하이 근교에 있지만 도심과는 전혀 다른 풍경을 보여준다. 약 5만㎡ 규모의 부지에는 65개의 빌라형 스위트가 자리하며, 모든 객실은 독립된 중정과 테라스, 차를 마실 수 있는 작은 정자를 갖춰 자연 속에서 조용히 머무는 시간을 제안한다.


설계를 맡은 프로젝트 총괄 건축가이자 공동 창립자 GOA 건축사사무소의의 장샤오샤오(Zhang Xiaoxiao)는 이 프로젝트의 설계 철학을 ‘땅을 바라보는 방식(A Way of Seeing the Land)’이라고 설명한다. 성공한 호텔의 형태를 다른 지역에 반복하는 대신, 장소마다 다른 자연과 풍경을 읽어 그곳만의 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로 삼았다고. 상하이 번드의 화려한 도시 풍경과 달리, 이곳은 논과 습지, 숲이 만들어내는 고요한 풍경 자체를 건축에 반영했다.


건축은 중국 고전 정원의 공간 경험을 현대적으로 해석했다. 중정과 로비, 정원을 따라 이어지는 동선은 풍경을 한 번에 보여주기보다 걷는 동안 시야가 열리고 닫히기를 반복하며, 걸음을 옮길 때마다 새로운 풍경을 마주하도록 설계했다. 각 객실에 독립된 정원을 마련한 이유도 자연과 조금 더 가까운 거리에서 머무는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다.


이 호텔은 사람들 사이의 자연스러운 관계를 만드는 데도 집중했다. 국제적인 리조트처럼 넓은 로비를 두기보다 규모를 줄인 공용 공간을 배치해 머무는 이들이 자연스럽게 만나고 대화를 나누도록 계획했다. 이러한 접근은 서비스 공간에서도 이어진다. 직원과 투숙객의 동선을 완전히 분리하지 않고 나란히 배치해 서로를 동등하게 존중하는 ‘중국식 환대’를 공간으로 풀어냈다. 레스토랑은 정원보다 한 단 낮게 계획해 땅과 가까운 시선에서 식사하도록 했으며, 인근 농장의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통해 지역의 풍경과 계절의 변화를 식탁 위까지 이어간다.
어 플레이스 투 호텔 에스비에르(A Place To Hotel Esbjerg)
덴마크, 에스비에르(Esbjerg, Denmark)
건축 BIG(Bjarke Ingels Group)

덴마크 서부 항구도시 에스비에르에 자리한 ‘어 플레이스 투 호텔 에스비에르’는 주거와 호텔을 결합한 복합 프로젝트다. 2021년 문을 연 이곳은 BIG(Bjarke Ingels Group)가 설계했으며, 가장 높은 17층 타워의 상부 9개 층에 호텔을 배치했다. 북해와 도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입지와 독특한 외관으로 에스비에르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다.


건축은 하나의 모듈을 반복해 다양한 형태를 만드는 방식에서 출발했다. 쐐기 형태의 객실 모듈을 서로 마주 보도록 배치하고 이를 반복해 하나의 층을 구성했으며, 발코니의 방향을 층마다 달리 조합해 같은 요소만으로도 입체적인 타워를 완성했다. 중앙에는 나선형 계단과 엘리베이터를 하나의 코어로 묶어 효율적인 평면을 만들었고, 반복되는 모듈만으로도 다채로운 외관을 구현해 단순한 요소의 반복으로 새로운 형태와 공간 경험을 만드는 BIG의 설계 방식을 잘 보여준다.

호텔은 ‘A Place To’ 브랜드의 콘셉트에 맞춰 단기 숙박과 장기 체류의 경계를 허문 공간을 지향한다. 모든 객실에는 발코니와 간이 주방을 갖춰 일반 호텔보다 집처럼 머물 수 있도록 했으며, 실내는 덴마크 가구 브랜드 HAY의 제품으로 꾸몄다. 최상층의 레스토랑 플레이트(Plates)에서는 북해와 에스비에르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으며, 라운지와 공용 공간 역시 여행객들이 자유롭게 이용하도록 계획했다.


호텔은 개관 이후 높은 수요를 기록하며 새로운 변화를 맞았다. 운영사인 코어 호스피탈리티(Core Hospitality)는 기존 주거 공간 일부를 호텔 객실로 전환해 객실 수를 117실에서 214실로 확대했으며,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해 현재의 운영 체계를 갖췄다. 주거와 호텔의 경계를 유연하게 넘나드는 이 프로젝트는 변화하는 숙박 수요에 대응하는 새로운 복합 숙박 모델을 제시한 사례로 평가받고 있다.
누주마, 리츠칼튼 리저브(Nujuma, a Ritz-Carlton Reserve)
사우디아라비아, 움마하트 제도(Ummahat Islands, Red Sea, Saudi Arabia)
건축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

포브스(Forbes)가 선정한 ‘2024 세계 최고의 신규 호텔(The World’s Best New Hotels)’에 이름을 올린 ‘누주마, 리츠칼튼 리저브’. 사우디아라비아 홍해의 움마하트 제도에 자리한 이곳은 사우디아라비아의 초대형 관광 개발 사업 ‘홍해 프로젝트(The Red Sea Project)’를 대표하는 리조트다. 약 200km에 이르는 홍해 해안과 90여 개의 섬을 친환경 관광지로 개발하는 이 프로젝트는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 세계적인 럭셔리 관광지를 조성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누주마(Nujuma)’는 아랍어로 ‘별’을 뜻한다.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는 수정처럼 맑은 바다와 ‘블루 홀(Blue Hole)’이라 불리는 해역을 중심으로 수상 빌라를 원형으로 배치하고, 양쪽 섬에는 비치 빌라와 스파, 레스토랑, 비치클럽 등을 계획해 바다 위에 별자리가 펼쳐진 듯한 풍경을 만들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에는 자연에 최소한만 개입하는 ‘라이트 터치(Light Touch)’ 설계가 있다. 모든 빌라는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목재 모듈을 현장에서 조립하는 방식으로 시공해 섬의 생태계 훼손을 최소화했으며, 외벽은 질감 있는 로프로 마감해 해안의 풍경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했다. 넓은 간격으로 배치된 건물은 섬의 지형을 따라 자리 잡으며, 자연을 바꾸기보다 기존 풍경 속에 조용히 스며드는 방식을 선택했다.


건축의 형태 역시 홍해의 자연에서 출발했다. 총 63개의 수상·비치 빌라와 공용 공간은 조개껍데기의 유기적인 형태와 해안의 부드러운 곡선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했으며, 모든 객실에는 바다를 향한 전용 인피니티 풀과 넓은 테라스를 마련했다. 실내는 바다와 모래의 색감, 지역 전통에서 영감을 받은 소재와 기하학적인 디테일을 적용해 외부 풍경과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계획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