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마지막 작업실, 뮤지엄이 되다
샌프란시스코 필드 오피스를 복원한 체험형 뮤지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에리에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의 마지막 외부 작업실이 대중에게 열렸다. 샌프란시스코 필드 오피스를 복원해 뮤지엄으로 만든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필드 오피스 뮤지엄이 지난 6월 27일 개관했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에리(Erie)에 건축가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Frank Lloyd Wright)의 마지막 외부 작업실이 대중에게 열렸다. 탈리에신(Taliesin)과 탈리에신 웨스트(Taliesin West), 시카고 자택 외 유일한 공식 업무 공간인 샌프란시스코 필드 오피스다. 이를 복원해 뮤지엄으로 만든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필드 오피스 뮤지엄(Frank Lloyd Wright Field Office Museum). 지난 6월 27일 헤이건 역사센터(Hagen History Center) 안에 문을 열었다. 약 84평 규모의 ‘뮤지엄 속 뮤지엄’이다.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는 자연과 건축이 하나의 유기체처럼 어우러져야 한다는 ‘유기적 건축(Organic Architecture)’ 개념을 정립한 20세기 건축의 거장이다. 낙수장(Fallingwater),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 등 건축사에 남을 작품을 설계했다. 이번 박물관은 그의 건축을 전시하는 대신, 건축이 탄생한 공간 자체를 보존하고 경험하게 만든다.
라이트의 마지막 외부 사무실
1951년, 라이트는 북부 캘리포니아 프로젝트를 위해 샌프란시스코 그랜트 애비뉴 319번지 건물 2층에 필드 오피스를 열었다. 협업 건축가 애런 그린(Aaron Green)과 함께 사용한 이곳에서는 라이트 생애 최대 규모의 커미션이자 유일한 공공건축인 마린 카운티 시빅센터(Marin County Civic Center)를 비롯한 후기 대표작들이 설계됐다. 라이트는 1959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이곳에서 일했고, 그린은 사무실을 자신의 작업실이자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재단 본부로 1988년까지 사용했다.

이후 사무실은 해체라는 또 다른 운명을 맞는다. 그린은 공간의 가치를 알아보고 레드우드 합판과 루버, 가구를 하나하나 번호를 붙여 분해한 뒤 크레이트에 담아 보관했다. 수집가에게 넘어간 오피스는 1993년 피츠버그 카네기 미술관 하인츠 건축센터에서 유리 너머 전시됐지만, 2000년 전시 종료 후 다시 수장고로 들어갔다. 2004년 매각 당시 카네기 미술관 관장 리처드 암스트롱은 “이 공간을 제대로 유지할 수 있는 기관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말하기도 했다.
그 역할을 자임한 곳이 헤이건 역사센터다. 2020년 오피스는 마치 플랫팩 가구처럼 상자에 담겨 에리에 도착했고, 보존 건축가 제프 키더(Jeff Kidder)의 주도로 2021년 원형 복원이 완료됐다. 유리 뒤에서만 볼 수 있었던 공간이 직접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장소가 된 것이다.
건축가의 책상 앞에 서다

새롭게 확장한 박물관은 오피스 약 28평과 체험 전시 공간 약 48평을 더했다. 전시 디자인은 위스콘신주 매디슨의 제브라독이, 시공은 해들리 엑시비츠(Hadley Exhibits)와 키더 제퍼리스 컨스트럭션(Kidder Jefferys Construction)이 맡았다.
입구에서는 배우가 연기한 라이트가 영상으로 관람객을 맞이한다. 1950년대 촬영 장비를 사용해 시대감을 살렸다. 근접 센서가 방문객을 감지하면 그는 실제 클라이언트를 대하듯 유기적 건축과 자신의 철학을 이야기한다. 공간에는 전화벨 소리와 제도사들의 대화, 창밖 샌프란시스코 거리의 소음이 흐른다. “제도사들이 잠시 점심을 먹으러 나간 사이 작업실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라고 슈미츠는 말한다. 제도실 창문은 당시 오피스에서 보이던 그랜트 애비뉴 풍경을 재현했다.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라이트가 자신의 디자인 세계에 영향을 줬다고 말한 프뢰벨 블록을 직접 만져보고, 라이트 스타일의 위스테리아 스테인드글라스를 축소 제작해 가져갈 수도 있다. 라이트는 탈리에신에서 도제들과 함께 농사짓고, 요리하고, 건물을 유지·보수하며 ‘행하며 배운다(Learning by Doing)’를 실천했다. 손으로 직접 만드는 체험은 그 철학의 연장선에 있다. 친필 편지와 1950년식 크로슬리 핫샷 로드스터, 가구와 스테인드글라스 복제품 등 새롭게 공개된 유물도 함께 전시된다.
필드 오피스에 담긴 건축 언어

필드 오피스는 작은 규모지만 라이트의 건축 언어가 응축된 공간이다. 전체는 레드우드 합판으로 구성됐으며 기존 건물의 바닥판 위에 독립적으로 놓이는 자립 구조를 갖췄다. 벽체에 의존하지 않는 설계는 라이트의 구조적 실험이다. 공간에는 그가 즐겨 사용한 120도 기하학이 적용돼 실제보다 넓은 공간감을 만들고, 벽은 천장까지 닿지 않는다. 대신 수직 루버와 반투명 유리가 시선을 완전히 차단하지 않으면서 공간을 구분한다.
천장 높이도 의도적으로 달리했다. 진입부와 제도실은 높고 개방적이지만, 라이트의 개인 사무실은 목재와 유리 캐노피를 낮게 드리워 사적인 분위기를 만든다. 높은 천장에서 낮은 천장으로, 다시 높은 천장으로 이어지는 공간의 흐름. 라이트가 즐겨 사용한 ‘압축과 해방(Compression & Release)’ 개념이다. 천장 높이의 변화로 공적 공간과 사적 공간을 나누는 방식은 낙수장을 비롯한 그의 대표작에서도 반복된다.

세부 요소 역시 유기적 건축의 철학을 드러낸다. 선반과 루버는 단순히 맞닿는 것이 아니라 서로 맞물리며 연장되고, 캔틸레버 구조는 작은 작업실 안에서도 존재감을 드러낸다. 평생 일본 미술을 수집했던 라이트가 배치한 병풍은 모서리를 감싸며 공간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을 만든다. 입구의 붉은 세라믹 타일은 라이트가 평생 자신의 서명처럼 사용한 ‘레드 스퀘어(Red Square)’ 모티프로, 뉴욕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과 마린 카운티 시빅센터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5피트 8인치(약 173cm)로 알려진 라이트의 체구에 맞춰 개인 책상은 벽에 바짝 붙어 있고, 방문객 두 명이 앉을 자리가 전부다. 전시 디자인을 맡은 제브라독(Zebradog)의 마크 슈미츠는 이 오피스를 “레드우드 합판으로 만든, 지금껏 본 것 중 가장 아름다운 공간 중 하나”라고 표현했다.

전시 마지막에는 라이트가 설계한 가장 작은 구조물인 개집 ‘에디의 집(Eddie’s House)’의 재현과 가장 큰 프로젝트인 마린 카운티 시빅센터(Marin County Civic Center) 사진이 나란히 놓인다. 둘 다 샌프란시스코 필드 오피스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이 박물관에는 완성된 건축물이 없다. 건축이 시작되던 자리가 있을 뿐이다. 헤이건 역사센터 CEO 칼 파이퍼는 “라이트라는 사람을 이해하지 못하면 그의 건축도 제대로 이해할 수 없다”고 말한다.
Frank Lloyd Wright Field Office Museum
주소 헤이건 역사센터(356 W. Sixth St., Erie, PA)
운영 시간 화 -토 10:00 – 17:00, 일요일 12:00 – 17:00
웹사이트 hagenhistory.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