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크 게리의 마지막 작품이 펼쳐지는 아부다비

건축 거장이 남긴 마지막 유산

21세기 해체주의 건축을 대표하는 프랭크 게리. 지난해 세상을 떠났지만 게리의 마지막 설계인 '다르 알 푸눈 아부다비'가 최근 착공에 들어가며, 그가 남긴 건축적 유산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프랭크 게리의 마지막 작품이 펼쳐지는 아부다비

프랭크 게리(Frank Gehry)는 21세기 해체주의 건축을 대표하는 인물로 ‘가장 조각적인 건축가’로 불린다. 이런 별명은 그의 대표작들을 보면 어렵지 않게 이해할 수 있다. 그는 건축을 하나의 거대한 조형물처럼 다루며 우연성, 즉흥성에 의해 구성된 독특한 형태를 가진 건축을 설계해 왔다. 빌바오 구겐하임미술관, LA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파리 루이비통 재단 미술관, 루마 아를 아트 센터 등 자유롭고 율동적인 선이 흘러넘치는 그의 작품은 기존 건축의 틀을 넘어선다는 평가를 받았다.

생애 마지막까지 활발한 활동을 펼쳤던 게리는 지난해 12월, 향년 96세로 세상을 떠났다. 현대 건축의 흐름을 바꾼 거장의 부고에 전 세계 건축계는 깊은 애도를 표했다. 비록 그의 삶은 막을 내렸지만 그가 남긴 마지막 설계는 이제 현실이 되고 있다. 최근 아부다비에서 ‘다르 알 푸눈 아부다비’가 착공에 들어가면서, 게리가 남긴 건축적 유산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거장이 남긴 유산, ‘다르 알 푸눈 아부다비

아부다비 문화관광부(DCT Abu Dhabi)가 최근 ‘다르 알 푸눈 아부다비(Dar al Funoon Abu Dhabi)’의 착공을 공식 발표했다. 아랍어로 ‘예술의 집’을 뜻하는 이 기관은 문화 교류와 국제 협력을 위한 세계적 수준의 예술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아부다비의 비전을 담고 있으며, 문화 인프라에 중점적으로 투자하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공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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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정

아부다비 문화관광부 모하메드 칼리파 알 무바라크(Mohamed Khalifa Al Mubarak) 의장은 “다르 알 푸눈 아부다비는 예술적 표현에 대한 우리의 장기적인 투자를 나타내며, 문화 발전에 대한 우리의 포괄적인 접근법을 반영한다. 이는 우리의 가치에 뿌리를 두고, 우리 국민에 의해 형성되며, 세계를 향해 열린 접근법이다.”라고 밝혔다. 향후 이곳은 공연예술을 중심으로 예술가들의 레지던시 프로그램 및 국제 공동 프로젝트 운영 등의 활동을 통해 아부다비가 중동 문화 예술의 거점으로 자리매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맡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사디야트 문화지구, 세계 건축가들이 만든 문화 클러스터

사디야트 문화 지구(Saadiyat Cultural District) 인근에 들어서는 다르 알 푸눈 아부다비는 2030년 개관을 목표로 건설되고 있다. 문화 지구 내에는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구겐하임 아부다비(Guggenheim Abu Dhabi) 역시 개관을 준비 중에 있다. 이처럼 세계적인 문화시설 두 곳을 맡게 된 게리는 아부다비가 추진하는 문화도시 전략을 상징하는 건축가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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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정

아부다비의 대형 문화 예술 클러스터인 사디야트 문화 지구에는 이 밖에도 세계적인 미술관·박물관이 들어선 문화 허브로 이름을 알리고 있다. 사디야트 문화 지구의 핵심적인 특징은 세계적인 문화기관들이 모여 있다는 점뿐만 아니라, 각 시설을 세계적인 건축가들이 설계했다는 데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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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정

이곳을 대표하는 미술관인 루브르 아부다비는 ‘빛의 건축가’로 알려진 장 누벨(Jean Nouvel)의 손길로 탄생했다. 아랍에미리트를 상징하는 매의 날개를 독특한 외관으로 시각화한 자이드 국립 박물관은 하이테크 건축의 거장 노먼 포스터(Norman Foster)의 건축 사무소, 포스터 앤 파트너스(Foster + Partners)가 설계했다. 오각형이 모여 유기적인 형태를 완성하는 아부다비 자연사 박물관은 네덜란드의 명문 건축 사무소 메카누(Mecanoo)의 작품이다. 이 밖에도 알 아인 박물관, 팀 랩 페노메나 등 독창적인 건축미를 자랑하는 문화 공간들이 예술을 사랑하는 이들의 발걸음을 사로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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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민정

이와 같이 다채로운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품고 있는 사디야트 문화지구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 다르 알 푸눈 아부다비에는 2,000석 다목적 공연홀을 비롯하여 3,500석의 야외 원형극장과 400석의 스튜디오 극장, 250석의 재즈 공연장이 포함된다. 전체 공간의 수용 인원은 총 6,000명 이상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시설을 기반으로 대형 오페라와 발레는 물론 실험적인 공연과 재즈 공연까지 다양한 장르를 수용할 수 있게 된다. 일 년 내내 밤낮을 가리지 않고 이벤트, 공연, 프로그램이 진행될 이 공연 전용 예술 공간은 박물관 위주였던 문화 지구의 인프라가 공연 예술로 확장되는 것을 돕는 역할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프랭크 게리가 그린 공연예술의 공간

중동에서 가장 규모가 크고 기술적으로 앞선 예술 공간의 디자인은 프랭크 게리의 건축 언어가 더해지며 독보적인 아름다움을 뽐낼 예정이다. 건축가는 아랍에미리트의 문화적 열망을 반영하는 동시에 음악과 공연의 활기를 표현하기 위해 부지 위로 흘러내리는 물결치는 천과 같은 형태의 외관을 설계했다. 덕분에 건물 자체가 공연의 움직임과 리듬을 시각적으로 형상화한 듯한 인상을 준다. 1997년 개관한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도시 재생의 상징으로 자리 잡으며 이른바 ‘빌바오 효과(Bilbao Effect)’라는 용어를 탄생시켰던 것처럼, 이번 프로젝트 역시 문화시설을 통해 도시의 경쟁력을 높이려는 아부다비의 전략을 상징하는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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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부다비 문화관광부 페이스북

다르 알 푸눈 아부다비에서 또 하나 눈여겨볼 부분은 투명한 전면부다. 이를 통해 외부에서 공연 준비 과정과 내부 공간을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는 개방성, 참여, 문화 교류에 힘쓰는 아부다비 정부의 노력을 반영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투명한 유리와 햇빛을 받아 반짝이는 금속 외장은 예술이 도시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건축적 메시지를 전달한다. 건축의 독특함이 지역의 특성을 돋보이게 만드는 디자인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완공이 되려면 몇 년이 더 흘러야 하지만, 건축물에 대한 세계의 관심은 벌써부터 뜨겁다.

아부다비는 2021년부터 유네스코 음악 창의도시로 지정되었으며 버클리 아부다비(Berklee Abu Dhabi) 공연 예술 교육 센터, 바이트 알 우드(Bait Al Oud) 음악 아카데미, 2025년 국제 재즈 데이(International Jazz Day) 개최지로 활용되며 중동의 대표적인 문화 예술 도시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문화 인프라를 확장시킬 공간의 설립이 더해지면서 아부다비는 중동의 문화 허브로서 위상을 더욱 드높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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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부다비 문화관광부 페이스북

앞으로 다르 알 푸눈 아부다비는 세계적인 공연예술을 유치하는 동시에 지역 예술가를 육성하고 국제 협력을 확대하는 플랫폼으로 기능하며, 아부다비가 문화도시로 도약하려는 전략의 중심축을 담당하게 된다.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아랍에미리트를 넘어 중동의 핵심 예술 공간이 될 이 문화 시설이 2030년에 어떻게 현실화될지 궁금해진다.

루브르 아부다비, 구겐하임 아부다비, 자연사 박물관, 그리고 다르 알 푸눈 아부다비까지. 현재 아부다비는 단편적인 건축물 조성을 넘어 도시 전체를 유기적인 문화 클러스터로 진화시키는 중이다. 세계적인 건축가와 글로벌 문화기관을 축으로 삼아 도시 자체를 하나의 거대한 예술 공간으로 탈바꿈하려는 이 대담한 전략이 앞으로 중동의 문화 지형을 어떻게 바꾸어 놓을지 전 세계의 기대가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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