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영감을 받은 스몰 브랜드 4
문구부터 의류까지, 자연에서 출발한 네 브랜드
오와영, 연록, 세이, 티크. 자연을 모티프로, 소재로, 공정으로 끌어들이는 네 브랜드를 소개한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는다는 말은 낯설지 않다. 다만 자연의 무엇을 발견하고, 그것을 어떤 방식으로 옮기는지는 저마다 다르다. 길가에 핀 이름 모를 꽃, 계절마다 달라지는 잎의 모양, 천에 남은 식물의 흔적, 손끝에서 빚어진 흙의 질감. 자연을 모티프로, 소재로, 공정으로 끌어들이는 네 브랜드를 모았다.
계절의 모습을 기록하는 오와영


오와영(@oannnd0)은 주변에서 마주친 풀과 꽃을 그린다. 봄동 비빔밥을 먹다 그리고 싶어진 배추, 작업실 앞에서 꽃대를 올린 나비란, 고양이가 탈이 나면 뜯어 먹는다는 전설이 있는 괭이밥까지. 일상에서 눈에 들어온 식물이 그림의 소재가 된다. 색연필과 수채화로 그린 식물은 엽서와 노트, 마스킹테이프, 코스터가 되어 다시 생활로 돌아온다.


엽서에는 그림과 함께 식물에 얽힌 이야기를 적고, 매달 하나의 식물을 그려 달력 이미지로 공유하기도 한다. 수채화의 번지는 질감을 살린 코스터에는 ‘땡코스터’라는 이름을 붙였다. 컵 받침에 한정하지 않고 화분 받침이나 연필꽂이 아래 등 자유롭게 쓰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자연에서 만나는 것들은 모두 자기만의 아름다움을 지니고 각자 다른 방식으로 살아간다.” 엽서 가게 포셋에 남긴 오와영의 글처럼, 이들의 물건에도 자연을 바라본 시간이 남는다.

‘계절의 모양’ 마스킹테이프는 겨울과 봄의 식물 24가지에서 시작해 도라지꽃, 산딸기, 연잎을 담은 ‘여름의 모양’까지 이어졌다. 이제 남은 계절은 하나. 선선한 바람과 함께 찾아올 가을의 모양을 기다려본다.
꽃 앞에 멈춰 선 마음, 연록

‘연한 초록빛’에서 이름을 가져온 연록(@yeonrok.official)은 끈갈피와 책갈피, 키링을 만든다. 꽃과 식물의 형태를 손으로 만들고 채색해 책장과 일상에 놓이는 작은 물건으로 옮긴다.


대표 제품 능소화 키링은 형태를 잡고 조색과 채색, 코팅까지 모두 손으로 완성한다. 같은 능소화라도 꽃잎의 결이나 모양, 색이 조금씩 다르다. 자연의 꽃이 모두 같은 모습으로 피지 않듯, 연록의 꽃도 유일무이한 한 송이가 된다.

책과 관련한 협업도 이어간다. 문학동네와는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와 〈흰〉, 문학동네시인선 〈우리를 세상의 끝으로〉와 〈내가 아직 쓰지 않은 것〉까지 네 권의 끈갈피를 만들어 2025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선보였다. 다산북스와는 클레어 키건의 〈남극〉에 눈꽃 끈갈피를 제작했다.

2025년 광복 80주년에는 ‘영원히 피고 또 피어나는 꽃’이라는 뜻의 무궁화로 끈갈피를 제작하고 판매 수익을 독립유공자 후손 주거개선 사업에 기부했다.


연록이 자연에서 발견하는 것은 ‘멈춤’이다. 마음이 불안하거나 심란할 때 산책을 나서고, 길가에 꽃이 피어 있으면 그 앞에 멈춰 선다고 한다. 그 멈춤이 끈갈피가 되고, 다시 누군가의 책 사이에서 또 다른 멈춤을 만든다.
흙에서 빚은 상상의 씨앗, 세이(SEI)



세이(@sei_ceramic)는 세라믹과 실버로 주얼리와 오브제를 만든다. 자연의 형태를 흙으로 빚고, 안료와 재, 산화물을 배합해 직접 개발한 유약으로 색을 입힌다. 색을 닮은 자연의 이름을 그대로 붙였다. 오션, 셸, 샌드.


대표 컬렉션 ‘Seed of Imagination’은 실제 씨앗을 관찰하는 데서 시작했다. 비대칭적인 씨앗의 형태를 들여다본 뒤,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다섯 가지 씨앗을 상상해 만들었다. 그렇게 빚은 상상의 씨앗은 몸에 닿는 주얼리가 되고, 공간 한편에 놓이는 오브제가 된다.


조개껍질과 파도의 곡선을 닮은 ‘셸 스푼 홀더’, 포도를 떠올리게 하는 이어링과 화병, 잎이 흙에서 솟아오르는 모습을 표현한 리프 마그넷 등에서도 자연의 형태를 발견할 수 있다. 메이드바이에고와의 협업에서는 소나무 재로 붉은 유약을 만들었다. 산과 마을 어디에나 있는 나무에서 색을 얻은 것. 재료와 불이 만나 어떤 결정이 맺힐지는 가마를 열기 전까지 알 수 없다.

세이는 세라믹 클래스를 통해 흙을 직접 빚어보는 시간도 마련한다. 자연에서 발견한 형태가 손을 거쳐 일상 가까이의 물건으로 바뀌는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 있다.
자연의 색과 흔적을 입는 티크(teak)


서울 기반 여성복 브랜드 티크(@teak.seoul)는 자연에서 얻은 색과 형태를 천연 염색과 에코 프린팅으로 패브릭에 옮긴다. 블루베리로 스카프를 물들이고, 메리골드와 블루베리로 실크 원피스를 만든다. 단풍잎과 유칼립투스로 물들인 울 스카프에는 식물의 향까지 은은하게 남는다.




에코 프린팅은 꽃과 잎의 형태를 원단 위에 직접 남기는 방식이다. 팬지와 은방울꽃, 작약, 양귀비 등의 식물이 오랜 시간에 걸쳐 천 위에 흔적을 남긴다. 인쇄한 문양이 아니라 식물이 직접 만든 흔적인 만큼, 원단마다 자연스러운 차이가 생긴다.



이렇게 쌓은 자연 염색 작업은 ‘에센셜 컬렉션’으로 이어진다. 자연의 색과 문양을 담은 패브릭을 셔츠와 스커트, 팬츠, 백 등으로 확장하고, 2026년 SS에는 네 번째 컬렉션 ‘Petals Whisper’를 선보였다.



남은 아카이브 패브릭은 다른 쓰임으로 이어진다. 올여름 북촌에서 열린 〈보따리 BOTTARI〉전에서는 지난 시즌의 자투리를 모아 보자기를 만들었고, TEMPORARY OPEN과 협업한 조명 오브제 ‘SOAR LAMP’에도 같은 패브릭을 활용했다. 국립중앙박물관 〈푸른 세상을 빚다, 고려 상형청자〉전의 쇼케이스 아트월 역시 자연 염색 패브릭으로 작업했다. 자연에서 얻은 색과 흔적은 천에 남고, 그 천은 옷에서 오브제와 공간으로 쓰임을 넓혀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