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가 얼굴을 가지게 된 이유는?

인간과 교감하는 미래 모빌리티의 혁신

자동차에 얼굴을 더한 소형 전기차 ‘칩’. 원격 운전과 AI 기술을 접목해 사람과 교감하는 한편, 자동차와 사람의 소통을 위한 디자인이 어떻게 발전해왔는지 살펴본다.

자동차가 얼굴을 가지게 된 이유는?

SUV와 세단이 주류를 이루고 있는 자동차 시장에서 점차 소형차가 새로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도시 거주 인구가 늘어나면서 가까운 거리를 효율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수단에 대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비 효율이 좋고 주차 공간을 많이 차지하지 않는 소형차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 여기에 자율주행 및 AI 기술 등이 더해지면서 새로운 운전 경험을 제공하는 모델들이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자동차에 얼굴을 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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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칩 모터스 인스타그램

이런 가운데 미국 마이애미의 스타트업 칩 모터스(Chip Motors)는 ‘생활 필수 차량(Life Utility Vehicle, LUV)’을 표방한 소형 전기차 ‘칩(Chip)’을 선보이며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정식 출고 및 고객 인도는 내년으로 예정되어 있지만, 공개와 동시에 큰 관심을 받고 있는 중이다. 4인승과 6인승 두 가지 모델로 출시되며 최고 속도는 시속 25마일(약 40km/h)이다. 고속도로보다는 시속 35마일(약 56km/h) 이하의 제한속도가 적용되는 도로에서 사용이 가능한 저속차량(LSV) 규격에 맞춰 설계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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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칩 모터스 홈페이지

가볍게 어디든 다닐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이 LUV는 언뜻 골프 카트와 닮아있다. 이는 창업자인 제이미슨 뎃와일러(Jameson Detweiler)가 팬데믹 기간에 발견한 흥미로운 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한다. 그는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사람들이 골프 카트를 타고 해변이나 식료품점까지 이동하는 모습을 보고 칩을 개발하게 되었다고 밝혔다. 골프 카트가 도로 주행용으로 제작된 차는 아니지만 단거리 이동에서 높은 활용성을 보인다는 점에 착안해 이와 유사하면서도 도로 주행 안전기준을 충족하는 새로운 차량을 개발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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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칩 모터스 홈페이지

차량 내에 아무도 없을 때도 이동시킬 수 있도록 지원하는 원격 운전 서비스 ‘칩 고(Chip Go)’는 칩의 여러 매력적인 부분 중 하나로, 전문 교육을 받은 운전자가 360도 시야를 제공하는 카메라와 센서를 통해 원격으로 조종하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자율주행에 대한 우려를 일부 해소했다. 이 서비스는 식료품 배달하기, 스스로 주차 공간 찾기, 집으로 돌아가기, 세차장 이동하기 등과 같은 다양한 활용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이 차가 특별한 이유는 자동차에 ‘얼굴’을 부여했다는 것이다. 헤드 램프는 눈의 역할을 하고, 라디에이터 그릴에는 디스플레이를 적용해 입을 표현한다. 상황에 따라 웃거나 혀를 내미는 등 다양한 표정이 연출되며 귀여운 인상을 준다. 음성 어시스턴트 기능이 있어 탑승자가 말을 걸면 인사나 농담을 건네며 친근하게 반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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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칩 모터스 인스타그램

이러한 상호작용은 사람과의 교감에 도움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더 나아가 차량 관리에도 효과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 주행 가능 거리를 고려해 충전소를 추천하고, 타이어 공기압 상태를 알려주며, 집에 가까워지면 미리 에어컨을 켤지 물어보기도 한다. 이동 수단을 넘어 개인 비서이자 동네 친구 같은 존재를 지향한 것이다. 마치 픽사 애니메이션 ‘카(Car)’의 캐릭터와 함께 이동하는 듯한 경험을 제공하는 칩은 자동차와 인간의 상호작용이 미래 자동차 산업에서 중요한 경쟁 요소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전부터 이어져 온 시도

칩의 친근한 디자인과 태도는 사람들에게 새로운 이동 경험을 선사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 기업들은 이전부터 운전자와 보행자, 그리고 주변 환경과 어떻게 교류할 수 있을지에 대해 꾸준하게 고민해왔다. 이런 고민은 자율주행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동차가 여러 환경과 다각도로 상호작용할 수 있는 존재로 변화하게 되면서 본격화되었다.

차량이 자신의 의도와 상태를 외부에 전달하기 위해서는 직관적인 표현 방식이 필요했고, 자연스럽게 자동차의 전면부에 소통할 수 있는 창구를 더하는 시도가 이루어졌다. 이런 가운데 얼굴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이 선택되는 사례가 늘어났다. 인간은 오래전부터 무생물에게도 인간처럼 감정을 투영해왔기에 소통을 위해서 자동차에 얼굴을 부여한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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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메르세데스 벤츠 홈페이지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공개된 ‘스마트 비전 EQ 포투(Smart Vision EQ Fortwo)’는 전면의 라디에이터 그릴 대신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콘셉트카였다. 전기차에서 그릴은 필수 요소가 아니기 때문에 이 공간은 운전자와 주변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창으로 활용되었다. 이 디스플레이는 보행자들과 소통을 비롯하여 날씨, 뉴스, 시간 등과 같은 다양한 정보가 표시되도록 디자인되었다. 비록 콘셉트카에 머물렀지만, 자동차가 사람과 직접 상호작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사례로 평가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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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재규어 랜드로버 뉴스룸

재규어 랜드로버는 자율주행 차량에 대한 사람들의 신뢰도를 파악하기 위한 연구의 일환으로 차량에 ‘가상 눈(Virtual Eye)’을 장착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당시 조사에서 보행자의 63%가 미래에 자율주행차가 다닐 도로를 건너는 것이 얼마나 안전할지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이에 재규어 랜드로버 미래 모빌리티 부서의 첨단 엔지니어 팀은 ‘버추얼 아이팟(Virtual Eye Pod)’을 개발해 가상 도심 거리 환경에서 자율주행 실험을 진행했다. 이 차량은 보행자들이 길을 건너려고 기다리는 동안 그들의 행동을 분석해 대응했다.

이 차량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차체 상단에 달린 ‘눈’이었다. 보행자를 실제로 쳐다보는 것처럼 움직이는 눈은 도로를 건너는 이들을 식별하고 충돌을 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직관적으로 전달했다. 자동차가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게 만드는 이 작은 장치는 사람과 자율주행차 사이에 믿음을 형성하는 새로운 소통 방식을 제안했다. 연구 단계에 머물렀지만, 이후 디자이너와 엔지니어들에게 영감을 주는 아이디어로 평가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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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폭스바겐 홈페이지

폭스바겐도 이와 관련된 다양한 아이디어를 선보였다. ‘세드릭 콘셉트(Sedric Concept)’는 전면 디스플레이에서 눈을 연상시키는 조명을 적용해 차량의 정지 의사를 간단하면서도 유쾌하게 표현하고자 했다. 이어 ‘ID. 코드(ID. CODE)’에서는 차세대 AI 지원 인텔리전트 라이팅 시스템 ‘라이트 클라우드(Light Cloud)’를 선보였다. 이는 보행자 및 주변 환경에 차량의 상태와 정보를 시각적으로 전달하는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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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폭스바겐 홈페이지

두 모델 모두 자동차의 상태와 정보 전달 기능을 현실적인 기술로 풀어냈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또한 외부 환경과 운전자의 소통을 이끌어내는 것뿐만 아니라 자동차를 개인 비서처럼 활용하며 미래 모빌리티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는 평가도 얻었다. 자동차가 그저 이동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일상을 함께 하는 동반자로 인식하게 만드는 시도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지난해 일본 모빌리티 쇼에서 공개된 도요타의 ‘키즈 모비(Kids mobi)’ 역시 같은 흐름을 보여준다. 어린이가 혼자서도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도록 돕는 이 모빌리티에는 보안 AI 시스템과 AI 비서 ‘UX 프렌드’가 탑재되었다. 여기에 애니메이션 형태의 LED 눈동자와 귀 모양 센서는 이 이동수단을 친근하게 느낄 수 있게 만드는 요소로 꼽힌다. 콘셉트카로만 선보였지만, AI와 감성 디자인을 결합해 누구나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는 미래 이동 수단의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한 자동차에 얼굴을 부여하는 시도가 단지 장식이 아니라 사람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중요한 설계 요소로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기술 발전이 바꾸는 자동차 디자인과 경험

지금까지 자동차 디자인에 얼굴을 더하는 시도는 대부분 콘셉트카의 영역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기술이 발전하면서 자동차의 형태를 기존의 정형화된 틀에 맞출 필요성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특히 자율주행 기술이 안전성과 법적 기반을 갖춰가면서, 운전의 주체가 인간에서 시스템으로 이동하는 전환점이 다가오고 있다. 이는 자동차의 구조적 요소와 디자인 언어가 완전히 재정의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기술이 우리의 삶에 이질감 없이 안착하기 위해서는 디자인의 매개적 역할이 핵심이라고 할 수 있다. 운전자와의 교감을 이끄는 경험 디자인뿐만 아니라 외부 환경 및 보행자와 상호작용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다방면으로 이루어져야 할 시기가 도래한 것이다. 자동차의 얼굴을 통한 새로운 시도가 콘셉트카를 넘어 현실로 이어져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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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칩 모터스 홈페이지

칩 모터스의 칩이 주목받는 이유는 사람과 자동차의 상호작용을 실제 양산차에 적용하며 미래 모빌리티의 방향을 현실로 끌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이런 시도가 꾸준히 이어진다면, 자동차와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교류하는 일도 더 이상 낯선 풍경이 아닐 것이다. 자동차에 얼굴을 부여한 변화는 그 시작일 뿐이며, 사람과 자동차를 연결하는 새로운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앞으로도 더욱 다양하게 발전해 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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